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774화 (774/1,497)

〈 774화 〉2부 7장 07 (이유나 삽화있음)

괴인 피닉스의 등장.

처음에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슬슬 하나 둘 헷갈리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생각했던 창염의 피닉스는 원래부터 남자가 아니었을까?

-무슨 개소리야?

-아니 생각해봐. 우리가 바라던 피닉스쨩은 그냥 폰히로인에 불과했던 거 아니냐?

여자라고 생각했던 건 다른 간부들이 여자니까 피닉스도 여자라는 오해고, 피닉스 루트를 없애버린 없데이트는 실은 너희가 너무 많이 찾지 못해서 떠먹여주겠다는 제작사의 의지 아니었을까?

-뭔소리야! 살아스님이 피닉계신다!!

커뮤니티에는 아직 많은 이들이 '창염의 피닉스(암컷)'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좆달린 꼬추랑 비빌려고 그렇게 루트 개방 조건을 찾아다녔다고?!

-피닉스 루트는 살아있어! 곧 돌아올 거라고!

-여자 히로인 16명이 있으니까 남자 1명 정도는 있어도 된다 이거냐? 그러면 안 샀지ㅗㅗ

다른 정령들의 반응이나 불사조의 외형, 그리고 19금 미연시 게임에서 주인공에게 힘을 넘겨주는 캐릭터가 더러운 인남캐일 가능성 따위는 없다는 믿음 등등이 합쳐진 결과였다.

-피닉스 그냥 여캐로 바꾸면 안 됨? 하는 짓 보니까 토쏠려서 좆같은데.

그래서 많은 이들이 창염의 피닉스(암컷)의 자리를 차지해버린 창염의 피닉스(수컷)에 대해 성토하기 시작했다.

-이 새키 딱 여자들 좋아하는 짓만 하게 해놨네ㅋㅋㅋㅋ

-제작사가 여성플레이어들의 따뜻한 젖꼭지를 빨려고 안달이 난 거지.

-님들 피닉스 조심하셈ㅋㅋ 히로인들 NTR 각임ㅋㅋㅋ

바야흐로 청태양의 등장이었다.

피닉스가 여자를 여럿 후리고 다니는 모습이 아니꼬와지기 시작했다.

피닉스는 비록 모습은 갑주괴인의 형태이나, 그 행동은 서-윗하기 짝이 없는 소위 훈남이었다.

그런 존재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도 아니고 엄밀히 따지면 '히로인'으로서, 주인공과 썸을 타는 캐릭터로 존재한다?

-꼬추달린 새끼가 여자랑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는 짓 봐라ㅉㅉ

-얼굴 생긴 것도 기생오래비같이 생겼을 듯?

-프로 게이 메이커ㅋㅋ

많은 플레이어들-특히 남성들은 피닉스에 대한 성토를 이어나갔다.

-여자 있을 때만 멋부리는 놈일 듯.

-님들도 그렇잖아요

-그건 맞지만 게임 속 캐릭터가 그런 걸 보고 싶지 않다고!!

-사실 님이 피닉스가 안 돼서 그런 거 아님?ㅋ

-내가 왜 내가 아니라 피닉스가 내 최애랑 꽁냥대는 걸 봐야하는 건데에에에에에에에

남자들은 99%가 피닉스 루트를 포기했다.

괴인 피닉스가 여성 지휘관일 때만 열린다는 소식에 수집율 100%를 노리는 많은 이들이 피를 토했고, 이들은 결국 두 가지 길을 선택해야만했다.

하나는 여성 플레이어들이 피닉스와 꽁냥대는 모습을 보는 걸로 플레이를 대체하거나.

또 하나는 주변에 아는 여자 지인을 데려와서 플레이를 하게 만들거나.

-하아앙! 피닉스 님의 불꽃자지 갱쟝해여어어엇----!

그리고 그들은 복잡한 얼굴로 방송을 봐야만 했다.

- 씨발, 존잘일 듯...!

- 님들! 이건 섹시가 아니예요. 쎅쓰 그 자체라고요.

- 자지 뭐야....

유팬보를 위시한 수많은 여성 방송인, 여성 게이머, 그리고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여성 게이머들이 피닉스와 물고 빠는 걸 지켜보기만 해야했다.

간접 NTR.

그들은 자신들의 최애캐, 또는 최애 방송인이 피닉스와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보며 울분을 삭였다.

