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625화 (625/1,497)

〈 625화 〉2부 2장 25

<인형술사> 은유하, 유성의 회장과 동맹을 맺은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유성의 X로이드, CCTV, 마도기어를 통한 현금 결제 내역을 비롯한 유성과 관련된 모든 곳에서 자유로워지는 우리는 자연히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

아무리 선겨울이 엮인 괴인 소동이 있었다고 한들, 그 와중에 우리는 선의철이나 설지영과 같은 협회의 사각지대-본래 유성이 감시하는 구역에서의 자유 아닌 자유를 만끽했다.

가령, 이유나와 호텔에서 가서 마력공급을 한 경우.

사무실에서 더이상 하지 못하게 된 우리는 호텔 데이트 겸 자리를 잡고 마력공급을 했다.

X로이드 호텔리어로 우리를 맞이한 은유하는 우리가 숙박한 방의 상하좌우에 방을 비워놓았고, 덕분에 신음이나 몰래카메라 등으로부터 제법 자유롭게 마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가령, 박라온과 가온누리 301호-우리의 임시 숙박 거처에서 마력공급을 한 경우.

애초에 집 자체도 누리네 집이거니와 다른 세력이 들어올 일도 없었다. 나와 라온은 제법 편하게 침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집 안에도 방음부스를 철저하게 설치한 덕분에 옆으로 신음이 새어나가는 일도 없었다. 방음부스에는 유성의 마크가 박혀있었다.

가령, 김누리와 사무실 테이블 아래에서 마력공급을 한 경우.

아랫입이 아니라 윗입으로 마력공급을 하긴 했지만, 나는 누리를 테이블 아래에 숨겨 선겨울 몰래 마력을 넣었다. 누리의 테크닉이 다소 노력을 요하느라 소리가 조금 났었고, 아마도 분명 선겨울은 눈치챘지만 모른 척 했을 것이다.

가령, 김가온과 신서울 밖에서 마력공급을 한 경우.

A급 이능력자의 힘을 확인하기 위해 충청북도에 어슬렁거리던 괴수를 제거한 이후, 코어를 유성에 바로 납품하며 현지의 이능력자 전용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여기서는 유성의 도움은 없었지만, 나의 정체를 알고 있는 설지영의 묵인 하에 김가온에게 마력을 공급했다.

그리고 현재 우리 팀원들의 마력공급 순번이 한 번 돌면, 그 때는 내가 풍유환을 만드는 날이었다.

- 사장님, 일주일에 하나만 만들어주기로 하지 않았음?

7일에 1번 휴일이던 날이 5일에 1번 휴일로 바뀌자 팀원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그래서 나는 유성의 슈트 매장에서 있었던 피해에 대한 보상이 원래는 조 단위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를 통해 풍유환 데이를 즐겼다.

톡까놓고 말해 유하랑 하는 날었다.

* * *

<2월 12일, 유성 그룹 X로이드 매장 지하 특별실.>

"오늘도 저희 매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사랑하는."

"...조 단위로 벌게 해주시면 그 때는 붙여드리죠."

유하X는 나를 보자마자 썩은 미소를 지었다. 유하는 나를 관계자 외 출입금지구역으로 불렀고, 나는 유하와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매장의 성역에서 밀거래를 나눴다.

"자, 오늘자 풍유환."

"거짓말하지 마시죠. 정액 덩어리면서."

"네가 요구한대로 어제는 에티오피아산 커피만 하루 종일 마셨어."

"그건 참 반가운 소식이네요."

유하는 풍유환을 품안에 넣었다. X로이드를 상대로 마력공급을 하는 것도 좋지만, 유하는 물건의 가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여자다.

"그래서 써보니까 마력은 좀 늘었어?"

"1mm 늘어난 것도 효과가 있다고 봐야하나요?"

"그런 셈이지. 너는 S급까지 올라가려면 최소한 10개는 넘게 복용해야 할 거야."

유하의 광속성 최대 레벨은 77. 따라서 S급인 90까지 총 13번의 마력 공급이 이루어져야한다. X로이드에 공급했던 마력은 유감스럽게도 X로이드의 코어에 마력이 +1이 된 수준으로 끝나버렸다.

