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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55화 (755/1,497)

〈 755화 〉2부 6장 19

인게임.

빠른 진행을 위해 나는 마법소녀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며 지하에 나타나는 좆벌레들과 온갖 괴물들을 쓸어버렸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에서 나타난 건 흑화단의 간부를 자처하는 자.

미스터 텐타클.

'촉수 극혐.'

개인적으로 나는 촉수를 싫어한다.

왜 싫어하냐고 하면, 촉수는 성주를 비롯한 '그들'을 대표하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문어 다리.

수많은 눈.

그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요소들의 극한을 이룬다.

나같은 경우에는 '테라의 멸망'이 생각나서 싫다.

마지막 결전.

가루라, 샐러맨더, 그리고 반딧불이 3명의 화속성 수하와 수십 수백 명의 정령들로 결전을 이루었던 그 인고의 시간.

내가 직접 태워죽인 촉수괴물들의 수만 하더라도 만 단위가 기본적으로 훌쩍 넘어간다.

테라리스트나 테러사이트 같은 촉수 괴수들에 의해 나의 세계가 멸망되는 것을 보았으니, 그에 따른 짜증과 분노가 촉수만 보면 자꾸 샘솟는다.

그래서 나는 촉수를 싫어한다.

천가을의 촉수?

'그건 천가을이니까.'

예쁜 히로인이 촉수를 달고 진지하게 레즈를 노리고 있다면, 그 촉수는 환영이다.

촉수가 달려있다면 그녀에게는 별도의 딜도같은 건 필요 없고, 촉수가 자지가 되면 되니까.

실제로 당시 천가을은 촉수를 자지처럼 진지하게 연구했다.

그가 만약 천가을에게 피닉스로서의 몸을 허락했다면, 그는 아마 촉수에 입보지부터 전신의 모든 구멍이 따먹혔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나를 선택했으니, 그는 청년막을 지킬 수 있었다.

그가 촉수를 달고 나타난다면...그건 생각해볼 일이지만, 적어도 히로인도 아닌 자가 촉수를 달고 있으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하하, 정말 저를 싫어하시는 눈치군요."

"당신의 목적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혐오감이 들지 않을 수 없군요."

"괜찮습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테니."

마스터 텐타클은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선의철에 대한 복수 방법을 밝혔다.

촉수로 능욕한다.

죽은 아내와 딸에 대한 복수라고 하지만, 그 방법이 상당히 뒤틀려있다는 점에서 그가 무엇의 영향을 받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큐브.

촉수꺼비는 큐브에 의해 괴인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은?

"다른 간부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유사시를 대비하여 사방으로 흩어져있습니다."

유사시라.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리고 이들의 계획은 무엇일까.

"...먼저 저희의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여러분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이곳의 현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하여 주십시오."

화륵!

곳곳에 횃불이 붙었다.

"세상에…!"

마법소녀들은 모두 주변의 광경에 놀랐다.

"이건…."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대가 문명으로부터 유리되어 살아간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언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그림 기호로 답을 주고받으며, 찢어진 넝마를 그나마 중요 부위를 가리는데 쓰며, 몸 곳곳에는 괴인이 된 흔적이 가득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그들이 덮는 이불은 괴수로부터 잘라낸 가죽이며, 그들이 든 무기는 괴수의 이빨과 뼈다.

현대인에게 이곳에서 살라고 하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미쳐버릴 것이다.

"현대 문명에서 가장 원시적인 곳. 서울의 지하 왕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의 문명 수준은 가히...철기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하 왕국.

그곳은 정말 고대의 왕국이었다.

"저희는 살아남기 위해 괴수를 씹어먹었습니다. 물은...한강의 지하수를 퍼먹었구요. 그러다 많은 이들이 죽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이 혹독한 서울의 지하에서...괴인이 되었죠."

그곳의 '괴인' 주민들은 거의 야생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었다.

전기는 없다.

식수는 오직 지하를 통해 파낸 '한강'의 물이 끝.

모두, 한 때는 서울이라는 이 나라 최고의 도시에서 살았던 가장 문명화된 이들이었다.

"신서울에서 저희를 부르는 이름이 무엇일지는 모르지만...저희는 자조적으로 지하의 빨갱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흐흐, 진짜 북괴가 되어버렸지요."

괴인들은 쓰게 웃으며 자조했다.

"압니다. 강북의 괴인이지만, 실상은 의미가 다르죠. 선의철에 의해 저희는 존재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고, 이미 주민등록도 말소되었으니."

