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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86화 (786/1,497)

〈 786화 〉2부 7장 18 플레이어 체인지, 전속전진 피닉스

처음 신라에게 제안을 들었을 때, 나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게임 속이라도 한 번 헤드기어를 잡았다가 한 번 크게 당한 적이 있기에, 나는 그다지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신라는 그런 내게 내기를 걸었다.

오네쇼타!

실제로 내가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누님 신라와 D컵 하랑과 함께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얘기.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둘 다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본래의 몸을 바꾸는 일이다.

자연히 느끼는 감도도 떨어지고, 쾌감도 낮아지게 된다.

온전한 본연의 몸이 아니라 마력을 사용하여 변형한 몸이 된 이상, 쾌감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

그런데도 그들은 나를 위해 색다른 모습이 되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신라가 내가 제우스에게 뚫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건 절대 아니다.

석하랑이 내가 남자에게 유린당하는 걸 보고 싶어서?

그것도 절대 아니다.

이들의 꿍꿍이가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것.

내 예상이 맞다면, 제우스가 가니메데스를 찾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 실은 히드라가 쇼타를 찾는 것이라고 한다면, 나는 설령 제우스에게 인질로 붙잡히더라도 히드라의 앞에 이송될 것이다.

불안한 요소가 있다면 DLC지만, DLC라고 해도 절대 나를 곤경에 빠뜨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야 게임인 걸.

이 게임이 아무리 악의가 넘친다고 하더라도, 남자를 노리는 캐릭터가 지휘관을 상대로 뚫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건 이미 내가 수없이 많이 확인했다.

남자와 남자가 하는 건 시스템적으로 막혀있기에 남자들에게 '갓겜' 소리를 들었다.

DLC 없데이트 이후로도 마찬가지.

만약 남X남 커플을 만들어내려고 했다면, 나를 악의적인 상황으로 몰려고 했다면 피닉스 루트는 남녀 지휘관에 관계없이 다 열렸을 것이다.

그러나 괴인 피닉스는 여자 지휘관일 때만 열린다.

그러니까 이번 일은 결코 위험하지 않다.

"만약에 위험한 상황이 되면 바로 일시정지야."

"물론이죠. 세이브 데이터 삭제해도 좋아요."

지휘관이 만약 제우스에게 -제우스-당하는 일이 생긴다면, 나는 가차없이 세이브 데이터를 지워버릴 것이다.

이는 신라도 동의한 사항.

"오빠야, 걱정마라. 내가 설마 오빠야가 그런 쪽으로 가는 걸 가만 보고 있겠나?"

"이렇게 되니까 엄청 믿음직스럽네. 고마워, 하랑아."

든든하다, 석하랑!

한 때는 정령으로 각성하면서 가장 곁에서 자신을 신경써주는 이에게 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온전히 남녀 사이의 사랑만을....

아, 그건 아닌가.

아무튼.

나는 설령 제우스에게 잡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절대 제우스의 가니메데스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든, 나는 그 음모를 파헤치고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지휘관'으로서.

"큥큥 스타트."

위이잉.

세계가 변했다.

나를 감싸고 있던 주변은 단숨에 신서울로 변했다.

"...음."

현재 시각을 살피니 늦은 저녁이 되었다.

이미 저녁을 먹고난 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때.

다행히 현재 '남자'로서 움직일 수 있는 밤이었다.

히드라 공략.

제우스 격퇴.

두 가지만을 생각하며,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응?"

몸이 일으켜지지 않는다.

아래에 뭔가 묵직한 감각이 있나 싶더니, 묵직한 둘이 나를 누르고 있었다.

"가면 안 됩니다!"

"그래요, 아지다하카 쪽이랑은 상황이 다르다고요!"

박라온과 선겨울, 둘이 내 허벅지를 가슴으로 누르며 내가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왜?

그야 당연하지.

가니메데스로 특정된 한 사람이 바로 '나', 그러니까 '지휘관'이니까.

