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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33화 (733/1,497)

〈 733화 〉2부 5장 26

헷명쳐라는 말이 있다.

어디를 노려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을 때는 상대의 본체를 치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1:1에서의 얘기죠."

다 대 다, 특히 지금처럼 극소수의 정예병과 절대다수의 괴수들이 대결하는 싸움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제각기 흩어져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유나가 말한 미드모여는 단순히 헷명쳐와 같은 말은 아니다.

아군의 상황.

적군의 상황.

그리고 전장의 상황.

모든 것을 종합하여 생각한 결과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다.

"적군을 수월하게 상대하기 위해 아군 전력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

유나가 내린 결론이 과연 정답일까, 아닐까.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적어도 아군이 가진 불안정한 요소는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다.

"트롤러들."

현재 은유하가 직접 빙의해서 망나니 짓을 일삼고 있는 시안쿤들은 히어로들에게 크나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트롤러들이 미쳐 날뜀에 따라, 히어로들은 큥포인트를 손실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나와의 섹스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건 아무리 빡치는 인질이라도 히어로인 이상, 마법소녀인 이상 그들을 구하고 지켜내야하는 것.

"일부러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히어로의 기본은 인명구출이죠."

힌트는 줬다.

인질을 구출해낼 수 있다면, 큥포인트를 되찾는다는 것.

그리고 인질이 붙잡힘으로써 손실한 큥포인트는 다른 히어로가 챙길 수 있다.

즉, 가온이나 슈리가 놓친 인질들을 유나 등이 구출할 경우, 그들에게 둘의 큥포인트가 넘어간다는 말!

"일종의 구출 포인트죠."

마법소녀들이여, 사람을 구하라!

그걸 위해서라면 우선 트롤러들과 인질들을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역시 이유나."

유나는 누리, 라온, 하유은과 합류하여 사람들을 대규모로 이끌고 있었다.

"시민들을 통째로 대피시킬 생각을 하다니."

유나의 지시에 따라, C+ 마법소녀들은 시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가온'이 있는 곳을 향해.

***

"갸아아악!!"

괴인들은 시안쿤을 잡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펜릴의 지시에 따라 괴인들은 본격적으로 보호막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갑자기 튀어나온 시안쿤을 몇몇 괴인이 붙잡아 재미를 보고 있었다.

"문열어! 제발! 어차피 너희들한테는 이거 모의전이잖아, 씨발!"

괴인들은 절박했다.

"우리가 괴인이 된 것도, 너희들을 죽이지 않고 훈련시키기 위한 거 누가 모를 것 같아?!"

그들은 이 전투가 마법소녀들의 전력 향상을 위한 훈련임을 알고 있었고, 자신들은 훈련의 생생함을 위해 동원된 생체인형에 불과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너희는 그냥 이번 전투 끝나면 피드백 받고 끝나겠지만, 우린 씨발 진짜로 뒤진다고!!"

괴인들에게는 '부활'이 걸린 전투였다.

괴인 전용 감옥에 코어 상태로 평생을 썩는 것 보다, 이번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아 괴인으로라도 살아가기를 바랐다.

영원히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생각하기만 하는 인고의 감옥에 빠지느니, 차라리 지금 이 순간에 모든 힘을 다해 시안쿤을 범하고자 했다.

"절대 안 돼!"

가온은 절규를 하듯 방벽에 마력을 실었다.

"시민들은, 절대 건드리지 못할 거야!"

가온은 이미 큥포인트를 모두 손실했다. 사실상 그녀에게는 더이상 훈련을 이어나가는 의미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가온은 전력으로 남은 시민들을 지켰다.

시민들의 모습이 지휘관을 닮아서?

아니면 혹시나 마이너스 점수를 찍을까봐?

아니다.

"너희들은 사람들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못해!"

괴인들의 절박함과 실감나는 습격에 가온 또한 상황에 심취한 것이다.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실제상황처럼 여기며 남은 시민들의 수호에 전력을 다했다.

"문열어! 문열어! 문열어!"

괴인들은 가온이 더욱더 수비를 강고히 할수록 전력을 다해 문을 두드렸다.

이미 코어가 되어 제압을 당한 몇몇 괴인과 시안쿤으로 재미를 보는 괴인을 제외하고, 무려 20명에 이르는 B급 괴인들이 가온의 보호막을 미친듯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크으윽!!"

"이, 이제는 안 돼! 으아악!!"

방벽이 크게 출렁거리며 또다른 시안쿤이 뛰쳐나가려고 금안을 반짝이던 순간.

"김가온---!!"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괴인들을 향해 물의 검을 휘두르며 시선을 끈 작은 소녀에 괴인들은 고개가 훽 돌아갔다.

"뭐, 뭐야…?"

"저기 시안쿤들이 저렇게 많이…?!"

"시안쟝이다! 저기에 시안쟝이 있다!"

괴인들의 눈이 돌아갔다. 새롭게 시민들을 이끌고 온 마법소녀 넷은 각자 무기를 들고 시민들을 보호하듯 원진을 펼쳤다.

"가온! 합체!"

"오케이!"

가온은 마력을 최대한 펼쳐 물의 장벽을 넓게 펼쳤다. 시민들은 히어로들에게 지시를 받은 대로 물방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와아악!"

"나는, 살고 싶어!!"

시안쿤들이 전력으로 달려나가고, 일부 남은 시안쟝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유나는 급히 시안쟝을 부축했다.

