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9화 〉2부 5장 22
전투를 치르기에 앞서, 나는 먼저 마법소녀들의 전력을 가늠해야했다.
"스쿼드 열람."
보스전 직전에 팀원의 전력을 가늠하는 동시에, 다음 챕터의 전투를 위해 어느정도 전력 보강이 필요한지 테스트 하기 위함이었다.
먼저 이유나.
그녀는 꾸준한 마력공급을 통해 어느덧 광속성 40에 이르렀다. E급 광속성 10에 불과했던 레벨이 어느덧 40에 이르렀다는 건 내가 그녀와 벌써 30번의 마력공급을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섹스로 따지면 최소한 100번은 넘었겠는걸.'
한 번 할 때마다 족히 안에 세 번은 사정했으니, 레벨이 오른 수치에 3.3만 곱해도 무려 100회에 이른다.
'사실상 매일매일 떡친 셈이지.'
다른 히로인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이며, 그만큼 많이 했다. 이쯤되면 유나는 섹스 중독인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지만, 그녀는 나 이외의 다른 누구와도 성교를 하지 않았다.
오직 지휘관 바라기.
메인 히로인이라는 자리는 겉치레가 아니다. 석달 간 그녀가 성장한 건 몸속에 자리잡은 지휘관의 마력 뿐만이 아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단독 헌터로 활동 해도 무방할 수준인데요?"
[단독으로 레벨 45급 괴수도 제압할 수 있겠어.]
나는 그와 함께 전력 구성을 탐독했다.
-아무리 그래도 레벨이 5레벨 차이나는데 45는 에바지.
-닷새만 각잡고 호텔 들어갔다 나오면 동렙인데 뭐가 문제임ㅋ
-껍질 단단한 놈들 말고 말랑말랑한 암속성 놈들 상대로는 킹만한데? 광탄 짤짤이 돌리면 쉽잖아.
모처럼 부부 동반으로 플레이하는 것에 미니 피닉스들도 신나게 조잘-훈수-대기 시작했다.
"근데 뭐 유나한테 바라는 건 레벨만큼의 전력이 아니니까요."
[현장 지휘관. 아카데미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적용하는 능력은 최상이지.]
"탱킹은 마력을 방출해서 배리어 전개로 가능, 딜링은 광탄으로 원거리 공격 가능, 심지어 광속성이라서 주요 능력치는 힐링. 혼자서 탱딜힐이 다 되는데 전술지휘까지 가능하다?"
[가히 레이드의 여신, <성녀>라고 칭해도 무방하지.]
근접계열만 빼면 모든 것이 갖춰진 이능력자다. 심지어 근접공격도 나중에는 훈련을 통해 청운, 군신 못지 않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사실상 원-맨-아미 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괴수 헌터 기반의 게임에서 주인공이 키울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헌터 그 자체.
이유나라는 존재는 개인 전투능력이 미미한 플레이어를 위한 일종의 보상이다. 언제까지 뒤에서 히어로들에게 전술 지시만 내릴 수 없는 노릇이니,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유나를 키우고 개조하는 맛으로 플레이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극딜형 이유나.
서포팅형 이유나.
법사형 이유나.
야전사령관형 이유나.
온갖 포지션이 가능한 히로인답게, 그녀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팀의 <마법소녀 이유나>는 근접공격을 제외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유나는 1픽 고정.”
메인 전투를 위한 3명을 편성함에 있어, 유나를 베이스로 다른 팀원들을 편성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이제 남은 건 유나와 함께 전장에 나설 두 명과 예비 전력을 구성하는 일.
“일단 라온은 제외할까요?”
[의도치는 않았지만 지금 배신 기믹이 붙게 되었으니.]
펜릴과의 2차전에서 펜릴은 히로인 한 명에게 빙의를 하여 싸운다. 그리고 나는 이 빙의당하는 배신자를 라온으로 설정했고, 2차전은 라온에 빙의한 펜릴-펜리스 박과 석하랑의 대결이 될 것이다.
“초회 공략이라면 모를까....”
[배신 확정인 캐릭터에게 자원을 주는 건 바보같은 짓이지.]
전투 도중에 주인공 일행을 배신하는 캐릭터가 있다?
열에 아홉은 해당 캐릭터의 장비를 모두 벗겨버릴 것이다. 아무리 1회 한정이라고 한들, 자신이 적을 죽이라고 입혀둔 장비를 아군을 쓰러뜨리는데 사용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라온이 장비는 빼버리죠. 알몸으로 내보낼까요?”
[그건 너무하니까 마법소녀 기본형 스킨을 새로 주문하도록 하지? 은유하한테 풍속성 코어 넘겨주면서 하나 싸게 만들어달라고 하면 하루만에 만들어 줄 거다.]
“명목은요?”
[...코스프레 섹스?]
역시. 나는 은유하에게 보낼 문자를 정리한 다음 바로 라온의 문제를 해결했다.
라온에게는 B급 코어를 갈아넣은 마법소녀 배틀슈트가 아닌 코스프레 섹스를 위한 마법소녀 장비가 지급될 것이다.
그게, 배신 기믹이 붙은 동료를 위한 최적의 전투 준비다.
“그럼 이제 나머지 전력을 모아야 하는데....”
지금부터는 선택의 문제다. 나는 우리 팀에 정식으로 등록된 팀원들을 하나둘 살폈다.
김누리, 수속성 C+.
김가온, 수속성 A+.
정슈리, 화속성 A+.
