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5화 〉2부 6장 28
다시, 인게임.
현실과 마찬가지로 광란의 섹스 파티를 보낸 나는 다른 모텔방에서 지저의 여왕 선겨울, 그리고 다크 레기온의 간부 아지다하카와 셋이서 마주하게 되었다.
"밖에서 남들이 보면 기겁을 하겠네. 지휘관이랑 악의 조직 여간부랑 같이 한 테이블에 앉아있고."
"그러게."
마음 같아서는 편하게 내 말투대로 말하고 싶지만, 일단 인게임인 이상 남성적인 말투를 유지해야한다.
불편하더라도 지금의 지휘관은 '남자'가 근본이니까, 내가 참아야 한다.
"섹스하고 질싸까지 했다면 다들 더 기겁을 하겠는 걸."
"섹파가 되었다는 것도 알면 아주 천지가 뒤집히겠는데?"
정의의 편인 지휘관과 악의 조직 여간부가 배를 맞췄다.
단순히 몸만 섞는 것이 아니라 섹스라는 행위를 통해 동맹을 확인하고, 실적 조작을 통해 긍정적인 관계를 이어나간다.
아지다하카의 목적은 나와의 섹스.
그리고 나의 목적 또한 아지다하카와의 섹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섹스를 하기 편하게 완벽한 계획을 짜냈다.
"정리해보죠. 아지다하카...님은 매지컬 큥큥스에 괴인을 보내고, 지휘관께서는 괴인을 격퇴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지휘관과 악의 여간부 사이의 관계지."
나와 아지다하카가 섹파라는 것만 모두 입을 다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지다하카는 악의 조직 간부로서 활동하고, 지휘관은 다크 레기온을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내가 보유한 S급 괴인이 지구 전체에 거의 수십 명은 되거든? A급 이하까지 말하면 말할 것도 없지. 다만 전부 다 남자들이라서…."
"나랑 한 섹스가 더 좋았어, 아니면 그 놈들이랑 한 섹스가 더 좋았어?"
"당연히 지휘관이 최고지."
아지다하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에 볼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나 또 개처럼 박아줄 거야?"
"우리 실적 높여주면."
"흐흥, 말만 해. 원하는 S급 괴인 보내줄테니까. 대신 이건 진짜로 진지하게 싸우는 거니까…."
아지다하카는 문 밖을 가리켰다.
"내가 괴인들을 이용해서 마법소녀를 납치하면, 너는 내가 마법소녀에게 빙의한 것에 대해 정화를 위한 세뇌 풀기용 섹스를 해야하는 거야. 후후."
"나는 네게 세뇌된 괴인들을 섹스로 해방하는 거고."
"어때, 겨울 양. 완벽한 거래지?"
"...결과적으로 지휘관이랑 아지다하카 님이랑 섹스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
기승전큥이다.
"맞아. 결과적으로 섹스를 하기 위해 대충 이유를 갖다 붙이는 거지."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지휘관 님이야 그렇다쳐도, 당신은 대체 왜…?"
선겨울의 시선은 아직도 내게 엉겨붙어있는 아지다하카를 향했다.
"당신은...지휘관 님을 죽이려고 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나요?"
"맞아. 지금도 그건 변함이 없어. 나는 지휘관의 적이지."
아지다하카는 당당히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적으로서 대외적으로 행동하고 있잖아? 괴인들을 보내고, 주변 동료들을 납치하고 협박하고, 세상을 파멸로 이끌려고 하지."
"물론 섹파가 된 이상 손속에 사정은 두겠지만."
"흐흥, 애들 죽이거나 강간하면 섹스도 못하게 될 테니…. 그건 참아야지. 응, 대신 애들 인질로 삼아서 지휘관 따먹으면 되는 거고."
"여자일 때 박히는 건 별로인데. 보비는 거라면 모를까."
"뭔 소리야? 내가 너랑 레즈같은 짓을 왜 해? 좆이나 세우고 나를 따먹기나 하라고."
"......."
이 년이 보빔강간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까?
'꼭 타락시키는 거예요.'
