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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42화 (742/1,497)

〈 742화 〉2부 6장 06

의복에 대한 문제가 깔끔히 해결된 뒤.

밤이 되었고, 나는 내 몸을 감싸는 백록의 타이즈 슈트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푸른색만 섞이면 더 좋을텐데.'

석하랑의 하얀색과 김펜릴의 민트색. 두 가지 색이 하나로 섞여 백록이 조화를 이루는 색이 되었다.

아래쪽도 상당히 편했다. 자지를 발기한 상태로 마력의 슈트를 제작했기에, 나는 부담없이 위에 옷을 걸칠 수 있게 되었다.

의류는 한정되겠지만.

로브 형태.

성인 남자가 입었을 때는 반코트가 되고, 낮에 체구가 작아지면 발목까지 오는 성직자의 로브가 되리라.

'스킨이지.'

피닉스를 상대로 나왔던 세트 메뉴 중 하나인 '태양교단의 사제복' 스킨이다. 그가 사들였던 히로인 16명 세트에 '비밀 데이터'로 끼워져있던, 피닉스의 스킨이다.

여성형의 몸에 맞춰진 덕분에 남자일 때 입으니 조금 작아보이기는 했지만, 다행히 남자 주인공이 몸에 딱 맞아 떨어져서 겉으로 보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어때, 어울려?"

"잘 어울리네."

석하랑은 나와 함께 밤의 해운대를 걸으며 실실 웃었다. 그녀는 상당히 가벼운 옷차림으로,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내 옆을 걸었다.

"그러니까 그 안에는 내가 만들어준 옷이 있다는 거 아이가."

"그렇지. 네가 손가락만 튕기면 바로 옷이 벗겨지는 거야."

둘 중 한 명만 손가락을 튕겨도 내 타이즈 슈트는 마력의 조화가 망가져 금방 사라질 것이다.

펜릴이 마력을 빼면 코트 아래로 물이 쏟아질 것이고, 석하랑이 마력을 빼면 안에서 바람이 솟구쳐 옷이 뒤집어질 것이다.

그 뒤에 일어날 참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하랑이 덕분에 좋은 옷 입고 좋네."

"글나? 앞으로 더 만들어주면 되겠네. ...물론 밤에 찾아와라. 괜히 낮에 와서 이상한 짓 하려고 하지 말고."

"흐음.... 그건 무슨 말일까?"

"내는 니랑 그런 짓 할 생각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손은 안 놓고 있는데?"

"니가 여자일 때는 안 한다고!"

석하랑은 빽 소리를 지르며 성질을 냈다.

"내가 여잔데 왜 니가 여자인 상태에서 해야하는데? 내는 그런 쪽 아니다!"

"그럼 질문. 만약에 내가 평생 여자로 살아가야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래?"

"...평생동안 방법을 찾아봐야지. 네가 남자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그러다가 평생동안 찾지 못한다면?"

"......그럼 별 수 있나."

석하랑은 바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가 그걸 원한다는데."

"흐흥, 역시 그쪽으로도 싫은 건 아니지?"

"미쳤나. 싫은 게 아니라, 더 좋은 게 있는데 뭐하러...."

찰싹.

석하랑은 손을 놓고 자신의 뺨을 때렸다.

"방금 들은 건 못 들은 기다. 알았제."

"자지가 좋다고?"

"...하 쓰바. 그래. 여자가 당연히 보지보다 자지가 좋지.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라. 니는 보지보다 자지가 더 좋나?"

"......."

가불기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면 지금의 '나'에게 있어,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것보다 '그'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자지가 더 좋다고 대답해야하는 걸까?

안 된다. 지금의 나는 '백청화'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자지가 좋다고 하면 절대로 안 된다.

"니, 니...."

하지만 내 장고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절대 안 된데이!"

석하랑은 내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박히는 건 내가 원없이 박혀줄테니까, 행여나라도 박힐 생각하지마라! 알겠나? 니 그러다가 진짜로 그 암컷타락인지 뭐시기 하면 내는 니 평생 상종 안할 거니까!"

