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4화 〉2부 3장 19
<오후 9시 19분, 구로 대림역 지하도.>
"씨발, 조졌네. 히어로 새끼들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찾아오는 거지?"
"몰라, 뛰어!"
등대지기의 하수인인 두 남자는 몸에 있는 온 마력을 다해 지하도를 뛰었다. 그들의 뒤에는 형형색색의 레이스를 나풀거리는 마법소녀들이 두 남자를, 빌런을 쫓고 있었다.
"놓치지 않아!!"
앙칼진 흑발 소녀의 외침과 함께 수탄이 어둠을 가르고 지하도를 날았다. 빌런들은 황급히 옆으로 비켜서며 몸을 피했다.
캬아악!
마침 반대편에서 달려온 괴수들이 수탄에 적중했다. 빌런들은 괴수의 옆을 스치며 달렸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던 괴수들은 마법소녀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라온 언니!"
"하앗-!"
장신의 마법소녀가 창을 앞으로 내던졌다. 이빨을 드러낸 괴수는 목구멍부터 창이 꽂혀 옆으로 쓰러졌다.
키키킥!
자신의 손에 들린 무기를 던지는 위험한 행동에 다른 괴수들은 몸을 피하고 기회를 노렸다. 괴수들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바가 있었다.
인간들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조차 아깝지 않다. 천장, 바닥, 그리고 다른 비밀 통로에 숨어있던 괴수들이 소동을 느끼고 삽시간에 튀어나왔다.
"D급 조심!"
"뒤에도 와요!"
카가각!
정면에서 괴수 하나가 검은 마법소녀의 위에서 팔을 찍어누르며 거칠게 압박했다. 그 사이 다른 마법소녀들도 앞, 뒤, 위를 맡아 방어선을 펼쳤다. 괴수들은 천천히 마법소녀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가온 씨!"
"준비됐어요! 갑니다!"
정중앙에 있던 마법소녀는 짧은 스태프를 높이 치켜들었다. 스태프 끝에 달린 코어가 빛나기 시작하더니, 괴수들을 향해 정확히 얇은 물줄기를 레이저처럼 쐈다.
키에엑....
일격에 전멸. A급 이능력자의 광역기에 괴수들은 심장이 전부 꿰뚫려 사망했다. 간혹 몸을 비틀어 치명상을 피한 놈들도 다른 마법소녀들의 추격에 확인사살 당했다.
"휴, 점점 괴인들보다 괴수들이 더 늘어나는데?"
"그럼 맞게 가고 있는 겁니다."
"그래요, 그 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말이죠."
마법소녀들은 악마눈의 관음증 변태 빌런, <등대>를 떠올렸다. 마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특별히 제작된 구속구로 등대를 제압한 마법소녀들은 그에게서 지하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근데 사장님이 준 거랑 미묘하게 다르죠?"
"사장님이 받은 거에서 시설이 더 늘어나거나 바뀌었습니다."
"오빠라고 다 아는 건 아닌 듯."
마법소녀들은 팀의 리더로부터 받은 정보와 실제의 상이함에 침을 꿀꺽 삼켰다. 94%가량은 비슷했지만, 나머지 6% 정도가 달랐다.
"방심하지 마세요. 혹시나 함정이 더 추가되었을 수도 있으니."
사소한 확률이지만 그 6% 확률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 마법소녀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괴수 출현 예정지에는 괴수들이 어김없이 나타났지만, 빌런들의 움직임은 예측과는 확연히 달랐다.
"조금 사람 수가 더 많은 것 같은데...."
"다른 지역에서 도망쳐 온 이들은 아닙니다. 다 구로의 빌런들입니다."
"우리 온다고 소문난 거 아님? 키힛."
마법소녀들은 예상보다 많은 빌런과 괴인들의 수에 한숨이 나왔다.
"한 번에 모아서 쓸어버리고 싶네요."
"그러게. 일망타진이라고 하는 거 맞음?"
"오...김누리 공부 좀 했는데."