하유은(유하), 광속성 C+.
천가을, 환속성 A+.
그리고 석하랑, 수속성 SSS.
“이러면 2,3픽은 확정이네요.”
[데이터로 표시되는 값과 실제 전투력은 다르지.]
아무리 보스전이라도 레벨링은 무시할 수 없다. 괴수들을 죽인다고 마력 레벨이 오르지는 않지만, 레벨링과 전투 경험은 다르다.
"누리랑 유하 픽할게요."
[재능이 S, A라도 직접 싸우는 능력이 S, A는 아니니까.]
갓 S급으로 각성한 20살 대학생도 한번도 싸워보지 못했다면 B급 괴수에게 겁을 먹고 살해당할 수 있는 게 이 세상이다. 그러므로 이번 펜릴 보스전을 통해 다양한 전투 경험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다들 대괴수전은 많이 해봤어도 대괴인전은 못 해봤을 거란 말이죠?”
한국에 괴수가 많지 어디 괴인이 많던가?
“사람의 형상을 한 적을 상대로 어디 얼마나 힘을 다룰 수 있는지, 지켜보자고요.”
[지휘관을 지키면서 말이야.]
자체적으로 만든 미션.
지휘관을 범하려는 괴인들로부터 지휘관을 지켜라.
* * *
영종도.
다시 게임으로 돌아온 나는 모든 팀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소개했다.
“이쪽은 펜릴. 다크 레기온을 배신해서 우리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의 마스코트 캐릭터가 된 이능력자야.”
“이상한 헛소리를 하면 죽인다냥.”
펜릴은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며 나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장난이지만, 다른 팀원들은 펜릴의 손짓에 바로 무기를 겨눌 기세로 긴장했다.
“설마 보디가드였던 분이....”
“절풍의 펜릴은 죽었잖아요?”
“그러니까.”
큥큐륭큐큐.
“...다크 레기온을 배신하고 나오면서, 풍마룡을 절풍의 펜릴인 척 뒤집어 씌웠다는 건가요?”
“그래. 신분 세탁이야.”
영국에서의 활동 덕분에 다크 레기온의 간부 절풍의 펜릴은 SSS급 ‘히어로’ 펜리스 박이 되었다.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지만, 팀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역시 피의 일주일 문제였다.
“그치만 절풍의 펜릴...괴수잖아요.”
“수 억에 이르는 사람들을 죽인.”
1999년 12월 25일 00:00부터 12월 31일 23:59까지.
약 일주일에 이르는 시간동안 절풍의 펜릴을 비롯한 일곱 괴수가 죽인 사람의 수는 괴인 한 명당 억 단위를 훌쩍 넘어간다.
어찌보면 전범, 또는 역사의 죄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를 이렇게 쉽게 아군으로 들여도 되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를 하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많다.
플레이어는 게임이라고 치부할 수 있어도, 게임 속 존재들에게는 현실의 재앙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불만을 잠재우기 좋은 설정이 바로 ‘성주의 존재’다.
“간부들은 말이야, 사실 세뇌되었던 거야. 다크 레기온의 수장에 의해 살육병기로 개조된 거지.”
“네?”
“뭐라고요?”
“그게 정말이냥?!”
다크 레기온 간부들의 상상도 못한 충격적인 정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전개에 배신자인 당사자마저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펜릴? 당신이 왜 놀라는 겁니까...?”
“그야 나도 그런 건 몰랐으니까.”
간부는 자신이 세뇌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정령으로 각성하게 된다. 펜릴은 내가 자신이 세뇌당했었다는 걸 들은 뒤로 늑대귀를 쫑긋 세우며 눈을 깜빡였다.
“내가 세뇌당해서 그런 짓을 했다는 거냥...?”
“그래. 그러니까 ‘절풍의 펜릴’이 된 거지. 원래는 그냥 평범한 펜릴이었을지도.”
파르르르.
충격적인 이야기에 펜릴은 귀를 파르르 떨며 경악했다. 그녀의 늑대귀는 좀처럼 떨림이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세뇌를 당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행동했다...? 설마-”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것 까지는 세뇌당한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그럼 됐다냥!”
펜릴은 아주 간단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귀를 손으로 잡아뜯으며 기뻐했다.
싱긋.
펜릴은 나를 향해 눈웃음을 치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나의 정밍아웃으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된 것이다.
“후훗, 이 몸은 마법소녀 매지컬 큥큥스의 김펜릴! 평소에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녹색 고양이귀 메이드 미소녀지만, 그 실체는 지휘관을 곁에서 지키는 SSS급 히어로 <바나르간드>! 앞으로 잘 부탁한다냥!”
그리고 왼쪽 눈에 깃든 큐브의 힘 덕분에, 귀에 봉인된 정령 절풍이 자신을 잠식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였다.
'정령각성? 각성할 정령이 귀에 봉인되어있는데 어떻게 각성하겠어.'
비바, 큐브.
민초빔을 눈에서 빼내지 않는 이상, 앞으로 절풍은 더욱더 확고해진 펜릴의 자아를 견뎌낼 수 없다.
"펜릴...아니 펜리스. 정말 당신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물론! 내 의지를 보여주겠다냥! 세뇌당했던 내가 해를 끼친 사람들에게 속죄하는 의미로...."
펜릴은 마법소녀들을 단 한 문장으로 도발했다.
"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만큼, 지휘관의 아이를 낳겠다냥!"
자.
챕터2, 절풍의 펜릴 보스전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