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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43화 (743/1,497)

〈 743화 〉2부 6장 07

다크 레기온의 간부들은 줄줄이 사탕처럼 찾아온다.

펜릴이 쓰러지면 아지다하카가 달려오고, 아지다하카가 쓰러지면 히드라가 달려온다.

메인 스토리는 아무리 좆을 박아도 변하지 않고, 큰 틀은 반드시 유지되기 마련.

그런데 메인 스토리의 챕터 메인 빌런이 될 아지다하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게 뭐지.'

그의 플레이 기록에는 이런 사태가 없었다. 그도 지금의 상황에 대해 상당히 흥미로워하고 있으나....

[답은 알 것 같지만 안 알려줌.]

그는 내가 직접 이 난국을 타개하기를 바랐다.

여차하면 게임 오버도 될 수 있지만, 그는 내가 이번 일을 통해 과도한 스피드런으로 벌어지는 이벤트 스킵의 참극을 직접 겪어보기를 바랐다.

[혹시 알아? 메인 스토리가 바뀜으로써 창염의 피닉스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릴지.]

그 말에 나는 도전해보기로 했다.

창염의 피닉스를 살린다.

다른 모든 히로인들과의 하렘에 성공한다.

이건 그도 성공하지 못한 대업이다.

그리고 창염의 피닉스를 살리는 대가로....

'내가 나를 뷰빈다.'

간부로서의 나에 대한 능욕이자, 정령인 나에 대한 사랑이며, 이는 자기애의 결정체인 나 스스로에 대한 포상이다.

이것은 자위인가, 섹스인가?

그건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내게 범해진 피닉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물론 게임 속에서는 지휘관과 창염의 피닉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섹스라고 하는게 맞지만.

그걸 위해 나는 이번 챕터의 진행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괴인이 주가 되는 컨텐츠.'

펜릴의 챕터는 사실상 펜릴이 우리를 관찰하면서 벌어지는 일상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리고 아지다하카 챕터부터는 본격적으로 이 세계의 악의 축 중 하나인 '괴인'이 등장하게 된다.

이능력과 K-헌터물이 접목된 세계관 답게 괴수가 대부분의 적을 차지하지만, 인간이면서 괴수보다 더한 존재로 자리잡은 괴인이 분명히 존재한다.

괴수가 괴인이 되든, 인간이 괴인이 되든, 다크 레기온의 간부에 의해 괴인이 되든.

괴인은 그 수가 적지만 분명히 지구 곳곳에서 인류를 착실하게 위협하고 있다.

'괴인들을 가장 많이 써먹는 자가 아지다하카죠.'

[분신으로 인간들을 굴복시켰으니까.]

아지다하카는 자신의 분신을 이용해 여러 히어로들을 타락시켰다.

히어로가 가진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고 충족시켜줌으로써 그녀는 자신만의 노예를 무수히 많이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괴인이 존재한다.

'라스푸틴.'

[그 새끼는 얘기 안 하면 안 되나?]

"꺄아. 큥큥당한다."

[진짜 싫다.]

현 시대의 S급이자 12원탁 중 한 명이며 러시아의 히어로인 그는 우리의 기억대로 당연히 빌런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지다하카에 의해 세뇌된 빌런이다.

그는 모티프가 되는 인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 40cm가 넘는 거근을 가지고 있었고, 라스푸틴에게 붙잡힌 여자 동료는 자궁이 꿰뚫려 자궁 천장까지 범해지게 된다는 괴랄하고 음습하기 짝이 없는 설정마저 가지고 있다.

"어? 왜 그러세요, 사장님?"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온."

그 대표적인 희생양이 눈앞에 있는 <세이렌> 김가온이다.

온갖 불행으로 점철된 그녀는 러시아 금발 백인들에게 윤간을 당하는 것으로 모자라, 그것이 촬영된 포르노가 사방에 뿌려지며, 그중에는 라스푸틴에게 들박으로 범해지는 것도 있다더라.

[처음 보는 사람은 전부 게임을 삭제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지.]

김누리 루트에서 공개되는 내용이며,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 보게되며, 현실에서 구토를 하고 쌍욕을 내뱉기 일쑤였다고 하더라.

