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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32화 (732/1,497)

〈 732화 〉2부 5장 25

불꽃에 휩싸여 난리가 난 빌딩 안, 화염으로 뒤덮인 괴수로부터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뛰는 이들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영웅의 수가 셀 수 없을만큼 많을까?

평범한 범인보다 적고 희소하기 때문에 영웅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영웅처럼 행동할 수 없기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구하고 돕는다는 이타적인 행위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기에 범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영웅, 범인과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악인’이 존재한다.

가령, 범인들이 고통을 받는 걸 지켜보기 위해 일부러 불을 지른다거나.

가령, 뒤에서 쫓아오는 괴수에게 먹잇감으로 노약자를 일부러 걷어차서 넘어뜨려 괴수에게 먹히게 한다거나.

그런 악인들이 바로 빌런이다. 히어로는 빌런들을 용서하지 않으며, 특히 괴인처럼 인륜을 저버린 괴물들은 죽임으로써 시민들을 구할 수 있다.

영웅들은 악인을 상대할 때 가장 힘을 발휘한다. 지켜야 할 자들이 있기에, 그들은 힘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지켜야할 자들이 영웅을 믿지 않고, 단독으로 행동하다가 사고를 일으킨다면?

“으아악, 커헉, 허어억!”

찌걱, 찌걱, 찌걱.

금발의 청년은 눈이 뒤집히며 바닥에 엎어졌다. 두 팔은 헥헥거리는 괴수견에게 짓눌린 채, 몸 위로 올라탄 한 여자 괴인에 의해 강간당하고 있었다.

“칫, 젠장...!”

가온은 답지 않게 욕지기를 내뱉으며 수탄을 마구 날렸다. 토치카 안에서 날아가는 수탄은 어지간한 중화기보다 더 살상력이 높았다.

“인질 실드!”

괴인은 자신이 붙잡은 또다른 인질을 앞으로 내세우며 수탄을 막았다. 가온은 황급히 수탄을 좌우로 꺾었고, 직선으로 날아가던 수탄은 금발 청년의 앞에서 사방으로 흩어져 벽을 꿰뚫었다.

“하하하, 어쩌나! 벌써 두 명이나 뛰쳐나온 걸!”

괴인은 가온을 무시하며 두 청년의 고간을 손으로 쓸었다. X로이드라는 걸 알고 있지만, 너무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청년의 자지에 가온은 얼굴이 시뻘게졌다.

“미친! 뭐하자는 거야!”

“다 살려고 이러는 거야! 괴인이 사람들 납치하는데 뭐가 문제야!”

“납치해서 죽이잖아!”

“죽이기 전에 좀 따먹을 수 있지!”

괴인은 적반하장으로 두 명의 청년, 시안쿤을 범했다. 다른 여자 괴인들 서넛도 자신만의 시안쿤을 챙겨 자지를 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으으, 진짜 짜증나...!”

가온은 토치카 안에 남아있는 시민들을 보며 짜증을 부렸다. 가만히 지키는 싸움을 하며 괴인들을 죽여나가면 되는데, 괴인들의 공격에 시민들은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토치카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하하! 얇구나! 고작 이 정도로 시민들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남자 괴인들은 토치카의 수벽을 마구 두들기며 한호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눈은 가온의 바로 옆, 단 한 명 뿐인 시안쟝에 꽂혀 있었다.

“히어로! 문 열어! 시안쟝 범하는 건 나야!”

“개소리하지마! 시안쟝의 애널을 범하는 건 나다!”

“문열어! 시안쿤! 문열어! 시안쿤!”

시안 시리즈를 상대로 하는 온갖 이상성욕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온은 진심으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절대 안뚫려! 내가 러시아에서 너희같은 놈들 한 두 번 상대해본 줄 알아?!”

가온의 방벽은 A+급 마력이 통째로 들어간 보호막이었다. 즉, A급 이하의 공격으로는 쉽게 상처조차 내지 못하는 방벽이었다.

단지 두께가 1cm 정도 되는 얇은 물의 막이고, 수속성이다보니 방벽이 계속 충격에 출렁거리며 흔들리기 때문에 쉽게 망가질 것 같았다.

“히이익! 우린 끝이야! 끝이라고!”

“아아악! 살려주세요! 강간당하고 싶지 않아!”

“히어로, 뭐 좀 해봐!!”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프로그래밍으로 떠드는 소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온은 실제로 한국이나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동안 이렇게 소위 ‘트롤링’을 하는 시민들을 정말 자주 봤다.

“아으, 진짜 짜증나!”

실제로 이런 시민들이 있기에, X로이드로도 실감나게 재현하고 있으리라. 가온은 시민 중 가장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는 존재, 시안쟝의 손을 붙잡으며 마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인질들 공격하면 큥포인트 전부 소멸이라니, 이건 너무하잖아요!!”

