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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34화 (734/1,497)

〈 734화 〉2부 5장 27

화르륵.

모든 괴인들은 불꽃에 사그라들었다. 슈리의 광역기는 인천공항의 남은 잔해들을 모조리 녹여버릴 정도로 활활 타올랐다.

“커헉, 시민을 죽이다니....”

“네가 무슨 시민이야, 민초괴인이지.”

푸욱.

슈리는 자신의 발목을 잡으려던 민트머리칼 남자를 걷어찼다. X로이드는 슈리의 불꽃에 한여름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처럼 금방 녹아내렸다.

“여기는 정슈리, 민트초코가 되어버린 시민들을 포함해서 괴인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림.”

“슈리야, 나 너랑 지금 50m 차이야....”

“그냥 해본 소리야. 썅, 이것만 빼고 잘 타네.”

슈리는 불꽃 속에서 아른거리는 영롱한 민트빛 코어를 집어들었다. 안에 괴인 특유의 음습한 기운이 가득했지만, 그보다 더 짙은 민트색이 괴인들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듯 했다.

“유나야, 괴인 반응은?”

“이제 없어. 언니, 누리야. 고생했어.”

유나를 비롯한 마법소녀들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온과 가을의 더블 토치카에 의해 시민들이 안전장소로 이동되고, 이미 민트초코에 중독된 시민들은 더이상 구출할 의미가 없는 괴인이 되었다.

즉, 토치카 안에 있는 시민들은 공항에 남아있던 남은 시민들이었다.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구했다.

비록 훈련이기는 하지만 실제 괴인들이 동원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괴인들만 나왔으면 모를까, 시민들이 트롤링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위잉, 철컥.

공포에 빠진 시민을 연기하던 시안쿤과 시안쟝들은 모두 기계처럼 몸을 일으켰다.

“지금부터 코어 회수를 시작하겠습니다.”

“코어 회수, 코어 회수, 코어 회수.”

기계처럼이 아니라, 기계가 움직이고 있었다. 괴인들에게 당해 완전히 기능이 맛이 간 엑스로이드를 제외한 모든 인형들이 코어 회수라는 임무를 수행하느랴 여념이 없었다.

“저건….”

“사장님이라 조금 기분이 묘하네요.”

유성의 X로이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이렇게 코어를 회수하는 일에도 주로 활용되기도 한다.

로봇이라는 개체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 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하기 귀찮은 일이나 위험한 일을 하며, 코어 회수가 둘 다 포함되는 일이다.

꿀꺽, 꿀걱.

X로이드들은 코어를 입으로 삼키며 체내에 저장하기 시작했다.

“포장, 포장, 포장한다는 것이야.”

하나하나 먹을 때마다 체내에서 코팅 작업이 이루어지며 코어가 분류되었고, 코어끼리 달라붙지 않도록 조치가 이루어졌다.

“기계가 좋긴 좋네.”

“그러게 말입니다. 저 때는 저걸 다 일일이 손으로 은박지 씌워가면서 코팅했었습니다.”

“라온 언니, 또 라떼….”

삐빅.

[모두 고생 많았어.]

마법소녀들의 마도기어에 상황을 만든 당사자, 백청화가 모습을 비췄다.

[여러가지 불합리한 상황이 많았는데, 모두 잘 대처했어. 특히 C+ 세 명, 코어웨폰이랑 슈트가 있었어도 B급 괴인들을 함께 제거해나간 건 분명 좋은 성과였어. 연계도 좋았고.]

유나, 누리, 그리고 하유은.

총을 든 마법소녀라는 건 다소 이상하고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그들이 ‘히어로’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

[국지전으로 일부러 퍼뜨려놓았는데, 설마 공략법을 바로 찾을 줄이야. 역시 유나야.]

“일부러 떨어뜨려놓으신 걸 깨닫는 게 늦었어요.”

[하하, 다행이네. 시작부터 눈치챘으면 괴인들 나서기도 전에 시민들 구출이 끝났을 거야.]

백청화가 상정한 인천공항 부지의 대 괴수괴인전의 승리 공식은 하나였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시민들을 안전한 곳에 대피시킨 다음, 슈리의 화력으로 전부 몰살.

B급 괴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마법소녀들의 평균 전력은 꽤나 높았고, 최대 화력을 낼 수 있는 슈리는 아군과 건물, 그리고 시민이라는 제약 때문에 마음껏 화력을 내지 못했다.

유나는 아군을 한 곳으로 모았다. 누리와 라온, 하유은과 금방 합류하여 시민들을 안전하게 이동시켜 가온의 토치카에 합류했다.

가온과 가을이 동시에 토치카를 펼쳐 슈리의 공격이 프렌들리 파이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았다.

그리고 토치카에 모든 시민들을 모아 시민들을 안전한 장소에 ‘가뒀다’.

마지막으로, 이미 괴인들에게 당한 사람들은 소위 ‘손절’했다.

[괴인에게 당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쳐내기 쉽지도 않지. 잘 참았어. 괜히 구하러 뛰쳐나갔으면 엄청 곤란해졌을 거야.]

“...사장님이 더 난이도를 높이셨겠죠?”

[후후, 그래. 아직 ‘진짜’는 일부러 남겨뒀으니까.]

푸슈슛!

마법소녀들을 향해 갑자기 거미줄이 날아왔다. 몸의 일부가 점성이 짙은 거미줄에 질척거리기 시작했고, 휴식을 취하던 마법소녀들은 화들짝 놀랐다.

