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0화 〉2부 5장 23
펜릴의 도발에 따라, 우리는 본격적인 보스전에 돌입했다.
무대는 옛 인천국제공항.
지금은 폐허가 된 영종도는 건물의 잔해라고 부르기도 처참한, 흔적밖에 없는 곳이 되었다.
당장 이곳에 숨어있는 A급 괴수부터 시작하여 주변을 가득 채운 괴수들은 50인 정규 레이드를 뛰어도 모자랄, 평균 B급 전력 100명이 나서야 할 정도로 괴수들이 많았다.
“민초-빔--!”
펜릴은 인천국제공항의 건물 속에 숨어있던 A급 괴수에게 민초빔을 날렸다. 콘크리트 사이에 숨어있던 괴수, <드러그 타란튤라>는 민초빔을 맞자마자 바로 괴인이 되었다.
“어...어?”
“거미여인이다냥? 꼴리냥?”
“A급 즈음 되면 거의 여자랑 다를게 없네.”
드러그 타란튤라, 마약 거미라고 불리우는 괴수는 흑색 스트레이트 장발 미녀가 되었다.
인간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진 모습으로 민트색 눈을 반짝이며, 등 뒤에 달린 여섯 개의 다리에는 각각 민트빛깔 눈동자가 반짝였다.
“어...주인님을 뵙습니다...?”
“누가 주인이라는 거냥! 나는 지휘관의 개, 바나르간드! 괴수와 괴인을 죽이는 사냥개다냥!”
“......?”
드러그 타란튤라는 혼란에 빠졌다! 그녀는 스스로를 지휘관의 하수인이라고 칭하는 펜릴에 진심으로 당황했다.
[지휘관, 정말 나중에 코어로 바꿀 수 있는 거죠?]
은유하의 문자가 날아왔다. 그녀는 A급 괴수를 괴인으로 바꾼 것에 몹시 불만이 많았다. 괴수는 코어 파밍이 가능해도, 괴인은 코어 파밍이 불가능하니까.
[물론. 펜릴이 직접 만든 괴인이라서 소멸할 일도 없어. 나중에 코어 고스란히 모아놓았다가 코어의 마력만 추출하면 돼.]
[믿을게요.]
다행히 은유하는 깊게 캐묻지 않았다. 괴인의 코어에서 마력을 추출하는 ‘기계’를 사용하려면 최소 3개월은 더 걸릴테지만, 나는 기간은 말하지 않고 일단 괴인부터 만들었다.
“펜릴, 괴인들을 모아줘.”
“알았다냥. 내 밑으로 모두 집합----!!”
펜릴은 주먹을 치켜올리며 괴인들을 모았다. 이미 바깥에서 대기중이던 온갖 B급 괴수들이 민트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오열종대로 섰다.
A급 괴인이 미남미녀가 자기 원본 괴수처럼 코스프레를 실감나게 한 모습이라면, B급 괴인은 흔히들 부르는 아인종과 비슷한 형상이었다.
예를 들어 조류형 괴인은 머리부터 팔꿈치, 무릎까지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팔과 다리가 조류의 손발톱을 하고 있다거나, 수인형 괴인 중 고릴라가 베이스가 된 괴인은 얼굴에 털이 수북히 덮혀있다거나.
콘크리트 괴인은 전신에 콘크리트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나는 왠지 모를 그리움과 기시감에 괜히 입이 바싹 말랐지만, 괴인의 머리 위에는 무성한 터럭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휘관, 애들 다 모았다냥.”
“음, 많네.”
내 앞에 오열종대로 선 괴인들은 얼핏 봐도 족히 100명이 넘어보였다. B급 괴인이 20명만 있어도 영국이 제대로 뒤집어졌는데, 그 5배가 넘는 100명에 A급 괴인까지 있다?
S급 세 명은 족히 출동해야 할 대규모 괴인발생 사태다. 하지만 마도기어의 알람은 울리지 않고 있다.
[야, 내가 지금 잘못 느끼고 있는 거 아니제? 결계 안에 괴수랑 괴인 반응만 거의 네 자리 넘어가는데?]
