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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588화 (588/1,497)

〈 588화 〉2부 1장 18

"운사 박라온. 모집 공고를 내면 반드시 등장하는 히로인이죠. 꾀죄죄한 몰골로 나타나서 다들 혼란스러워 할 겁니다."

- 공개 이미지는 단발인데 산발로 오니까 낚이지ㅋㅋㅋ

- 이거 아직도 낚이는 사람 있음?

- 없데이트 하면서 신입 여지들 엄청 늘었는데 피해자 속출ㅋㅋㅋ

"여지?"

- 여자지휘관요ㅇㅇ

- 히로인급 남캐들 추가되면서 2,30대 여성 구매량 폭등ㅋㅋㅋ

- 정보 : 지금 플레이하는 사람도 여자임

...아무래도 박라온 쇼크의 피해자는 엄청나게 늘어날 듯 하다.

'이 때 영입 안 하면 영영 못보게 되지.'

인생의 마지막 입사를 낼 각오로 전재산을 털어 구걸까지 해서 신서울에 왔더니 냄새 난다고 꺼지라고 하더라.

앞으로의 플레이를 생각하면 박라온은 약과에 불과하지만, 박라온을 영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지 알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게임 속 박라온이 불쌍해서라도 스포일러를 하기 일쑤였다.

"아무튼 <운사> 박라온은 영입하기 쉽습니다. 애초에 스타팅 세 명은 대놓고 영입하라고 조건이 달려있는 애들이에요."

- 영입 못하면 뉴비 인증ㅋㅋ

- 하지만 그 누구도 튜토리얼 하루 만에 영입할 거라고는 예상 못 함

- 이제 님 박라온 따먹음?

"따먹다니...."

너무나도 노골적인 말에 나는 발언을 정정했다.

"제가 따먹는 게 아니라 제 아내가 먹는 겁니다."

- 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클립보고 온 유입인데 여자가 남자지휘관으로 플레이 하는 거 맞나요?

"예."

나는 어디까지나 중계를 하는 입장일 뿐, 플레이어는 어디까지나 백청화의 몸을 움직이고 있는 청화였다.

"박라온 공략에 대해서 계속 말하자면, 공고 올리고 얼마나 걸릴 지는 모릅니다. 이건 랜덤이라서 어쩔 수 없어요."

- 구걸해서 신서울까지 오는 거니까ㅠㅠ

- 굳이 헬조선 갬성 넣은 제작사가 ㄹㅇ 악마

- 뭐래 지들도 거지 다가오면 적선 안 할 거면서

"현실에서야 어떻든 게임 안에서라도 친절하게 살면 되는 거죠. 그 친절함에 낚이는 히로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박라온도 그 예죠. 이런 좃소기업 노예 계약도 제발 해달라고 오는 사람이니까요."

연봉 3천에 전직 A급을 영입한 건 분명 엄청난 쾌거였다. 물론 라온이 당장 A급의 전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지휘관은 얼마든지 라온을 성장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박라온은 원래 S급까지 성장 가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박라온 루트 타신 분들은 아실 거니까 넘어갑니다."

- 몰아쳐라, 폭풍!

- 휘몰아쳐라, 태풍!

-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자, 이 몸의 이름은 터뷸읍읍...!

이미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지 아는 사람만 아는 스포일러를 일삼기 일쑤였다.

"근데 코어가 깨졌잖아요? 이거 아무리 지휘관이라도 고치지 못합니다. 차로 치면 사고차 상태입니다. 경운기보다 느린 폐차를 억지로 굴리는 셈이죠."

그만큼 박라온의 상태는 심각했다. 깨진 코어를 고치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코어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다들 이런 말 들어봤을라나 모르겠는데...."

나는 박라온 루트에서, 그녀가 농담삼아 했던 말을 꺼냈다.

"혹시 자궁파워라고 들어는 보셨습니까?"

깨진 코어에는 마력을 담을 수 없으니, 심장 대신 다른 부위에 마력을 저장하는 코어를 만든다.

바로 자궁에.

* * *

"지휘관이라는 걸 증명하라.... 어떤 식으로 증명하면 되겠습니까?"

나는 침대위에서 방방거리는 유나를 무시하고 라온에게 질문했다. 라온은 다소 붉어진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내게 역으로 질문했다.

"당신이 정말 진짜 지휘관이라는 건...이능력자를 강화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이잖습니까."

"그렇죠. 그러니까 지휘관이죠."

"그럼 그걸 직접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능글맞은 내 물음에 라온은 도끼눈을 떴다. 세간에 알려진 지휘관의 마력 강화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나는 일부러 라온을 놀리듯 물었다.

