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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75화 (775/1,497)

〈 775화 〉2부 7장 08 프로젝트-M

하나의 IP가 성공하면 다른 IP로의 확장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데스디나스는 엄청난 성과를 이루어냈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며 수익을 누리고 있다.

게임 내적으로는 스킨을 팔며 호황을 누리고, 게임 외적으로는 관련 굿즈를 팔며 부수적인 수익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본질적인 한계가 명확했다.

'콘솔'게임.

VR기기를 통한 가상현실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콘솔을 통해 접속하는 패키지 게임이라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향해 시대의 마지막 양심이라고 하죠."

남자는 선글라스 같은 안경을 들어올리며 PPT 화면을 가리켰다.

"미연시라는 걸 제외하고도 RPG 게임으로서 완벽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미 작년에 GOTY는 따냈죠."

"없데이트 전이었으니까."

옆에서 이죽거리는 방해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남자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예. 비록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DLC 업데이트로 한풀 꺾이기도 했습니다. 저희의 성공모델을 보고 여러 회사들이 아류작들을 찍어내고 있으며, 이번 '모델링 사태'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위기 의식.

"이런 때야말로 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내세울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기에 대한 전환.

"시즌 초부터 준비해둔 외연 확장의 두 번째 발걸음. 19금 IP로 시작했지만, 이제 새로운 길로 나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남자는 다음 화면으로 넘겼다.

그러자 마치 게임 속 트레일러 영상과도 같은 화면이 흘러나왔다.

키에에엑!!

데스디나스 후반부에서나 볼 법한 괴수들이 바퀴벌레처럼 들끓는다.

땅을 달려오는 마수들은 차고 넘치며, 그들은 중세 시대에서나 볼 법한 하얀 백악의 성벽을 넘어오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성벽의 위.

성벽 정문 위에 선 백발의 소녀는 하늘을 향해 높이 손을 뻗었다.

소녀의 손으로부터 하얀 냉기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고, 냉기는 마수들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학살.

압도적인 이능력을 보인 소녀의 얼굴 위로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우고, 소녀는 절망하듯 눈을 감았다.

[...지휘관,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나긋나긋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그것은 분명 데스디나스의 히로인 중 누구도 아니었다.

분명히 석하랑을 닮았지만, 석하랑은 아닌 여자.

만약 석하랑 루트를 플레이하고 진지하게 '광검 허윤환'의 과거 스토리를 봤다면 귀에 익을 목소리.

설야의 루살카.

얼음이 와장창 깨지며, 하얀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을 끝으로 영상은 끝났다.

"...이건 1차 트레일러입니다. 목소리는 석하랑 님으로부터 받은 샘플링으로 변조했죠."

"...과연. 당신들이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짰는지 알겠습니다."

PPT의 정면, 머리칼을 붉게 물들인 남자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괜찮습니까? 막말로 이런 개쩌는 트레일러를 보여주고, 정작 그 뒤에 한 글자만 붙은 것으로 사람들의 충성도와 관심을 박살낸 전례가 있습니다."

"압니다. 그러니 더욱 조심해야지요."

데스디나스-M.

M이란 과연 무엇을 지칭하는 말인가.

게이머라면, 그리고 설령 그쪽에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단어.

"이렇게 해놓고 스마트폰 가챠 게임이다? 주가가 폭락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게임.

심지어 그 사업의 베이스는 IP기반 게임이지만 게임성은 좋지 않다고 악명높은 게임에서 따왔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강력한 미끼를 던져야지요."

남자는 PPT의 다음 장면을 넘겼다.

"불사조는 부활하는 법."

그곳에는 누군가의 서명이 들어간 '계약서'가 분명히 남아있었다.

"하신라 님께서 동의하셨고, 석하랑 님도 동의하셨습니다. 이분들의 모델링은 2D화 작업을 거쳐 게임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한 가지 물어보도록 하지."

남자는 다소 떫은 얼굴로 PPT 뒷장을 넘겼다.

"그 또라이의 반응은 어떤가?"

"그거라면 걱정마시길. 아주 효과적인 인질을 잡았고, 최고의 협상가가 지금 그 또라이를 상대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딸칵.

PPT의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자, 그곳에는 푸른 머리칼의 여인이 드레스 차림으로 앉아있었다.

"훗날 PVP 1등에게만 주어지는 유니크 등급의 일러스트입니다."

"잠깐. 그건 안 되지. 그랬다가는 다른 이들의 불평을 들을 수 있어."

"당연하죠. 하지만 이 일러스트를 누르면...."

딸칵.

여인의 드레스는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알몸이 되었고, 의자라고 생각했던 건 금태양이었다.

"저거, 그 또라이 아닌가?"

"맞습니다. 머리색을 바꾸고 피부도 좀 태워놨지요. PVP 1등한 자에게만 보여주는 아주 특별한 일러스트입니다. 유출사고가 일어나면...누군가가 푸흐흐하면서 놈을 태워버리겠지요."

"...검은 실루엣만 보여줘도 다들 자지러지겠군."

남자는 도장을 들어올렸다.

"좋아. 주가가 박살나든 말든 일단 해보자고. 어차피 회장님 지시니까."

쾅.

"몇 달 만에 조단위로 돈을 긁어모으던 가챠 게임도 있던데, 우리라고 안 될 건 없지."

마침 가챠 캐릭터로 활용할 수 있는 존재는 무궁무진하다.

"E급 이유나, D급 이유나, C급 이유나, B급 이유나, A급 이유나, S급 이유나, SS급 이유나, 그리고...SSS급 이유나."