괴인에게 붙잡힌 시민들을 구출하면 큥포인트를 되찾을 수 있지만, 그들을 한 명이라도 ‘공격’하게 되면 큥포인트 전체가 사라지게 된다.

“불합리해요!”

가온은 마도기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곧장 돌아온 답장에 울컥했다.

[원래 히어로는 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싸우고 그러는 거야.]

“아아아악!”

모의전이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너무 그러지마. 이게 다 고증인 것이야. 인질들 죽이면 유족들이 보상금 내놓으라고 시위한다~]

“아니까 더 빡치는 거잖아요!”

가온은 분노를 터뜨리며 수탄을 난사했다.

“내가 그게 좆같아서 한국 떴는데!! 쓰파씨빠!”

가온은 욕설 아닌 욕설과 함께 주변 괴인들으 쓸어버렸다. A+급 마력이 담긴 수탄난사는 주변에 있던 괴인들을 일거에 쓸어버렸다.

“하아, 하아.”

마력이 순간적으로 훅 떨어진 가온은 미약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녀는 하나둘 안개로 흩어지는 괴인들을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

“...아, 좆됐다.”

퍽.

괴인은 죽으면 코어만 남고 사라진다. 사용하지도 못하는 코어지만, 일단 엄연히 무게를 가지고 있는 공 덩어리다.

“.......”

그게 기승위로 아래에서 깔려서 범해지던 시안쿤의 자지에 떨어졌다. 기계처럼 몸을 일으킨 시안쿤은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가온에게 말했다.

“왜 저를 제대로 구하지 않았습니까? 제 자지가 다치지 않게 조심했었어야죠! 히어로 운디네, 당신에게 피해보상을 청구합니다! 히어로 협회에 정식으로 민원을 넣겠습니다!”

“갸아아악!!”

가온은 큥포인트를 모두 상실하고 말았다.

* * *

푸른 하늘의 데스디나스.

세계의 온갖 악의를 플레이어의 어려움으로 만들기 위해 구현한 이 게임은 불합리와 울분이 가득한 게임이다.

예를들어 히어로로서 인질로 잡혀있는 시민을 구하다가 건물이 파손되었다고 치자.

바로 이주일 뒤에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소장이 날아온다.

히어로로서 활동하다가 히어로도 아니고 괴수가 파괴한 건데 왜 히어로에게 이런 걸 청구하냐고 따지는 게 당연하지만, 게임 속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어머, 들었어요? 히어로가 세상에 민간인을 고소했대!

-에그머니나. 누구래요? 어떤 개념없는 히어로가 무고한 시민을 괴롭힌대요? 자기가 마력있고 각성했으면 다야?

-에…괴수대책부는 괴수들의 준동에 대해 대처하는 부서이지, 괴수로 인한 피해에 대해 대처하는 부서가 아닙니다. 여기서 대책이라 함은….

“히어로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 꼬우면 한국 떠나든가. 야 이, 그래서 한국에서 이능력자 안 할 거야? 등등 히어로에 대한 온갖 악의가 가득한 곳이랍니다.”

선의철의 헬조선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곳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한국은 히어로-영웅들에 대한 악의가 심했다.

책임을 모두 히어로 개인에게 떠넘기는 선의철의 유도에 따라 히어로는 죄인이 되기 일쑤였다.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들어가지 못해 차를 긁었는데, 차주가 소방관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으레 있는 이야기잖아요? 심지어 차주는 주차금지구역에 주차했었는데 말이죠.”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모여 악의로 구현된 게 게임 속 선의철의 헬조선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이능력자들은 기업형 헌터 길드에 뿌리를 박으려고 한다. 아니면 해외로 떠나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구처럼 남아서 나라와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이 게임의 주인공들이며, 바보같은 영웅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

힘내라, 마법소녀-히로인들이여!

***

“...이거 안 되겠는데.”

유나는 마도기어를 통해 전황을 살피며 한숨을 내쉬었다.

푸욱!

유나가 지키고 있는 시안쟝을 향해 마수를 뻗으려던 괴인은 물의 마력이 코팅된 칼날에 찔려 죽었다.

“언니, 우리 어떻게 하면 좋겠음?”

누리는 괴인의 코어를 회수하며 계속 검을 휘둘렀다. 도중에 괴인 한 명이 누리의 사각에서 짐승처럼 덮치기는 했지만-

투두두두두두!

마도 K-2가 총열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괴인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연발을 단발로 놓고 확인사살로 세 발을 쏜 하유은은 괴인의 코어를 회수하며 주변을 가리켰다.

“리더, 어떻게 할 거예요?”

“...어쩔 수 없네요.”

유나는 마도기어를 두드려 공항의 전도를 펼쳤다. 사방에 가득한 붉은 점과 녹색 점, 그리고 노란점들에 유나는 결단을 내렸다.

“모두를 중앙으로 모을게요. 히어로도, 시민도, 괴수도, 괴인도.”

유나는 현장 지휘관으로서, 새로운 전략을 팀원들에게 뿌렸다.

"미드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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