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7화 〉3부 1장 19 광기의 순애리스트
그 시각.
"후, 후후."
모니터룸에 앉은 대머리 남자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모니터 속의 촌극을 보며 입꼬리를 씩 비틀었다.
"새끼, 섹스 아니면 방법이 없지? 섹스 말고는 아무것도 안 되게 설정해놨다, 이거야."
대머리는 모니터를 두드려 화상을 바꿨다.
그곳에는 아주 흐릿하지만 흑발청안의 청년이 침대 위의 금발의 여인을 상대로 팔짱을 낀 채 고뇌에 빠져있었다.
"얌 마! 우마뾰이 안 할 거야?!"
"회장님, 그거 위험합니다."
"크흠."
대머리는 머리를 긁적였다. 머리카락은 없으니, 두피를 긁적였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선태야. 설정 제대로 된 거 맞지?"
"예. 정액이 자궁에 들어가야만 창염의 힘이 깃들도록 설정해뒀습니다."
"그래. 섹스 안하면 방법은 없는 거야. 후후후...."
대머리는 낄낄거리며 컵에 들어있는 음료를 홀짝였다.
"그래. 아내랑 섹스하고, 아내들 늘리고, 아내들 공인으로 이 여자 저 여자 다 하고, 그러다가 비처녀랑도 하고, 유부녀랑도 하고.... 그러다가 전형적인 하렘 떡타지 주인공이 되는 거지!"
"회장님, 하나 질문 드려도 되겠습니까?"
"뭔데??"
"회장님께서는 왜 저 자를 하렘...의 길로 인도하려고 그렇게...하시는 겁니까?"
하선태는 차마 가운데 단어를 말하지 못했다.
노력? 집착? 야욕? 과연 이 자의 행동을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그래, 의지다.
대머리에게는 피닉스를 이 여자 저 여자 꼴리는 대로 박고 다니게 하려는 강렬한 의지가 있다.
"뭐, 1년 동안 옆에서 오지게 답답했던 울분을 토해내려고 하는 것도 있는데."
대머리는 쓰게 웃으며, 자신이 든 플라스틱 컵을 들었다.
"누가 너무 불쌍해서. 한 번이라도 제발 피닉스랑 섹스해봤으면 좋겠어."
"누구요?"
"누구긴 누구겠어."
후룩.
"나가지 말라고 했을 때 안 나갔으면 지금쯤 애도 낳았을 멍청이지."
대머리는 캬라멜 마키아또를 마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 1000명 정도 섹스하면 1001번째로 섹스는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누구요?"
"있어. 불쌍한 애."
* * *
킨나라와의 섹스 허락은 받았다.
이제 섹스를 하고 질싸를 하면 킨나라는 20년의 지구 적으로 말하면 광속성과 화속성의 이중속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
창염의 힘을 발휘한다면 이교도로 지탄을 받겠지만, 혼돈을 누구도 제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킨나라가 나서서 창염으로 제압한다면 분명 얘기는 달라지리라.
- 큭, 우리의 공격이 통하지 않아!
- 어째서?! 빛의 신께서 주신 힘이 통하지 않는 이유가 뭐야!
- 창염개진, 킨나라킥!
- 뭣...?! 저 푸른 화염은 혼돈을 막아낸다고?!
- 창염을 받아들여라! 저 불꽃이 있어야만 우리는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대 창염시대의 개막이다.
모두가 창염을 받아들이고, 모두가 창염을 품에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내가 무수히 많은 정령들과 섹스를 하여 질싸를 하는 것.
그러나.
"섹스는, 없다!"
그렇다고 섹스를 할 수 없다!
신라가 제발 섹스하라고, 석하랑이 살살 꼬시고, 유나가 츄라이를 시도해도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아니, 흔들리기는 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아내가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라고 했을 때 조금 흔들리기는 했고, 실제로 석하랑과 이유나의 경우에는 흔들린 나머지 결국 자지를 박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현실이 아니라 테라에서도 박으란다.
한 가지 분명히 말하자면, 이건 신라를 비롯한 내 여자들의 함정이 아니다.
예를 들어....
- 너희가 킨나라랑 섹스하라고 했다?
