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6화 〉3부 1장 18 SOX는 하지만 바람은 아닌 것이에요
로그아웃 이후.
나는 식사를 가볍게 하고 난 뒤, 나의 아내들을 불렀다.
가족회의를 하기 위해.
굳이 '가족'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기 위함이다. 나는 가정이 있는 몸이고, 가족이 있는 몸이고, 또한 아내가 있는 몸이다.
"킨나라랑 섹스하지 않는다."
나는 내 앞에 나란히 앉은 세 명을 향해 엄포를 놓았다. 이건 내가 남편으로써 응당 해야하는 말이며, 내가 반드시 지켜야할 일이다.
남자가 어떻게 외간 여자와 바람을 피울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다른 세계라고 한들!
"나는 너희들의 남편이야.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다른 여자랑 섹스할 수 없어. 애초에 창염의 사도, 피닉스는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나서는 거잖아? 캐릭터 적으로도 맞지 않아."
아내를 잃어버린 신의 사도가 정작 섹스를 하고 다닌다?
어불성설이다.
내가 하는 말은 정론이며, 내가 진리다.
100명에게 물으면 100명 모두 내가 옳다고 할 것이다.
단.
그건 인간의 관점이다.
10000명의 인간에게 물으면 10000명 모두 내가 옳다고 하겠지만, 3명의 여신에게 묻는다면 3명 다 내가 틀렸다고 답할 것이다.
"캐릭터는 바꿔나가면 돼요."
바로 지금처럼.
"보지로 아내를 찾는 중이라고 하죠? 푸흐흐."
"다른 건 기억안나는데, 보지는 자지가 기억하고 있다고 하면 되는 거 아이가?"
"그야말로 여보찾기네요."
여보찾아 삼만리...가 아니고.
"섹스를 왜 자꾸 하라는 거야? 그건 바람 피우는 거야. 너희들에 대해서 배신을 하는 거라고. 그런데 너희가 섹스를 하라고 하면 어쩌냐고."
"하지만 섹스를 한다고 당신의 사랑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빠야가 뭐 딴 여자랑 떡친다고 집 나갈 사람은 아니지 않나?"
"그래요. 그런 걸로 치면 게임 안에서는 히로인 16명이랑 바람 피운 셈인 걸요?"
유나의 말에 나는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니, 그건 게임이잖아!"
"게임이어도, 가상현실 속이라고 해도 여자들이랑 섹스했다고 하면 그게 그거랍니다."
"오빠야는 그리고 한 두명이 아니니까 더 그렇지."
"저랑은 십만 번을 했구요."
말문이 막힌다.
분명 내가 옳은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뭔가 구렁텅이에 빠지는 느낌이다.
"잘 들어요. 정령과 섹스를 하는 건 바람 피우는 게 아니예요."
신라가 포문을 열었다.
그녀는 너무나도 당연한 얼굴로 내게 바람을 종용했다.
"바람이 아니라니까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얼굴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이 맞는데 이 여자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지금 나를 떠보는 건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하려는 건가?"
맞다.
신라에 대해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쩌면 신라는 나의 사랑을 시험하고 있는 게 아닐까.
처음에는 인게임 속 여자로, 그 다음에는 20년의 지구에서 인연을 쌓은 여인으로, 그리고 이제는 정령이랑 섹스해보라는 식으로 나를 점차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을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그래.
다크 레기온 식으로 말하자면, 신라는 나를 하렘으로 타락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럼 확인해봐요!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저는 정령들과 섹스를 하는 게 바람 피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음."
나는 신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기겁을 했다.
"거짓말이...아냐?"
"봐요. 유두 안 섰죠? 제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단 말인 것이에요."
놀랍게도 신라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내게 테라의 정령들과 섹스를 할 것을 종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유야 여러 가지 들 수 있죠. 우선 첫번째."
신라는 불꽃으로 하나의 인영을 만들어냈다.
"테라의 정령들에게는 혼돈에 대적할 힘이 없어요. 그들이 혼돈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은 오직 제 힘, 창염의 힘 밖에 없다는 거죠."
"그리고 그걸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섹스다?"
"네. 테라에는 혼돈과 대적할 힘이 필요해요."
신라는 내가 창염을 퍼뜨려 테라의 안전을 꾀하고 있었다.
충분히 공감하는 바, 나도 괜찮게 생각한다. 방법이 섹스라서 문제지.
"지휘관이랑 똑같아요. 지휘관이 질싸로 마력을 공급하듯이, 당신은 창염의 사도로서 정령에게 질싸로 창염의 힘을 부여하는 거예요."
"다른 방법은 없나?"
"네. 없어요. 애초에 그런 사양으로 만들어진 걸요. 아바타를 만드는데 누가 가장 많이 협조를 했을 것 같아요?"
퇴로는 없었다.
이계로 가는 아바타는 질싸 이외의 방법 말고는 다른 이에게 마력을 부여하는 길이 없었다.
"차라리 괴인화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풀영창으로 외울게. 첫 주문부터 마지막 부활의 의식까지 1분짜리 영창으로 준비할테니까, 제발 섹스와 질싸만은 참아줘."
"안 돼요. 자궁에 직접 마력을 받아야만이 창염을 품을 수 있는 걸요."
"내 마력이 닳게 되는 건?"
"그럴 일은 없어요. 당신이 거기서 사용한 마력은 광합성을 하면 회복되니까요. 제작 가능했던 아바타의 최대 마력, 90에서 더 늘리는 방법은 테라 자체적으로 있지만, 있는 마력 중 일부를 다른 정령에게 부여하는 건 가능하다는 거예요. 어차피 마력은 최대 총량까지 자연적으로 회복되니까."