영종도 전체에 결계를 친 석하랑은 영종도 내 괴수들의 물량에 치를 떨었다. 이 작은 섬에 이렇게 많은 괴수들이 숨어있었다는 것에 몹시 놀랐다.
[씁...이거 다 코어로 환산하면 얼마고?]
[적어도 2천억, 아니 2조는 넘겠지.]
나는 석하랑의 말에 적당히 답장을 하며 괴인들을 둘러봤다. 100명 조금 안되는 괴인들은 전부 ‘B급’이었고, 이들을 아마 코어로 환산하면 어마무시한 자금이 단번에 들어오는 셈이었다.
이들을 모조리 괴인으로 만들었으니 은유하가 복장 뒤집어지고 석하랑이 손톱을 깨물며 걱정할 수밖에.
조 단위가 넘어가는 경제적 가치를 가진 코어들을 당장 재활용 할 수 없는 물건으로 만들어 고작 ‘훈련’에 사용하겠다는 내 말이 진심으로 기가찼을 것이다.
[진짜...이거 마력으로 못 바꾸면 미워할 거예요.]
[하 씨.... 이마이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와가 쓸어버릴 걸.]
은유하도 석하랑도 이미 괴인들이 된 존재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나는 마도기어를 잠시 내려놓고 괴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혼란스러울 거야. 머리로는 지휘관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당장 명령권자인 펜릴이 죽이면 안 된다고 하고 있으니.”
생명체로서 숨을 쉬어야 한다는 본능과 자신을 만든 창조주(펜릴)에 대한 복종심이 반발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위해 무대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에게 지휘관을 죽일 기회를 만들어줄게. 짜잔.”
끼릭, 끼릭, 끼릭.
내 앞에는 두 가지 모델의 X로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지금의 나와 똑 닮은 금발양아치 남자 모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쪽은 유성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시안쟝’입니다!”
‘창염의 피닉스’와 상당히 비슷한 외모의 금발벽안 거유 미소녀였다. 각각 시안쿤, 시안쟝이라고 이름을 붙인 X로이드는 고작 E급 코어의 마력만큼 출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히어로들이 지키고 있는 이 인질들을 습격하면 됩니다.”
나는 시안쟝의 웃옷을 열어젖혔다. 펜릴은 시안쿤의 바지를 훌러덩 내려버렸다.
출렁.
제법 정교하게 만들어진 X로이드는 본래 목적-아니 음습한 목적에 맞게 리얼리티가 상당히 살아있었다. 괴인들은 눈앞에 무방비한 상태로 놓인 남녀에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이 ‘타깃’은 습격해도 되는 시민입니다. 즉, 당신들이 괴인으로서의 본능을 마음껏 발산해도 된다는 얘기죠. 어, 거기 질문.”
“그...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거...혹시...?”
콘크리트 괴인의 눈에 음습한 기운이 엿보였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직접 시안쟝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 하악...!”
찌걱.
“따먹어도 좋습니다.”
“우오오오!!”
괴인들이 흥분하여 날뛰기 시작했다. 여자 괴인들 또한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시안쿤의 덜렁거리는 아랫도리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민들을 지키는 자들이 있죠. 누구?”
“히어로!”
“그렇습니다. 이들은 히어로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바로...마법소녀들이죠.”
나는 괴인들의 앞에 정보를 풀었다. 간략한 정보라 정확한 전력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김누리는 검을 쓰는 수속성 근딜러다’하는 정보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전력으로 당신들을 막을 겁니다. 저는 따로 지휘를 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 전투는 ‘마도기어의 전파가 차단된’ 상황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괴인들은 펜릴이 바람으로 튕긴 작전개요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직접 설계한 작전 플랜은 간단했다.
“A급을 상대로는 B급 괴인 30명이 각각 붙고, 나머지 C+급을 상대로는 한 명당 3명씩 붙습니다.”