"쯧, 전방에서 또 옵니다."
잠시 농담을 나눌 새도 없이 마법소녀들의 앞에는 빌런들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마법소녀들을 끈적한 눈으로 바라보며 위아래로 몸매를 훑었다.
"흐흐흐, 내가 선가놈 딱 하나 마음에 든다니까. 씨발, 따먹어달라고 일부러 입고 왔나?"
"D급, 윈드시어입니다. 무조건 체포 대상입니다."
"크하하! 무슨 개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체포하겠다?! 어디 한 번 해봐!"
삐이이익! 빌런은 호루라기를 불고 벽의 사이로 몸을 숨겼다. 마법소녀들이 급히 빌런의 뒤를 쫓았으나, 빌런이 사라진 통로는 이미 길이 무너져내렸다.
키에에엑!!
빌런의 호루라기 소리에 괴수들이 다시금 통로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마법소녀들은 지친 얼굴로 무기를 들어올렸다.
"아오, 드럽게 많네!"
나타나는 빌런들을 상대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빌런들이 괴수들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 괴수를 이용해 마법소녀들을 함정에 빠뜨리기 일쑤였다.
"진짜 누구야! 어떤 놈이 이런 개짓거리를 하는 거야!"
"적의 대장이 분명 지시를 내리는 게 분명합니다. 구로의 대장이라고 하는 자...<마스커레이드>!"
마법소녀들은 가상의 적을 향해 전의를 불태우며 괴수들을 하나 둘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구로 디지털 단지 SSM, YEE마트 지하 터전. 등대지기의 소굴, 지하 7층.>
"...애들 이쪽으로 유인해. 응. 2호선 루트 따라 이쪽으로 내려오게 만들어."
마스커레이드의 지휘에 간부들은 부하들에게 무전으로 지시를 내리며 히어로들을 유도했다. 구로에 자리잡은 세 히어로 집단은 마스커레이드 세력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보고드립니다. 개봉동에 자리잡은 히어로 집단은 지하에서 쫓아냈습니다. 생각보다 한 년이 강해서 다 잡지는 못했습니다."
"잘했어. 일단 조금 시간 지난 뒤에 다시 싸움 걸어봐.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 건물들 있지? 창문에서 저격해. 괴수들도 날뛰고 있으니까 레이더 먹통이라서 제대로 살피지도 못할 거야."
"신도림동에 있던 헌터들은 전부 아작냈어요. 절반은 상처를 입고 강남으로 도망쳤고, 절반은 사로잡았어요. 어떻게 할까요? 얼굴은 전부 다 찍어왔어요."
"흠, 그래? 어디보자. 이 놈은 잘생겼으니 냅둬. 이 년은 눈에 음심이 가득해. 죽여. 그리고 이 세 놈은...왠지 선가놈 따까리 같이 생겼네? 죽여버려."
마스커레이드의 일방적인 지시에도 간부들은 의구심없이 따랐다. 의혹을 가지기에는 마스커레이드의 지휘가 너무 대단했다.
"마스커레이드 대장, 꼭 지휘관 보는 것 같아요."
"흥, 사람이 발등에 불떨어지면 뭐든지 하는 법이야. 나도 내가 이런 재능 있는지 몰랐지."
"호호호, 좋은 거 드시고 계셔서 그런 건 아니고요?"
간부들의 음흉한 눈빛에 마스커레이드는 눈총을 쐈다. 옥좌와도 비슷하게 만들어진 의자에는 마스커레이드만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알몸의 금발 외국인도 같이 앉아있었다.
즉, 마스커레이드는 포로로 잡은 금발 서양남의 위에 올라타있었다. 웃옷은 입고 아래는 남자의 코트를 담요처럼 덮고 있었지만, 미묘하게 찌걱거리는 소리는 간부들조차 침을 꼴깍 삼킬 정도였다.
"남자를 강간하면서 히어로 세 무리를 엿먹이고 붙잡다니.... 대단하십니다, 마스커레이드 님!"