"오늘자 지휘관 정보. 신체 밸런스 조정은 등급의 경계를 넘어서는 각성에서 이루어져. 그러니까 네가 S급이 되면 가슴도 커질 거야."

"이미 사람들을 통해 알려진 속설이 확신이 되었네요. 이건 10억 드릴게요."

내가 자금을 얻는 또다른 길은 바로 '정보'였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유하에게 알려주면 유하는 그걸 돈으로 환산했고, 내가 유성그룹의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게 자문료를 제공했다. 유성 이외의 곳에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이 나라에서 유성 계열사가 없는 곳은 없다.

"그리고 이건 덤. 최근 설화공주가 속옷 사는 게 사이즈 달라지지 않았어? 그게 왜 그럴까?"

"......맙소사. 잠시만요. ...이건 100억 드릴게요."

"에이, 짜다. 우리 유하 배포가 고작 그것 밖에 안 돼?"

"이미 정황은 전부다 파악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렇구나, SS급이 되었구나...."

역시 은유하는 똑똑하다. 단서 하나만 가지고도 바로 진실에 도달하는 능력은 가히 독보적이었고, 덕분에 나로서는 대화하기가 무척 편했다.

"유하도 SS급 되어볼래?"

"그런다고 처녀 안 드려요. 애널이면 모를까."

"SS급 애널이라는 거지? 애쓰...흐흐."

"삼척은 왜 가려고 하는 거죠?"

시덥잖은 농담을 던지기 무섭게 화제를 바꿔버렸다. 여기서 더 장난을 치면 진짜로 비치니까, 나는 유하의 뜻대로 바뀐 화제에 응했다.

"우리 애들 슬슬 팀워크 맞추려고."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삼척은 조금 위함할텐데요. 선겨울까지 데려가면 분명 호국청년단에서 감시가 붙을 거고요."

"선겨울은 데려가지 않아. 이번에 가는 건 유나, 라온, 누리. 딱 셋만 데려갈 거거든."

가온이 들어오기 전부터 짜놓은 플랜이라 가온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3월 1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는 세 명의 합이 중요했다.

"물론 유성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나야 좋지. 내가 삼척에 가서 할 건 괴수사냥이거든."

"......코어는?"

"A급."

나는 우리가 사냥할 첫 괴수로 A급의 괴수를 선택했다. 유하는 우리 팀원들의 전력을 가늠하다가 표정이 굳었다.

"...세이렌은 김누리가 아니라 김가온이 아니었나요?"

"맞아. 지금 각각 D, D, C이지."

"설마 셋으로 공략하겠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는 거죠?"

"아니, 없는데?"

진짜다. 나는 스타팅 히로인 셋으로 A급 괴수를 공략할 예정이었다.

"그건 자살행위에요. 그런 거라면 저는 어떤 지원도 해줄 수 없어요."

"왜 지원이 없어. 개인 스펙이 모자라면 장비로 해결하면 되잖아. 유성의 무기와 장비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대화는 끝났다. 나는 아무도 오지 않는 창고에서 유하X의 정장을 벗겼다.

"몇 번이고 잡아본 괴수야. 공략법은 다 알고 있어."

"그럼 저도 따라가서 구경해도 될까요?"

"물론."

유하는 창고의 벽에 손을 짚었고, 나는 그녀의 치마를 내리며 입술을 맞췄다.

"자문료는 돈 대신 몸으로 받아가도 되지?"

"......콜."

아주 훌륭한 거래였다.

* * *

<다음 날, 신서울 오라클 스튜디오.>

"모두 짐 챙겼죠? 빠진 거 없고. 도시락 싸온 사람 있습니까?"

"사장님, 저희 소풍가는 거 아니잖아요."

"이런 피크닉같은 분위기...좋은 듯 하면서 뭔가 불안합니다."

사무실에 모인 우리는 삼척으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 유나와 라온은 아직 찬 바람이 부는 겨울임에도 활동성이 좋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실제로 목숨을 건 전투를 치뤄야하기에, 셔츠나 치마같이 단정한 옷차림은 당연히 지양해야했다.