그리고 여기에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하나 있었으니.

-피닉스 새끼 때문에 전여친이 된 여친이 이별통보함.

피닉스로 인해 커플이 깨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크게 일파만파 퍼진 이 불쌍한 이의 사연은 전 커뮤니티의 남자들을 대동단결하게 만들었다.

-여친이 피닉스랑 가상현실로 떡친 것도 좆같은데, 나중에 얘가 나랑 할 때 그러더라

-오빠보다 피닉스 자지가 더 좋은 것 같아

-씨발 가상현실 꼬추새끼한테 NTR 당하고 차임ㅋㅋㅋㅋㅋ

-씨발.... 좆나 크더라 개새끼

-전여친 지금도 피닉스랑 떡치고 있을 듯.

폰태양에게_여친빼앗긴_썰푼다.txt.

현실의 남자도 아니고 게임 속 캐릭터에게 그만 여자친구를 빼앗기고 말았다.

가상현실을 통한 섹스가 아무리 현실감이 뛰어나다고 해도 현실만 하겠는가?

피닉스는 가능했다.

아직 섹스의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여자가 피닉스와의 가상섹스를 통해 처녀빗치가 되는 게 아니냐 하는 일각의 우려가 있을 정도로, 피닉스의 섹스는 대단했다.

정말로 다행히, 이 불쌍한 이의 우울함에 대해 많은 이들은 'ㅋ'만 치며 넘어갔다.

-여친이 데스디나스 했다고요? 어쩌다가 하게 된 거예요?

-피닉스 도전과제 깨려고 여친한테 플레이시킴

-ㅉ

자업자득.

ㄴ오....괴인 초대남....

ㄴ여친한테 플레이 시켜준 멍청이ㅋ

ㄴ그는 자신에게 보내진 8mm 비디오를 보며 섰다.

ㄴ호에엥 전남친이 닿지 않던 곳까지 들어와버렷ㅡㅡㅡ!

ㄴㄴ이 시ㅂ

아무튼.

이전까지 가상현실 게임, 특히 푸른 하늘의 데스디나스는 남성 플레이어들의 전유물 같은 것이었다.

그게 '피닉스'라는 단 한 명으로 인해 여성 플레이어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고, 피닉스가 인기를 끌게 되며 기존 플레이어들은 큰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너무 여성을 위한 캐릭터를 만든 게 아니냐?

라고 사람들이 성토를 하기 시작했다.

제작사는 이에 대해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존재를 끌어냈다.

[네? 피닉스요? 저는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너무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이유나라는 존재에 대해 스트리머 이유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거 피닉스 씨...그러니까 P님이라고 할게요. 신체 모델링이 된 분이랑 똑같이 만든 거예요. 뭐, 실제로 똑같냐고 하면 의문이기는 하지만.]

충격.

P의 실존.

[캐릭터들 대부분이 체형만 모델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 같은 것도 모델링으로 사용되거든요? P님도 마찬가지예요. 어...그 분이 인게임 캐릭터로 만들어질 때, 딱 하나 없앴다고 하더라고요.]

실존인물에서 단 하나의 요소만 제거한 것이 인게임 속 창염의 피닉스(수컷)이라더라.

[아내에 대한 사랑.]

누군가와 결혼하기 전의 P.

아니,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게 우리 남자죠. 푸흐흐."

신라는 빈백 위에 누워 실실 웃었다.

"인게임의 피닉스...그러니까 남캐 피닉스를 만들 때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00년에 빙의한 시점부터 20년까지 보인 성향과 성격을 모두 긁어모아서 빅-데이터를 모았다고."

"그...네 안에서 너랑 있었던 시간 말하는 거가?"

"네. 제법 긴 시간이었지만...뭐, 안에서 한 거라고는 사랑을 나눈 것 말고는 딱히."

신라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아무튼 창염의 피닉스는 그가 20년의 지구에서 보인 면모가 가장 짙게 남아있어요. 단지 하나가 누락되었을 뿐."

"우리에 대한 사랑?"

"정확히는 '저'에 대한 사랑이죠. 당시의 그는...지독한 순애파였으니까요. 김펜릴이 민초 없으면 못사는 것처럼, 그는 순애에 미쳐있었죠."

"은근슬쩍 그 순애가 지한테 간다고 자랑하는 거 봐라?"