비록 게임 속 캐릭터에 남자와의 섹스를 좋아하는 게 아지다하카의 기본 설정이지만, 반드시 아지다하카 또한 보빔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흠흠. 아무튼 그래서 얘를 죽이는 건 확정이야. 단지 그 때가 지금은 아니라는 거지."
"지금이 아니라면 도대체 언제…?"
"글쎄. 지휘관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운석이라도 떨어지는 날이 아닐까? 지구 멸망의 날이 되는 셈이지."
"...그건 절대로 안 돼요."
선겨울은 주먹을 말아쥐며 선언했다.
"제가 그걸 막을 거예요. 이 나라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결코 모두 죽지 않게. 서울의 지하에 사는 사람들에게도...빛이 닿을 수 있게."
"그래, 그래. 하지만 이제 힘도 권위도 없는 지저 여왕이 무슨 수로 멸망을 막겠다는 거지?"
아지다하카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큐브.
"...돌려주세요."
"미친 소리. 이걸 돌려줘? 개소리하지마. 이건 이제 내 거야."
아지다하카는 큐브를 만지작거리며 선겨울을 비웃었다.
선겨울은 불만이 가득해보였으나, 함부로 아지다하카에게 육탄 공격을 감행하지도 못했다.
큐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는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 진짜로 큐브의 주인이었을 줄은.'
큐브를 지키던 수호자인 촉수꺼비가 괴인이 된 배경에는 '큐브를 사용하는 누군가'라는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그에게 큐브를 이용해 죽은 천가을을 되살리라고 했던 것처럼, 누군가가 촉수꺼비부터 큐브를 얻어 힘의 원천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게 DLC 히로인, 선겨울이었을 뿐.
"큐브를 돌려받고 싶으면 힘으로 얻어내. 그래...지휘관에게 부탁이라도 해보는 건 어때?"
"선겨울이 내게 부탁하고 내가 너한테 부탁한다고 해도 들어줄 것도 아니잖아."
"그건 당연하지. 아무리 섹파라도 이건 안 돼. 다른 여자랑 섹스할 생각하지 말고 오직 나한테만 복종하는 생체 딜도가 되기를 맹약하는 게 아니라면, 큐브는 못 줘."
당연한 말이다.
당장 아지다하카가 큐브를 이용해 나를 생체 딜도로 만들지 않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대머리조차 머리에 머리칼을 새롭게 나게 하는 물건으로, 그만큼 큐브에는 무한한 힘이 있다.
그걸 그냥 달라는 건 분명 불가능한 일이었다.
"큐브를 가지고 싶다면 힘으로 빼앗아 봐. 큐브 없으면 고작 C급 이능력자인 네가 뭘 할 수 있지? 후후."
"......지휘관에게 몸을 대줄 수 있죠."
선겨울의 말에 아지다하카는 표정이 굳었다.
"당신이 가져간 큐브는 서울의 재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에요. 아니, 이곳의 괴인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죠."
"그럴 리가. 한 번 괴인이 된 사람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어."
"...그런 사람이 있다면?"
"거짓말 하지마."
이건 나도 조금 놀랍다.
'창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큐브의 힘으로 괴인에서 사람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믿기 힘들다.
다른 건 몰라도 '큐브'가 그런 일을 했다고 믿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선겨울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DLC의 힘?'
DLC 업데이트를 통해 큐브에 괴인의 인간화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충분히 그럴듯한 말이다.
기존의 바닐라 스토리의 진행자라고 할 수 있는 아지다하카가 모르는 것도, 내가 아는 큐브의 힘과 다른 것도 다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애초에 여기의 피닉스는 TS빔을 쏘는데 큐브를 썼으니.'
이계신의 심장 파편?
이미 큐브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펜릴이 큐브를 민초메이커로 만들어버린 것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빈 통에 큐브를 밀어넣으면 하프갤런 민트초코가 생성되니, DLC 큐브의 힘을 이용하면 괴인이 사람으로 돌아온다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
"그냥 돌아온다는 건 아닐텐데."
"......."
내 지적에 선겨울은 침묵했다.
"큐브가 그냥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건 아닐 거란 말이지. 죽은 자를 살려내는 것도 그냥 살리지는 않아. 심장이 뻥 뚫린 걸 살려낼 수는 있지만, 등에 아홉 개의 촉수를 달고 살아나는 반대 급부가 있을 지도 모르지."
