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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35화 (735/1,497)

〈 735화 〉2부 5장 28

최강의 방패와 최강의 창.

어느 쪽이 이기는가? 나는 그 정답을 지금 눈앞에 두고 있다.

"먼저 지치는 쪽이 패배."

카드드득!

곳곳에서 몰아치는 칼바람, 절풍이 얼음장벽을 깎아내리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좀 하네!"

"내가 할 소리!"

석하랑과 펜릴은 서로를 인정하며, 서로를 향해 죽일 기세로 마력을 사용했다.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 것 같아!!"

석하랑은 얼어붙은 손을 넓게 펼치며 냉기를 뿜어냈다. 펜릴이 달려들 것으로 예상한 경로에는 얼음꽃이 화사하게 피어올랐다.

"키샤아앗!"

펜릴은 기함을 내지르며 몸을 빙글 돌렸다. 다리에 모인 절풍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얼음꽃을 모조리 튕겼다.

"칫, 하나만 닿으면!"

"누가 당할 것 같아?!"

펜릴은 허공을 박차고 달리며 석하랑에게 접근했다. 얼음벽을 스치듯 지나치고, 얼음꽃가루를 절풍으로 걷어차고, 날아오는 얼음창을 비스듬히 피해 점차 거리를 좁혔다.

"스피어!"

석하랑의 지척까지 다가간 펜릴은 손에 들린 에메랄드빛 창을 앞으로 내질렀다. 석하랑은 등 뒤에서 날아드는 창을 향해 빠르게 손을 뒤로 뻗었다.

펄럭!

태극문양을 연상케하는 원형의 얼음방패가 피어올랐다. 펜릴은 창을 앞으로 강하게 계속 찔렀고, 석하랑은 방패 째로 공중에서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누구 마음대로!"

석하랑은 반대쪽을 향해 마력을 뿜어내며 펜릴의 공격에 대항했다. 펜릴의 뒤로 녹색의 광풍이 제트분사처럼 뿜어져나왔고, 석하랑은 자신의 뒤로 뿜어낸 얼음의 창을 사방에 뿌렸다.

카가가가가가각!

빙판을 갈아버리듯 펜릴의 창은 석하랑의 방패를 겉에서부터 깎아내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펜릴의 창은 석하랑의 방패를 뚫어낼 것처럼 보였지만-

"흥!"

펜릴은 입꼬리를 비틀며 자신의 창을 밟고 뒤로 뛰어올랐다. 공격을 포기하는 동시에, 상대의 공격을 피하려는 속셈이었다.

"칫!"

석하랑은 이를 갈았다. 공격을 막은 쪽에서 왜 아쉬워할까?

그 이유는 석하랑이 막고 있던 얼음창 근처에서 갈려나간 얼음조각에 있다.

'닿으면 바로 슬로우 걸렸겠네.'

파지지직!

창 주변에 갈려나간 얼음조각들은 석하랑의 새로운 얼음칼날이 되어 주변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정말, 더럽게 짜증나는 녀석이네!"

"방어하는 척 하면서 역공으로 넘어온 사람은 또 어떻고?"

"전술이야!"

"이쪽도 마찬가지거든?"

석하랑과 펜릴은 티격태격하며 다시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익, 좀 맞아!!"

어떻게든 펜릴의 빠른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위해 마력과 함께 빙정을 뿌려대는 석하랑.

"절대 안 맞지!"

어떻게든 석하랑의 얼음 공격을 피하며 지금까지 한 대도 맞지 않은 펜릴.

마력의 상성도 전투 스타일의 상성도 모두 무상성이라고 볼 수 있는 둘의 전투는 거의 펜릴의 외줄타기에 가까웠다.

그리고 나는 양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전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펜릴에게 말해주면 바로 석하랑을 찌를 수 있는 수법이 하나 있고,

석하랑에게 말해주면 바로 펜릴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 수법이 하나 있다.

'간부들끼리 스파링 붙는 건 익히 잘 알고 있으니까.'

여섯 명의 간부가 3:3으로 붙는 모든 경우의 수도 파악하고 있는 나다. 설마 석하랑과 김펜릴, 두 명의 전투가 어떻게 이루어질 지 모를까.

-민초가 이기는 것이야.

-블루베리가 이기는 것이야.

-그냥 둘다 지휘관 자지에 지는 거 아니냐?

미니 피닉스들은 수도 없이 조잘대며 누가 이길지 갑론을박하고 있었다.

-그래서 석하랑 한 번이라도 공격 성공한 적 있음? 펜릴이 다 피했죠?

-펜릴도 공격 성공 못했거든? 김펜릴 공격 석하랑 옷자락이라도 스쳤나? 공격횟수로 따지면 김펜릴이 더 많이 때렸죠?

-그래봐야 유효타는 김펜릴이 더 많지. 석하랑 지금 마력빨로 버티고 있는 거 안 보임?

-그 마력빨이 안 되서 효율 배분하면서 싸워야 하는게 누구?

아주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만큼 둘의 전투는 격렬했고, 또 누가 이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었다.

[네 개인적인 생각은 어떻지?]

그는 내게 물었다.

'저요?'

[네가 보기에는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이길 것 같나.]

"흠…."

대답하기 조금 어려운 질문이다. 여러 가지 생각할 변수가 많지만, 결론은 정해져있으니까.

