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9화 〉2부 7장 12 최후의 쇼타콘
히드라는 쇼타콘이다.
장신의 누님, 마망캐가 쇼타콘이 아닐 수 없다.
쇼타라면 사족을 못 쓰고, 주변에 있는 모든 괴인들을 쇼타로 만들어버리는 아주 위험한 존재다.
피닉스가 모든 남자를 여자로 만들어버리는 여체화 TS빔을 가지고 있다면,
펜릴이 모든 인간을 민트초코 애호가로 만들어버리는 민초빔을 가지고 있다면,
아지다하카가 모든 인간을 섹스에 미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타락빔을 가지고 있다면,
히드라는 모든 인간을 쇼타로 만들어버리는 쇼타빔을 가지고 있다.
남자는 어려지게 만들고, 여자는 어린 아이로 만든다.
그리고 여자도 쇼타가 된다.
응? 쇼타는 남자가 아니냐고?
그러니까 쇼타빔이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여자였던 이는 남자 어린 아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소위, '후타나리'.
여자였던 이를 어린아이로 바꾸고 자지를 달아버리는 기상천외한 짓을 저지르는 게 히드라다.
그런 히드라가 부하를 이끌고 한국으로 찾아왔다.
히드라 당사자가 한국에 당도했노라 하고 마력을 뿌린 것도 아니고, 영상을 통해 선전포고를 한 것도 아니다.
이 타이밍, 이 시기에 한국에 올 리가 없는 두 명의 '남자'가 한국에 방문한 것이 바로 히드라의 내방을 알리고 있었다.
아랍계 S급 히어로, 하렘왕.
그리스계 S급 히어로, 제우스.
둘 다 상당히 유명한 히어로이며, 전세계에 단 12명 뿐인 원탁 히어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리고 이 중 한 명이 히드라의 하수인이다.
5월, 날씨가 따뜻한 가정의 달.
외국인의 유명 히어로, 헌터 등이 한국에 이유없이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바로 히드라의 등장을 알리는 셈.
그 중 일부는 '연막'으로써 플레이어의 혼란을 유발하는 자도 존재한다.
가령, 힙한 복장에 혀가 턱밑까지 내려오는 레게머리의 흑인 캐릭터는 사실 히어로 협회의 사람이라거나.
가령, 금발벽안에 하얀 정장을 입은 신사는 사람을 잡아다가 외국으로 팔아버리는 인신매매집단 소속 빌런이라거나.
가령, 인상이 철두철미해보이는 메이드는 사실 지휘관의 정액을 훔쳐가기 위한 대도라거나.
-유래없는 한국 관광 붐! 그들이 한국으로 들어온 이유는?
그리고 이런 인재풀은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갑자기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그러니까 히어로나 헌터나 연예인처럼 유명세를 떨친 이들이 들어오는 수가 20명을 넘어간다거나.
한국에는 올 이유가 전혀 없는 S급이 한국에 관광하러 온다거나.
모르면 당해야지, 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순수하게 동료가 되고 싶어서 오는 이들도 있지만,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오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누가 누구의 부하인지, 누가 선량한 자인지, 누가 불순한 자인지 다 알고 있다.
특히 S급이라면 더더욱!
'이미 20년의 지구에서 스포일러 확인하고 왔으니까요.'
하렘왕, 그는 괴인이다.
과거의 이명인 '살라딘'이라는 히어로는 아지다하카가 보낸 실적 선물이다.
그는 아지다하카의 하수인이고, 아지다하카의 분신에 굴복하여 큥큥의 신 쌀라를 믿는 이단이다.
'실적 고마워요.'
살라딘은 아지다하카가 내게 보낸 선물이다.
그는 내가 알아서 요리하면 되고, 아지다하카는 자신의 부하가 패배한 것에 통탄하며 다리를 벌릴 것이다.
내가 지면?
아지다하카에게 범해질테니 바로 게임 종료.
'남은 한 명도 빌런.'
