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6화 〉2부 3장 21
천가을은 공략하기 쉬워도, 마스커레이드는 공략하기 어렵다.
히로인으로서의 천가을은 공략 난이도가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모두가 겪게되는 빌런 마스커레이드 전투의 난이도는 다들 한 번 정도는 게임오버 당할 정도로 어려웠다.
“미친 새끼.”
<미스트롤가을>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여인은 그래서 ‘백청화’라는 이가 마스커레이드에게 개발리기를 바랐다.
처녀충이라고 욕해도 될 법한 자의 행보에 역겹기 그지 없었고, 여자가 남자의 몸으로 여자 히로인들을 신나게 범하고 다니는 것에 천벌이 떨어지기를 기원했다.’
“와! 정말 대단한 플레이였어요.”
물론 앞에서는 착한 척, 적당한 코멘트를 남기며 백청화의 플레이를 예의주시했다. 아무리 싫은 이라고 한들, 분명 백청화의 플레이는 노하우 덩어리였다.
‘우리 가을이 잘하면 8월 되기 전에 동료로 들어올 지도?’
마스커레이드가 동료로 들어오는 8월 15일, 광복절 특사 이전에 혹시나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성공하면 내가 진짜 시녀한다.’
석하랑마저 임시로나마 동료로 들인 만큼, 천가을도 정식으로 동료로 영입 가능한 때보다 훨씬 이른 타이밍에 동료로 영입하지는 않을까 조금 기대하게 되었다.
“씨발, 이걸?”
그런데 이게 왠 걸. 백청화는 마스커레이드 전을 완전히 망가뜨릴 작정을 했으면서, 마스커레이드 전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천가을은 천가을대로 큥큥해버리고, 마법소녀 팀원들은 마스커레이드 전투를 치르도록 판을 짜고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게 말이나 돼?’
마스커레이드 전투의 패턴은 완전한 랜덤이었다. 처음에 어둠이 짙게 깔리는 것을 시작으로 야시경을 쓴 적들이 야습을 감행하고, 유나의 빛마법으로 시야를 간신히 밝히며 적을 요격한다.
“씨발...나는 뉴비 때 세 번이나 게임오버 당했는데….”
그리고 동료들 중 한 명으로 변한 마스커레이드에 의해 팀원은 내부에서부터 와해된다. 라온이 누리를 찌르고, 누리가 라온의 허벅지를 베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게 되는 것이 마스커레이드 전이었다.
“공략 방법...마스커레이드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워낙 많은 게임오버 빅데이터가 쌓인 덕분에, 수많은 지휘관들은 마스커레이드 공략 방법을 터득했다.
1.C급까지 변신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B급 이상 동료를 영입하기.
2.미리 동료들에게 변신에 대한 대책 방안 마련하기.
3.유나 이외에 화속성이나 광속성 동료를 영입하여 주변을 밝히고 싸우기.
4.마스커레이드를 가장 먼저 제압하기.
백청화는 네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했다.
김가온을 동료로 데려왔고, 동료들이 변신을 해도 알아챌 방도를 마련했고, 하유은이라는 빛속성 이능력자를 준비했고, 마스커레이드를 제압했다.
“섹스로 제압하다니….”
등대지기 소굴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 마스커레이드를 의자에서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마스커레이드는 벗어나려면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으면서도, 백청화의 자지 위에서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섹스 존나 잘 하네, 젠장.”
미스트롤가을은 가면 사이로 풀린 눈동자로 파르르 떠는 마스커레이드를 보며 군침을 흘렸다. 코트 아래에 출렁거리는 G컵 거유에 절로 입술이 타들어갔다.
“어우야.”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이유는 단 하나. 아래에서 백청화가 열심히 위로 쳐올리고 있기 때문.
[하읏, 으극, 하으아...섹스 존나 잘 하네, 젠장….]
마스커레이드는 지휘관에게 제압당해버렸다.
그에 따라, 전투는 당연히 마법소녀들의 승리로 이어졌다.
***
쿵!
마지막 남은 빌런이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엎어졌다. 빌런의 정수리를 향해 창대를 내려찍은 라온은 창을 회수하고 호흡을 골랐다.
“12명. 마지막, 끝.”
“이쪽은 15명!”
“아까전에 확인 했을 때 딱 27명이었어요. 전원 제압 성공했어요.”
세 마법소녀는 바닥에 쓰러진 빌런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신뢰하며 완벽한 합을 보인 셋은 아무 피해 없이 27명의 빌런들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했다.
“이게 큥큥의 성과…!”
대부분 E~D급 빌런들이었다. 누리를 제외한 다른 둘이 처음에는 전투력이 10 언저리에 불과했다는 걸 생각하면, 둘은 어지간한 C-급 히어로의 전공을 세웠다 싶을 정도로 훌륭하게 싸웠다.
코어웨폰과 사제 배틀슈트.
보급형 히어로 슈트는 몇 번 적의 공격을 막자마자 바로 망가졌으나, 보급용 슈트 아래에 받쳐 입은 ‘마법소녀 코스튬’은 적들의 공격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리고 부족한 공격력은 히어로 슈트에 준하는 코어웨폰으로 대체했다.