"...내가 그런 걸 왜 해."

만약 이 몸으로 박힐 위기에 처한다? 그럼 바로 랜선을 뽑고 게임을 삭제할 것이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으니까 걱정마."

"...그럼 다행이고."

석하랑은 궁시렁거리며 난간에 걸터앉았다. 흐릿한 야경을 뒤로한 채, 그녀는 뚱한 얼굴로 나의 전신을 가리켰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는 있다 아이가, 니가 어떤 모습이 되더라도 괜찮다. 저주 때문에 평생 여자가 되어도. 그 대신."

석하랑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살짝 입술을 깨물며, 그녀는 긴장된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니도, 내가 어떤 모습이 되더라도 내를 받아줘야하는기다. ...알겠나?"

"왜 그렇게 심각해?"

"...요즘 꿈에서 자꾸 그런게 나온단 말이다."

석하랑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확 돌아버려가지고...막 사람들을 죽이고.... 히어로들이 흔히 겪는 스트레스성 꿈이기는 한데....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기라."

"......."

잔재는 지웠지만 여전히 '설야의 루살카'는 그녀에게 잔재로 남아있다.

"최근 들어 정말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은데.... 갑자기어느 날 이 행복이 뚝 끊어지고 사라지는 기다. 예를 들어서...하루 아침에 네가 사라지게 되는 거라고."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는 원흉을 제거해야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내는, 니가 없는 세상에서 이제는 살 자신이 없다."

"......걱정마, 하랑아."

나는 석하랑의 등을 토닥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네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 우리의 관계는 바뀌지 않아."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데."

"하랑아."

쪽.

나는 그녀의 입에 입술을 맞췄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사랑이 전해지는 건 아니잖아?"

"......니, 밖에서 이래도 되나?"

"흐흥, 아까부터 눈치채고 있던 거 아니었어?"

우리의 주변에는 바닷바람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내려앉았다. 알싸한 민트초코의 향기와 함께.

"늦은 시간의 밤이라고 해도 해운대에 사람 하나 없을 수가 있겠어?"

좋은 시간 보내라냐아아아앙.

멀리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석하랑은 얼굴을 붉히며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야. 내 아직 밖에서 하는 건 좀 그렇거든? 그러니까...집으로 가자. 그리고."

석하랑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이었다.

"...내 혼자서는 오늘 무서우니까, 셋이서 자자."

"......."

끼요오오옷.

* * *

게임 속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게임 속 내가 여자가 되었다고 한들, 하루 일과는 크게 달라지는게 없다.

자동사냥과 같은 오토 플레이는 없지만, 회차가 반복됨에 따라 열리는 회차 지원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현재 스쿼드 전력이 상대보다 3단계 이상 차이납니다. 자동 공략으로 진행하겠습니까?]

"여러분, 오늘은 프리롤인 것이에요."

오토 플레이라고 할 수 없지만, 히로인 개개인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으로 자동사냥을 대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누가 지휘를 하느냐?

"유나, 잘 부탁해요."

[맡겨주세요, 사장님.]

이유나가 현장 지휘관으로 지휘를 맡는다.

현재의 스쿼드 전력이 적과 3단계 차이가 난다는 것은 즉 유나가 스쿼드를 지휘했을 때 적을 아무런 손상 없이 쓰러뜨릴 수 있다는 말.

"잘 잡네요."

마법소녀들은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며 달려오는 괴수들을 쓰러뜨렸다.

현재, 전선은 춘천.

우리는 강원도에서 서울로 서진을 하며 괴수들을 처리했다. 산속에는 D, C급 괴수가 심심찮게 숨어있었으나....

[매지컬 플레임! 뒤져, 괴수 새끼들아!!]

"역시 정슈리."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정슈리의 앞에 괴수들은 그저 불에 타 죽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라온과 누리가 보좌하고 유나가 지휘한다?

'이게 자동사냥이지.'