- 응기이잇! 피닉스 님의 페니스 굉장해여어엇!!
- 창염의 신도 1명 추가! ...어? 무, 문이 안 열려! 왜 내가 집밖으로 쫓겨난 거지?!
- 후후, 결국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해버렸군요.
- 불륜을 한 번도 안 저지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저지른 사람은 없지.
- 한 번 시작한 외도, 앞으로도 계속 하겠죠?
- 여보!!
- 하란다고 진짜 하면 어떻게 해요! 갓 블레이즈 캐논!!
- 신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하여, 나의 영혼은 한줌의 연기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이런 음험한 계획을 짤 사람들은 아니다.
"네? 저희가요? 그럴 리가요. 당신이 그런 것 때문에 얼마나 시달렸는데."
"우리 그럴 사람은 아니다."
"여신은 거짓말 안 해요."
실제로 그들은 나의 이런 걱정에 대해 완강히 아니라고 말했고, 나 또한 그들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저들이 나보고 섹스를 해보라고 하는 이유는 하나.
- 그치만 당신, 섹스를 좋아하잖아요.
- 오빠야 맨날 섹스하는 거, 우리랑 말고 다른 여자랑 하고 싶다는 생각 안 드나?
- 저희야 매번 셋이서 덤벼도 지쳐서 쓰러지지만, 오빠는 혼자서 베란다 보면서 야경 보시잖아요. 다 안 풀렸으니까.
남자가 여러 여자와 섹스를 하는 걸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셋이서 나를 감당하지 못하니, 내가 여전히 쌓여있다고 생각하는것이다.
그리고 내가 자신들과는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게 해줌으로써 나를 기쁘게 해주려는 속셈이다.
이른바, 테라에서 몇 발 빼게 만든 다음 덤비려는 속셈이다. 막강한 보스를 상대로 디버프를 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임없는 쾌락.
테라에서 마음껏 즐기고 오게 한 다음,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나를 상대로 셋이서 이겨보려는 속셈이 틀림없다.
- 임신 걱정은 마시고, 준비됐으면 싸세요!
아바타의 설정을 무정자증에 걸린 창염의 사도로 설정한 것으로 봐도 그 의도가 충분히 보인다.
20년의 지구도 그렇고 지금까지 현실에서 섹스를 하지 못했으니, 그리고 자신들과 그렇게 많이 해왔으니 다른 여자랑 해보라는 생각이다.
조금 비유는 그렇기는 하지만....
- 삼시 세끼 제육덮밥이랑 돼지국밥이랑 카레라이스만 먹을 거예요?
- 오빠야, 피자도 좀 묵고 파스타도 좀 묵고 그래봐라!
- 오빠, 아무리 좋아해도 때로는 다른 것도 먹어보고 그러는 게 어때요?
이런 느낌이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나는 물리지 않는다.
신라와 섹스를 할 때, 늘 새롭다.
석하랑과도 마찬가지고, 이유나와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미 셋과의 섹스에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으며,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할 이유가 없다.
테라의 정령?
내가 못 해본 여자?
관심없다.
나를 설레게 하는 여자가 아닌데 왜 내가 섹스를 해야한단 말인가?
하신라, 석하랑, 이유나.
세 명의 여신이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해줄 수 있는데, 테라라고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만약 성욕이 쌓인다?
'로그아웃하고 섹스하면 되지.'
즉, 꼴리지가 않는데 좆을 세울 이유는 없다.
아무리 섹스가 신성한 의식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섹스를 하는 당사자가 즐겁지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으랴.
이미 내 자지는 여신들의 보지에 중독된 상황.
이제와서 S급 정령들에게 넣어본다고 한들, 나는 섹스의 참된 기쁨을 느낄 수 없다.
킨나라에게는 미안하지만, 10년간 킨나라와 10만번 섹스와 신라와의 1번 섹스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신라와의 섹스 한 번만 하고 10년동안 섹스리스로 살아갈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킨나라와의 섹스가 즐겁지 않겠느냐고?
'애초에 내가 조금이라도 꼴렸으면 좆이 서기라도 했겠지.'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
나는 한 번도 발기한 적이 없다.