[그게 이제는 지휘관이 될 수 있으니까 좆같은 거야.]

'걱정마요. 그럴 일은 없으니까.'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누군가는 게임 속에 들어가게 되어 험난한 길을 걸었지만, 적어도 지금 '그 사람들'이 게임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중이라면 내가 피해를 볼 일은 없다.

결코. 절대로.

내가 라스푸틴의 자지를 잘라 괴인으로 만들어 이 나라의 빌런들의 청년막을 털어버리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내가 다른 이에게 범해지는 일은 결코 없다.

아무튼.

라스푸틴의 예시와 같이, 이렇게 위협적인 괴인이 세상에는 가득하다.

빌런과는 다르다.

그들은 인간이면서 이능력을 악용하는 자들이고, 괴인은 이미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어버린 자들이니까.

그런 괴인들이 이번 챕터의 메인 빌런이다.

'근데 왜 아무도 날뛰지 않지?'

아지다하카가 한국에 몰래 스며들어와 괴인들을 조종하며 우리를 시험하고, 종극에는 엄선한 괴인들을 이용해 우리를 습격하는 것이 메인 스토리가 아니었나?

'진짜 환장하겠네요.'

[시험은 다가오는데 시험범위를 안 알려주는 그런 느낌?]

날짜는 다가오는데 좀처럼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으니 조바심이 생겼다.

언제 어떤 식으로 괴인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니, 나는 정말 부아가 치밀었다.

"가온, 혹시 최근에 한국에서 괴인들 자주 나온다는 소문 들은 적 있어?"

"아니요? 안으로도 밖으로도 없어요. 괴인이 어떻게 나오겠어요. 하랑 님이랑 펜릴 씨가 있는데."

"...그렇겠지?"

압도적 스피드런으로 인한 문제다.

다크 레기온의 간부는 바보가 아니다.

아무리 메인 스토리라고 해도 SS+급 둘을 상대로 아무 대책없이 한국에 들어올 생각을 하는 자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함정을 파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마음 편해.'

해외에서 기다리고 있다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패면 되는 것이다.

겸사겸사 해외여행도 하고, 히로인들과 비행기에서 므흣한 일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만약에 메인 스토리가 진행이 안 되면 어떻게 하죠?'

[버그면 패치해야하고, 안 되면 리겜이지.]

'여기까지 와서 리겜은 좀.'

[괜찮아. 아마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을테니까.]

물밑이라. 그는 내게 힌트를 줬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괴인이 나올만한 이를 찾아보면 소거법으로 쉽게 유추할 수 있을 터.

'역시 거기로 가야하는 건가.'

괴인들이 가장 많이 나올 것 같은 곳으로.

서울.

그리고 지하.

"......."

내 시선은 자연히 우리 길드의 사무원으로 일하는 선겨울에게로 향했다.

* * *

선겨울.

선꼬삼...아니 선의철의 딸.

DLC 업데이트에 따라 추가된 신규 히로인.

천가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미묘하게 다른 특이한 히로인.

그리고 처녀.

'처녀면 괜찮지.'

이미 나는 그녀와 유사 성행위를 한 번 한 적이 있다. 남자의 몸이지만, 허벅지에다가 비비기는 했지만, 일단 남자와 여자가 그렇게라도 이미 했다는 것 자체가 그녀가 나를 상대로 뭔가 바라는 게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선의철 딸이 금발양아치를 상대로 그냥 스마타를 할 리가 없지.'

생각해보니 이상한 것 투성이다.

선의철은 정말 선겨울을 방치하는 걸까?

아니면 선겨울이 선의철의 눈을 속일 만큼 뭔가 수작을 부리는 걸까.

전자라면 어이가 없고, 후자라면 무시무시한 존재다.

그렇다면 그녀가 내게 지휘관으로서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겨울, 잠깐 이야기 좀 할래?"

나는 선겨울을 따로 불렀다. 선겨울은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9시.

즉, 밤.

"...무슨 일로 부르시는 거죠?"

