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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67화 (767/1,497)

〈 767화 〉2부 6장 30

유나팬티보라색-이하 유팬보는 오늘도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유나의 짤을 모으고 있었다.

석하랑 모델링 말소 사태.

그 이후, 석하랑의 인기는 급락했다.

히로인 인기 순위를 따지면 거의 매번 3위권에 안착했던 그녀는 어느새 10위권 아래로 추락했을 정도로 인기가 떨어졌다.

-하랑이와의 추억이...사라졌어....

데이터는 일괄 삭제되었다.

정확히는 기존에 알고 있던 슬랜더 미녀의 데이터가 삭제되고, 그곳에는 김누리만큼 작은 백발 꼬맹이가 자리잡게 되었다.

-나의 석하랑은 이렇지 않아!!

-오히려 좋아.

-뭐?

-페도하랑 하악하악.

...몇몇 특정 취향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아 인기가 바닥으로 처박히는 건 막았지만, 그래도 원래 인기가 높았던 히로인이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게임 내적 요인에 따라 증발한 건 크나큰 이슈였다.

[석하랑 실종?! 현상금 2천억!]

[안녕하세요 큥큥TV입니다. 오늘은....]

[현실 석하랑이랑 만난 썰 푼다.]

온갖 사이버 렉카들이 몰려와 석하랑 이슈를 선점하고, 사람들은 시국에 맞추어 전광판을 단 트럭을 본사 앞에 보내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그들의 동력은 금방 묻힐 수밖에 없었다.

[석하랑의 모델이 되신 분이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예정이라, 저희는 소속 크리에이터를 보호하고자 결정을 내렸습니다.]

석하랑은 실존한다!

정확히는 석하랑의 모습과 똑같이 생긴 여인이 존재한다.

그녀는 석하랑의 신체 데이터를 제공했고, 결혼과 임신 예정이라는 이유로 모델링 계약을 끝내게 되었다.

회사는 환불 신청을 하는 자들에게 100시간 미만 플레이의 경우 50% 환불을, 그리고 석하랑 관련 스킨에 대해서는 신청시 전액 환불을 제공했다.

-1000시간 넘게 플레이한 놈들이 환불해달라고 하는 거 아니꼽다.

-저 놈들 분명 로리하랑이랑 신나게 떡치고 환불각 잡는 거임. 내가 봄.

-로하랑을 두고 환불해? ㅋㅋㅋㅋ네가 로하랑이랑 안 자봐서 모르지....

금전적인 보상도 철저하게 이루어지니, 남은 건 내가 알던 석하랑이 사라졌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사람과 그들이 불타는 것을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의 충돌이었다.

-하랑이 커미션 받으시나요?

-어...어느 하랑이 말씀하시는 거죠?

-원래 하랑이요!

-그거 그리면 저 고소 먹어요. 죄송합니다...ㅠㅠ

춘화 금지!

- 하랑이 MMD 떴다아아아!!

- 로하랑 가져와!!

- 동영상 삭제되었다는데?? 뭐임???

- 칼삭제.

동영상 금지!

- 이번 이슈로 조회수 빨아먹었으니까, 이제 가지고 있던 석하랑 야짤을 뿌리면 되는 건가? 흐흐흐. 뭐? 공유? 에이, 그러다 나 잡혀가지. 보여줘? 짧게만? 내가 하랑이랑...뭐야, 씨발? 나 PDF로 저장했는데?

심지어 파일들은 실시간으로 해킹을 당해 삭제되었다.

인터넷 상의 석하랑 자료가 99% 증발했다.

배후가 누구인지 뻔히 알지만 물증은 없었고, 결국 모두가 석하랑 교체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며 애도했다.

- 님들 저 석하랑 그려왔어요!!

- RIP

- 큥큥

- 여기다가 육개장 끓이지 말라고!!

새롭게 로하랑으로 교체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몇몇 석하랑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로하랑의 글마다 조문을 다니며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 요즘 석하랑으로 뇌절하는 거 나만 같잖냐?