"그걸 굳이 제 입으로 말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하죠."

"...사장님이 진짜 지휘관이든 아니든, 하나는 분명히 알겠습니다. 사장님은 변태입니다."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몹시 여유로웠다. 애초에 이 상황에서 갑은 나다. 설령 라온이 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간다고 하더라도, 라온은 스스로의 망상에 빠져 어딘가에 내가 지휘관인 걸 발설하지도 못할 것이다.

'설마 지휘관이 혼자서 움직이겠어?'

전세계 SS급 암살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죽이려했던, 그리고 죽였던 이들이 지휘관이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지휘관이 마지막에 죽었을 당시에도, S급 이능력자 여섯이 달라붙어 그를 지키려고 했었다.

그러니까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주변에 분명 나를 지키는 경호원이 있을 거라고. 라온이 허튼 수작을 하면 바로 나타나서 제압할 자가 있을 거라고.

"좋습니다. 제가 여기서 계약을 파기하고 나가면 바로 붙잡아 감옥에 집어넣을 터. ......스입니다."

"예? 잘 안 들리는데요?"

".....ㄱ스."

"예? 엑스요?"

"......섹스! 섹스! 섹스섹스섹스!!!!"

라온은 붉어진 얼굴로 내게 소리를 내질렀다. 1층에 까지 들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 나는 가슴이 다 철렁 내려앉았다.

"유나야, 내려가서 음료 세 잔 좀. 사장님한테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네, 알았어요."

유나는 해탈한 얼굴로 쪼르르 내려갔다. 나는 남아있던 딸기 요거트를 모조리 들이켰다.

"라온 씨. 제가 왜 마력강화 방법을 물어봤는지 아십니까?"

"저를 놀리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몇 번이고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섹-"

"섹스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는데요."

"......."

라온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는 냉장고로 가서 플라스틱 상자에 조각케이크처럼 보관된 물건을 하나 꺼냈다.

"세상 사람들이 가진 오해 중 하나죠. 지휘관과 섹스해서 마력이 늘어났다. 지휘관과 섹스하고 나니 이능력자로 각성했다. 그러니 지휘관과 섹스하면 당연히 힘이 생길 것이다."

"......틀립니까?"

"틀린 건 아닙니다. 단지 다른 방법도 있지만, 여태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이겁니다."

나는 블루베리가 섞인 구슬을 테이블에 놓았다.

"마력 증강 알약. 이걸 먹으면 마력이 늘어납니다. 간단하죠?"

"...거짓말."

"거짓말이 아닙니다. 복용하면 바로 마력이 늘어나는 셈이죠. 라온, 방금 전에 내려간 유나의 마력이 대략 어느 정도였스빈까?"

"......D급입니다. D급 초입. 수치로 치면...대략 15정도."

라온은 자신이 느낀대로 답했다. 나는 마도기어로 유나의 프로필을 꺼냈다.

"유나는 아카데미 학부생으로, 근 1년간 E급에 머물러있었습니다. 심지어 정부 공인 마력 검사에서도 몇 번이나 광속성 10이 한계라고 나왔던 사람이었죠. 그런 유나가 지금 당신이 느끼기에 5만큼 성장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이겁니까?"

라온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알약에 손을 뻗었다. 나는 그걸 다시 내쪽으로 잡아당겼다.

"후후, 이건 주인이 있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라온 언니. 오빠랑 섹스하면 마력 올라요."

"유나야?"

유나는 음료를 턱 내려놓으며 맥을 끊었다. 라온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는 달리, 나를 노려보는 눈빛은 살기가 가득했다.

"오빠 지휘관 맞고, 저 마력 낮았는데 오빠랑 살을 섞어서 D급으로 늘어난 거예요. 네. 저 이 오빠랑 배 맞추는 사이에요."

"......."

유나의 적나라한 표현에 라온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가 사무실에 있어서 가장 이질적인 장소로 향했다.

"서, 설마 저 침대가...?"

"맞아요. 어제도 저랑 저 위에서 뒹굴었어요. 알몸으로."

"......유나야?"

"오빠는 조용."

내 입술을 손으로 잡는 유나의 박력에 나는 침묵했다. 여기서 내가 괜히 입을 열 필요는 없었다. 사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유나는 여신.

"라온 언니. 오빠가 지휘관인 걸 밝힌 이유는 하나 뿐이에요. 라온 언니를 그만큼 믿으니까 밝힌 거죠."

"나를...신뢰해서...."