"정말...이런 능력을 지니고 계셨으면서 왜 여태까지 가만히 계셨는지."
"원래 여자는 비밀이 많을 수록 더 매력적인 법이야. 지금은 구로에서 살아남는 게 중요하니까 어쩔 수 없지. ...근데 등대 그 개새끼는 아직까지 연락이 없어?"
날선 마스커레이드의 말에 간부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간부 중에는 소굴의 전 보스였던 등대의 충신이라고 할만한 자들도 있었으나, 마스커레이드의 지휘 능력을 보고 앞장서서 등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 좆 덜까진 새끼, 겁먹고 도망친 게 분명합니다."
"아니면 히어로들에게 이미 잡힌 거 아닙니까? 그 외, 지금 2호선 지하에 깔린 라인 따라서 내려오는 년들한테...."
"아, 그 새끈한 년들? 흐흐, 여자들만 몰려다니다니. 으아아...빨리 떡치고 싶다."
퍽, 퍽퍽. 마스커레이드의 몸이 순간 들썩였다. 마스커레이드 아래에 깔린 금발서양남은 손발이 의자에 구속되어 있었으나, 유일하게 허리만은 움직일 수 있었다. 물론 움직일 때마다 마스커레이드의 안에 더 강하게 박는 셈이었지만.
"흐으읏.... 야, 너희. 온수역쪽으로 가. 등대가 인천쪽으로 도망쳤을 수도 있으니가, 가서 잡아오라고."
"예? 거기 갔다가 괜히 괴수들한테 잡아먹히는 거 아닙니까?"
"씨발새끼들이 내가 가라면 가야지 말이 많아? 여기서 죽고 싶어?"
찰싹! 마스커레이드가 채찍을 휘둘러 두 남자의 어깨를 베었다. 남자들은 핏발 선 눈으로 황급히 고개를 숙인 뒤 자리를 떠났다.
"마스커레이드 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인천쪽으로 가라니요. 그러다 저 놈들 가다가 죽을 수 있어요...."
"흥. 아직도 등대가 대장인 줄 알고 있는 새끼들이야. 내 밑에는 저딴 강간마새끼들 필요없어."
정작 마스커레이드 본인이 금발서양남을 물어와 강간하고 있었지만, 간부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 주목. 이번만 넘기면 1년이 편할 거야. 서울 수복 작전이 뭐 작전이니? 사명감에 차있는 히어로 새끼들은 잡아다가 노예로 써먹다가 버리면 그만이고, 조금 대가리에 피 좀 마른 놈들은 가라로 하다가 돌아갈 거야. 동작쪽으로 갈 생각은 절대로 하지마. 알겠어?"
"""예!!"""
"잘 하자. 각자 위치로 가서 일 해. 그리고 오는 히어로들 전부 지하로, 여기까지 못 들어오게 막는 거야. 알겠지?"
간부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층을 떠났다. 과거 대형 마트의 지하주차장을 개조한 7층은 마스커레이드, 천가을의 왕국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응, 흐읏."
그 옥좌 위에 남자를 깔고 앉은 마스커레이드는 낮게 숨을 헐떡였다. 부하들의 앞에서 대놓고 떡치는 정도야 일상이기는 하지만, 강간하는 척 하면서 범해지는 것에 마스커레이드는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이, 이 개자지...! 거기서 안까지 찌르면 어떡해?!"
"부하들 입 관리를 잘못한 책임은 지셔야지. 우리 애들보고 뭐? 떡치고 싶다? 죽어 마땅하네."
"그래서 죽으라고 보냈잖아!"
"그래. 우리 가을이 연기 잘 하네."
남자, 백청화는 자지를 살살 위로 두드리며 가을을 칭찬했다. 등 뒤로 묶인 듯한 손으로는 실은 가을의 클리를 애무하며, 그녀에게 마도기어로 자신의 말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네 부하들 생각보다 유능하고 말이야. 설마 아카데미 학부생 애들을 지상으로 쫓아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너, 사람들 알게 되면 분명 천벌받을 거야."
