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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714화 (714/1,497)

〈 714화 〉2부 5장 08

스톤헨지 점령 사건.

영국의 여왕이자 S급 히어로, 퀸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 지도 반나절이 지났다.

영국의 자존심까지는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 문화재에 괴인들이 기습 점거한 사태에 대해 많은 이들은 우려를 표했다.

축구장이 날아가면 차라리 고칠 수라도 있지, 스톤헨지처럼 역사적 전통을 자랑하는 유적지가 훼손되면 더이상 되돌릴 방법이 없지 않은가!

- 안심하십시오, 스톤헨지는 안전합니다.

히어로 협회장, 펜워드 경은 당당한 얼굴로 사람들의 앞에 섰다. 금발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매스컴의 앞에 섰다.

- 우리는 괴인들을 모조리 격퇴했습니다. 어떤 인적, 물적 피해도 없었습니다.

펜워드 경의 말에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여왕이 만들어낸 돔형 결계는 괴인 반응이 사라진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엄금하고 있었다.

-영국은 안전합니다!

그래서 일반 시민들은 히어로 협회의 발표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 스톤헨지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확신하십니까?!

- 내부 사진이 아직 나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죠?

- 안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들의 질문에 펜워드 경은 몹시 난색을 표했다. 그에게는 결과를 발표하라는 것만 주어졌지, 딱히 내부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에는 그도 '아는 바'가 없었다.

다크 레기온의 습격.

지휘관을 쫓는 듯한 모습.

평소 영국 히어로들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체계적인 형태.

그리고 여왕을 직접 체크의 '말'로써 움직인 과감한 전술.

그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펜워드 경은 단 하나의 가정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그건 '가정'일 뿐, 확실하지 않다.

그저 그에게는 단 하나의 권한만 주어졌을 뿐이다. 영국 히어로 협회장이나 영국 의회의 대괴수괴인전략대응본부의 수장은 '지휘관'이라는 이름 앞에 한낱 관료일 뿐이다.

- 내부사정은....

그래서 그는 이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 국가기밀입니다.

* * *

<잠시 뒤, 호텔.>

[실례합니다, 시안.w.히비스커스 님. 혹시 외출하신 적 있으십니까?]

"네? 저희는 호텔에 계속 있었습니다만?"

[죄송합니다. 실은 밖에서 변고가-]

호텔 지배인의 시덥잖은 변명을 한 귀로 흘리며, 나는 통화를 종료했다.

"왜 갑자기 이상한 전화냥?"

"영국에 있는 빌런들이 지배인 시켜서 확인한 거지. 일단 금발벽안인 사람들 한 번 씩 다 찔러보고 있을 걸?"

나는 일부러 의심을 샀다. 호텔 지배인이 직접 내게 나의 행방을 물었을 정도로, 지금 영국은 금발벽안의 백인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서울에서 흑발 청년 찾는 셈이나 마찬가지지만.'

새삼 백청화라는 존재의 디폴트가 '금발벽안'이라는 것에 안심했다. 덕분에 나는 이제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보고 '혹시'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었다.

행동에 제약은 생길 지 몰라도,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당분간 해외로 나올 일은 없다.

이번에 해외로 나온 건 외국계 히어로들의 우수함 뿐만 아니라 영국 여왕 아르엘의 위엄을 보여주려는 강제 이벤트의 일종이고, 최소한 두 달은 한국에서 지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챕터 2, 절풍의 펜릴.

챕터 3, 마암룡 아지다하카.

둘 다 한국에서 싸우게 되며, 해외는 커녕 한반도를 벗어날 일은 결코 없다.

"우리는 그냥 영국 구경이나 하다가 떠나면 돼. 알겠지, 펜릴? ...그리고 라온아."

"예...."

나는 둘로 나뉘어진 두 여인과 함께 느긋하게 누워있었다. 김펜릴은 정체를 숨겨도 되지 않아도 되는 것에 편하게 지내고 있었고, 박라온은 사색이 되어 펜릴을 맞이했다.

"그러니까 당신이...?"

"최초공개! 개봉박두! 바람이 부는 곳에 이 몸이 있나니! 내가 바로 절풍의 펜릴이다냥."

"...다크 레기온의 간부 괴인?"

"정답."

펜리스 박은 펜릴과 박라온, 둘로 나뉘어졌다. 박라온은 녹색 고양이귀 메이드 미소녀 차림으로 나타난 펜릴을 보고 경악했고,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한 번 더 경악했다.

"강원도에서부터 사장님의 곁을 지켰던 SS급 보디가드가 당신이었단 말씀입니까?"

"그렇다냥."

"당신...절풍의 펜릴이잖습니까? 지휘관을 암살하러 온 거 아니었습니까?"

"후후훗."

펜릴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배신했다냥."

"...세상에."

박라온, 경악.

"이 몸, 절풍의 펜릴! 앞으로 지휘관 집에 얹혀사는 한 마리 고양이이자 침대에서 밤일을 돕는 메이드가 되기로 했다냥."

"...사장님, 혹시?"

"맞아. 괴인도 마력공급이 되더라고."

"섹스로 굴복시킨 게 아닙니까?"

나는 적나라한 라온의 말에 침묵했다. 펜릴은 눈을 깜빡이며 꼬리를 비비 꼬았다.

"꼭 그것만으로 지휘관 편을 든 건 아니고...."

"다른 조건들과 더불어 사장님의 현란한 밤놀이 실력에 혹했다는 것 아닙니까?"

"지휘관, 쟤가 나 사실로 때린다냥."

