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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624화 (624/1,497)

〈 624화 〉2부 2장 24

서로의 정체를 완벽하게 밝힌 이후, 은유하는 내숭을 집어던졌다. 유하는 알몸인 채로 내 위에 누워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은유하. 나이는 당신보다 한 살 위. 유성의 회장.”

“백청화. <지휘관>의 이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영어 이름 보다는 한국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하는데.”

단지 자기소개를 했을 뿐이지만 우리는 서로의 가치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서로 살을 섞은 이상 이제 인연이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기계에도 큥큥이 가능할 지는 몰랐는 걸.”

사실 알고 있다. 은유하에게 정체를 들키게 되는 대부분 X로이드 동료와 마력공급을 하다가 걸리게 된다. X로이드도 코어에 마력이 흐르고 있으니까.

“어머, 진짜요? 그럼 제가 당신의 첫 여자네요? 기계박이.”

“뭐래. 나는 은유하랑 섹스한 거거든?”

“유하는 처녀랍니다. 이건 분신같은 거니까 카운트 안 치죠.”

“어차피 애널로 했는데 무슨.”

유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내 자지를 꽉 조였다.

“본체를 상대로 해도 애널로 하시겠다?”

“어차피 처녀 나한테 안 줄 거잖아? 아직은.”

“꼭 제가 미래에 당신한테 처녀라도 줄 것 처럼 얘기하시네요. 확 자지 분질러버릴까보다.”

유하는 내 자지를 속에 집어 넣은 채 나를 계속 자극시켰다. 이미 마력공급이 끝난 이상 여기서부터는 평범한 성교지만, 유하는 내 자지를 물고 대화하기를 희망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회장인 거.”

“오라클 찬스.”

“젠장.”

나는 단번에 유하를 이해시켰다. 아무리 정체를 꽁꽁 숨긴다고 한들, 미래를 읽는 이능력자를 이길 수는 없었다.

“미래에는 제가 정체를 드러낸다는 말이잖아요. 설마 멍청하게 들킨 건 가요?”

“아니. 그건 나도 몰라. 단지 은유하라는 존재가 <인형술사>의 이능력을 가지고 있고, 유성의 회장이라는 것만 미래를 통해 봤을 뿐.”

“저도 볼래요. 주식 오르는 종목 좀 알려주실래요? 이왕이면 미국주로.”

“미안하지만 미래를 읽는 오라클 찬스는 끝났어. 정 벌고 싶으면 대신 걔가 묻어두고 있는 상품 알려줄게.”

“어머, 고객님. 거래 좀 하실 줄 아시네요.”

유하는 싱글벙글 웃으며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돈을 벌게 해준다는 말에 바로 내 자지를 위해 봉사하기 시작했다.

“그럼 고객님, 지금부터 진짜 거래를 해볼까요? 제가 당신에게 투자하는 게 얼마나 금전적으로 이득인지.”

“거래라고 할 것도 없어. 나는 이미 모든 패를 꺼냈거든. 내가 지휘관이란 걸 너는 최대한 이용하면 돼. 대신 유성에서 최대한 나를 도와줘. 아, 물론 겉으로 내가 돈을 내고 이용해서 남들한테 책 잡히지 않도록 할 거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그건 제가 너무 일방적인 이득인데요. 무슨 꿍꿍이에요?”

“글쎄. 찐유하랑 하룻밤 보내고 싶은 생각?”

나는 유하의 엉덩이를 손으로 붙잡았다. 애널 구멍을 살짝 스치듯 만지니, 유하는 얼굴을 붉히며 잠시 몸을 떨었다.

‘빛속성 애들이랑은 섹스하면서 대화하는 게 제일 호감도 빨리 올라가지.’

이유는 그들의 속성이 빛이니까. 안 그런 척 하면서 가장 밝히는 애들이니까. 그러므로 내가 지금 박고 있는 유하가 X로이드라고 한들, 나는 유하와 정신적으로 성감을 나누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이유 생각할 필요 없어. 자고 싶은 여자한테 가방 사주고 밥 사주고 하는 거랑 똑같은 거라고.”

“그래서 당신이 주려고 하는 게 풍유환이나 마력같은 거죠?”

“그건 부산물이지. 궁극적으로 내가 너한테 주려고 하는 건 크게 두 가지야. 세계 평화, 그리고 38선 이북.”

“.......”

유하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38선 이북이라는 말로 내가 계획하고 있는 모든 것, 그리고 그를 통해 자신이 얻을 이득을 계산한 것이다.

“몸 대주고 그걸 싹다 얻으면 나쁜 거래는 아니네요.”

“그렇지? 이왕이면 본체도 대주면 안 될까?”

“SS급 코어 가져와주시면 본체 뒷구멍 정도는 열어드릴게요. 후훗.”

“진짜? 평양에 SS급 코어 있는데. 이거 녹음 지우지 마. 약속했다.”

“...망할 오라클.”

오라클이 나의 편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있을까. 미래의 스포일러에 대한 추궁은 오라클로 모두 해결이 가능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스튜디오에 투자금이라도 지원해드릴까요?”