"그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피닉스가 외부로 유통...어...다른 여자들이랑 놀아나도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신라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를 사랑하지 않는 '그'는 제가 사랑하는 남자가 아니니까. 제 루트를 안 타고 다른 여자로 갈아타기 했는데 제가 사랑하고 신경쓰고 케어할 이유는 없잖아요?"

"나한테 환승했는데?"

"그건 환승이 아니죠. 선 넘네...?"

"농담 한 번 해봤다."

그리하여.

여자들의 워너비, 가장 이상적인 남자친구 상으로 어느덧 1순위가 되어버린 게임 속 캐릭터는 다름 아닌 '피닉스'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정작 그의 실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채.

* * *

"...이해는 안 되지만 그렇다니까 알아들을게. 그래, 네가 나한테 반했다는 건 알았다 이거야."

나는 유나와 맞잡은 손을 놓았다.

"하지만 네가 나한테 반했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반할 이유는 없어."

"......."

매정하지만 딱 잘라야 한다.

나는 이미 두 명이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늘어난다면?

그 때는 진짜로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유나 이후로 누군가가 분명히 더 나타날 것이며, 나를 하렘의 길로 타락시키려는 유혹의 손길은 점차 나를 다른 길로 잡아끌 것이다.

내 인생에 있어 오직 신라 하나 뿐인 세상이 신라를 비롯한 여러 여인들이 담기게 되는 셈.

'그건 안 돼.'

내 마음에는 오직 신라 뿐이다.

하랑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당장 신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지 않으면 석하랑이 비집고 들어온 문틈 사이로 유나가 슬쩍 발을 들일 것 같아서 무섭다.

히드라의 추진력을 가진 이유나?

절대로 못 막는다.

'하렘, 멈춰!'

나는 스스로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었다.

석하랑까지는 인정이라고 할지라도, 이제 더는 안 된다.

"다 마셨네. 이제 슬슬 일어나자."

"대화를 끝내고 싶어하시는 것 같네요."

"...그렇다기보다는, 슬슬 밥 먹을 때가 되어서 그런 거야."

어느덧 시간은 점심시간.

"집에가서 밥 해야해."

"밥이요? 오빠가 하는 거예요?"

"그럼. 하랑이야 집안일과는 관련이 멀고, 신라는 불타입이라 부엌에서 물 만지면 안 돼."

"...그게 뭐예요. 참."

유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가 박수를 크게 쳤다.

"오빠, 그러면 제가 오빠에게 정말 좋은 제안을 할게요."

"어디 한 번 해봐."

갑은 나다.

유나 스스로 나를 공략하겠다고 한 만큼, 이제 공은 유나의 몫이다.

"오빠, 저기 잠깐 와보실래요?"

"...뭔데 저거."

유나는 매장 한 쪽에 있는 전자매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여러 사람들이 리클라이너 의자에 누워 VR기기를 낀 채 누워있었다.

최신형 기기 체험.

이번에 새로 나온다는 업그레이드 버전 기기라고 하더라.

"오빠, 저거 필요하지 않으세요?"

"필요하긴 한데, 내가 사면 돼. 나 돈 많아."

2천억은 껌값이 아니다.

비록 그 중 일부가 많이 사용되었다고 하지만, 내게는 아직 어느정도 많은 돈이 남아있다.

"돈은 많지만 시간이 없잖아요."

"...응?"

"밥 준비하랴, 빨래하랴, 이것 저것 손에 물 묻히고 하시느라 바쁘시죠?"

유나는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집안일은 제가 할테니까, 오빠는 하고 싶은 거 하세요."

"너...."

"한 달. 딱 한 달만 같이 지내봐요, 우리."

유나는 내 손을 다시 맞잡으며 웃었다.

"오빠, 그거 아세요? 이번에 데스디나스 IP로 신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모바일로."

"......뭐?"

"수집형 가챠 게임인데, PVP가 있다고 하던데요? 서버 랭킹 1위 보상으로...특전 일러스트 하나 제공."

"......그거, 페이 투 윈이야 아니면 시간만 박으면 이기는 거야?"

"글쎄요. 그건 게임이 발매되고 난 뒤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오빠, 게임할 시간 필요하지 않아요?"

유나는 내가 가장 아쉬운 점을 찌르고 들어왔다.

"살림은 제가 다 할게요. 오빠는 게임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

유나는 역시 여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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