2020년의 이야기다.
"괴인이 인간으로 돌아오는 조건은 뭐지?"
"그, 그게…."
"어디 다른데 말하지 않을테니까 말해봐. 뭔가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텐데?"
"...가 돼요."
선겨울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괴인이 풀리는 대신, 어린아이 체형의 여자가 되어버려요."
"......끔찍한 걸."
아지다하카마저 질색을 했다.
나는 그 원인을 깨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곽영희네.'
흑화단에 함유되어있는 청화단의 스토리.
그곳에는 '합법 로리'가 되어버린 흑염룡 곽용우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실려있었을 것이다.
그 또한 괴인에서 괴수에서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되돌아갔으나, 그는 여아의 몸으로 지내야했다.
"저는...서울 사람들을 구해야 해요. 만약 괴인들이 괴인의 모습 때문에 배척받게 된다면...큐브의 힘을 써서라도 괴인들을 사람들로 만들겠어요."
"설령 합법로리가 된다고 해도?"
"...괴인의 삶보다, 차라리 출산율에 기여할 수 있는 여인이 더 낳...아니 좋지 않을까요?"
"......."
선겨울, 그녀는 선의철의 딸이 분명했다.
* * *
"쟤도 보통이 아니다냥. 유나, 너는 어떻게 생각하냥?"
"저는 지휘관 님이 원하시는 대로 할 거예요."
"세상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해도?"
"실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괴인을 물리치고 세상에 평화을 가져오는 일이잖아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펜릴과 유나는 아지다하카와 선겨울의 입장에 대해 내게 있어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저희는 괴인을 잡고, 아지다하카 씨는 지휘관 님과의 섹스를 통해 성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요?"
"그러면 유나랑 지휘관이랑 할 시간이 줄어드는 거 아니냥?"
"그건 걱정없어요. 지휘관 님께서 저를 하루에 한 번은 꼭 안에 사정해주실테니까. 그렇죠?"
"그건 그렇지."
아직 유나의 레벨, 아니 마력은 99를 찍지 못했다.
그러니 매일같이 안에 사정하고 또 사정해야하고, 마력 상승이 아니더라도 유나의 욕구 충족을 위해서라도 안에 더 싸줘야했다.
"그리고 만약에 아지다하카가 마법소녀 중 누군가를 납치한다고 하면...제가 납치당하면 돼요."
유나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베시시 웃었다.
"아지다하카가 아무 여자에 빙의해서 살을 섞게 만들 바에는 차라리 제가 대신 지휘관 님께 따먹힐 게요. 다른 남자 말고."
"유나야, 너…."
"걱정마세요. 다 잘 될 거예요. 펜릴도 잘 도와주세요."
끼이익.
창문이 열렸다.
밖에는 아지다하카가 우리의 '실적'을 위해 불러온 괴인들이 바글바글했다.
"지휘관 님. 가실까요?"
"그래. ...유나야, 밑에 가서 애들 불러와. 지금부터...우리는 서울을 탈출한다."
이른바 선겨울 구출 작전.
내가 아지다하카로부터 납치 당한 선겨울을 데리고 마법소녀들이 지하를 통해 탈출하는 것.
그게 이번 모텔삼자회담의 진실을 숨기기 위한 계책이었다.
"준비 다 됐어?"
뒤에서 아지다하카가 나타나 싱글벙글 웃었다.
"유나 양. 이번에 내가 부리는 괴인들에게 누구 하나 인질로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제가 당신에게 인질로 잡혀서, 당신이 빙의된 상태로 지휘관님에게 강간질싸를 당한다."
"그래. 정답이야."
아지다하카는 키득거리며 자신의 하복부를 가리켰다.
"어디, 내 지배하에 놓인 서울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나 보자고."
와장창.
우리는 선겨울을 데리고 지하로 도망쳤다.
선의철의 눈을 속이기 위해.
세상의 눈을 속이기 위해.
"유나야. 강간 플레이는 신서울 가서 해줄테니까 정신 차려!!"
...아지다하카가 유나의 몸에 빙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선겨울을 구하고, 아무튼 서울 대탈출을 감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