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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819화 (819/1,497)

〈 819화 〉3부 1장 21 정령의 임신

나는 테라의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테라에 대해 알고있는 신라도 자세한 건 모른다.

-아는 것만 아는 거라고요.

-모르는 건 어쩔 수 없지.

아무리 여신이라고 해도, 인간보다도 대단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와 모르는데?

-모르는 건 모르는 거예요. 당신, 전국에 있는 딸기 케이크 전문점이 전부 몇 개 있는지 알아요?

-그런 걸 내가 왜 알아야 하는데?

-그럼 이 사람 몸에 있는 점의 개수는요?

-그거야 일단 쇄골에 있는….

-그거랑 같으니까요!

신라가 테라의 모든 존재에 대해 알 수는 없다. 신은 지상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니까. 아니, 알 수는 있어도 과거의 신라라면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에서 같이 수업들은 사람 이름은 기억해도, 그 학번 모든 학생들을 다 아는 건 아니잖아요.

신라가 아는 존재는 그저 최후의 대전 당시 자신과 함께 싸우던 '전우'들 뿐이다.

가루라로 대표되는 이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어떻게 신라의 신전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고 있지만, 그 외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

만약 그녀가 알았다면 델피아를 보자마자 '강간취향'이라고 얘기를 해줬을 것이다.

신라가 테라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한정적이다.

그러므로 나는 테라의 정보를 역으로 추적해야했다.

바로 원작 게임과 20년의 지구.

즉, 테라에서 넘어오는 이들.

그리고 그 중 '네임드'.

'지구에서 깽판을 쳤던 네임드는 테라에서도 네임드였을 가능성이 있지.'

인게임에서 S급 괴수로 나온 녀석들은 전부 테라에서 강자들이다. 테라에서 S급 수준의 강자였기에, 지구에서도 S급 괴수로 날뛸 수 있었다.

특히 해외에서 날뛰던 S급 괴수들은 더더욱 그렇다.

지파룡, 킨나라, 야차, 흑사갈 등 온갖 S급 괴수들이 이 세계에서는 정령의 모습으로 현존하고 있다.

당장 내 눈앞에 있는 킨나라만 하더라도 사람 수만 명은 죽였을 막강한 괴수였다.

'너희가 지구에서 죽인 만큼, 과거에서 테라를 구하는 거다.'

그러니 괴수가 되기 전에 창염신교의 수호정령으로 만든다.

원래의 속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마치 '버프'를 켜듯 창염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힘을 나눠준다.

그냥 부여하면 그건 안 된다.

죽여서 괴인으로 만드는 방법도 이제는 내가 괴인이 아닌 정령이기에 불가능하다.

정식으로 정령의 힘을 깃들게 해야하며, 강제로 창염의 힘을 부여하면 창염은 오히려 힘을 부여받는 대상을 태워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정식으로 정령 각성을 시켜야 하는데….

-큥큥으로 해결 가능!

이게 섹스다.

아바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를 엿먹이려고 하는 의도도 있겠지만, 테라에서 정령과 정령이 서로 마력을 섞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섹스다.

정령도 생명체다.

마력으로 빚어진 생명체이나, 인간의 형태를 갖출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처럼 섹스를 하면 당연히 정령이 태어나게 된다.

정령은 양성을 모두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 수컷이 될 수 있고 암컷이 될 수 있다.

이 세계의 '신'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취향의 성별이 있지만, 정령들은 각자 자유의지에 따라 성별을 정했다.

성주는 이들을 모두 암컷으로 만들었다.

정령의 성별과 외형을 모두 '여성형'으로 고정시켜버렸다. 여성형을 선호하던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남성형을 선호하던 정령들마저도 강제로 여성형으로 만들어버렸다.

괴인도 생식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당장 괴인이자 간부인 루살카가 인간 허윤환의 아이를 가졌던 것처럼, 모든 괴수나 괴인들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었다.

단지 그들은 20년의 지구나 원작에서나 성욕보다 파멸욕, 살육에 대한 욕구가 더 컸을 뿐이다.

이렇게 괴인도 임신이 가능한 것처럼, 괴인이나 괴수의 전신인 정령도 당연히 임신이 가능하다.

