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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620화 (620/1,497)

〈 620화 〉2부 2장 20

"선겨울 천가을 아니라니까요."

나는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나를 놀려먹으려고 작정한 건지, 나를 속이려고 거짓된 정보를 마음껏 퍼뜨리기 시작했다.

- 얼굴이 저렇게 똑같은데?

- 가을쟝이 변신한 거면 어떻게 하려고 그럼?

- ㅋㅋㅋㅋ확신에 근거가 없다 근거가

"근거를 왜 이야기 못합니까. 근거 마련하려고 청화가 일부러 가슴 움켜쥔 건데."

청화는 선겨울을 기절시키고 난 뒤, 그녀의 위에 엎어진 척 하며 왼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채팅창이 'ㅗㅜㅑ'를 넘어 잠시 정전이 될 정도로 폭발했었고, 청화가 꾸민 성추행 장면은 클립으로 남아 널리널리 퍼지고 있었다.

<라스트지휘관> : 설명 부족하면 성추행으로 신고함ㅋㅋㅋ

"지휘관 이능 다 알면서 그러네, 이 사람들."

청화는 플레이에 집중을 해야했기에, 나는 일부러 작정하고 나와 청화를 골려먹으려는 이들을 상대해야했다.

"직접 가슴 만지면 심장에 있는 코어 마력 스캔 가능하잖아요."

청화가 가을과 겨울을 구분한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직접 상대를 만져서 그 안의 마력이 얼마나 잠재되어있는지 확인하는 것. 지휘관에게는 그 이능이 시스템을 통해 드러나게 되어있다.

"천가을은 환속성 80후반대. 선겨울은 환속성 30. 속성은 같지만 마력이 달라요. 이 세계에서 마력은 곧 주민등록번호입니다. 완전히 동일한 마력을 가진 존재는 없습니다."

누리와 가온 두 쌍둥이가 마력의 재능이 다르듯, 사람마다 개인의 고유 마력은 천차만별이다.

"마스커레이드가 선겨울로 변신했다고 해서 마력까지 숨길 수 있는 건 아니죠. 마스커레이드의 마력 등급이 C급이라고 하더라도, 최대 레벨은 80 후반대니까요."

<미스트롤가을> : 그게 근거임? 다른 이유는 없고?

<누리마을해장국> : 막 시스템도 숨기는 이능의 존재가 나타난 거임ㅋㅋㅋㅋ

<유나팬티보라색> : 시스템마저 속이는 게 없는 것도 아니고ㅋㅋㅋ

"그건 그렇긴 한데."

게이머에게 있어서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는 게임 데이터의 수치를 숨기는 이가 있다? 듣기만 해도 상당히 짜증나는 말이지만 실제로 그런 이가 있다. 이유나라고.

"그리고 하나 더 근거가 있어요. 이건 아내는 잘 모르는 건데."

청화 몰래 나는 채팅창에 글을 적었다.

<딸기맛치킨> : 가슴이 다름. 눈으로만 봐도 암.

- ???

- 무슨 의미?

- 이거 말 잘해야 할 것 같은데ㅋㅋㅋㅋ

<딸기맛치킨> : 부검ㄱㄱ

나는 청화가 일부러 선겨울의 위로 쓰러지는 클립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청화가 탐스러운 F컵 유방을 움켜쥐는 손가락 사이, 나는 선겨울의 튀어나온 유두를 가리켰다.

<딸기맛치킨> : 반듯하게 위로 선 거 보임?

- 그냥 선겨울 유두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님?

- 변태다! 변태가 여기있다! 아내님!

- 하지만 정작 아내가 만진 사람이었고.

나는 선겨울의 사진을 한쪽에 놓은 뒤, 이번에는 천가을의 사진을 찾았다. 커뮤니티를 조금만 뒤져도 히로인들의 나체 영상은 금방 찾아낼 수 있었고, 나는 일부러 C급 상태와 S급 상태의 두 천가을 영상을 꺼내 가슴 부분만 확대했다.

<딸기맛치킨> : 이제 세 개의 차이가 보이십니까?

- 이게 뭐하는 짓이야ㅋㅋㅋㅋ

- 똑같은 가슴인데?

- 도플갱어라고 해도 믿겠다ㄷㄷ

"이걸 못 본다고?"

나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몇몇 지휘관들은 나보다도 천가을의 가슴을 수십 번이고 주물럭거렸을텐데, 어째서 천가을의 가슴과 선겨울의 가슴을 구분하지 못한단 말인가.

"정면에서 봐서 그런가?"

나는 영상의 시야 각도를 조정했다. 방송을 보는 이들 모두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나는 카메라의 각도를 옆가슴 쪽으로 놓았다.

- 헐

- 헐

- 아니 미친ㅋㅋㅋㅋ

모두가 세 가슴의 차이를 발견했다. 세 가슴은 크기부터 형태, 그리고 유방의 라인까지 모두 똑같았지만, 딱 하나가 달랐다.

C급 천가을과 S급 천가을은 똑같지만, 선겨울은 다른 것.