- ㅇㅇ 나도 그럼

- 로하랑이 진리인 것을 모르는 꼴앗못 새기들 때문에 잠을 못 잠.

- 페도 꺼져

석하랑 말소 쇼크.

데스디나스 관련 커뮤니티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혼돈에 빠지게 되었고, 이는 역설적으로 다른 히로인들의 짤들에 대한 광적인 수집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우리 누리 죽기 전에 모아둬야해!

-누구 유하 본체 짤 있는 사람 있어요?

-커미션 받습니다. 19금 위험수당은 20만원 추가예요.

커뮤니티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통보로 석하랑이 삭제되었으니, 언제 자신이 1픽으로 애지중지하는 히로인이 증발할 지 모르는 상황.

"유나야...너는 꼭 살아남아야한다."

유팬보는 유나의 짤을 모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다.

"아아, 유하."

그리고 자신 또한 나름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트리머가 되었기에,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방송을 켜고 시청자들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응? 평소보다 적은데? 나 이제 벌써 단물 다 빨린 거야?"

최초로 피닉스(남)과 동료가 된 스트리머.

그 타이틀로 많이 우려먹었으니 인기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시청자 수가 반토막 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유팬보 님, 지금 다른 방 난리났어요

-석하랑 부활함

-서카랑! 서카랑! 서카랑!

"...하랑쟝이 부활했다고?"

유팬보는 급히 커뮤니티, 아니 스트리밍 사이트를 뒤졌다.

그리고 가장 첫 페이지.

"어우, 미쳤다."

그곳에는 '청화단 지구지부'라는 채널로, 백발의 미녀가 방송을 하고 있었다.

사람은 아니다.

VR 미소녀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던 석하랑이 그곳에 있었다.

"오늘 방송 컨텐츠는 도방입니다."

모두가 'ㅋ'과 '인정'을 외치는 상황.

유팬보는 악질 시청자에 빙의해 석하랑의 방에 들어갔다.

[뭐라고요? 사투리 써달라고? 싫은데여.]

그곳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석하랑을 괴롭히고 있었다.

[저는 서울말 쓰는 교양있는 여자인데요.]

-억양ㅋㅋㅋㅋㅋ

-마! 부싼이 부끄럽나!

-하랑이 트레이드 마크, 해줘.

[...단체로 도랐나.]

오오오오오오오오

대규모 광기의 현장이었다.

모두가 실성한 사람 마냥 석하랑의 발언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기뻐했다.

[...크흠, 아무튼 미안한 건 미안합니다. 내가 모델링을 제공하면서 최대한 아끼려고 했는데, 슬슬 애기 낳을 준비하니까 시부모님이 뭐라 하더라고요.]

석하랑의 발언 하나하나는 충격에 가까웠다.

[전자창녀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채팅창은 다들 안타까워하지만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것이다.

유팬보 또한 공감했다.

미연시에서 여자 성우가 범해지는 연기를 하는 것과는 다르다.

아무리 게임이라고 하지만, 가상 현실 속 존재라고 하지만 AV를 찍은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여러분들에게서 모델링을 빼앗아 간 것도 미안하고 또 이렇게 얼굴 비추고 나온 것도 미안한데, 그래도 아껴주면 고마울 듯? 내가 석하랑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얘기해도 돼요.]

"석하랑 팬티 무슨색?"

유팬보는 본능적으로 도네이션을 날렸다.

[음….]

석하랑은 인상을 찌푸렸다.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배드 엔딩 루트에서나 볼 법한 신경질적인 모습인 것 같기도 했다.

'혹시 뇌절이었나?'

역시 현실의 인물이 뒤에 있는데도 이렇게 던지는 건 문제가 많은 걸까?

하지만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다.

현실의 석하랑은 과연 무슨 색 팬티를-

[그냥 돌핀팬츠 하나 입고 있는데요.]

충격.

노팬티 선언.