정령의 아바타라서 그런 게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시스템적으로 온오프를 고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의 아바타에 달린 창염 주입기는 성능이 확실하다.
꼴리면 세웠을, 아니 알아서 자지가 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 와서 내가 본 광경들이나 여자 들은 꼴리기 이전에 세계에 대한 환멸부터들 뿐이었다.
가장 먼저 본 광경은 델피아의 그것이요, 여기 와서는 신관이라는 자의 불륜을 목격했고, 거기에 킨나라는 한 번 졌다고 다리를 벌리려고 한다.
'이건 좀.'
테라의 주민들과 섹스하는 건 뭐랄까, 꼭 내가 성욕에 패배한 나약한 존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얘기를 했다가는 내가 욕을 한사발 먹을테니 근거 자료에서 삭제.
그리고 하나 더.
만약 불가피하게 섹스를 할 거라면, 나는 '그녀'와 섹스할 것이다.
이 세계의 아바타는 아직 섹스를 해본 적 없는 순결한 몸.
동정이다.
그러니 내게는 이 동정의 몸을 그녀에게 바칠 의무가 있다.
과거의 신라에게 내 동정을 바칠 것이다.
나 또한 그녀의 처녀를 다시금 취하겠지.
설령, 테라라고 한들.
'신라 아니면 섹스 안 해.'
섹스는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응?
그러면 어떻게 창염의 사도를 늘리냐고?
다, 방법이 있다.
* * *
하리는 수치심에 눈물이 질끔 나왔다.
-'그것'을 사와라.
피닉스는 사도에게 그것을 사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나름 일국의 공주인데, '그것'을 사오라고 하는 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코, 콘돔 주세요.... 초박형으로.... 대형...."
한 번도 사본 적이 없기에, 하리는 피닉스가 시키는 대로 물건을 샀다. 수치심에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었지만, 잡화점 주인은 고개만 끄덕이며 묵묵히 콘돔을 건넸다.
"메이드 상대로 그럴 수 있지. 음, 음."
하리는 단번에 이해했다.
메이드인 하리를 상대로 질내사정을 할 수 없으니, 콘돔을 사용하겠다는 주인의 심부름을 온 것이라고 잡화점 주인은 인식한 것이다.
과연 그 상대가 팔부신중 중 한 명인 킨나라라는 걸 알면 어떻게 될까.
하리는 최대한 빨리 숙소로 달렸다.
이미 침대에는 킨나라가 알몸으로 반듯하게 누워있었고, 피닉스는 옷을 여전히 입은 채 하리를 향해 손만 뻗을 뿐이었다.
"콘돔."
"네, 네...."
피닉스는 콘돔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둘을 슬쩍 훑어본 뒤, 따로 빌린 옆방으로 넘어갔다.
잠시 뒤.
탁, 탁탁.
"어...공주님? 옆방에서 무슨 소리 안나요?"
"드, 들리는데. 이거 설마 그거 아니겠지?"
탁탁탁탁.
"......."
하리는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했다. 눈이 마주친 킨나라와도 시선으로 대화하며, '그것'이 아니냐고 서로 무언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참을 기다린 뒤.
"끝났다."
그는 푸른 마력이 깃든 손으로 콘돔을 들고 나타났다. 콘돔 안에는 뿌연 액체가 들어있었다.
"지금부터 킨나라의 안에 창염을 불어넣는다. 킨나라, 다리 벌려."
"저, 저기. 이게 무슨...."
"하나 물어보지. 남자 의사가 진료를 위해 음부를 만지면, 그건 바람을 피우는 건가?"
"네? 그, 그건...."
하리는 혼란을 느꼈다.
피닉스는 싱긋 웃으며, 양손에 장갑을 끼고 자신의 콘돔을 든 채 킨나라에게로 향했다.
"작전명, '쾌락없는 큥큥'."
피닉스는 고개를 까닥이며 킨나라의 둔덕 사이로 자신이 싼 콘돔을 밀어넣었다.
"내 아내를 위해 아낀 동정을 여기서 깰 수는 없지."
"......."
미쳐도 단단히 미친 놈.
하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