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2화 〉2부 2장 22 H # 007-1 은유하
"은유하라고 생각할게요.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저는 기계입니다. 은유하 님과 똑같은 모습으로 출하된 인형일 뿐입니다."
"어디보자...유하는 나보다 한 살 위네? 누나구나."
"공장에서 출하된 연도로 따지면 제가 한참 아래라고 생각합니다만."
민감한 나이를 들먹이는 남자의 태도에 유하는 살짝 기분이 언짢아졌다. 물론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 살이라도 위라는 걸로 놀림을 받으니 가히 기분은 좋지 않았다.
"그래? 그럼 더 편하게 대할 수 있겠네. 유하야."
"......."
남자는 유하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은유하는, X로이드에 의식을 넣어 실시간으로 그의 목소리를 듣던 유하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임신할 것 같은 목소리라며 지껄이던 말들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우리 유하 처음이니?"
"처음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어. 꼴리잖아."
"공장 출하 이후 남들의 손에 타지 않았다는 의미라면 처음이 맞습니다."
처녀막은 없지만. 은유하 본인과 똑닮은 X로이드에 굳이 처녀막을 달 이유는 없었다.
보급형 처녀막을 달 수 있기는 하지만, 괜히 X로이드가 범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유성 망나니의 처녀를 먹었다느니 지껄이는 참사가 일어나는 건 사양이었다.
"후후, 그럼 오빠가 처음이네?"
"......."
노골적인 남자의 말에 유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본체는 처녀일지언정, 유하는 이미 X로이드를 통한 간접 체험이 무려 만 단위를 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아무리 지휘관이라고 한들, 지금도 음습한 욕망에 따라 X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을 경험의 수를 더하면 유하의 승리가 분명했다.
"어디부터 어떻게 해줄까?"
"이상한 말씀을 하시는 군요. 회장님께서 지시한 바는 지휘관의 체액을 이 몸으로 받는 것 뿐. 저희에게 성교는 의미가 없습니다."
"나한테는 의미가 있어.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잖아? 설령 기계에 하는 거라고 해도, 나는 전력을 다한다 이거지."
피식.
유하는 진심으로 웃었다. 과연 여기서 토끼를 잡아먹을 사자는 누굴까. 스스로의 털을 사자의 갈기로 착각하고 있는 이 늑대에게 암사자로서의 품격을 보여주기로 다짐했다.
"원하는 대로 하시길 바랍니다. X로이드는 원래 사용되어지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 이번에 한하여, 백남자 님을 임시 주인님으로 받들겠습니다."
"그럼 나를 '고객님'이라고 불러줄래?"
남자의 눈빛과 목소리는 너무나도 진지했다.
"고객...님...?"
한참을 고민한 유하는 그 고객님이라는 칭호가 왠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상대가 분명 유성의 고객이 맞기는 했지만, 호칭 하나 만으로 기분이 멜랑콜리해지는 건 처음이었다.
"말씀하시죠, 고객님."
"......푸흐흐, 그래. 그거지. 그럼 유하야, 언박싱 시작할게?"
마치 자신을 물건처럼 대하는 듯한 말투에 유하는 역설적으로 안심했다. X로이드를 사용하는 남자 대부분이 X로이드를 생체 오나홀 정도로만 여길뿐 진심으로 대하지는 않는다.
눈앞의 남자도 그와 마찬가지인-
"읏?!"
할짝, 할짝.
남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을 핥았다. 왼쪽 네 번째 손가락 위를 가볍게 키스하며 유하를 침대 위로 눕혔다. 변태스러운,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에게 해주지 않은 행위에 유하는 괜히 기분이 이상해졌다.
쪽.
가벼운 키스와 함께 입술이 떨어졌다. 유하는 손을 집요하게 핥다가 그만두는 남자의 행동에 잠시 아쉬움이 들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느새 상의가 전부 벗겨져 있었다.
"......."
와이셔츠가 좌우로 흩어져있다. 속에는 검은색 브라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유하는 상당히 부끄러워졌다.
'아, 뽕브라인데.'
인형이라도 가슴의 맵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어, 일부러 뽕이 들어간 브라를 착용했다. 남자가 워낙 이상한 변태같은 짓을 하느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스륵, 스륵.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앞부분에 걸린 후크를 풀었다. 어찌나 능숙한 지 유하 본인이 남자 인형의 몸으로 여자를 상대할 때보다 더 능숙했다.
"......."
남자는 허허벌판같은 유하의 가슴을 내려다보며 숨을 골랐다. 남들에 비해 분명히 작은 가슴이 훤히 드러나자 유하는 괜히 부끄러웠다.
자신과 똑같은 몸의 인형인 만큼, 차마 가슴을 키우거나 하는 짓은 하지 못했다. 뽕이 들어간 브라는 유하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예쁜데."
"거짓말하지 마시길."