"그게 언니의 상태에 대한 동정이든, 아니면 A급 재능이든, <운사>라는 이름이든, 오빠는 언니를 전적으로 신뢰하니까 언니를 채용한 거예요. 오늘까지 이 스튜디오 다녀간 사람들만 해도 10명이 넘어요. 그 사람들 전부 다 제치고 처음으로 채용한 게 언니라고요."

"내가...처음...?"

내가 괜히 유나를 만나자마자 영입하려고 한 게 아니다. 유나만 영입하면 나머지는 자동이나 마찬가지고, 내가 '하렘의 길'을 가려고 하면 옆에서 적극적으로 서포트 해주는 게 유나다.

"언니. 잘 생각해봐요. 섹스 한 번으로 이능력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똑같이 대답할 걸요? 언니, <다크홈>이 어떻게 히어로가 되었는 지 아시죠?"

"...압니다. 남자 지휘관의 세례...를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윽."

나는 잠시 시스템창을 열어 세계를 정지시켰다.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멈춘 세계 속에서, 나는 라온이 말한 케이스를 떠올리고 절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다크홈>은 남자. 그를 이능력자로 각성시킨 지휘관도 남자.'

.......톡 까놓고 말해, 이능력자가 되기 위해 뒤를 대줬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다크홈을 비롯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이능력자로 각성시켜준 지휘관은 다크 레기온의 표적 1순위가 되어 살해당했다.

"물론 언니의 심정도 이해해요. 거기까지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제가 이미 해봤기에 알아요. 오빠 덕분에 E급에서 D급으로 오르기도 했고, 같은 침대에 앉기까지 정말 무섭기도 했어요."

유나는 내게서 손을 떼고 라온과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오빠는 정말 상냥하게 해주셨어요. 아픈 적도 없었고, 행복하기까지 했어요. 저, 처음이었는데."

"예?"

라온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반문했다.

"처, 처음이었다...? 설마...?"

"네. 처녀를 드렸어요. 제 첫 남자가...오빠에요."

"......."

라온이 유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복잡해졌다. 같은 여자끼리 분명히 알고 있는 게 있을 것이다. 유나가 나에 대해서 단순히 지휘관으로 생각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는지.

"그러니까...너무 부담가지지 마세요."

"아, 그, 그게 실은...."

라온은 내게 들리지 않도록 유나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자 유나는 바로 라온의 손을 뿌리치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아악?! 내가 무슨 짓을!"

"......푸흐흐."

유나는 전력으로 나를 서포트했다. 이미 라온은 유나의 설득에 넘어갔다. 자신의 치부 아닌 치부를 유나에게 드러낸 순간, 이미 라온은 굳게 마음을 먹은 것이다.

"걱정마세요, 라온."

나는 라온에게 악수하듯 손을 내밀었다. 라온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내 손을 맞잡았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당신은 변태입니다."

"어, 언니! 잠깐만요! 이거 먹으면 마력 늘어날 수 있어요! 아까 제가 했던 말은 그냥 잊어버리세요!"

유나는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격렬히 손을 흔들며 라온을 저지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미 라온이 결심하도록 열심히 설득한 사람은 다름아닌 유나였다.

"유나.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니에요! 도망쳐도 되는 거예요! 굳이 이런 일에 용기를 가질 필요는 없어요!"

"유나야, 아까랑 너무 다르지 않니?"

"그건 라온 언니가...!"

"괜찮습니다. 유나 양."

유나는 말문이 막혔다. 이미 나와 손을 맞잡은 라온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저는 이미 각오를 마쳤습니다."

유나가 정돈까지해줘서 허리까지 곧게 내려오는 검은 장발. 굽이 없는 슬리퍼인데도 시선이 내 목덜미에 올 정도로 큰 키. 박스 후드티로도 숨길 수 없는 압도적인 가슴. 그리고 월남치마처럼 두른 담요를 스스로 소파에 놓으며 드러난 매끈한 다리.

"사장님."

라온은 상기된 얼굴로, 하지만 또렷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아직 이 나이까지 경험이 없는 몸입니다. 부디...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 참. 라온 씨. 아직 대답을 듣지 못한 것 같은데."

나는 라온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침대를 가리켰다. 라온은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지만, 나는 시선을 마주하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떻게 해줄까?"

"읏...! 당신은...!"

사실은 처음부터 물었다. 나는 라온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두 손목을 붙잡았다. 라온은 나보다 더 강하면서도 도망치지 않았다.

"말 안 하면 나 하고싶은대로 할 거다."

"......읍?!"

나는 라온이 다른 말 하지 못하게, 혀부터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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