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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36화 (736/1,497)

〈 736화 〉2부 6장 01

"부족해."

대머리 남자는 회장의자에 앉은 채 턱을 쓰다듬었다.

"이걸로는 만족할 수 없어."

그는 홀로 중얼거리며 눈앞의 모니터들을 쭉 훑었다.

그곳에는 푸른 머리칼을 한 여인들이 각양각색으로 저마다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내가 바란 건 이런 거기도 하지만 뭔가...뭔가…."

대머리 남자는 입맛을 다시며 화면 하나를 확대했다.

그곳에는 금발벽안의 청년이 여러 여인들의 품에서 허리를 흔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남자 혼자 여자 여럿과 섹스를 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좋은가?

"음…."

하지만 대머리 남자는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하렘도 좋지만 역시 부족해."

대머리 남자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노란 후드를 입은 청년이 화면 너머에서 나타났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 난데. 하나 업데이트를 하려고."

[무슨 업데이트요?]

"이거 좀 봐봐. 얼마전에 바다 애들 쪽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하나 나왔거든? 이것 좀 봐봐."

대머리 남자는 링크를 보냈다.

노란 후드 청년은 안의 내용을 보자마자 인상을 와락 찡그렸다.

[이거 보빔 아닙니까? 회장님, 혹시 보비게 할려고요?]

"들켰네. 하지만 잘 들어봐. 어차피 하나만 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거 아니냐. 다다익선. 그치?"

[그거야 그렇지만….]

"취사선택을 할 수 있게 하면 당사자들도 알아서 할 수 있을 거 아냐."

[그럼 게임적으로는 어떻게 구현할 생각이십니까?]

"간단하지."

대머리 남자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활짝 웃었다.

“TS빔을 쏜다."

[......회장님.]

"아니, 들어봐. 세상에 괴인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사람의 성별을 바꿔버리는 괴인이라고 안 나올 이유가 있어?"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노란 후드의 청년은 박수를 치며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중간에 나타나도 아무 문제가 없겠군요. 그 뒤는 그들이 알아서 할 문제고, 저희는 그냥 그들의 행위를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그래. 그리고 하나 더 요청들어왔다."

대머리 남자는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렸다.

"만들어지면 바로 보내버려."

스크린 안에는 거대한 캡슐이 반짝이고 있었고, 녹색의 배양액 안에는 하얀 피부의 여인이 알몸인 채로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면 엄청 혼란스러워할텐데요.]

"뭐 어때? 좋은게 좋은 거 아니냐. 당사자들이 좋다는데 지들이 어쩔 거야."

대머리 남자는 낄낄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새끼. 어딜 순애로 한 명만 데리고 살려고. 가상세계에서는 좆질해도 부담 없었지? 어디 현실에서 여럿 끼고 좆질하다가 복상사로 뒤져봐라. 하하하!"

대머리 남자는 창문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대통합! 이제부터 막나가도 된다 이거야! 크하하하!!"

대머리 남자의 지시에 의해, 새로운 핀포인트 업데이트가 하나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 *

"DLC 2.1?"

나는 새롭게 업데이트된 내용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2.1이라고 할만한게 뭐가 있나?"

"왜요. 또 뭐가 생겼어요?"

부엌에서 요리를 하던 신라는 요리도구를 내려놓고 내게로 다가왔다.

"2.1 업데이트?"

"요즘 바빠서 거의 못들어갔잖아."

"그렇긴 하죠. 중간중간 짬 날 때나 들어가서 했었죠. 어...저희 어디까지 했었죠?"

"김펜릴 공략을 끝냈지. 챕터 4들어갈 차례야."

"아. 아지다하카."

신라는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적당히 스피드런해도 금방 깨고, 아니면 뭐 다 박고 다니면 되겠네요."

"내가 하는 건 아니고 네가 하는 거지만."

플레이는 신라가 한다. 나는 그걸 중계할 뿐.

"그래서 2.1업데이트 내용이 뭔데요."

"없어."

"...불안한데."

내가 불안감을 느끼듯, 신라도 불안감을 느꼈다.

"업데이트하는데 내용이 없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죠? 갑자기 우리들 다시 잡아가면."

"설마. 그럴 일은 절대 없어."

하늘이 반으로 갈라져도 결코 그럴 인은 없을 것이다. 나는 업데이트 버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한다?"

"뭐,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신라는 나와 손가락을 겹쳤다.

우리는 동시에 업데이트 진행 버튼을 눌렀고, 제작사에서 준비한 업데이트 내용에 기겁을 했다.

"이런 미친…."

"와…."

신라는 활성화 되면서 보인 업데이트 내용, 단 한 줄을 보더니….

"아이 아이 크툴!"

"이게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이야?"

"그럼요! 하아, 이 업데이트 이제 아무도 못 막아요. 푸흐흐, 당장 들어가죠!"

신라는 내게 엉겨붙었다.

"안 돼. 요즘 바쁘잖아."

"아이, 제발요. 모처럼 좋은 기회를 얻었는데. 네? 이번에 집도 새로 옮기면서 더 편해졌잖아요."

"......."

그렇다. 우리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내 원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신도시로 세간살이를 옮겼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란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 환경에 또 새롭게 적응해나갈 터.

"업데이트,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럼 플레이는?"

"어, 음…."

신라는 내 어깨를 만지적거리며 옅게 웃었다.

"저는 말이에요, 히로인들이랑 교감을 하는 걸 목표로 게임을 하고 있어요."

"알지. 성적 교감이잖아."

"네, 맞아요. 침대로 가기까지의 과정은 딱히 관심없지만, 침대 위에서 하는 행위에는 엄청 관심이 많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신라의 허리를 휘감았다. 하지만 신라는 내 입술에 검지를 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뷰비고 싶어졌어요."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인터넷 돌아다니면 다 배우게 되어있는 걸요. 업데이트하고 침대로 가면, 만약에 저 업데이트가 진짜라면 저-"

"마음껏 뷰벼."