우리를 부러워하는 눈치를 보였고, 우리를 질투하는 모습을 보였고, 우리를 대놓고 원망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지하에서 흙을 파먹고 지내는 동안, 신서울의 사람들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의 혜택 속에서 살았을테니.

하지만 이들은 정신이 오염되지는 않았다.

피로와 고통에 찌들어있지만, 다들 두 눈에는 어떤 의지가 가득 차있었다.

분노.

복수.

갈망.

"저희는 아주 오랫동안 저희는 구원자를 찾았습니다. 선의철의 압제로부터 저희를 구원해줄 자를."

"당신들은…."

"여기서부터는 제가 나서야겠네요."

저벅, 저벅.

일행의 뒤에 있던 선겨울이 앞으로 나와 촉수꺼비를 등지고 섰다.

"저는 지하의 이런 상황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아버지를 축출하고자 해요."

"선겨울 씨…?"

"조금 부끄럽지만, 저는 흑화단의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신서울에서 빼돌린 물자를...약간이나마 서울에 있는 분들에게 드리고 있죠."

"그마저도 캐리어 수준밖에 안 되서 거의 불가능하지만. 껄껄."

"......."

마법소녀들은 모두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 광경이 불과 수백 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에, 지금까지 무려 10년은 훨씬 넘는 기간동안 일어난 것에, 그리고 차로 고작 2~3시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에서 이런 원시 문명이 펼쳐져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그로 인한 전쟁 난민들의 고통은 잘 와닿지 않는 법이지만, 신서울과 서울이라는 거리감이 체감되는 순간 이들의 고통에 대해 왠지 미안하고 동정심이 생기게 되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 저는 지휘관 이하 히어로 여러분께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여러분들은 흑화단을 쓰러뜨려주세요."

"예? 그게 무슨."

"우리가 서울에서 폭동을 일으킬 걸세. 선의철의 비리와 온갖 악행을 만천하에 알려야겠지. 하지만...이 나라가 망하는 건 원치 않아."

마스터 텐타클은 뒤에 가지고 있던 정장 모자를 머리에 썼다.

"폭동이 일어나면 그것을 제압할 영웅들이 필요한 법. 마침 괴인의 준동을 막을 마법소녀들이 이렇게 앞에 있으니...하하. 딱 좋군."

"다들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어요. 나머지는 여러분이 준비해주시면 돼요."

"......그러니까 지금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만들자?"

"예."

선겨울과 흑화단의 제안은 너무나 '그'의 행적을 닮아있었다.

"선의철을 물러나게 한 뒤에, 우리를 전부 죽여주시오."

아주 극소수만 아는, 다크 히어로의 행보를 걷기로 한 이들이었다.

* * *

게임을 잠시 끈 뒤.

우리는 피자 한 판과 사이드 몇 개를 주문하여 함께 식사를 했다.

"스토리 한 번 더럽게 꼬였네요. 마치 이 스파게티의 모습처럼."

"...꼬인 건 스파게티에 딸기잼 듬뿍 바르는 네가 아니고?"

"어허. 식탁에서 싸움 금지. 싸움은 침대에서만."

"그럼 내는 부산 갈 때까지 싸우지 말라는 거 아이가? 니 여기서 뭐하는데. 당장 스토리 깨러 안 가고."

"그러니까 잠깐 머리 아파서 휴식하러 나온 거 아니에요."

불과 물은 상극이다.

창염이 설야의 루살카를 정말 싫어했던 이유는 둘이 마력의 속성 적으로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정말 둘의 성격이 미묘하게 안 맞아서 그런 것 때문도 있다.

"하랑아."

"왜?"

"원래 챕터 공략에 사나흘 걸리기도 해. 우리는 그걸 하루만에 끝내려고 하는 거니까, 네가 조금만 참아줘."

"오빠야가 그렇게 말한다면."

석하랑은 콜라로 입가심을 하며, 신라가 패드로 들고온 화면을 가리켰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빌런이랑 짝짜꿍 하려면 신경쓸게 정말 많아."

해봐서 안다.

실제로 석하랑은 빌런, 그러니까 피닉스였던 나와 합을 맞췄다.

그것도 스승인 광검을 죽인 당사자와!

"선의철만 그런게 아니야. 선의철 아래에 있는 놈들도 마찬가지였지. 그 때도 그거 정리하느라 개판이었는데 여기는 더할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그럼 어떻게 좋은 방법 없을까요? 서울에서 폭동이 일어났으니, 분명 선의철은 탱크로 밀어버리려고 할텐데."