"천가을 유두는 10도 각도로 아래로 살짝 처져있는데, 선겨울은 15도 만큼 위로 돋아나있지 않습니까. 척보면 알겠는데 왜 이걸 다들 모르지?"

99% 똑같다고 하더라도, 1%가 다르다.

"슴알못이네, 이 사람들. 진정한 지휘관이라면 옷 아래에 가려진 가슴 형태만 보고도 비로소 상대가 누군지 알아야 하는 법인데. 만지면 더 쉽게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나는 엄지를 세웠다.

"유두를 엄지로 꾹 눌렀을 때 아래로 내려가는 게 천가을입니다. 선겨울은 아마...위로 올라갈 듯 합니다만."

- ㅋㅋㅋㅋㅋ

- 씹 변 태 다

- 천생연분ㅋㅋㅋㅋ

<미스트롤가을> : 슴리학 박사님 설명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럼 왜 둘이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을까요오오오?

"그거야 뻔한 거 아닙니까?"

나이 차이.

"나이 먹어서 쳐진 거죠."

- 앗

- 아앗

- 너 이 나쁜 새끼ㅠㅠ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쳐진 가슴을 마력으로 끌어올리는 이와 순수하게 젊은 20대 초반 처자의 피지컬의 차이는 바로 꼭지에서 드러났다.

<유나팬티보라색> : 그럼 매니저님! 꼭지가 다르면 아래는 어떨까요? 으헤헤.

"......그걸 확인하려면 침대로 가야하는데."

- 야스각

- 큥큥큥큥

- 님이 허락만 하면 아내님 바로 침대 다이브 하실 걸요ㅋㅋㅋㅋ

"음...."

조금 고민이 된다. 원래는 17명의 히로인만 하려고 했는데, 점점 하나 둘 허용하면 어느새 주에 한 명씩 갈아치고 다니지 않을까.

"우리 히로인만 덮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 는 이미 비히로인 덮침ㅋㅋ

- 김가온씨는 히로인이 아니었습니다!(맞다)

"걔는 누리랑 세트니까 그런 거죠. 1+1. 자매덮밥."

- 킹갓덮밥은 인정이지.

- 암. 누리랑 둘이 합쳐봐야 겨울이 한테 안 되제ㅋㅋㅋ

- 곱해도 안 됨. 0*0 < 1

김가온이 특수한 케이스라고 한들, 이미 한 번 고삐는 풀렸다. 나는 슬쩍 청화를 바라봤다.

"푸흐흐, 흐흐흐."

입꼬리가 귀에 걸려 떨어지지를 않는다. 그녀는 지금 백청화의 몸으로 누리와 가온을 동시에 한 침대에 네 발로 엎드리게 하여 누구에게 박을 지 고민하고 있다.

"저기요~ 누구한테 박을까요~ 김가온 1번, 김누리 2번!"

"......."

채팅창에 111과 222가 물결처럼 요동을 쳤다. 나는 그녀가 이토록 기뻐하는 모습에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청화."

"네?"

"3번. 둘 다."

"......푸흐흐, 명답!"

청화는 좌삼삼 우삼삼을 가온삼삼 누리삼삼으로 각색하여 둘을 예열시킨 뒤, 두 자매를 서로 마주보도록 겹쳐 동시에 위아래로 찔러대기 시작했다.

"음...."

히로인으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비히로인 가온과 하는 것에도 저렇게 즐거워하는데 조금 정도는 허용해줘도 되는 게 아닐까?

"청화."

나는 그녀의 옆구리를 찔러 호출했다. 한창 가온을 상대로 허리를 흔들던 그녀는 내 말에 바로 게임을 중단했다.

"네, 왜요?"

"서브 히로인도 히로인이고 DLC 히로인도 히로인이니까...뭐 마음대로 해."

치지직. 영상 송출이 끊어졌다. VR 헤드셋을 벗어던진 청화-아니 신라는 나를 한참 동안이나 놀란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 방장 뭐 해!

- 씨발 바지 내렸는데 뭐하는 짓이냐

- 와 싸기 직전에 끊어버리네ㅋㅋㅋ

"진짜요?"

"어. 음...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나는 신라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어차피 지휘관이 히어로잖아. 그러면 지휘관 아래에 깔려서 암컷타락하는 애들 전부다 히로인이 되는 거...아닐까?"

"시청자 여러분, 미안해요."

신라가 손으로 캠을 가렸다.

"잠시 부부끼리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오도록 할게요. 푸흐흐."

뚝.

...방송이 다시 시작된 건, 사흘이 꼬박 지나고 난 뒤였다.

* * *

시안 화이트 히비스커스.

한국에서의 활동 이름은 백청화.

아는 사람은 그의 정체를 알고 모르는 사람은 그저 오라클 스튜디오의 현지 책임자로 알고 있는 그는 사람들에게 VIP에서 VVVIP 수준으로 알고 있는 정보가 다르다.

선의철의 정부 측에서는 그를 단순한 미국에서 온 양키로 알고 있다.

따라서 선의철은 별다른 대처는 하지 않지만, 딸이 양키의 회사에 들어간 것에 대해 상당히 고깝게 생각하고 있다. 최소한의 견제로 호국청년단 단원들을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으나, 생각보다 작전은 여의치 않았다.