“아니. 나 너한테 분명히 얘기했을텐데? 내가 필요한 건 딱 하나야.”

나는 유하의 엉덩이에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유하의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며 시선을 맞췄다.

“동료 영입하는 중인데, 혹시 생각있어? X로이드라도 여자라면 괜찮아.”

“......연봉 비싸게 받을 거예요?”

“얼마든지.”

나는 유하와 혀를 섞으며 뒷 여운을 가졌다.

***

<잠시 뒤, 사무실.>

“아, 잘먹었다. 다들 배부르게 먹었어?”

“사장님은 저희랑 다른 거 드셨잖아요.”

“밥 먹고 대화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는 거임. 분명 풋풋퍗퍗 했음.”

“사장님이니까 분명 섹스하셨을 겁니다.”

안부 인사를 건네기 무섭게 반격이 들어왔다. 나는 그걸 부정하지 않았다.

“유성 그룹의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

“......저는 도저히 이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겠습니다.”

얼굴이 시뻘게진 선겨울은 노골적인 대화에 두 손을 들었다. 드레스에 드러난 가슴에 붉은 기운이 보이는 게 열이 달아오른 듯 했다.

“......겨울 양, 혹시 술 마셨어요?”

“아, 네. 다같이 와인 조금….”

“흐음, 그러시구나. 와인은 맛있었어요?”

“사장님은 다른 거 마셨겠죠?”

가온이 갑자기 치고들어왔다.

“사장님, 저 총대 걸고 묻는 거니까 거짓말 하시면 안 돼요.”

가온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나는 겨울과 조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도대체 뭐가 궁금하길래 가온이 총대까지 걸었는 지 궁금해졌다.

“내가 거짓말 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알겠습니다. 후우. …...혹시 유성의 회장이랑 섹스하셨어요?”

“.......”

“아, 아으, 으으….”

선겨울은 아예 주저앉아버렸다. 나는 나를 쳐다보는 넷의 또렷한 시선을 한 번씩 훑었다.

“얘들아.”

“네.”

“너희들은 내가 남자랑 그런 짓을 할 것 같니?”

“.......”

넷은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명 회장이랑 했다고 사실대로 말했으면 오해했을 것이다.

‘은유하 정체를 남한테 밝히면 바로 적으로 돌아설테니.’

유하는 자신이 유성의 회장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어한다. 그러니 아무리 나의 팀원이라고 한들, 유하의 정체를 밝히는 건 공든 탑을 내 쪽으로 무너뜨리는 짓이나 마찬가지다.

‘근데 거짓말 하면 걸리지.’

회장이랑 성교를 나누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 거짓말이 들통난다. 다들 이능력자기에 나의 목소리에 실린 마력에서 거짓의 기운을 바로 느낄 것이다. 고로 진실을 반쯤 은폐하고 말해야했다.

“그냥 X로이드랑 했어. 나의 절륜함을 증명해보라고 했지만, 나도 괜히 유성의 사람을 아무나 상대 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래서 절충안으로 X로이드랑 큥큥했지.”

“.......”

겨울을 제외한 넷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말 속에 담긴 뜻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유성의 회장님이 왜 사장님 절륜함을 알아보려고 한 거임?”

“내가 주연배우잖아. 우리쪽 성인영화에 투자하기 전에 내 테크닉을 알아보려 한 거지. 내가 영 시원찮으면 자기네 그룹에서 관리하는 배우 쓰겠다면서.”

“와...사장님 그럼 우리 밥먹는 동안 그거 오디션 본 거임? 소름.”

누리는 키득키득 웃으며 내 옆구리를 찔렀다. 다행히 선겨울의 표정은 한층 편안해졌다.

“그래서...주연은 바뀌나요?”

“아뇨. 제가 계속 주연합니다. 겨울 씨는 그렇게 알아두세요. 오늘 야근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다들 기다리느라 수고 많았고요. 내일은 다들 휴가.”

파티가 밤늦게까지 이어졌기에, 사무실로 돌아오니 벌써 자정이 가까워졌다.

“내일 당직은...누리네.”

“개이득!!”

누리는 주먹을 허공에 내지르며 방방 뛰었다. 하지만 곧 가온이 뭐라고 속삭이자 금방 침울해졌다.

“...개손해.”

누리는 억울한 눈빛으로 선겨울을 쏘아봤다. 무슨 말을 했는 지는 대충 감이 왔다.

‘이제 사무실에서 못 하니까.’

***

모두를 보내고 홀로 남은 사무실.

나는 팀원들을 집으로 보냈다. 같은 방에서 지내는 라온에게는 사무실에서 정리할 것이 있으니 먼저 보냈다.

-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사장님을 지키는 호위무사 같은 존재. 제가 어떻게 혼자 먼저 갈 수 있겠습니까?

- 가서 침대 데워놓을래?

- 몇 도로 맞춰놓으면 되겠습니까?