"사장님, 호랑이 굴에 들어가면 안 돼요. 그 자에게 무슨 나쁜 짓을 당할 지 모른다고요!"

"나쁜 짓이 뭔데?"

"그, 그러니까...."

유나는 구체적인 나쁜 짓이 뭔지 말하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도 말하기 상스러운 말이라, 유나는 고개만 푹 떨굴 뿐이었다.

"사장님, 씹게이 아니지?"

그리고 유나가 못하는 상스러운 소리는 슈리의 몫이다.

"내가 하드게이랑 떡친 게 아니라고 제발 해줘. 바이같은 소리 하면 내가 죽여버릴 거야. 남자랑 좆비비는 사이 절대 아니라고 나는 믿고 있어, 씨발."

"절대 그런 일 없다. 나는 남자 안 좋아해. 아들보다 딸이 태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게임이나 현실이나 진담이다.

선택을 할 수는 없지만, 이왕이면 아내를 닮은 딸이 나왔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이 있다.

"너무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오히려 나는 그게 더 걱정되는 걸? 놈이 남들 몰래 우리 매지컬 큥큥스를 초대했는데, 나만 따로 불러낼 거 아냐. 그 사이에 너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사장님이 위험한 거 아닌가요? 매번 펜릴을 저희한테 맡기고 가시잖아요."

"그래. 아지다하카 때랑 다름. 제우스랑 게이 섹스 할 거 아님 얌전히 있으셈!"

"게이짓 할 생각 없고, 혼자서 들어갈 생각도 없어."

아무리 내가 하이 리턴을 바란다고 하지만, 게이를 상대로 혼자서 들어갈 생각은 없다.

물론 제우스가 게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는 이미 우리에게 있어 게이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그리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선택하지 않을 만큼 나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놈이 보낸 초대장, 다시 한 번 줘볼래?"

나는 유나로부터 고풍스러운 편지지를 건네받았다.

굳이 종이에 자필로 쓴 편지지는 제우스가 우리와 만나고 싶다는 초대장이었다.

"여기 분명히 매지컬 큥큥스를 초대한다고 되어있지? 그러면 간단하네. 전부 다 가는 거야."

지켜야 하는 사람은 나와 마법소녀들.

즉, 안전하게 모두를 제우스의 마수에서 지키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

"아주 놀라 나자빠지게 만들어주지."

나는 자원을 아끼는 사람이 아니다.

피닉스 루트 발견을 위해, 어떻게 하면 유나를 최대한 빨리 레벨 99로 맞출까 초 단위로 계산하여 정액을 싸질렀던 사람이다.

이 나라, 아니 모든 지휘관을 통틀어 나보다 게임 플레이가 빠른 자는 단언컨대 없다.

"석하랑, 큥큥할 시간이다."

* * *

그 시각.

'그'가 인게임에 들어간 중, 신라는 본격적인 방송 테러를 시작했다.

"짜잔, 놀러온 손님!"

"...도랐나?"

석하랑은 개인 방송 중에 난입한 신라의 행동에 굳어버렸다.

급히 3D 필터 모드에서 2D 필터 모드로 바꾸자, 살아 움직이는 영상은 멈추고 2D 미소녀 패널이 화면에 떠올랐다.

[????]

[누구임? 머임?]

[목소리 뭐야....]

고작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석하랑 방의 사람들은 혼란과 공포에 빠졌다.

"방금 서카랑보다 목소리 좋은 것 같다고 한 사람 누구냐?"

"잘 알아차렸네요. 푸흐흐."

[앗, 설마?]

[전설의 큥큥마스터!]

[청화 아님?]

"정답입니다. 짜잔."

청화는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냈다.

석하랑의 뒤로 그녀를 안는 여인의 등장에 채팅창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눈나아아아아]

[ㅗㅜㅑ....]

[압도적 미드 차이]

"너 밴."

서카랑은 불편한 채팅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위에 올려진 큼지막한 덩어리 두 개를 머리로 튕겼다.

"가시나 돌았나? 니가 왜 나오고 지랄인데?"