여성형의 성기로 남성형의 마력을 받아들이고, 인간의 자궁과 같은 기관을 통해 마력을 저장하고 이를 또다른 형태로 빚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하나는 인간의 임신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행위.

아버지 정령과 어머니 정령이 살을 섞어, 완전히 별개의 생명체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이 때 정령은 부계로부터 체모의 색을, 모계로부터 홍채의 색을 이어받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또다른 형태의 '새 생명으로의 탄생'이 있으니….

"속성 부여."

남성형 정령은 여성형 정령의 몸속에 자신의 마력을 부여하여 그 정령의 속성을 바꿀 수 있다.

갸루라, 샐러맨더, 그리고 반딧불이가 그랬다.

원래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성주와의 대전에서 신라로부터 마력을 부여받고 화속성을 부여받았다.

아마 어떤 방식으로 전했을 지는 예상이 가지만, 그건 직접 만나서 확인하면 되는 일.

정령이 임신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나는 정령에게 속성을 부여했다.

킨나라에게 나의 창염을 불어넣어, 그녀의 몸속에 창염이 깃들게 했다.

정액을 직접 자궁에 밀어넣었다.

섹스가 아닌 방법으로.

"훗."

새로운 존재의 탄생.

어떤 의미에서, 킨나라는 내 창염으로 다시 태어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창염개진."

나는 푸른 불꽃과 함께 새롭게 태어난 킨나라를 환대했다.

"해피버스데이."

화륵, 화르륵.

눈만 푸르게 물든 킨나라의 몸 주변에는 푸른 불꽃이 소용돌이치듯 타올랐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와."

킨나라는 자신의 변모에 탄성을 터뜨렸다. 하리도 킨나라의 변화에 홀린듯 매료되었다.

"창염의 마력을 사용할 때만 몸 주변에 푸른 불꽃이 타오를 것이다."

"이건…."

"그래."

나는 킨나라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는 것으로 창염신교의 세례를 마쳤다.

"간지다."

앞으로 킨나라는 창염의 마력을 쓸 때마다, 몸에 푸른 불꽃이 활활 타오를 것이다.

* * *

잠시 피닉스가 킨나라에게 세례를 내리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소파에 앉은 사이.

"......."

킨나라는 멍한 얼굴로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피닉스에 의해 세례를 받아 창염을 부여받은 뒤로, 그녀는 자신의 몸 주변에 돌고 있는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꺼지는 것을 멍하니 응시했다.

"저기, 킨나라…?"

"...아, 공주님."

킨나라는 메이드복을 입은 하리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그녀는 유사 섹스를 당한 입장이었다. 비록 실제 자지는 아니지만, 99% 자지를 삽입당하여 처녀를 잃고 창염을 속에 주입당했다.

세례 이후 몸이 불꽃에 씻기듯 정화되었지만, 그녀의 뱃속에 가득 찼던 피닉스의 마력이 남기고 간 감각은 아직까지 온 몸에 남아있다.

"미, 미안. 원하지도 않았을텐데 내가…."

"...아. 그거라면 괜찮아요."

킨나라는 하리를 잡아당기며 그녀를 자신의 가슴에 안았다. 피닉스에게 섹스당할 때와는 달리 알몸은 아니었지만, 하리는 풍만한 킨나라의 가슴에 얼굴이 닿아 귀까지 또 빨개졌다.

"덕분에 좋았어요, 공주님."

"그, 그래…?"

"앞으로도 자주 이렇게 했으면 좋겠네요. 제가 섹스를 오늘 처음 해봤지만...피닉스께서는 이건 섹스가 아니라고 하셨지만...확신해요. 이건, 섹스 그 자체에요. 아니, 이보다 더 행복하고 짜릿한 섹스는 없겠죠."

킨나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력으로 만든 가짜 자지도 이렇게 좋은데...진짜 자지는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아…."

"부럽네요. 아내라는 분이."

킨나라는 하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공주님, 저는 왕도로 돌아갈게요. 그리고 신관의 뒤를 파악해볼게요. 혹시나 피닉스께서 말씀하신 혼돈이 신관의 배후에 있다면, 제가 직접 신관을 제압하겠어요."

"킨나라…!"

"공주님. 당신께서 피닉스 님의 세례를 받을지 안받을지는 아직 모르지만…이것만은 확신해요."