코어가 복사가 된다고. 나는 가만히 이동용 트레일러에 누워 딸기나 먹으면 된다.

"아주 태평하시네요."

"아직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요."

운전석에 앉은 은유하는 핸들에 엎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대형 이벤트 같은 거 없으려나...."

"응?"

"지난 번 인천 영종도를 쓸어버린 이후로 뭔가 지금 그래요. 고객님이라면 조만간 또 대량의 돈을 쓸어담게 해주실 것만 같은...그런 느낌?"

"......."

역시 은유하.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

"코어로 재미 좀 봤나봐요?"

"돈이 돈을 부르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 없어요?"

"이벤트라...."

이제, 슬슬.

5월이 다가오는 시기.

'그녀'가 오는 걸 기다려야 할 때가 되었다.

"있기는 하죠."

아지다하카.

펜릴 다음에 오는 다크레기온의 간부.

한 가지 분명히 말하자면, 펜릴의 경우가 특이한 것이다.

아지다하카.

그녀는 분신을 이용해 수많은 남자들을 자신의 성노예로 만들었다.

나는 아지다하카의 존재를 가만히 두고볼 수 없다.

모든 간부들이 저마다 성적으로 소위 '걸레'라고 평가받지만, 아지다하카는 그 정도가 심하다.

그러므로 내가 아지다하카를 정화하겠다.

그리고 그녀의 속에 있는 정령을 꺼낼 것이다.

진명, 앙그라 마이뉴.

아지다하카의 이면이기도 한 그녀가 있다면 이후의 게임은 정말 쉽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암속성.

괴인들을 상대하기에 최적화되어있는 속성이며, 만약 암속성의 간부를 빠르게 정령으로 바꿀 경우 이후의 공략은 사실상 스피드런에 가깝다.

'사실 이미 스피드런이지만.'

김누리의 S급화.

그리고 김누리와 앙그라 마이뉴-줄여서 앙그를 빠르게 싱크로하면?

'지륜의 히드라 전에 신화에 이른 김누리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밸런스 붕괴의 주범.

그렇기에 공략 난이도가 상당하며 보스전을 치르고 동료로 영입해도 아지다하카의 분신이 계속 습격을 한다는 기이한 사태가 발생하지만, 공략만 성공하면 그 뒤는 너무나도 쉽다.

물론.

김펜릴-바나르간드-와 석하랑.

'SS+급 둘이 있는데 못 잡을 리가 없지.'

지금도, 여전히 공략은 쉽다.

그래서 나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설마.

아지다하카가 빤스런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그렇다.

[하긴 나라도 SS+급 정령 둘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들어올 엄두는 못 내기는 하지.]

"...괴인 준동 이벤트 어디로 간 거죠?"

메인스토리를 이끌어나갈 챕터 보스가 실종되고 말았다.

* * *

그 시각. 김해국제공항.

"와...."

흑발의 여인은 공항을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마늘 냄새 난다고 하더니 이게 그거구나."

여인의 말을 들은 주변인들의 표정이 가히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그녀에게 따질 생각을 못했다.

"양키들 치즈냄새 어쩌고 하는 거랑 비슷한 건가? 으, 마스크. 마스크."

여인의 말은 마도기어를 통해 번역으로 들렸기에, 다들 여인이 혼잣말이 심한 외국인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후, 잘하자. 지금부터는 적의 소굴이니."

"실례합니다, 혹시 되십니까?"

"네, 맞아요. 제가 아제르에요. 아제르 다 하카."

흑발 여인, 아제르 다 하카는 스스로를 '아제르'이라고 칭했다.

"당신의 이름은?"

"저희 공주님께서는 저를 '선생'이라고 부르죠."

두꺼비를 닮은 듯한 중년인은 인자한 미소로 말을 이었다.

"마스터, 텐타클."

"아하, 촉수선생."

남자가 나타나는 순간부터 두 명의 대화는 그 누구도 듣지 못했다.

"가시죠. 서울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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