"놀러왔다니까요."

"아니, 진짜...하아."

석하랑의 깊은 한숨에 시청자들은 하나 둘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머임? 그냥 짜고 치는 거 아님?]

[그냥 진짜 놀러온 건가...?]

[방송사고네ㅋ]

하나 둘 청화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품던 찰나, 누군가 묘수를 생각해냈다.

[3D 필터 다시 켜면 10만원.]

채팅이 얼어붙었다.

도네이션으로 날아온 한 줄의 말에 시청자도 스트리머도 얼어붙었다.

"콜."

그리고 얼어붙은 세계에서 혼자 당당히 움직이는 여자가 있었으니....

출렁.

"자, 10만원 주세요."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돈미새가 이곳에 있다.

2D의 세계에서 3D로 변한 세상 속, 석하랑은 자신보다 더 키가 크고 늘씬하면서 가슴은 압도적으로 큰 여인을 향해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내 방송이다! 꺼져!"

"뭐래요. 여기 내 집인데."

"신상공개하지마!"

"뭐 어때요. 어차피 언젠가 밝혀지게 될 거. 지금이 기회니까 지금 이야기하는 게 최고죠. 푸흐흐."

청화의 폭거에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맞아요, 저희 같이 살아요."

"남편이요? 아, 미안해요. 우리 방 시청자였구나."

"난하."

"생방이 안 되는 이유는 자꾸 우리 남편 팬티 보여달라고 해서 빡쳐서 그런 거예요."

"내 팬티는 보여줄 수 있어도, 남편 팬티는 보여줄 수 없다는 거시에요!"

순식간에 방이 혼돈으로 가득찼다.

석하랑은 청화를 제압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청화는 부드럽게 석하랑을 붙잡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미안하지만 시청자 여러분, 하랑이 좀 납치해갈게요. 지금부터 제 방 생방할 거니까, 하랑이는 제가 게스트로 데려갈 겁니다."

"마, 내는 서카랑이다!"

"빠이염."

딸칵.

방송이 끝났다.

모두가 혼란에 빠졌고, 석하랑은 방송에 테러를 일으킨 청화-신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니, 지금 뭐하는 짓인데!!"

"방송 컨텐츠 만드는 중이죠. 오랜만에 생방이라 떨리기도 하고."

신라는 석하랑의 방송용 게시판에 글을 하나 남겼다.

"오네쇼타 큥큥플레이 보러올 거면 링크타고 넘어오세요. feat.초대녀 서카랑."

빠--악!!

석하랑은 신라의 머리를 후려쳤다.

마력으로 만든 보호막에 막혔지만, 신라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석하랑의 손을 붙잡았다.

"유나 말대로 이참에 공언해버리죠. 푸흐흐."

"...내는 이제 모르겠다."

석하랑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잠시 뒤.

"아아, 매지컬 큥큥스. 청화입니다!"

"초대녀 서카랑입니다."

"지금은 남편한테 플레이를 맡겼구요, 히드라 챕터 진행 중입니다! 과연 남편은 청년막을 지키고 사랑하는 아내와 오네쇼타 플레이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님들이 생각해도 또라이같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참, 무슨 말도 안 되는.... 야, 니 누군데?! 누군데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데!!"

석하랑은 채팅창에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청화는 채팅창을 멈춘 뒤, 로그를 위로 올렸다.

"하랑이는...눈나 아니야...? 아하하하!!"

"마! 도랐나!!"

혼돈 그 자체.

기존 방송의 상식을 파괴하는 청화와 그에 휘말려버린 서카랑.

"그럼 남편 시점, 온!"

[아아앙!!]

그리고 펼쳐지는 망가와도 같은 떡신.

"...어우야."

청화의 남편, 'P'는 아내가 옆에 있음에도 아주 무시무시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영상 속, 금발의 청년 P는 갈색 장발이 된 '이유나'를 상대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쇼, 쇼타가 아닌데...! 자지, 너무 좋아...!!

히드라가 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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