"그게 왜 하필 섹스냐고."
"그게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니까요. 길게 설명할 필요없이,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신라는 자신의 배를 가리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큥큥!"
"......."
큥큥.
"이해한 내가 싫어졌어."
큥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오빠야, 열 나는 것 같은데."
"열이 나지. 쟤 저러고 있는데. 내가 말이야, 섹스를-"
"내는 괘안타."
석하랑, 너마저!
"하랑아?"
"내는 오빠야가 저기서 정령들이랑 섹스하는 것도 괜찮다. 오빠야가 뭐 정령들 임신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력만 넣어주는 거 아이가. 주사기로 약을 투약하는 거랑 다를 게 없지."
"주사기랑 약이 그냥 주사기가 아니잖아."
"맞으면 따가운 건 똑같은데? 흐흥, 농담 같은 거 다 차치하고 진지하게 말하자면…."
석하랑은 내 얼굴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가슴으로 내 이마를 누르며 나를 끌어안았다.
"수십 억 명을,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인데, 내 남자가 다른 여자랑 섹스해야만 한다면 해야지. 그게 세계를 구하는 길이라면."
석하랑은 진심이었다.
"섹스해라. 그래야 사람들 지킬 수 있다는데, 해야지."
"히어로 감수성을 이런 곳에서 발휘한다고?"
"오빠야. 테라를 지키는 게 곧 지구를 지키는 일 아이가. 우리 엄마도 구하고. 내사 그렇게 되면 태어나지 않게 되겠지만...어차피 내는 여기에 있으니까 괜찮기도 하고. 내는 오빠야 다른 여자랑 섹스해도 괜찮다. 괜찮기는 한데."
쪽.
석하랑은 상체를 숙이며 나와 거꾸로 키스했다.
"섹스는 해도 좋은데, 키스는 하지 마라. 오빠야 입술은 우리들 거니까."
"영문을 모르겠어."
"그런 거랑 같은 거 아닐까요?"
가만히 있던 유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AV 배우랑 결혼한 여자가 남편이 직장에서 섹스를 한다고 해서 화낼 건 아니잖아요."
"......."
그, 그런가?
"오빠도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오빠는 더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요. 아내들이 전부 다 인정하는 상황이고, 오빠만 마음을 바꾸면 된다는 거죠."
"그, 그렇지만."
"오빠 고집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어요. 하랑 언니나 다른 분들이 그렇게 대쉬를 했는데도 거절했던 건 신라 님이 있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유나는 신라를 가리켰다.
"신라 님도 이제 여기 이렇게 있잖아요?"
"그래요. 푸흐흐, 그리고 저희한테는 당신과의 사랑을 나눈 증거가 있잖아요?"
신라는 자신의 아랫배에 내 손을 올렸다.
"그러니까 안심할 수 있답니다. 어차피 저쪽 세상에서는 정자가 없어서 아무리 사정해도 임신시킬 수 없어요."
예상외로 아바타는 철저하게 만들어진 듯 했다.
"그런 사양으로 만들었으니까. 안심해라. 무정자증 걸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알겠제?"
"0.01%라도 임신 가능성이 있었으면 아바타 안 만들려고 했어요. 만약 그랬다면 저희가 테라를 가지 못하도록 막았겠죠?"
"와, 무책임 질싸 가능! 푸흐흐."
이 여자들, 진심이다.
"그리고 사실 섹스를 해야할 궁극적인 이유가 있는데…."
"오빠야, 처녀만 데리고 다닌다면서?"
"그럼 섹스를 하면 비처녀가 되겠네요."
앗.
"창염의 피닉스와 섹스를 한 이상 비처녀가 되는 거죠? 어라? 창염의 피닉스는 처녀가 아니면 여자 동료를 불태워버리는 병이 있던가요? 푸흐흐."
"점마 저렇게 말하는 건 농담이고, 그렇다는 거지. 오빠야가 말했잖아. 동료로 데리고 갈 애들은 나중에 야한테 줄 애들이라고."
"오빠가 엄선한 처녀들은 분명 S급 여자들일 거예요. 그런 여자들은 보빔보호종으로 되거나, 아니면 비처녀가 되어서 동료탈락 되거나. 어때요? 참 쉽죠?"
"하, 하하."
어처구니가 없지만, 해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또 고집 부리려고 한다. 좋아요. 섹스하지 않으면 안 되게 협박해버리죠."
"그럴까?"
"상처주고 싶지는 않지만, 오빠를 위해서라면."
셋은 동시에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창염신교의 정령으로 만드는 횟수만큼 아이를 낳죠."
"질싸는 정령들한테 해라. 임신은 우리가 할게."
"테라는 지구의 법에 적용되지 않는 곳이잖아요. 저희는 이것만 안하면 돼요."
"......."
키스, 하지 않습니다.
보빨, 하지 않습니다.
비처녀, 하지 않습니다.
"이거 빼고는 다 돼요. 오케이?"
여전히 신라의 유두는 말랑말랑했다.
* * *
로그인.
나는 여관방에서 눈을 떴다.
방 안에는 킨나라가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마침 하리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정신이 들어...?"
"...아니."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허락'은 받고 왔지만, 아직까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이걸 꼭 해야할까?
괜히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지만.
-비처녀가 되면 창염의 피닉스 적으로 동료로 영입할 수 없는 거잖아요. 푸흐흐.
신라의 말을 상기하며,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건 포O몬을 내보내는 거나 마찬가지다.
바이바이, 킨나라.
"야, 킨나라."
나는 침대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큥큥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자궁에 내 정액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