"괜찮아. 어차피 본인도 동병상련이거든."

우리 팀에 들어온 팀원 중에 나와의 동침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나와의 경험을 통해 성행위의 즐거움을 알아버린 이상, 그리고 이 세계의 근간이 19금 미연시인 이상 성교는 주인공과 히로인이 교류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까딱 잘못하면 얀진소리 울리는 나이스 보트겠지만!'

설령 모종의 이유로 배신을 하더라도, 나를 붙잡아 어디 가둔 다음 죽을 때까지 마력을 짜내는 엔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한 번 통정한 히로인은 지휘관과 성적으로 얽메이게 된다.

‘그건 그거대로 좋은데.’

이왕이면 그냥 착정엔딩말고 나를 여체로 만들어서 착정감금엔딩인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야 조금 떨떠름해하겠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정식으로 소개할 거야. 절풍의 펜릴이 우리 팀에 들어왔고, 앞으로 다크 레기온의 간부들도 하나 둘 우리 팀으로 영입해보려고 하거든.”

“...진심이십니까?”

“물론. 일단 예쁜 여자들이고, 능력좋고. 몇몇은 인류에게 큰 죄를 지은 전범이나 마찬가지지만, 나한테 이걸로 벌받으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어.”

나는 가볍게 내 바지 앞을 튕겼다. 둘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동시에 가로저었다.

‘좋은 징조야.’

사람이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감하는 것이다. 박라온도 펜릴도 ‘나’에 대해 더 잘 알수록, 서로 쉽게 육체에 깃들어 하나가 되리라.

‘정령 싱크로까지는 필요없고, 그냥 간부 빙의여도 충분해.’

진엔딩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16명 하렘 엔딩이면 족하다.

괜히 정령을 각성시켰다가 엔딩에서 개고생을 하느니, 간부인 상태로 내버려둬서 섹스에 더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쪽으로 놔두는 게 내게는 이득이다.

‘간부들은 보벼달라고 해도 받아주겠지만, 정령이면 절대 안 해주겠지.’

고로 이벤트 상 정령 각성에 실패하면 사망하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간부로 영입하여 우리 팀에 적응시키는 길이 가장 좋다.

‘진엔딩이 목적이었다면 다르게 플레이했겠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마력공급씬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결국 이 게임은 내가 여러 히로인들과 즐기기 위한 게 목표일 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 명 더 동료로 한 번 영입해볼까?”

“누구 마음에 드는 여자 있습니까?”

“라온아. 왜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민초를 끊겠다냥.”

“.......”

나는 펜릴에게 민트초코 마카롱을 건넸다. 그녀는 빵 부분을 벗겨 안의 크림을 고양이처럼 핥아먹었다.

“펜릴…? 마카롱은 따로 먹는 게 아닙니다.”

“빵 부분 버릴 건데?”

“......!! 음식 버리는 거 아닙니다. 차라리 저 주십시오. 제가 먹겠습니다.”

“와.”

김펜릴은 감격한 눈으로 박라온의 손을 붙잡았다.

“내가 핥던 건데 괜찮냥?”

“......침 정도 섞이는 건 익숙합니다.”

박라온은 나를 흘겼고, 나는 그녀의 눈빛을 읽었다.

“펜릴아. 너 라온이 몸에 빙의 한 번 해볼래? 이번에는 의식 누르지 말고.”

“그건 좀 어려운데….”

“이렇게 생각해봐. 라온이도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데, 그걸 같이 먹는다고.”

“......알았다냥.”

김펜릴은 바로 라온의 몸에 깃들었다. 라온의 머리칼이 민트색으로 물들었고, 머리 위에 짐승귀와 꼬리가 ‘뀽’소리와 함께 튀어나왔다.

“......어?”

펜리스 박은 자신을 이리저리 살피며 놀랐다.

“사장님? 이게….”

“역시 되네. 안 될 리가 없지.”

분명히 말하자면 싱크로는 아니다. 지금은 박라온이 주가 되고, 펜릴은 그녀의 육신에 깃든 힘이 되었다.

의식의 주체가 한 쪽으로 정해야하는게 다소 흠이지만, 짐승귀 코스프레를 한 것 같은 모습에 나는 그녀의 몸을 번쩍 일으켰다.

“그럼 떡밥 좀 던져보러가자. 몸 쓰는 법은 알겠지?”

“...예. 이게 SS급의 힘이군요.”

“맞아. 아직 가는 동안 시간이 있으니까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몸 좀 써봐. 그게 언젠가 네가 SS급이 되었을 때의 몸이니까.”

일종의 사전체험같은 느낌으로, 나는 라온에게 압도적인 힘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고자 했다.

“...사장님, 질문있습니다.”

“응, 뭐야?”

“이 상태로 저랑 섹스해서 마력공급하면, 제가 마력이 늘어나는 겁니까? 아니면 펜릴의 마력이 늘어나는 겁니까?”

“마력공급하고싶어서 그러는 거지?”

“히익?!”

나는 박라온의 꼬리를 붙잡았다.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또다른 생체 기관을 붙잡히자, 라온은 사색이 되어 떨기 시작했다.

“마력공급 할 거야. 그러려고 너를 영국까지 데려온 걸?”

비유하자면 자지를 손으로 애무당하는 기분일 것이다.

“근데 다녀와서 하자. 어그로만 끌어두고 금방 호텔로 돌아오자고.”

“어디로...가는 겁니까?”

“대영박물관."

그곳에, 영국의 메인 이벤트와 연계된 물건이 있다.

"우리는 그걸 훔칠 거야."

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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