그리고 히드라가 간부로서 다루는 자는 금발태닝양아치의 전형, S급 히어로 제우스다.
화속성과 풍속성, 광속성의 삼중속성을 바탕으로 '번개'라는 힘을 새로이 각성한 이능력자.
인간인 주제에, 괴인도 아닌 주제에 히드라가 만들어주는 흙인형 오나홀 마망에 파묻힌 히어로.
하지만 그들에 대해 알 필요는 없다.
알아봐야 어디에 써먹겠는가?
'둘 다 남자인 걸.'
미녀라면 내가 한 번 눈길이라도 줬을 것이다.
하지만 하렘왕도 제우스도 둘 다 남자다.
이성으로는 볼 필요도 없는 존재.
그러나 '적'으로는 볼 필요가 있는 존재다.
'히드라 챕터의 적은 괴인도 괴수도 아닌 사람이니까.'
빌런, 헌터, 히어로.
다크 레기온에 잠식된 이들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게 히드라 챕터의 일이다.
히드라가 전면에 나서서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뒤에서 암약하는 게 분명하다.
살라딘 방문 일정 : 5월 13일
제우스 방문 일정 : 5월 14일
S급 히어로 둘이 비슷한 시기, 하루 걸쳐서 방문한다.
이것 만으로 현재 이 나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급이 이 헬조선에 왜 들어옴?
-석하랑이랑 어떻게 해보려고 들어온 건가?
-석하랑 사라지면 우리 좆되는 거 아님?
사람들의 걱정은 인재 유출이다.
괜히 이들이 석하랑, 또는 한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휘관과 지휘관 휘하의 S급 능력자를 잃을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걱정은 이 상황에서 히드라가 보일 움직임이다.
SS급 히어로 석하랑 대기 중.
그리고 석하랑에 준하는 동시에 지속성에 대한 하드 카운터인 풍속성 간부 김펜릴 대기 중.
'히드라는 바보가 아니죠.'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히드라가 과연 이 나라에 직접 와서 작전을 수행할까?
아지다하카 건에서 원작의 흐름은 간신히 산소호흡기를 부착하여 숨을 돌렸다.
그런데 여기서 히드라가 트롤링을 한다면 원작은 영영 바이바이가 되는 게 아닐까.
'그럼에도 히드라는 온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승산없는 전투인 걸 알면서도 덤비게 만드는 근거가 있다면....
삑.
나는 인게임 속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짤'을 확보했다.
개인적으로 나도 갖고 싶을 정도로, 소장하고 싶을 정도의 이미지였다.
금발벽안의 쇼타.
낮, 창염으로서 여성형이 되는 지휘관에게 반바지와 셔츠, 베레모를 씌워둔 그림이 하나 있었다.
누가봐도 여자의 위에 남자처럼 입혀놓았지만, 가슴이 작고 하니 남자라고 우기면 또 남자로 믿을법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쇼타의 배경 나무 뒤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갈색 장발의 여인이 변태 스토커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만약 히드라가 한국에 온다면 이유는 하나.
'지휘관을 쇼타로 만들기 위해서.'
피닉스에 의해 TS빔을 맞은 걸로도 모자라, 히드라는 내게 쇼타빔을 날리려고 벼르고 있을 것이다.
'그건 절대 안 되죠.'
쇼타를 낳을 지언정 쇼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는-
"아."
유레카.
-게임을 일시정지 하시겠습니까?
"예."
위이잉.
세상이 반전되었다.
나는 헤드기어를 벗어던지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부엌에서 한창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유나와 눈을 마주했다.
"히드라의 진의를 알아냈어요."
"......."
막 딸기의 꼭지를 제거하던 유나는 담담히 딸기를 내려놓았다.
나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맞잡았다.
"히드라와 잠깐 이야기를 해봐도 될까요?"
"...진의?"
유나에게서 유나와는 이질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유나의 평소 목소리보다 살짝 굵은 목소리는 분명 히드라의 것이었다.
"무슨 진의?"