"케헤헤헤!"

괴인들이 엎어진 시안쟝과 유나를 향해 날아올랐다. 괴인 중 절반 이상이 남자였으나, 그들이 노릴 수 있는 시안쟝은 몹시 한정되어있었다.

"시안쟝의 기계보지 잘 받아간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화륵.

적회색 불꽃이 타오르며 괴인들을 불태웠다.

라온과 누리가 괴인들을 무기로 치우며 틈을 만들었고, 유나는 '다리에 부상을 입은' 시민들을 부축하며 가온의 물방울 안으로 달렸다.

"가온! 수비에 전념해주세요! 공격과 견제는 저희가 할테니!"

"응!"

가온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방벽으로 두 손을 뻗었다. 순식간에 토치카 안으로 들어온 C+ 마법소녀들은 바깥을 향해 무기를 겨누며 예의주시했다.

"공격은 우리가 할게! 지금부터 이 토치카를 이동시키는 거야!"

"어디로?!"

"슈리랑 가을 언니가 있는 쪽!!"

이동식 토치카.

"나와라, 마법의 힘!"

"큥큥의 마술봉!"

투투투투투투투!!

안에서 마법소녀들이 들어올린 마도 K-2가 토치카 밖을 향해 화망을 펼쳤다. 이에 금안의 시안쿤들도 하나 둘 토치카의 이동에 따르기 시작했다.

"토치카 밖으로 계속 사격 개시! 밖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벌집으로 만들어!!"

즉, 밖으로 나가면 벌집이 된다.

총 든 군인들이 시민들을 보호하며 이동하는데, 따르지 않을 현대인은 없다.

***

"방해되는 시민들을 모조리 토치카 안으로 집어넣은 다음 총으로 위협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라…."

"저거 나중에 민원들어오는 거 아이가?"

"글쎄. 적어도 총구는 밖을 향햐고 있으니까 문제는 없지 않을까?"

투두두두.

K-2를 든 마법소녀들의 연발에 괴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마법소녀들의 등급은 C+라도 코어웨폰의 공격력은 충분한 B.

따라서 괴인들은 마법소녀들을 무시했다가 혼쭐을 나고 있었다.

탄창 하나에 300만원이 넘어가는 마력탄환을 아낌없이 비우는 마법소녀들의 화망에 더이상 돌출행동을 보이는 시민들은 없었다.

밖으로 도망친다? 괴인이 아니라 마법소녀들의 총에 등이 두들겨지게 되리라.

스스로 마법소녀들의 사선에 뛰어들어 죽은 멍청이가 될 뿐이니, 마법소녀들의 이능력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지도 못한다.

"이걸로 이제…."

"응, 이제 1회전은 끝이야."

결과가 다소 싱거운 전투가 아닐 수 없지만, 유나의 '미드모여'는 정답이었다.

흩어진 마법소녀들이 전력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그만큼 시민들을 관리하기 용이하다는 말.

[슈리야! 토치카 안으로 시민들 모아! 그리고 너는 밖에서 다 태워버려!]

[퍽 예-----!!]

괴인들을 상대로 최강의 딜링을 자랑하는 슈리는 토치카 밖으로 불길을 뿜어내며 화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가을 언니!]

[너로 변신해서 안에다가 2중 방벽 치면 되는 거지?]

어느새 합류한 가을도 가온과 함께 이중방벽을 펼쳐 방어를 도왔다.

[자, 잠깐! 이거 보여?! 시안쿤이 여기 있잖아! 시민이라고!!]

불길에 휩싸인 괴인들의 사이, 이미 사로잡힌 시안쿤으로 재미를 보던 괴인들은 다시 인질 실드를 벌이기 시작했다.

탕!

하지만 이미 시안쿤의 머리칼은 옥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유나는 가차없이 시안쿤의 머리를 스치듯 마탄을 쐈다.

푸쉬이이.

시안쿤은 마치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것 마냥 기능을 멈췄다. 유나가 일부러 헤드샷을 빗맞췄기에, 유하도 헤드샷을 가정하여 민초시안쿤의 기능을 정지시켰다.

[히어로 교전 수칙. 괴인에게 당하여 괴인화가 이루어지는 이는 사살하라.]

구출해야 할 시민이 이미 괴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구출이 아니라 구축해야 할 적이다.

타다다당.

민초 괴인들에 의해 머리가 민트색으로 물든 시안쿤들은 전부 '사망' 판정을 받기 시작했다.

슈리의 광역기에 휩쓸리거나 마탄에 저격을 당하는 등 괴인과 함께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정리 끝났네."

"아아, 이제 내 차례가?"

석하랑은 내게 받은 작은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모오오옵시 부끄러워하며 나를 눈으로 흘겼다.

"니...이거 촬영하면 죽여버릴 기다…!"

"당연하지. 약속했잖아?"

"......마, 마법소녀…."

석하랑은 하얀 매지컬 스틱(유성제)을 들고 높이 치켜들었다.

"매지컬 큥큥스! 설화령, 변신!"

화려한 백색 마력과 함께, 석하랑의 몸이 무지개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하랑쟝 여전히 빈유라는 것이야.

백청화의 어깨 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푸른 카나리아는 석하랑의 변신을 붉은 눈동자로 응시하고 있었다.

-SSS 정령 디폴트 복장도 아니고 마법소녀 복장이라니, 석하랑도 갈 데까지 가버린 것이야.

카나리아의 눈동자에는 REC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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