그녀는 노골적으로 나를 경계하며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다.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눈치를 보여, 나는 슬쩍 마도기어를 확인했다.

"슬슬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읏."

"남들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 둘이서 진솔하게 나눠봅시다. 거기...주변에 있는 요원 분들 빼고."

나는 주변을 가리켰다.

사무실에는 현재 나와 선겨울밖에 없었다. 일부러 다른 이들은 내일 있을 작전을 위해 일찍 퇴근을 시켰고, 이곳에는 고양이 한 마리밖에 없다.

"밖에서 들을 수도 있는데...."

"그거라면 걱정마. 누구도 듣지 못할테니까."

"...그렇죠. 그러면...후, 드디어 이야기할 수 있겠군요."

선겨울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마주했다.

"지난 번에-"

"미안. 다 까먹었어. 처음부터 다시 얘기해줘."

"......."

선겨울은 나를 한 번 흘겨봤으나 내 진심어린 사죄의 눈빛에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까먹었다.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그녀가 어디까지 말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아예 얘기를 하기라도 했나?

"짧게 핵심만 말할게요. 그러면 지휘관께서도 지금의 상황을 바로 이해하실 거예요."

"그럼 나야 좋지."

자세한 사항은 직접 부딪히며 알아보면 된다. 선겨울은 주변을 의식하며 소리를 죽였다.

"저는 말이에요.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음음."

"서울에 남아있는 사람들, 아직까지 살아있어요. 지하에 땅을 파고 살고 있죠. 설령 서울시청에 S급 괴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한들."

"음음."

"...정부에서는, 아버지는 그들을 모조리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저는 그들 또한 이 나라의 국민들이라고 생각하고요."

"......네?"

그들이라고 하면, '그 자들'아닌가?

"지휘관."

선겨울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괴인은 국민이 아닌가요?"

"......."

[이거, 혹시 내 플레이의 영향인가?]

청화단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일부, 편입된 것처럼 보인다.

* * *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비교적 최근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청화단.

그가 영겁의 루프 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빌런의 길을 택하며 만들었던 조직으로, 서울에 있던 빌런들을 하나로 규합하여 만든 사조직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서울의 생존자를 표방하며 서울 재건에 힘쓰며, 실제로는 피닉스의 개인 무력 조직으로 헌터 길드와 괴인 퇴치 용병 집단을 병행했다.

그렇다면 청화단이 없는 원래 역사의 서울 지하 괴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특별한 리더의 존재 없이 주먹구구로 살고 있었다.

땅굴파기의 전문가가 만들어놓은 개미굴 아래, 햇빛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괴수를 뜯어먹고 살며 나날이 한 명 한 명 죽어갔다.

서울을 탈출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하기에는 이중 삼중으로 문제가 많았다.

지상에는 괴수들이 들끓고, 서울을 넘어가도 생존을 보장받지 못한다.

- 서울에 생존자는 없다.

선의철은 서울에서 살아오는 모든 자들을 죽이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모든 자들을 죽였다.

불과 수백 k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를 두고 한 쪽은 스테이크를 썰었고 한 쪽은 괴수 사체를 썰었다.

그렇다면 신서울의 사람들이 그걸 몰랐냐?

엄밀히 따지면 당연히 아니다.

그들은 알면서도 쉬쉬했다.

서울 지하에 있는 사람들이 괴수들의 먹이가 되었기에.

괴수들이 서울 이남으로 더이상 남하하지 않는 이유는 서울 지하에 '먹이'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의철의 주장에 동조했다.

'아무튼' 서울에 생존자는 없다.

청화단은 그 사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고, 결국 선의철을 실각시키는데 성공했다.

그것이 DLC 업데이트를 통해, 정식 스토리의 일부로 편입된 것이다.

새로운 히로인이자 선의철의 대적자, 선겨울로서.

"저는 <흑화단(黑火單)>의 주인, 지저여왕 선겨울이에요."

"...그."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흑염단이라고 하는게 어떨까?"

"그러면 흑염룡이 우두머리같잖아요. 안 되요, 흑화는 제 상징이 될테니까요."

"......."

아무래도 서울의 지하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살아서 네임드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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