25레벨 수준에 준하는 유나와 라온이 40레벨 급의 전투력을 낸 것이나 마찬가지. 그보다 훨씬 기본 베이스가 높은 누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럼 이제….”
저벅, 저벅.
셋은 의자를 향해 무기를 들고 조심히 다가갔다. 혹시나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이가 다칠까봐 걱정을 하며 다가갔으나, 점점 걱정은 허탈과 분노로 승화되었다.
“응긋, 흐흥, 흐아아….”
가면이 반쯤 벗겨진 마스커레이드, 천가을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헐떡이고 있었다. 골반에 잡힌 남자의 거친 손에 빠져나가지도 못한 채 절정에 가버리고 있었다.
“오고극, 크흐읏?! 아, 안 돼! 가, 가버려어엇?!”
푸슈우웃.
다리가 좌우로 벌려진 천가을은 시원한 분수와 함께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래에서 휘어지듯 찌르는 자지에는 녹아내린 크림치즈처럼 끈적하고 하얀 무언가가 좆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후우, 역시 내가 직접 활약하기란 쉽지 않아.”
“사장님….”
“응, 고생했어."
천가을 뒤에 있던 백청화는 활짝 웃으며 셋을 맞이했다.
"역시 세계를 구할 마법소녀들이야. 구하러 왔구나?"
"...사장님. 설명 간단하게 해주실래요?"
"우리 동료가 될 여자야. 이름은 천가을. 변신의 귀재."
백청화가 손으로 천가을의 허벅지를 톡톡 건드렸다. 그러자 천가을은 가면을 손으로 쓸어올렸다.
파스스스.
회색 빛무리와 함께 천가을은 이유나가 되었다. 배틀 슈트를 입은 회색 눈동자의 이유나가 헐떡이고 있자, 이유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랐다.
"저랑 똑같네요?”
“그렇지? 앞으로 우리 팀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야.”
“앗...그럼 저랑 저로 3P를 할 수 있는 거네요?!”
“......그런 의미로 영입하려는 동료가 아니야, 유나야.”
백청화는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라온과 누리는 유나의 얼굴로 절정하는 가을을 보며 어색해하면서도, 긴장이 완전히 풀린듯한 둘에 어이가 없었다.
“사장님 지금 뭐함? 우리 지금 사장님 구하러 온 거 맞음?”
“갑자기 긴장이 풀리는 기분입니다….”
“긴장 풀어도 돼. 상황 종료야. 그리고 천가을, 정신차려. 이제 신서울에 들어가야지.”
“응, 그읏, 흐아아….”
가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백청화에게 질내사정을 당했다는 것 이상으로, 유나의 몸으로 변한 그녀는 어찌된 영문인지 계속 간헐적으로 절정하며 몸을 떨기만 할 뿐이었다.
“어…?”
백청화는 당황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삐빅. 3월 2일 입니다.
마도기어가 울리자 백청화의 표정이 하얗게 물들었다. 마침 날짜가 3월 2일이 되었고, 백청화가 예고한 시각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장님,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하려는 거길래 그렇게 무서워하세요?”
“범람.”
백청화에게 설명을 전해들은 일행은 모두 백청화와 마찬가지로 사색이 되었다.
“.....튀자!”
일행은 급히 등대지기의 소굴 지하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
<3월 2일 오전 0시 13분, 강남 전선.>
쩌적, 쩍!
도로가 얼어붙었다. 지상으로 나온 괴수들은 설화공주의 손짓 한 번에 모두 얼음조각상이 되었다.
“여기는 설화공주, 강남 전역을 클리어.”
[고생하셨습니다.]
“빌런들은?”
[예의 ‘윈드시어’마크에 해당하는 자들은 모두 체포했습니다.]
<나이트메어> 설지영은 각 구역별로 사로잡은 빌런들을 화상으로 보이며 웃었다.
[이걸로 체면치레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들을 청송이 아니라, 히어로 협회의 교정시설에 넣어 재사회화를 하도록 하면 되겠군요.]
선의철이 생각하는 서울수복작전의 본래 취지와는 다소 어긋나기는 하지만, 서울에 자리잡은 빌런을 일거에 소탕한다는 히어로 협회 측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
[딸기 마크랑 민트초코 마크가 박힌 빌런들은 먼저 후방으로 옮겼어요. 하지만 윈드시어 마크가 있는 자들은 좀 더 확실하게 구속해뒀죠. 실적은 윈드시어 마크로만 공표할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히어로 협회 최고의 실적이 아닐까 싶네요. 후우, 고마워요. 그 녀석 말 그대로 따라줘서.”
[별말씀을. 지금쯤 신서울 사람들도 난리가 났을 걸요? 지휘관의 자문을 구한 작전이라고.]
3월 1일 오후 6시.
저녁시간 즈음에 협회는 서울수복작전에 인류 마지막 지휘관에게 자문을 구해, 그의 고견을 들어 협회측에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서울수복작전은 무조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작전이다.