킨나라는 하리의 머리를 토닥였다.

"피닉스께서 모든 일이 끝나고, 아내분을 찾는다면. 그 뒤는…."

"너 설마?"

"그런 거예요. 알겠죠? 하리 공주님, 부디 피닉스 님을 도와서 여정을 잘 마치세요. 이건…."

킨나라는 하리에게 미약한 금색의 빛을 뿌렸다. 그리고는 하리의 귀에 속삭이듯 말을 읊었다.

소곤소곤.

"!!"

하리는 두 눈을 부릅뜨며 화들짝 놀랐다. 킨나라는 그런 하리에게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죠? ...힘내요. 저는 첫경험을 마력으로 된 자지에 섹스를 당했지만, 공주님은 반드시 진짜 자지로…. 아, 아항…."

킨나라는 오르가슴의 여운을 느끼며 신음을 흘렸다.

"부디, 공주님은 섹스를 당하는 게 아니라 진짜 섹스를…!"

부르르르. 털썩.

킨나라는 고개를 옆으로 떨구며 기절했다. 몸속을 가득 채운 창염으로 인해, 그녀는 삽입과 세례가 끝났음에도 여운 만으로도 절정하여 기절했다.

"...진짜 섹스."

하리는 두눈으로 보았다.

섹스이되, 섹스가 아니다.

킨나라의 처녀를 마력의 페니스로 가져간 당사자는 묵묵히 잠만 자고 있었다.

"......반드시."

하리는 두 손을 꽉 쥐며 다짐했다.

마력의 자지로 섹스를 당하는 게 아니라, 진짜 섹스를 '하기'로.

그리고.

피닉스의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야말로 누구보다도 강한 존재가 될 것이다.

혼돈을 정화하는 푸른 불꽃의 빛이라면 비슈니아의 신께서도 인정하시리라.

"...그래."

강한 후계를 낳는 것이야말로 여왕의 의무다. 하리는 잠든 피닉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 * *

"......섹스를 안 할 줄은 몰랐어요."

로그아웃 이후.

나는 겸연쩍게 웃는 신라를 마주하며 당당히 바지 아래를 가리켰다.

"내가 왜 킨나라랑 섹스를 해야해? 여기 이렇게 로그아웃만 하면 바로 섹스할 수 있는데."

"앗, 당신…!"

신라는 내게 안기며 몸을 부비적거렸다.

"섹스해도 딱히 불안하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감동이네요. 이렇게까지 저희를 생각해주시다니."

"섹스 안 하고 창염을 집어넣으려고 잔머리 좀 굴려봤지."

"만약에 방법이 없었으면 어쩌려고 했어요?"

"그야…."

나는 신라를 번쩍 들어올렸다.

"방법을 찾을 때까지 또 방법을 찾았겠지. 그 때처럼."

"...미안해요. 당신은 여전히 그 때 그대로의 사람인데, 제가 너무 제 고집만 부렸나봐요."

"괜찮아. 그런 너조차도 나는 좋아하니까."

나는 신라를 침대에 앉혔다.

"그러니까 섹스하자. 만약에 내가 다른 사람이랑 섹스를 안 해서 네가 미안해하는 거라면, 네가 나한테 사과하는 방법은 나랑 섹스하는 것 뿐이야. 알겠어?"

"알겠어요. 하랑이랑 유나한테는 나중에 전달해둘게요. 아…!"

신라는 손뼉을 치며 내게 벽을 가리켰다.

"잠깐, 뒤돌아서줄래요?"

"지금?"

"네."

나는 신라가 지시하는대로 벽으로 몸을 돌린 다음 눈을 가렸다.

잠시 뒤쪽이 푸른 빛으로 번쩍했다.

"지금 돌아봐주세요."

"뭘 하려고 하는…."

머리 위에 달린 동물귀.

머리 뒤로 하나로 묶은 포니테일.

몸에 딱 달라붙는 하이레그 수영복.

원래의 몸이 아닌, 마치 킨나라와 같은 체형으로 변한 육체.

그리고 포니테일과 마찬가지로 엉덩이 아래로 살랑거리듯 내려가는 푸른색 꼬리털.

"큐, 큥큥뾰이…?"

신라는 하복부에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어, 어때요?"

"...하."

나는 그저 한 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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