"흐흐흐, 이게 다 애들한테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청화, 지휘관은 천가을의 입을 빌어 빌런들을 지휘했다. 비단 천가을 뿐만 아니라, 마스커레이드의 지역 이외에도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특수한 방법으로 지휘를 내렸다.
라디오 주파수.
구로의 빌런들 중 우두머리 급만 알고 있는 핫라인의 주파수를 어떻게 알았는지, 청화는 일방적인 지시를 내려 빌런 전체를 지휘했다.
"가을이는 내 말 100% 따라줘서 고맙네. 상으로 한 번 안에 싸줄까?"
"그게 씨발 왜 상이야. 그리고 이름 부르지 마. 마스커레이드 님이라고 불러. 연기하라며?"
"그치만 지금은 우리 둘뿐이고, 그렇게 부르면 너무 긴 걸."
"...둘만 있을 때만 그래, 새끼야."
가을은 엉덩이를 아래로 쿵쿵 찍었다. 청화는 낄낄 웃으며 가을의 아랫배를 살살 간질였다.
"강서부터 시작해서 강동까지. 한강 남쪽에 있는 빌런들 중에 내 말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가을이 밖에 없어. 나머지는 절반은 듣고 절반은 무시하지. 그래서 지금 히어로들에게 얻어터지고 있어."
"그래, 누가 히어로들도 지휘하고 있으면서 말이야."
"그러게, 누굴까? S급 히어로인 석하랑일까? 푸흐흐."
가을의 코트 속 청화의 마도기어는 계속 빛나고 있었다. 청화는 마도기어른 찬 손으로 가을의 클리를 만지작거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화상 키보드를 이용해 빛처럼 빠른 속도로 타이핑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복잡한 짓을 하는 이유가 뭐야?"
"글쎄. 서울이 지금 당장 공략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히어로들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서울의 악질 빌런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우리 팀원들 경험치 좀 쌓게 하기 위해서, 이번에 서울에 올라온 놈들 중에 선의철의 따까리이자 민간인 학살을 일으킨 범죄자 새끼들을 전부 괴수들 밥으로 만들기 위해서, 혹시나 서울에 있는 사람들 중에 죄없는 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살려주기 위해서. 가슴 크고 몸매 좋고 예쁜 아가씨 빌런이랑 앞으로 계속 질펀하게 섹스하기 위해서. 뭐가 정답일 것 같아?"
"...넌 진짜 미친 놈이야."
"그리고 넌 내 덕분에 신분세탁하고 신서울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었고 말이지."
똑똑똑. 누군가가 가을이, 마스커레이드가 있는 곳의 문을 두드렸다. 철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등대지기 소굴의 수비를 맡은 간부였다.
"대장님, 왔습니다. 대림역 쪽에서 내려오던 여자 히어로 무리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뭐? 어떻게?!"
"...그, 이야기 하는 걸 엿들었는데 등대 새끼가 그 년들한테 잡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다 불었나봅니다."
"윽, 흐윽...!"
마스커레이드는 손으로 가면을 짚으며 채찍을 휘둘렀다.
"나가! 당장 나가서 그 년들 잡아와!"
"예, 예!"
남자는 황급히 문을 닫고 방을 떠났다. 마스커레이드는 숨을 헐떡이며 뒤를 노려봤다.
"씨발...연기 중에 아래에서 찔러 올리지 말라고...!"
"그럼 부하 관리를 잘 하시던가. 얘기했지? 너희 부하들이 우리 애들한테 개소리할 때마다 너한테 찔러 올릴 거라고."
찌걱, 찌걱.
"흐으읏?!"
"마스커레이드 언니! 미친 년들 왔어요!"
"미친 년아! 나가!"
퍽퍽퍽퍽!
마법소녀들이 등대지기 소굴에 도착한 순간에도, 마스커레이드는 부하들의 언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