"아냐, 진짜 예뻐."
남자는 상체를 숙여 유하의 왼쪽 가슴을 가볍게 입으로 물었다. 기계인형의 코어가 잠들어있는 가슴 부위가 자극 당하니, 점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마냥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작으면 작은 대로 매력적이거든."
유하는 남자 주변의 여자들을 떠올렸다. 남자의 주변에는 자신보다 훨씬 더 작은 자매가 있었고, 유하는 그들보다는 크다는 생각에 잠시 안도했다.
할짝, 할짝.
남자는 마치 모유를 찾는 아이처럼 유하의 가슴을 핥았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폭력적인 혀놀림이 아니라, 마치 연인의 성감을 자극하는 듯한 움직임에 유하 또한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알고는 있었는데...!'
남자는 결코 폭력적인 섹스를 하지 않았다. 두 자매와 동시에 한 침대에서 뒹굴 때 말고는 한 여자에게 모든 것을 집중했다.
혀로 가슴을 애무하면 손은 등허리를 간질이며 또다른 성감대를 찾았다. 그리고 유하가 가슴에 정신이 팔린 사이, 다른 손은 자연스레 유하의 치마를 벗기고 허리로 잡아끌었다.
스륵, 스륵.
남자의 거친 손길이 유하의 속옷 위를 스쳤다. 적어도 처녀막 아래 부위까지 만큼은 본체와 똑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유하는 마치 자신의 본체가 만져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찌걱.
남자의 손가락이 팬티 사이로 기어들어와 유하의 클리를 건드렸다. 유하의 허리가 절로 들썩거렸고, 남자는 가슴에서 혀를 떼고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좁네."
남자의 손가락은 겨우 두 개만 들어갔다. 두 개도 충분히 많이 들어갔다 싶지만, 유하는 이미 남자의 사이즈를 충분히 잘 알고 있다.
"내 꺼 넣을면 조금 더 풀어놔야겠다."
"......."
손가락 세 개보다 더 두꺼운 거근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두려우면서도 괜히 안심이 되었다. 어찌됐든 유하의 몸은 기계이며, 본체로 오는 피드백을 끊어버리면 그냥 오나홀에 박는 셈이나 다름없어진다.
"그런데...유하야."
찌걱, 찌걱. 남자는 질구를 손가락으로 간질이며 유하의 귀에 속삭였다.
"여기도 본체랑 똑같아? 내가 듣기로는...처녀는 스캔 불가능 한 걸로 아는데."
"그 말씀은 은유하 님이 처녀라는 말씀이십니까?"
"응. 처녀야. 100%."
"나이가 27살인데도요?"
유하는 스스로 말하고도 잠시 부끄러웠지만, 자신이 처녀를 지키는 것에 대한 신념이 있으니 다시 자존감이 차올랐다.
유성 그룹 회장의 처녀는 언젠가 유성 그룹을 함께 이끌어갈 평생의 반려를 위해 아껴두는 것. 그때까지 성행위는 X로이드로 테크닉을 쌓으면 된다는 생각에 유하는 처녀성을 지켜왔다.
"아무리 망나니처럼 다닌다고 한들, 나는 잘 알고 있지. 그게 본인의 정체를 숨기려고 하는 것을."
뜨끔. 유하는 자신이 기계인형으로 남자를 대하고 있다는 것에 천만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러지 않았으면 순간적으로 무너진 표정이 들켰을 게 분명했다.
"내가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니까 잘 알아. 여자들 후리고 다니는 금발양아치를 두고 누가 지휘관이라고 생각하겠어?"
"아...확실히 그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유하도 진짜 망나니가 아니라 그런 척 하고 정체를 숨긴 걸 걸? 그러지 않으면 선의철이 분명 어떻게든 해보려고 할 테니까. 여기...이곳을 말이야."
찌걱, 찌걱. 남자의 손가락은 유하의 질구만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그게 하필이면 처녀막이 있는 부분 아래만 긁어대느라 유하는 숨이 턱턱 막혔다.
"엄청 조이네.... 이거 풀어주려면 한참 걸리겠다."
본체와 이질감이 있는 처녀 안쪽이 긁힌다면 감각이 덜할테지만, 본체와 똑같은 부분만 만져대니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안쪽을 찔리면 감각이 덜해.'
인형의 질 깊숙한 곳이 찔리면 역설적으로 성감이 떨어진다. 본체의 형태와는 다른 보급형 질을 달아놓았기에, 연동된 이능력으로 전해지는 감각은 분명 떨어질 게 분명했다.
"후후, 여기는 나중에 유하 본체랑 하는 걸로 하고."
"네?"
"지금 유하는 인형이니까 괜찮을 것 같거든. 후후, 아무래도 여기로 하는 건 애들한테 조금 미안해서 말이야."