어둠 속, 남자의 눈에는 황금빛의 물욕이 반짝이고 있었다.

"SSS급 이유나는 또 7개 버전으로 판매할 수 있겠어."

* * *

"저, 이 게임 안 할래요."

신라는 다소 단호한 얼굴로 패키지를 가리켰다.

"이거 나오기 전까지 숨참고 존버하려고 했는데 나와버렸으니 안되겠어요. 저 이것도 하고 싶어졌어요."

"아직 안 나왔잖아."

나는 유나와 집으로 돌아왔고, 바로 신라에게 유나가 말한 게임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자 그녀는 게임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많이 보였다.

"그래봐야 폰게임 밖에 더 되나...?"

석하랑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녀의 관심사에 게임은 없었기에, 휴대폰으로 하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

"스토리가 중요하다고요!"

하지만 신라는 게임, 그러니까 게임의 시놉시스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테라가 승리하는 스토리라니. 흐으.... 눈물날 것 같아요."

"...야 와 이라는데?"

"거의 나라를 되찾은 기쁨 수준이지."

신라는 성주로부터 테라를, 고향을 잃었다.

그런데 고향을 되찾는 모습을 인게임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격이겠는가.

그리고 게임에 관심이 생기는 건 나 또한 마찬가지.

"유나야. 게임에...신라가 진짜 나오는 거 맞지?"

"당연하죠. 설정이 그런 걸요."

태양 신ㅡ라.

그런 존재로서, 신라는 공식적으로 전면에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창염의 피닉스가 아닌 신라로서 모습을 선보이게 되었고,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게임은 '15세 이용가'로서 발매하게 되었다.

즉, 신라의 2D 이미지가 널리 퍼지는 경우는 있어도 떡씬이 있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이제, 모두가 신라의 아름다운 여신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야짤 생기면 어쩌지."

"연예인도 딥페이크 영상 나오는 세상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잡으면...전부 몰래 태워버리겠지만. 푸흐흐."

신라는 내 허리를 쿡쿡 찌르며 웃었다.

"이제 이것도 해야겠네요?"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게임에 집중하셔야 될텐데, 집안일 하기 귀찮으시죠? 제가 해드릴게요."

"와! 사랑해요, 유나."

신라는 유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부비적거렸다.

유나는 신라를 토닥이며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었다.

"설마 집안일로 공략해들어올 줄이야...."

석하랑은 유나의 방문에 떫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 또한 유나가 보여준 기적과도 같은 집안일에 매료되어버리고 말았다.

편안함.

유나가 집에서 모든 일을 다 처리해주니, 집안일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물론 신라나 하랑이나 나나 기본적으로 서로 역할분담으로 나눠서 할 건 다 했지만, 유나가 하루만에 보여준 가사 활동은 유나가 무조건 이 집에 있어야 하게 만들었다.

"...편하긴 하네."

신라나 석하랑과 달리, 내가 무척이나 편했다.

마력없이 살아가는 존재.

그리고 이능력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존재.

당연히 삶에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달랐고, 나는 간혹 부럽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유나는 보통 사람의 관점에서 집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실제로 유나는 내가 불편을 느낄만한-혹은 느끼고 있던 것들을 단숨에 해결했다.

"헤으응, 유나 마망. 섹스해주세요."

"오빠가 먼져 해주시면요."

신라는 유나를 마망이라고 부르며 보비려고 껄떡거리기 시작했고, 유나는 단호하게 화살을 내게 돌렸다.

"그건 이제 안통한다. 석하랑이 먼저 시도했어."

"부우."

한 번 당한 패턴에 공략당할 수 없다.

유나가 아무리 진심이라고 하더라도, 안에 있는 히드라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임신공격은 석하랑이 먼저 시도했다.

"내게 임신공격은 통하지 않아."

"그래서 패턴 바꿔왔잖아요. 자, 오빠. 여기 누워보세요."

유나는 소파에 무릎을 꿇고 앉아 허벅지를 두드렸다.

치마를 입고 맨 허벅지를 두드린다?

"...뭘 할려고?"

"귀청소 해드릴게요."

"......."

생각해보니 귀청소는 받아본 적이 없다.

그리고 유나가 귀청소라는 발언을 한 순간, 신라와 석하랑은 입술을 깨물며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저, 저저.... 나도 안 해본 걸...!"

"침대에서 귀를 빨아준 적은 있어도 귀 청소는 해준 적이 없는데.... 와, 미쳤다. 왜 생각을 못했지?"

"......."

귀는 상당히 민감한 곳이다.

그리고 둘에게 맡겼다가는 괜히 고막이 찢어질 수 있다.

톡톡.

"......."

일단 누워볼까.

나는 소파에 앉은 유나의 허벅지에 머리를 옆으로 뉘였다.

사락, 사락.

플라스틱으로 된 부드러운 면봉이 들어와 내 귀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

졸리다.

편안하다.

좆이 빨리는 쾌감과는 다른, 뭔가 말끔해지는 듯한 시원함이 전신에 감돌기 시작했다.

"오빠, 반대쪽도 해드릴게요."

나는 유나가 지시하는 대로 고개를 돌렸ㅡ

'아니, 잠깐만.'

유나가 입은 건 미니스커트.

심지어 팬티스타킹도, 스타킹을 신은 것도 아니다.

여기서 고개를 돌리면 눈이 어디로 가야하는 거지?

"어서요."

"그, 그래."

나는 유나가 지시하는 대로 일단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미니스커트 속.

형광등의 빛에 살짝 비친 그녀의 안쪽을.

유나의 팬티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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