괴인들을 상대로 탱크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하지만, 선의철이라는 캐릭터는 '상징성'을 중요시 하는 자다.

탱크로 괴인을 밀어버리지는 못해도, 탱크가 서울로 진격하는 장면 자체를 선전도구로 활용할 터.

그건 사양이다.

그 정도로 확전되는 건 바라지 않는다.

선의철을 무너뜨리기 위한 작업이 되어야 하는데, 과연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우리가 그 때 선의철을 어떻게 몰락시켰더라.”

“음…그냥 자기가 알아서 하야했던 것 같은데요?”

“기억 못하는구나. 뭐...하도 임팩트 없이 물러나기는 했지. 뒤에서는 아주 치열한 암투를 벌였지만. 정부랑 협회랑 국회랑 헌터 연합이 제대로 암투를 벌였었거든.”

석하랑은 뭔가를 알고 있는 눈치다.

"...일단 지하 왕국을 좀 살펴봐야겠네. 게임 속에 있는 빌런들이 얼마나 힘을 가지고 있는지."

과연 청화단이 변한 흑화단은 얼마나 전력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설마 청화단보다는 못하지 않겠지."

나중에는 해외 원정을 나가서 S급 괴수도 쓰러뜨리고 그랬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

"야, 드가라. 가서 애들 전력 좀 탐색해봐."

"그렇게 빨리 섹스가 하고 싶어요?"

"니는 하는데 내가 못하면 그건 억울하다 아이가. ...누가 섹스, 오빠야랑 하는게 기분 좋다고 하던데."

"뭣...."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조금, 좌절했다.

"누가 내 X로이드랑...섹스했어?"

"...안 알려줌."

석하랑은 침묵했다.

"......일단 유하 언니야는 아님."

그래도 제일 친하다고, 은유하를 챙기는 석하랑이었다.

...아직 은유하가 내 분령과 섹스를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은유하라면...인형끼리 섹스시켰을 것 같은데요."

"......."

심기체가 모두 처녀가 아닐 때는 과연 넘어올 수 있는가.

해답은 조 씨만 알고 있을 뿐이다.

* * *

그 시각.

선의철은 누군가의 방문을 받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의자에 결박되어 있었다.

"읍, 읍읍!"

"그것 참...시끄럽네. 대통령들은 원래 다 이러나?"

흑발의 여인은 짜증을 내며 손뼉을 쳤다.

그러자 여인의 옆에 있던 금발벽안의 여인 둘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두 여인의 복장은 몹시 하-드해보였고, 전신에 가죽으로 된 물건이 가득했다.

"그래도 괜찮아. 저기 유럽에 있는 정치인들도 다 나중에는 더 해달라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사락, 사락.

"!!"

"이보세요, 선 씨. 내가 당신의 약점을 잡아야하거든? 다른 나라 놈들도 마찬가지지만, 이게 아주 제대로더라고. 정치인의 SM 플레이 섹스 비디오. 특히 마조로 당하는 거."

허리띠가 풀리고, 바지가 내려갔다.

"그러니까 너는 내 명령을 따라야하는 꼭두각시가 되어야 하는 거야. 얘들아, 벗기고 따먹어."

"예, 마스터."

"그럼...어?"

흑발 여인을 따르는 금발 여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 마스터! 페니스가...!"

"...세상에."

마스터, 아지다하카는 영상을 찍던 카메라를 그만 떨어뜨릴 뻔 했다.

"......얘는 협박용 섹스 비디오는 못 찍겠는데."

아지다하카는 자신의 엄지손가락보다 짧고 작은 물건에 충격을 받았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지만...이건 너무 매워서 먹지도 못하겠네."

"마, 마스터! 아무리 명령이라고 해도 이 자지와는...!"

"나도 이런 자지랑은 하라고 명령 못하지. 하, 안 되겠다. 아무래도...."

아지다하카는 입꼬리를 씩 들어올리며 넥타이로 재갈이 물린 선의철의 턱을 만년필로 들어올렸다.

"네 딸의 섹스 비디오를 찍어야겠어. 어디보자...그래, 금발서양남에게 따먹히는 컨셉으로."

"읍, 으읍!!"

"네 딸, 지금 어디있니? 말하지 않으면...알을 깨뜨릴 거야."

선의철은 협박에 굴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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