"주인공."

[정답.]

미니 피닉스들이 전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음표를 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세계는 게임이다. 게임 속 세상에서 주인공이 팀을 이루고 있는 쪽이 질 리가 없지 않은가?

"지금 주인공이랑 팀을 먹고 있는 쪽."

펜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전투는 김펜릴이 '보스'가 되어 싸우는 전투다.

당연히 석하랑이, 주인공의 스쿼드가 이겨야하는게 인지상정.

"석하랑."

"왜?!"

"이대로 해봐."

나는 마도기어를 통해 석하랑에게 지시를 내렸다. 김펜릴의 공격을 막아내며 곤란해하던 석하랑은 씩 미소를 지으며 마력 사용의 패턴을 바꿨다.

"너, 진짜 지휘관 맞긴 맞구나!"

"당연한 소릴."

"아아, 너무한 거 아니냥?!"

펜릴은 나를 향해 울상을 지으며 석하랑의 공격을 피해 하늘을 달렸다.

"나한테도 공략법을 달라!"

"응, 간부 수고."

"냐아아아아앙!"

지금은 박라온과 함께 결합한 상태면서 굳이 냐아앙 거리는 건 나에 대한 불만어린 시위가 명백했다.

그렇다고 나를 향해 공격하지 않는 건 확실히 챕터2 다웠다.

"언젠가 꼭 복수할 거야!"

"흥,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아?!"

"다음에 두고보라지! 반대 상황이 되면, 내가 네 잘난 얼음방벽에 구멍을 뻥 뚫어버릴테니까!"

펜릴은 억울함을 석하랑에 대한 공격으로 대체했고, 나는 석하랑이 만든 절대방벽 속에 숨어 펜릴의 절풍으로 인한 여파로부터 몸을 피했다.

"하랑아. 시작해."

"니 디졌다!!"

석하랑은 바로 내 지시에 따라 공격패턴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서 뻗어나온 얼음꽃은 꽃이 아닌 넓은 꽃잎처럼 사방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흥, 그런 공격은 통하지 않아!"

펜릴은 유유히 꽃잎들을 피했다. 꽃가루와 달리,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꽃잎은 너무나도 피하기 쉬웠다.

"흥."

얼핏 보면 석하랑이 통하지 않는 공격을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석하랑은 나를 믿고 꽃잎을 하나 둘 피워나갔다.

5분, 10분, 15분.

펜릴의 공격을 중간중간 얼음방패로 막으며 꽃잎을 계속 피워올리고 나자, 펜릴은 이를 악물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

꽃잎은 서서히 전장 전체를 잠식하고 있었다. 펜릴은 나를 향해 억울한 눈초리를 쏘아보냈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지금 히어로 편이라서."

"아아, 너무해 진짜!!"

펜릴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내게 하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히어로 할래!!"

"미안하지만 지금은 내가 히어로거든?"

쿵!

얼음꽃잎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더이상 펜릴은 도망칠 곳이 없어지고 말았다.

애초에 '전장'이 한정된 순간부터, 펜릴은 지고들어가는 수순이었다.

"아, 항복. 더는 못 도망칠 것 같아."

펜릴은 두 손을 들어올리며 항복했다. 마침 석하랑이 주변에 펼쳐둔 정육면체의 얼음꽃잎 감옥은 펜릴이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졌다고?"

카---앙.

석하랑은 펜릴을 가둔 얼음감옥을 내 앞에 집어던졌다.

"그럼 빨리 끝내자고."

등뒤에 달린 얼음날개는 순식간에 바스라졌고, 당당하게 미소짓는 석하랑은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 내 멱살을 잡았다.

"야, 내가 이겼지?"

"...히어로는 빌런의 구속이 승리 조건이니까."

히어로 석하랑.

빌런 펜릴.

그 무엇도 상성이 아니었지만, 승리 조건에서 둘은 판가름이 나고 말았다.

"아...이거 사기다."

펜릴은 원룸만큼 작은 방 안에 갇혀 머리를 긁적였다. 안에서 괜히 마력을 일으켰다가는 감옥의 얼음창살을 건드려 몸이 얼어붙게 될테니.

"내가 졌다냥."

"그래? 그럼 승리한 기념으로…."

석하랑은 내 멱살을 잡고, 얼음 감옥 안으로 나를 집어던졌다.

"마. 히어로의 관용이다. 둘이서 우리 집 온나. 셋이서 떡이나 치자."

"......반할 것 같다냥. 근데 미안한데...넷이다냥."

"......."

모처럼 의기양양하게 내뱉은 석하랑의 기세는 금방 짜증으로 물들었다.

삐비빅.

[사장님! 타란튤라 잡았어요!]

마침 유나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나는 두 팔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회식, 부산에서 할게."

"나이쓰!"

석하랑은 주먹을 움켜쥐며 환호했다.

"딴 애들은 호텔에서 자더라도, 니는 내 집에서 자야 되는거...알제? 히힛."

영종도.

SS급 히어로까지 동원된 인천공항 대격전은 히어로측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그 뒤.

나는 부산에서 여러 여인들에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지는 횟감이 되었다.

아침부터 아침까지 풀코스로 쥐여짜었지만, 모든 고난은 여인들의 품속에서 잊혀질 뿐이었다.

대 펜릴전.

무난하고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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