라온은 먼저 집으로 떠났다. 사무실에 홀로 남은 나는 아득한 혼자만의 시간을 간단한 다과와 함께 즐겼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그리고 달콤한 딸기 케이크. 나는 포크를 들고 케이크를 찌르며, 시스템창을 열었다.

"유하 애널 맛 개꿀."

- ㅋㅋㅋㅋㅋ

- 여기 변태가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 더러워서 간다 우욱

역시 예상대로 반향이 심상찮다. 그래서 나는 굳이 유하X의 애널에 딸기잼을 바른 이유를 말해야만 했다.

"스마트폰 액정 핥는 맛보다 딸기잼 맛이 훨씬 더 나으니까 그런 거죠."

- [속보] X로이드 애널은 액정맛

- 근데 진짜 기계맛이기는 해

- 오나홀이니까

다행히 여론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X로이드는 박는 촉감은 실제와 같았지만, 핥는 촉감은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자연 가슴이랑 인공 가슴이랑 만져봤을 때 느낌이 다른 거랑 똑같은 거예요."

- 실리콘 애널ㅋㅋㅋ

- 그래도 딸기잼은 우욱

- 민초면 인정

"사흘 밴."

김펜릴의 괴인이 성주의 곁으로 떠났다. 나는 그에게 성호를 그은 뒤 커피를 홀짝였다. 입안에 씁쓰름한 기운이 감돌았고, 덕분에 딸기의 달콤함은 배가 될 것이다.

"아무튼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이런다고 은유하가 동료가 되는 건 아니에요."

<유나팬티보라색> : 한번 큥큥했으면 우리 팀 되는 거 아녜요?

<누리마을해장국> : 2000억이나 부었는데 동료 안 되는 건 에바아님?

"은유하는 달라요."

X로이드의 몸을 허락했다고 해서 동료가 되는 건 아니다. 단지 잠정적인 적에서 사업 파트너의 관계로 발전했을 뿐이다.

"이제 X로이드의 감시망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거죠. 적어도 X로이드들이 해킹당했을 때, 섹스 비디오가 퍼져나간다고 모른 척 하지는 않을 거예요."

은유하라는 존재를, 유성 그룹 전체를 적으로 만들지 않을 것 만으로도 크나큰 이득이다.

'그처럼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할 수 없지.'

몇 겹으로 된 함정을 치며 정신을 옭아매는 방식의 협상은 22살의 어린 은유하에게나 가능하다. 이미 은유하는 제법 나이를 먹었고, 그에 걸맞는 설득 방식이 필요했다.

"뭐...2천억으로 유하랑 원나잇 한다고 생각하세요. 하룻밤 불장난 같은 거죠. 어차피 유하가 '그것도 나다' 하려면 7월 7일은 되야하니까."

은유하를 본격적으로 동료로 영입할 수 있는 건 그녀의 생일날, 7월 7일이다. 그 전까지는 무슨 수를 써도 은유하 본인을 동료로 영입할 수 없다. 영입한 X로이드 동료는 모두 7월 7일 폭발한다.

<유하는처녀빛이> : 님 하신대로 하려고 하는데, 팁 하나 주실래요? 헠헠

"팁이요?"

나는 포크로 커피잔을 두드렸다.

"그냥 커피 마시고 가면 혼납니다."

아무리 유하가 커피를 좋아해도, 마력공급이 이루어질 때 만큼은 커피는 오답이다.

"정답은...."

* * *

<그 시각, 유성일가 저택 내부.>

"......."

금발의 여인, 은유하는 대자로 넓은 침대에 누운 채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특별히 개조된 천장은 야밤에도 신서울의 하늘이 한 눈에 보였다.

"......."

유하는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X로이드가 아닌, 심장과 마력이 두근거리는 살아있는 인간 유하는 따끈한 침대 속에서 나른함에 잠겨있었다.

"......하아."

달뜬 한숨이 퍼져나왔다. 자위도 하지 않고 성행위를 한 것도 아니건만, 한숨에는 신음이 섞여있었다.

"정말...이 나이 먹고 지릴 뻔 했네."

유하는 축축하지 않은 침대 시트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만약 성감에 따른 자극을 그대로 본체에 피드백했으면 분명 몇 번이고 지려버렸을 것이다.

"......잘 하네. 괜히 지휘관이 아니야."

세계는 넓다. 유하는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상기하게 해준 금발의 남자를 떠올리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

지휘관의 체액이 특별한 맛이라는 건 알고 있다. 이미 그건 이유나가 커스터드 크림 치즈 맛이 난다는 걸 도청장치로 훔쳐들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 지휘관이 먹는 음식에 따라 체액의 맛도 변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위이잉.

유하는 그를 회장실로 부르기 전, 파티에서 그가 먹는 음식들을 유심히 살폈다. 육류와 채소를 고르게 섭취하는 다른 여인들과 달리, 그는 하나의 음식만 집중적으로 골라 먹고 있었다.

"......."

유하는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가볍게 핥았다.

"......아포가토 맛."

딸기크림의 달콤한 맛에 녹아든 진한 커피향이 유하의 입안을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것이 본체로 느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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