석하랑은 의자에서 일어나 돌핀팬츠 차림을 과시했다.

연분홍색 돌핀팬츠의 너머, 모두의 기억 속에 있는 '그곳'이 이제는 가려져있다는 것에 탄식이 흘렀다.

[돌핀팬츠만 입은 이유요? 그래야 쉽게 옆으로 옮기거나 살짝만 벗고 할 수 있으니까. 이런 말 해도 괜찮냐고요? 19금 걸고 시작했으니까 괜찮은 거 아님?]

"은근 급식이네. 하랑이보다...조금 어린가?"

말투에서 주체할 수 없는 사투리와 젊음이 느껴진다.

마치 누리에게 급식체가 옮은 것 같은 말투에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기억과는 다른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석하랑이 '유부녀'라는 것에 모두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남편은 뭐하는 사람이냐고요? 비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엄청 길었는데...싹둑 썰려나가는 사람들도 엄청 많네요. 다음에는 좀 더 진정된 상태에서 만나요. 유바ㅡ]

삑.

방송이 끝났다.

유팬보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삐빅, 삑.

"...헉."

방송 송출 종료하는 걸 잊고 VR 설정을 끈 걸까?

석하랑의 '실제' 모습이 드러났다.

[어디...이거 종료하고...이거 누르고...아 씨, 드럽게 어렵게 해놨네.]

VR보다 더 현실같은, 현실의 '석하랑'이 뭔가 꼼꼼한 글씨로 적힌 종이를 들고 고민하고 있었다.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오빠야, 갑자기 왜ㅡ]

삑.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 * *

"...어우, 진짜 석하랑인줄."

유팬보는 스트리머 서카랑의 영상을 보고 난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커뮤니티에서는 석하랑이 서카랑으로 환생했다고 기뻐하기도 했고, 서카랑이라는 실존 인물의 등장에 대해 복잡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한 순간.

모델링 필터 보정 캠을 끄고 실사가 보였을 때, 진짜 석하랑이 모션캡쳐로 방송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럴 리가 없지."

여자인 유팬보는 안다.

뽕과 그렇지 않은 가슴의 차이를.

"우리 하랑이가 그렇게 클 리가 없지."

영상 속 서카랑은 컸다.

물론 거유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게임에서 만난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볼륨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하랑이는 없어."

유나와 셋이서 3P를 할 때 얼마나 즐거웠는지.

바이바이, 내 예쁜 하랑아.

너의 빈유는 내가 영원히 기억할-

삐빅.

정체불명의 효과음이 울렸다.

유팬보는 옆에서 자신에게 전해진 메세지에 소름이 돋았다.

-안녕하세요, '유나팬티보라색' 님! 저는 (주)크...의 디렉터 이탁환입니다. 연락을 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씨발, 뭔데? 닉변하라고?"

유팬보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과 불과 얼마전까지 이야기를 나눈 '지휘관좆물받이'라는 닉을 쓰는 이가 강제로 닉이 바뀐 것이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안 돼! 내가 어떻게 얻은 닉인데!'

자신만의 유니크한 닉이며, 나름 하꼬 스트리머에서 중소기업 수준으로 떡상하게 해준 계기가 된 닉이다.

절대 잃을 수 없다.

-담당자 번호는...-1004이며....

"하, 천사?"

유팬보는 바로 스마트폰을 열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주)크...의 담당자입니다!]

"......예?"

이 목소리.

[저기요? 유나팬티보라색 님 맞으신가요?]

"......저기, 아, 네, 그, 제가 맞는데....]

[안녕하세요!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데스디나스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사원이자 성우이자 모델인데요, 이번에 사측에서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선생님을 초대하게 되었어요.]

"그...초대라면 무슨...?"

[보니까 선생님께서 저를 그렇게 좋아해주신다고...헤헷.]

"......."

순간, 소름이 돋았다.

"설마...."

[안녕하세요, 지휘관 님?]

"!!"

[저는 이유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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