선의철 본인은 모르는 지휘관의 조언에 선의철은 몹시도 불쾌해했으나, 지휘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건 전혀 불쾌한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이제 다른 문제를 신경쓰느라 정신이 없어질 것이다.
“슬슬 시간입니다.”
설화공주는 유리구두같은 신발을 벗어 맨발로 강물 위에 섰다.
“설화공주, 준비완료. 언제든 들어오라고 하세요.”
한강의 수면 위에 선 설화공주는 지휘관이 예언했던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일어난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이 들었다.
쩌적, 쩌적.
설화공주의 몸에서 퍼져나온 서리가 한강의 강물을 서서히 얼리기 시작했다. 설화공주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내 힘, 딱 S+까지만 보여줄테니까.”
힘을 보여주는 대상은 단 하나. 지휘관이 서울수복작전이 실패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계기.
<시청사의 뱀>.
한강 북쪽 서울의 중심에 자리잡은 S+급 괴수가 미쳐날뛰기 시작하기 까지, 그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1시 1분, 구로 팀 매지컬큥큥스 베이스 캠프.>
“이제 10분 남았네.”
난 차에 오른 상태로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운전석에 앉은 하유은은 핸들을 잡고 숨을 죽였다.
“정말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요?”
“물론. 그러니까 일부러 설화공주를 픽해서 한강에 전진배치 했잖아요.”
“믿기지가 않아서….”
“이제 직접 눈으로 보게 될 겁니다. 흠, 아아. 뒤에. 천가을은 정신 들었어?”
“여전히 헐떡이고 있어요. 어떻게 하죠?”
“일단 깨어나면 바로 전달하라고 해. 이제 시간 없어.”
천가을이 천가을로 신서울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신분세탁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로 변신을 해야만 하며, 그 대상은 서울의 주민이 아니라 신서울의 주민이어야만 한다.
“천가을 모습 그대로 들어가면 체포야. 8월까지는 감옥에 갇혀서 지내게 될 거라고.”
“그건 절대로 안 되요. 이 언니 불쌍하잖아요.”
“조금 그렇지?”
나는 천가을에 대한 정보를 적당히 각색하여 팀원들에게 전했다. 천가을이 어쩌다 빌런으로 전락하게 되었는가, 제법 소상히 밝혔다.
‘동정을 안 하면 히로인이 아니지.’
천가을의 암울한 과거에 동정과 안타까움을 보내는 사람들만 모인게 히로인이다. 그 누구도 천가을을 모른체 하지 않았고, 천가을이 지금 상태 그대로 신서울로 돌아가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위험을 무릎 쓰기로 했다.
“천가을, <마스커레이드>는 빌런으로 등록되어 있어. 다행히 우리 트레일러에는 마스커레이드만 타고 있지. 그게 무슨 말인지 알지?”
“빌런을 숨겨주는 거잖아요, 저희.”
“그래. 빌런을 신서울에 몰래 들이려고 하는 거야.”
협회조차도 우리를 실드칠 수 없는 중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것이다. 천가을은 죄인이 아니지만, 신서울에서는 서울의 사람이라는 것 만으로도 중죄였다.
“...슬슬 시간이 되었네. 하유은 양, 준비됐어요?”
“물론입니다. 엑셀만 밟으면 되는 거 아녜요?”
구구구.
트레일러는 막대한 마력엔진의 배기음을 쏟아내며 달려나갈 준비를 마쳤다. 남은 것은 시간.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1시, 11분, 11초.
“달려!!!”
하유은이 엑셀러레이터를 풀로 밟자마자, 북쪽에서 소름끼치는 괴수의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맛있는 먹이의 냄새가 난다.
입이 근질거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지하의 놈들은 건방지게도 자신이 드나들 수 없는 작은 토굴로 돌아다니고 있지만, 지상에 들끓는 인간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특히 구로.
구로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냄새에 그는 눈을 떠버렸다.
오랜 기간 가만히 잠들어있던 괴수는 냄새를 맡자마자 깨달았다.
저것을 먹는 즉시, 자신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존재로 탈피할 수 있다. 그럼 지금 자리잡은 곳보다 더 북쪽, 평양의 괴수에 대해서 두려워 할 필요도 없고, 남쪽에 있는 인간들의 도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걱정되는 건 여의도의 괴물이었으나, 다행히 그 녀석은 그다지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러므로 먼저 먹는 자가 임자.
구구구.
뱀은 서서히 몸을 움직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가라, 나의 자식들아.
키아아아아악!!!
서울시청에서 뱀의 포효가 울려퍼지자미자, 한강 북부 전역에 흩어져있던 뱀 괴수들이 일제히 한강을 향해 남진하기 시작했다.
그 수가 무려 2만.
시청사의 뱀, S급 괴수가 출몰했다.
"와, 실적파티! 최소 C급 코어가 2만 개!"
"후후후후후후. 돌아가면 애널 한 번 대드릴게요...후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