히드라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적의가 느껴진다.
유나의 모습으로 나를 노려보지만, 나는 방금 전까지 짤에서 봤던 히드라의 음흉한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당신은 쇼타콘이예요. 당신이 그걸 포기할 리 없죠. 설령 유나가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
"그래서?"
"당신은 유나의 딸이 되려는 게 분명해요. 당신이 유나를 낳겠다고 주장한 건 유나가 당신을 위해 펼친 연막작전이구요. 유나가 당신을 신경써주는 거니까."
"신라야?"
막 부엌 펜트리에서 음식 재료를 들고 나오던 그는 나와 유나의 대치에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당신은 알고 있었나요?"
"뭘?"
"그러니까...."
나는 그에게 내가 도달한 히드라의 진의를 속으로 전했다.
"......!!"
그는 내 생각을 전해듣고 큰 충격에 빠진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유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유나, 진짜야?"
진지한 표정.
진지한 얼굴.
좀처럼 볼 수 없는 그의 '화난' 얼굴에 나는 배가 큥큥거렸다.
"무,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뭐가 진짜냐는 거죠?"
어느새 히드라가 쏙 들어가고 유나가 밖으로 나왔다.
유나의 목소리는 떨리고, 초점도 흔들렸다.
그리고 나는 유나의 반응을 통해, 이 깜찍한 이들의 앙큼한 계획을 확신했다.
"히드라, 당신은 쇼타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애초에 히드라가 나왔는데 유나가 히드라를 억누르듯 뛰쳐나온 것 자체가 증거였다.
"당신…아주 지독하네요."
"...간단한 이치야."
히드라는 나를, 그리고 그를 번갈아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현재가 안 된다면 미래를 노린다. 아주 간단하지?"
"그래서 쇼타를 낳기로 한 건가요?"
"...흐흐, 흐흐흐."
히드라는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듯 웃기 시작했다.
머리칼 사이로 보인 유나의 얼굴은 뱀처럼 간사하게 보였다.
"들켰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 내가 유나에게 부탁했어."
히드라는 한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시안 군...아니 당신의 아이를 임신해달라고. 그러면 내가 네 아들이든 딸이든 둘 중 하나로 나오겠지. 세계의 운명력에 의해 높은 확률로 딸이 나오겠지만...그래도 괜찮아."
히드라의, 유나의 눈동자는 희열과 광기로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로 태어나면 내가 쇼타가 되면 되고, 여자로 태어나면 내가 쇼타의 엄마가 되면 돼."
그랬다.
유나가 히드라를 낳고, 히드라가 아들을 낳는다.
그러면 그녀에게 가장 이상적이고 잘생기고 말 잘 듣는 아들이 생겨날 것이다.
히드라가 남자로 태어난다면 극도의 나르시스트가 될 것이고, 히드라가 여자로 태어난다면 이상적인 아들을 낳으려고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히드라는 내 피가 흐르는 나의 아들, 또는 손자를 만날 수 있다.
"약간 욕심이 있었다면 유나를 낳고 싶기도 했지만...그 정도로 내가 염치가 없지는 않아. 그러니까 물어볼게요."
유나는, 히드라는 담담한 얼굴로 그에게 웃으며 물었다.
"딸이 좋아요, 아니면 아들이 좋아요?"
"......."
"푸흐흐, 그건 당연한 거 아니예요?"
나는 그의 팔을 붙잡으며 내 배 위에 올렸다.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어요. 당신이 만약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부탁을 하나 하죠."
"부탁?"
"네. 첫째는 히드라. 둘째는...당신과 유나의 '진짜' 자식."
"아...."
유나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어때요? 당신."
"그러면...유나를 두 번 임신시키게 될텐데?"
"괜찮아요!!"
유나는 그에게 달려와 남은 손을 꼭 잡으며 의지를 불태웠다.
"오빠가 원하면 축구팀도 만들 수 있어요!!"
"......."
"푸흐흐."
지금, 그는 살짝 발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