스륵. 남자는 음부에서 손가락을 뽑아 아래로 움직였다. 갈고리처럼 휘어놓은 손가락이 팬티 라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음부보다 더 안쪽에 숨겨진 구멍을 찔러들어갔다.
"흐극?!"
유하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남자는 손바닥 아래로 조갯살을 지긋이 누르며 유하의 애널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어허, 어디서 다리를."
유하는 본능적으로 다리를 좁히려고 했지만, 남자는 강제로 유하의 다리를 좌우로 벌려버렸다. 덕분에 남자는 더욱 쉽게 애널을 공략할 수 있었다.
"X로이드는 배변도 안하는데 왜 직장이랑 구멍이 달려있을까? 흐흐 여기도 섹스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지. 맞지?"
"네, 네.... X로이드는 특이 성벽을 가진 고객님들을 위해...흐끅."
기계인형의 몸으로도 차분히 말할 수 없다. 애널을 찔러대기 시작하는 남자의 손길은 거칠고 흉포하여 차마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고,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설마 뒤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 앞으로 할 건데? 유하 예쁜 가슴 보면서."
유하는 안심했다. 하지만 곧 그게 말장난이라는 걸 깨달았다.
"설마-"
"정상위로 할 거야. 박는 거는...뒷보지가 되겠지만."
역시 변태다. 그냥 변태도 아니고 씹변태다. 한 번도 팀원들의 애널을 건드린 적 없던 남자가 왜 하필 자신을 상대로는 뒷구멍에 집착하는 지 유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질문...있습니다."
"뭔데?"
"은유하의 애널에 박고 싶은 이유가...뭡니까?"
"무슨 소리야. 유하랑 할 때는 보지에다가 박을 거야. 지금은 유하랑 하니까 애널에 하는 거지. 아, 그건 잘 모르나?"
꾸욱. 남자는 유하의 장벽을 손가락으로 눌러대며 긴장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괄약근을 구성하는 인공섬유가 마력의 흐름에 점점 유연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남자의 손길에 의해, 기계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뒷부분만 강제로 인간의 몸처럼 변하는 것처럼.
"애널 플레이가 색다르기는 한데, 이게 어지간하 커야 말이지. 충분히 개발 안하고 하면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넓혀지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 이 자지에 넓혀졌다가는 기저귀 차고 다녀야 할 걸?"
"아...."
유하는 금방 남자의 말을 이해했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여자들 상대로는 뒤로 안 해. 나랑 뒤로 하려면...최소 세 조건은 갖추고 있어야지."
스륵.
남자는 유하의 애널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그리고 번개처럼 유하의 팬티와 스타킹을 잡아끌었다. 조명에 비친 하얀 다리는 발레리나의 것처럼 우아했다.
"유하는 가슴도 예쁘지만 다리가 진짜 예쁘네."
"그거야...히익?!"
유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남자는 유하의 하반신을 살짝 들어올렸다. 등허리가 침대에서 살짝 떠올랐고, 남자는 침대에 엎드려 얼굴을 유하의 고간에 묻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고객님? 설마...아니죠?"
"뭐가?"
"저, 저는 인형입니다. 그런 건 전혀 필요 없습니다. 그냥 넣고 싸시면 끝입니다!!"
유하는 그저 상대가 지휘관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피를 먹여도 그만이고, 질싸하는 건 기본이며, 심지어는 입에다가 강제로 박고 목구멍 깊숙히 싸게 하거나, 귀두를 질구에 놓고 자위로 정액을 싸도 그만이다.
그게 남자가, 지휘관 스스로 이유나를 상대로 침대에서 밝혔던 마력공급의 방법이었다.
"뭐야, 유하 혹시 박히고 싶은 거니?"
"그런 말이 아니라...! 박고 싸시는 거면 앞에다가 하셔도 된다는 말씀입니다, 고객님!"
"에이. 앞은 아니지. 그건 유하랑 처녀 섹스 할 때 직접 느껴볼 거야. 너 그거 아니? 옛날 중세 시대 때 수녀분들은 처녀성을 지키기 위해 애널 섹스를 주로 했다는 거. 나도 마찬가지야. 유하 처녀를 가지기 전까지는 뒤로 할 거야."
"그...엉덩이 앞에서 말씀을 하면...히이익?!"
뜨거운 숨결과 함께, 남자의 혀가 유하의 애널을 가볍게 훑었다. 그리고 유하는 깨달았다.
X로이드로 사용되던 그 수많은 경험 속에서, 이렇게 사랑스럽게 애널이 핥아지는 건 처음이라고.
"아, 아으, 흐으읏...!!"
이래서는 마치 서로 모든 것을 포용한 연인끼리 사랑을 나누는 것 같지 않은가. 유하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아 참, 유하야. 그냥 하려니까 심심한데...."
싱긋.
보지 둔덕 위에 턱을 올린 남자는 유하를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혹시 딸기잼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