“이, 이게?!”

[A+급 괴인, 타란튤라. 준 S급이라고 봐도 무방한 괴인이지.]

어느새 마법소녀들이 서있는 곳은 민트색 거미줄로 가득 휘감겨있었다. 천장에서 거미줄로 내려오는 여자 괴인은 마법소녀들을 비웃었다.

키시시싯.

“어...라온 언니?!”

여자 괴인의 거미줄에는 라온이 어느새 칭칭 묶여있었다. 도저히 대처할 수조차 없는 빠른 속도를 보이는 타란튤라는 단번에 인천공항의 건물 지하로 숨어들었다.

“사장님!”

[걱정마. 라온이 안 죽어. 이건 일종의 이벤트 같은 거니까. ‘내 쪽’으로 이송되는 중이야.]

마법소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전 또 S급 괴수가 튀어나오나 했어요.”

“이거...펜릴 그 늑대 새끼가 한 거 아니야?”

“맞는 듯 한데? 지휘관이 일부러 라온이를 납치했다는 거 보면.”

A+급 셋이 동시에 눈치를 채지 못했다. 설마 타란튤라가 라온을 납치하는 걸 셋 모두 모를 리는 없을테니, 이 행위는 SS+급의 히어로가 몰래 라온을 납치했다는 말.

[간혹 괴인들에 의해 동료 히어로가 납치되기도 하지. 지하에 괴인이 만든 거미굴이 있을 거야. 한 번 유나를 중심으로 거미굴 던전 탐험 한다고 생각하고, 지하 탐험을 해보는 건 어때?]

“사장님 지휘는요?”

[나는 ‘이쪽’을 지휘해야해서.]

백청화는 엄지로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얼굴에 손을 뒤덮은 마법소녀 복장의 백발 여인이 세심한 눈길로 무기를 고르고 있었다.

“저희를....”

“구경도 못할 정도라는 건가?”

마법소녀들은 자신들이 지하로 이동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SS+급의 진심이 담긴 대련에 자신들이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하하, 미안해. 나중에 벌충해줄게. 타란튤라 잡으면 큥포인트 ‘0’에 가까운 순서부터 찐하게 채워줄테니까.]

“하! 섹스면 다인가?!”

슈리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소리쳤다.

“지휘관! 그렇게 모든 것을 섹스로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에요! 내가 당신이 ‘박아줄게!’하면 ‘예’하고 가는 사람이에요!”

“앗?!”

슈리는 거미굴을 향해 단독으로 뛰었다.

“...보통 저러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아는 법. 언니들, 슈리 언니 벌써 저만큼 가버렸음. 이거 어떡함?”

“어떻게 하긴, 쫓아야지!!”

모두의 예상을 뒤집은 슈리의 독단적인 행동에 마법소녀들은 급히 거미굴로 뛰어들었다.

“...사장님.”

[응.]

마지막으로 남은 유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저희, 꼭 강해져서 구경이라도 할 거예요.”

[물론이지.]

유나가 지하를 향해 들어간 순간.

쩌저적!

인천공항 부지 전체가 얼어붙었다.

* * *

“흥, 흥, 흥.”

라온을 납치한 괴인, 타란튤라는 바로 옆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주인의 행동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민트랑, 초코가, 제일 좋아! 민트랑, 초코가, 제일, 좋아! 지휘관, 자지를 맛있게, 따먹네! 따먹네~”

“그건 또 무슨 노래입니까.”

“몰라. 그냥 이거 알고리즘에 지나가면서 나오던데?”

괴인에게 납치당한 히어로는 태평스러운 얼굴로 주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바람의 주인에 의해 태어난 괴인은 자신보다 더 주인과 가까운 듯한 인간에게 질투심을 느꼈다.

“...어쭈? 너 눈이 건방지다냥?”

주인은 바로 괴인의 살기를 느끼고 손톱을 세웠다. 괴인은 자신의 몸에 달린 모든 눈을 감고 고개를 넙죽 조아렸다.

“펜릴, 저쪽의 준비도 끝났습니다. 슬슬 준비하시죠.”

“알았다냥. 흐흐흥, 이 몸의 민초안에 마력이 들끓는다냥....”

탓.

펜릴은 라온을 향해 번쩍 뛰어올랐다. 서로 배를 맞추듯 펜릴은 라온의 다리를 휘감았고, 두 손으로 라온의 얼굴을 붙잡았다.

“변신!”

“...변신.”

펜릴과 라온은 입술을 맞췄다. 충격적인 모습에 타란튤라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아아아----!!

강렬한 폭풍과 함께, 라온의 머리가 펜릴의 색으로 물들었다.

“......지휘관, 자지가 제일 좋아.... 지휘관 자지가 제일, 좋아.”

탓.

라온은 순식간에 밖으로 빠져나갔다.

타란튤라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석하랑, 한테서, 지휘관, 따먹네. 따먹네.”

“지랄.”

결계 아래.

인천 공항 부지 정중앙.

“지휘관 따먹는 건 내다.”

“그래요? 흐흥, 이번 전투에서 이기는 쪽이 하루 동안 지휘관 따먹기. 어때요? 진 사람은 눈앞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콜이다, 개냥이.”

타란튤라는, 지휘관이라는 사람이 불쌍해졌다.

"지휘관, 자지가, 제일, 좋아...."

귀에 맴도는 정체불명의 노래는 타란튤라의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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