설지영을 비롯한 히어로 협회의 수뇌부는 지휘관이라는 그의 정체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

미국 협회에서 정식으로 보낸 공문이 2월초에야 도착하는 바람에, 단순히 석하랑이 넌지시 던진 말을 귀담아 들었던 설지영은 의자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까무라쳤다.

이제야말로 완벽하게 백청화의 정체를 파악한 그녀는 행여나 지휘관이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겉으로는 직접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에 몹시 아쉬워했다.

선의철과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선 백희아는 백청화의 존재를 지휘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라클과 관련이 되어있으니 원탁의 관계자라고만 생각할 뿐, 그녀는 백청화가 진짜로 지휘관이라는 사실에 대해 일말의 가능성도 떠올리지 않았다.

차라리 선의철이 진짜 조국과 민족을 위한 진정한 애국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게 더 현실성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한국 내에서 백청화의 실체와 정체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는 집단은 유성 그룹, 그 중에서도 실세 중의 실세이자 유성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유성의 회장 뿐이었다.

X로이드를 통해 얻는 정보.

백청화 본인이 흘리는 정보.

주변인들로부터 얻어낸 정보.

그리고 막대한 자금의 흐름을 바탕으로 파악한 정보.

그 모든 걸 수합하여 얻어낸 결론은 명확했다. 백청화는 진짜 지휘관이며, 모종의 이유로 한국에서 활동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리하여.

유성 그룹에서는 정식으로 오라클 스튜디오의 사람들을 초대했다.

명목은 유성과의 파트너십 체결.

유성 그룹은 오라클 스튜디오와의 협약을 축하하는 의미로, 유성의 자택에서 거대한 파티를 열었다.

* * *

<유성일가 대저택, 파티 룸.>

"이, 이게 단순한 축하연임?"

"유성...돈지랄...불편...."

"하하, 익숙해지세요."

누리와 라온은 압도적인 유성의 자금력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있는 유성의 파티장은 단순히 호화로움을 넘어, 사치의 극에 달한 돈지랄의 정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언니, 저거 보임? 실내에 막 포도주스가 분수처럼 뿜어지는 거."

"누리야, 저거 진짜 와인이야. ...한 병에 십만원을 넘을 고급 와인."

"역시 유성은 글러먹었습니다. 사장님의 2천억이 이런 곳에 쓰인다는 건...!"

"진정해요. 내 돈은 순수하게 슈트 사는 걸로 나갔으니까."

나는 흥분한 이들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오로지 우리만을 위한 파티인 만큼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장님, 저 알 것 같아요. 부를 과시해서 사장님 기를 죽이려고 하는 거죠?"

"아닐 걸? 유나 언니, 사장님이 미국에서 얼마나 재벌가 많이 만나고 다녔겠음? 이건 자기들도 그런 미국 재벌가들과 견줄만하다는 시위인 거임."

"러시아 귀족가문도 이 정도로 화려하게는 안 했는데...."

"......."

아까부터 침묵하고 있는 여인이 한 명 있었다. 나는 그녀의 유리잔에 와인을 따르며 웃었다.

"겨울 양, 혹시 뭐 불편한 거 있나요?"

"아, 아뇨. 음...이런 자리는 처음이라서."

"네? 대통령 따님이라서 자주 참석하셨을텐데요."

"...저희 아버님은 정치 자리에 제가 나오는 걸 선호하지 않으셔요."

겨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와인을 홀짝였다. 나는 슬쩍 V자로 파인 그녀의 가슴을 눈으로 훑었다.

'역시 엄청 비슷하네.'

겉으로 드러낸 유방의 형태가 천가을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와인색의 드레스와 똑같은 드레스를 입고있어 유두는 확인할 수 없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형태와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후후, 그럼 익숙해지세요. 앞으로 이런 자리가 자주 있을테니까."

"사장님?"

유나가 나를 향해 딸기에이드를 가져왔다. 크림색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유나는 말마따나 여신의 포스를 여실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유나는 드레스를 입어도 여신이네요."

"와, 유나 언니만 편애하는 거임? 우리는 예쁘다고 하고 땡이면서."

"누리 양, 지금 유나가 여신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겁니까?"

"윽, 그런 건 아니지만...."

누리는 유나와 자신을 비교하며 쭈그리가 되었다. 하필이면 골라도 고딕풍의 검은 드레스를 고른 터라, 성인 여성의 품격은 잘 도드라지지 않았다. 나는 누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마요. 누리도 언젠가 클 겁니다."

"씨, 두고보라는 거임. 나도 파이...."

누리는 겨울의 눈치를 보며 침묵했다. 겨울까지 있는 자리에서 섹드립을 치기에는 다소 부적절하기는 했다.

데엥, 데엥.

종소리가 울렸다. 아홉시 정각을 알리는 알림과 함께, 저 멀리서 메이드복 차림의 X로이드가 내게로 다가왔다.

"시안 화이트 히비스커스, 백청화 님."

X로이드는 금빛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내게 미소지었다.

"회장님께서 뵙기를 청합니다."

결전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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