마법소녀의 전력에 맞게 괴인 배치가 이루어졌다. 당연히 석하랑은 상정 외.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무리 당신들이 B급 괴인이라고 해도 제가 키운 마법소녀들이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자신감 넘치는 도발에 괴인들의 표정이 썩었다. 아무리 A+급이 많다고 해도, 일단 쪽수가 모이면 유리해보이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하지만 당신들에게도 동기가 필요하겠죠. 펜릴, 샘플을.”
나는 시안쟝의 흰치마를 걷어올렸다. 검은 스타킹 아래 파란색 팬티가 도드라졌고, 펜릴은 꼬리를 세워 스타킹을 찔렀다.
“아흑?!”
시안쟝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펜릴은 꼬리로 시안쟝의 스타킹을 찢어 팬티 사이로 꼬리를 들이밀었다.
찌걱, 찌걱, 찌걱.
마치 남자가 자지로 여인을 능욕하듯, 시안쟝은 아래를 찌르는 자지에 몸을 파르르 떨며 가버렸다. 팬티는 서서히 군청색으로 짙어지기 시작했고, 시안쟝의 금발벽안은 민트색으로 물들었다.
“이렇게 시민을 따먹으면 타깃은 민트색으로 변할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목에 채워둔 족쇄가 그걸 카운트 할 거구요.”
괴인들은 자신들의 목에 달린 초커를 만지작거리며 씩 웃었다. 본능과 이성, 그리고 개인적 욕망을 모두 충족시키는 괴인들의 동기는 상황을 전달받은 마법소녀들에게도 전달되었다.
“이 싸움에서 죽는 괴인이 있다면, 그들은 코어가 된 채 1년 동안 코어 감옥에서 지내게 될 겁니다. 하지만 시민을 범한 자, 그러니까 ‘큥큥 포인트’를 얻은 괴인은 3개월 뒤 ‘사람’이 될 겁니다.”
내 폭탄 발언에 괴인들의 눈에 불이 붙었다.
“어디 한 번 열심히 해보세요. 어차피 여러분은 아주 특별한 선택을 받은 자들이니....”
“민초단, 위치로 가는 거다냥---!!”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괴인들은 펜릴에 의해 한 번씩 ‘검증’이 끝난 괴인들이었다. 최소한 ‘사람’을 먹은 적이 없는 괴수들로, ‘재사회화’가 이루어져도 큰 부담이 없는 자들이었다.
“아아,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 들려?”
[지휘관, 이거 씨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픈 채널을 열자마자 슈리가 쌍욕을 냅다 때려박았다.
[시민들에게 상처가 많을수록 섹스하는 날이 뒤로 밀린다니, 이건 선 넘는 거라고요!]
괴인들이 시민들을 습격하는게 최고라고 한다면, 당연히 히어로에게는 시민을 지킬 의무가 있다.
“왜? X로이드라도 시민은 시민이야. 슈리 너, 설마 나랑 내 TS 모델을 괴인들에게 따먹히게 내버려 둘 거야?”
[당연히 아니죠! 아니 근데 씨발, 내가 실수하면 내 앞에서 지휘관이 괴인들에게 따먹히는 걸 보는 거잖아요!]
“그럼 안 따먹히게 지켜주면 되지. 슈리야, 나는 널 믿고 있어!”
[아아악!!]
그래서 나는 마법소녀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다.
“각자 지키고 있는 시민들, 전부 큥 포인트야. 모두 난이도 비슷하게 설정했으니까 누가 유리하고 불리하고 그런 거 저-언혀 없어. 괴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시민을 지키는 사람이 우승인 거야. 알겠지?”
나는 민트색으로 변한 시안쟝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나의 ‘거점’으로 이동했다. 펜릴의 지시에 따라 괴인들도 밖으로 빠져나갔고, 은유하의 지시에 따라 시민들도 히어로들의 인도하에 각자 위치로 이동했다.
30분 뒤.
“전원.”
“민초단!”
“전투개시.”
“습겨-----억!!”
와장창!!
석하랑이 구현해낸 얼음 유리창이 박살나며, 괴인들이 구 인천국제공항을 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