신라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나는 그녀의 등허리를 토닥였다.

"너 하고싶은 대로 해. 나는 언제나 널 응원하고 있으니."

"당신…."

신라는 내 얼굴을 끌어안았다.

"여자로 태어났다면 좋았을텐데. 현실은 슬프네요. 뷰비지 못한다는게."

"대신 나랑 자지로 하잖아."

"그거랑은 다르죠. 아무튼 허락해줘서 고마워요. 자, 그러면 어서 업데이트를…."

"......."

꾹.

나는 신라와 함께 버튼을 눌렀다.

잠시 정적이 깔리더니, 곧 접속기가 반짝이며 나와 신라의 의식은 가상현실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사아아.

의식은 세계 속으로.

나는 다시 오랫동안 방치해두던 세상으로 다시 들어갔다.

“.......”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난교의 흔적.

넓은 더블킹사이즈-특수제작-에는 이유나가, 박라온이, 김누리가 함께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냄새가 어우.’

로그아웃 전에 얼마나 해댔는지 알겠구나 싶을 정도로 냄새가 지독했다.

나는 창문을 열고 가볍게 환기를 한 다음, 슬슬 창염과 교체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딱히 업데이트로 바뀐게 없는 것 같은데?’

불안한 마음으로 들어왔지만 특별히 변한 건 없었다. 나는 주인공 백청화의 모습 그대로였고, 금발서양남이라는 모습 그 자체였다.

‘이거 바뀐 거 맞아?’

라고.

생각한 순간.

“......이런 미친.”

내 몸이 서서히 안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싶더니, 심장 부근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설마-’

펄럭.

눈앞에는 푸른 날개를 한 여인이 나타났다. 전조도 없이, 마치 처음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날개를 펄럭이며 내게 윙크했다.

“안녕하세요? 푸흐흐.”

[저 년이!]

내 속의 신라가 분노한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로 손가락 키스를 날리는 간부 피닉스를 보며 분노한 것이다.

“무슨 짓을 한 거지? 아니, 갑자기 한국은 왜?”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하늘에서 계시가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요?”

피닉스는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 형태에 나는 전신의 털이 쭈뼛 섰다.

“큐브?!”

[얼마전에 남미에서 하나 구한 건데, 이걸로 당신에게 좋은 선물을 하나 해주려고요.]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도대체 피닉스가 갑자기 나타나서 큐브를 사용할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있다고 하면 단 하나.

업데이트 2.1.

그것 말고는 없다.

광검이 지키고 있는 신서울에, 그것도 주변에 SS+급 히어로인 김펜릴이 지키고 있는 와중에, 심지어 아무런 전조나 경고도 없이 창염의 피닉스가 날아오는 경우는 없다!

“하늘에서 내려온 계시라고 했죠? 자, 이 봉인을 풀고 싶다면 저를 이기셔야 할 거예요. 푸흐흐.”

[절대로 맞지마요! 피해!”

“받아라, 낭익천화(娘溺天火)!”

[더 해라! 와! 역시 나야!]

‘아, 얘 트롤링한다.’

신라는 창염의 피닉스가 날리는 불꽃이 뭔지 깨닫자마자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찌걱.

내가 접속용 헤드기어를 벗으려고 하기 직전, 내 자지를 입에 무는 것으로 그녀는 나를 경직시켰고-

화르륵.

나는 창염의 피닉스가 날리는 큐브의 불꽃에 전신이 화르륵 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바뀌어 있었다.

“...젠장.”

나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 * *

펄럭.

창염의 피닉스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63빌딩의 위에는 녹색 고양이귀 메이드 미소녀, 절풍의 펜릴이 불꽃의 결계에 묶인 채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너…!”

“안 죽였어요. 걱정마세요.”

창염의 피닉스는 절풍의 펜릴을 서울로 불러와 제압했다.

펜릴은 전력으로 맞서 싸웠으나, 그녀는 큐브의 힘을 빌려온 피닉스를 상대로 이길 수 없었다.

상성. 마력.

“어떻게 네가 큐브를 그렇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거지?”

그 모든 것을 초월하는 큐브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지휘관과 인류에게는 승산이 없다.

“별 거 아니에요. 푸흐흐.”

큐브는 푸른 불꽃에 타들어 소멸했다.

그게 큐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소임을 다하고 사라지는 일회용 물건과도 같아 펜릴은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이 큐브를 사용하고자 했던 자의 의지와 제 뜻,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이어진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펄럭!

창염의 등 뒤로 노란색의 날개가 펼쳐졌다.

“새로운 터전에서는 더 화끈하게 날뛸 수 있다는 신의 계시가 있었거든요. 앞으로 지휘관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뀔 거에요.”

“뭐…? 도대체 지휘관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냥?!”

“별 거 안 했어요. 그냥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법이 있잖아요? 더 아름답고 예쁘게 만들어줬죠.”

창염의 피닉스는 손목에 걸린 마도기어를, 그리고 하늘에 걸린 태양을 가리켰다.

“낮뷰밤쥬로 만들었어요.”

“그게 무슨…?”

“이른바, 시안 ½? 푸흐흐. 생각해보니 역시 자지로 푹푹 쑤시는 것도 좋지만, 보빔도 나름 수요가 있단 말이에요?”

창염의 피닉스는 자랑스러운 듯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었다.

“지금부터 서로 뷰비는 것이에요. 푸흐흐.”

[DLC 2.1] 낭익천화(저주)에 걸렸습니다.

낮에는 여자가, 밤에는 남자가 됩니다. - 조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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