"언니, 사무실 잘 지켜달라는 거임."

"그러는 너야말로 조심해. 고위 개체를 상대로 하는 실전은 처음이잖아."

누리와 가온은 틱틱대더라도 서로서로 걱정을 아끼지 않았다. 마땅한 트레이닝복이 없는 누리는 '신서울여자고등학교'라는 문구와 문장이 박힌 학교 체육복을 입고 와야만 했다.

"다들 활동복이니까 마음이 다 편안하네요."

"사장님은...안 갈아입으셔요?"

선겨울이 내 복장을 지적했다. 팀원들은 움직임이 원활한 활동복을 입었지만, 나는 그대로 흰 정장에 코트를 입었다.

"이게 제 전투복입니다."

"...괴수들한테 긁히거나 뜯기면 엄청 위험해보이는데요."

"걱정마시길. 이거 엄청 비싼 물건이거든요."

코트는 지휘관의 상징임과 동시에 전투복이다. 그리고 코트의 안주머니에는 내가 사용하는 무기 또한 잠들어있다. 그러므로 내가 코트를 벗는 순간은 마력공급에 코트가 방해되는 순간 뿐이다.

"사무실 잘 지켜주세요. 혹시 손님 오거나 하면 저한테 연락주시고."

"이틀 뒤에는 돌아오신다고 하셨으니까, 가급적이면 사흘 뒤로 안내할게요."

"좋습니다."

괴인 소동 이후 선겨울은 무난하게 우리 스튜디오 일에 익숙해졌다. 선겨울 모르게 암암리에 움직이느라 대부분의 일은 외출하여 처리하고는 했지만, 선겨울이 분명 사무적으로 우리 팀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했다.

"약속시간입니다. 곧 차량이 도착할 거예요."

선겨울이 시간을 재기 무섭게 사무실 밖에 큰 트럭 한 대가 도착했다. 겉면에 날카로운 철판을 덧댄 5톤 트럭의 차량 번호판에는 '77하'로 시작되는 번호가 박혀있었다.

"말씀하신대로 유성에서 렌탈했습니다. 그, 너무 긁으시면 수리 비용이...."

"알고있습니다. 걱정마세요."

나는 팀원들을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트럭의 운전석에 앉아있던 이가 차에서 내려 우리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오늘도 저희 유성의 서비스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청화 고객님 맞으십니까?"

"...흐음, 예. 맞습니다."

택배기사를 연상케하는 제복을 입은 X로이드는 금빛의 기계안을 반짝이며 마도기어를 두드렸다. 우리의 마도기어에 사용 안내에 대한 여러가지 이용 규칙들이 전달되었다.

"운전서비스까지 신청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바로 출발하시겠습니까?"

"아, 아뇨. 사장님한테 커피랑 음료 좀 받아가야해서."

나는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선겨울은 이미 카페 안으로 들어가 텀블러가 한가득 들어있는 아이스박스를 트럭 근처에 옮기고 있었다.

"운전석에서 대기하고 있을테니, 출발전에 불러주시길."

"예. 뒤에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물건 좀 확인하게. 유나, 라온, 누리. 셋은 이쪽으로 와봐."

나는 셋을 이끌고 트럭 뒤의 문을 열었다. 안에는 겉과는 확연히 다른 최첨단 시설이 펼쳐졌다.

"이능력자 전용 수송차량이지. 자, 다들 안으로 들어와. 삼척으로 가는 동안 안에서 슈트 갈아입고."

안에는 7개의 캡슐이 놓여있었다. 안이 빈 캡슐도 있지만, 겉이 닫힌 캡슐 안에는 이미 내가 구입한 배틀슈트가 안에 비치되어있었다.

"아, 저희 꺼 드디어 왔-"

유나가 자신의 배틀슈트를 보고 사색이 되었다. 라온은 복잡한 표정이 되었고, 누리는 보자마자 내 멱살을 잡았다.

"누가 이런 걸로 하랬어!!"

"아, 하하하, 하하하!"

나는 마도기어를 조작해, 모든 캡슐을 열었다.

그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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