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9화 〉2부 1장 09
"와…."
아이디 <유나팬티보라색>, 줄여서 유나팬티라고 불리우는 여인은 행복한 미소를 짓는 유나를 보며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미친 거 아니야?"
공항에서의 튜토리얼은 끝났다. 이제 스토리 흐름 상 신서울로 이동해야 할 때였지만, 청화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유나를 먹어치웠다.
"아니, 그, 속도도 속도인데…."
유나팬티는 유나와 섹스를 한 플레이어의 테크닉에 기겁했다. 역시 여자라서 더 잘 아는 걸까? 그런 것 치고는 유나의 성감대를 너무 잘 알았다.
"H씬 국제 경연 대회 있었으면 거의 프로급이겠다."
마치 예전 연인을 상대로 회귀해서 섹스로 괴롭히듯, 청화는 유나를 가볍게 유린했다. 심지어 유나의 절정에 맞춰 사정하는 여유까지 부렸다.
"와...튜토리얼부터 유나 영입하려고 하면 이 정도는 해야하는 구나."
본래 유나는 임시로 주인공의 소대에 합류한다. 그리고 그 외에 탱커, 딜러로 영입한 두 명과 함께 투닥거리다가 주인공에게 정식으로 영입된다.
그런 스토리는 이미 미국으로 날아가버렸다. 청화가 유나의 안에 자지를 끼운 채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매니저 역할을 맡은 [P]가 입을 열었다.
[H씬 중계는 처음인데...어떻게 카메라 워크는 괜찮습니까?]
만족하다마다. H씬에 들어간 순간부터 카메라는 플레이어의 시야와 일체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삽입 장면이나, 유나가 시트를 움켜쥔다거나, 떨어진 위치에서 플레이어가 가슴을 깨문다거나 하는 걸 타이밍 좋게 화면을 돌리는 게 예사롭지 않았다.
단순한 간접 체험을 넘어,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첫 경험을 나누는 걸 구경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유나팬티는 좌절했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유나는 자신을 향해 저렇게 웃어주지 않았다. 분명 헌신하고 나를 배려하는 것 같지만, 청화가 만든 유나의 표정에 비하면 뭔가 부족했다.
'저게 유나 루트의 진짜인가?'
튜토리얼에서부터 영입해야만 러블리 유나를 만날 수 있는 걸까? 유나팬티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뒤척였다.
"...아."
H씬에 너무 몰입했다. 유나팬티는 자신도 모르게 젖은 보라색 팬티 위로 손을 뻗었다.
"......."
유나팬티는 혀를 가볍게 움직였다. 그 혀놀림은 H씬으로 구경한 청화의 혀놀림을 엇비슷하게 따라하려는 움직임이었다.
"키, 킹시보기."
유나팬티는 본방을 틀어놓고 서브창을 띄워 H씬을 다시 재생시켰다. 이벤트로 고정된 H씬을 제외하고 주인공과 히로인이 하는 H씬은 해당 플레이어의 계정에만 등록되어 정상적으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청화는 방송으로 자신의 행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유나팬티는 방금 끝난 영상을 다시보기 기능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유나 튜토리얼에서 영입하는 조건은 보시다시피 이렇습니다. 정리해드릴까요?]
".....네."
유나팬티는 귀로는 P의 공략 팁을 들으며, 눈으로는 청화의 유나 공략 H씬을 다시금 보며, 손으로는 행위로 인해 달아오른 자신의 몸을 진정시켰다.
"...하아. 나도…."
순간, 고간을 스친 유나팬티의 손이 굳었다.
"......세상에."
유나를 최애로 삼던 여인은 소름이 돋았다. 본인은 분명 청화처럼 유나와 살을 섞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차있었으나.
"...내가 유나가 되고 싶어했다고?"
청화에게 사랑받는 유나가 순간 되고싶다고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에 유나팬티는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미쳤지…."
유나처럼 삽입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자신에 대해 자괴감이 드는 동시에.
찌걱, 찌걱.
...마음 한켠으로는 유나의 자리에 자신이 있는 것을 상상하며, 손과 몸은 본능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 * *
<성녀> 이유나.
수능에서 단 한 문제를 문제 오류로 틀려 만점을 받지 못했을 정도로 우수한 학업 능력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어째서인지 신서울대학 차석의 길을 포기하고 히어로 아카데미에 등록하게 된다.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공부를 해서 학문을 익히기에는 세상이 녹록치 않았죠."
유나는 내 품에 안겨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본편으로 치면...족히 3장은 들어가야만 내뱉을 본심을 나는 튜토리얼부터 듣고 있는 것이다.
"당장 내가 세상을 위해 힘쓸 일이 뭐가 있을까. 다행히 마력을 각성한 건 알고 있었어요. 단지 수능 때문에 주변에 숨기고 있었을 뿐."
"왜?"
"...수능이 인생의 전부라고 배웠거든요. 막상 수능을 치고 보니 아니었지만."
"뭐가 아니었는데?"
"그냥, 허무하더라고요. 몇 년을 바쳐서 공부만 했는데, 고작 시험 하루치고 다 끝이구나 싶어서. 다시 또 공부를 해야하고, 시험을 치르고. 당장 세상은 끝날 것만 같은데, 학문의 길을 걸으면 제가 할 수 있을 만한 일이 너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유나는 히어로 길을 선택했다. 수능 전국 공동 1등이 이능력자로 각성까지 했다고 하니, 히어로 아카데미로서는 쌍수들고 환영하며 유나를 맞이했다.
"...정작 마력은 좀처럼 늘지 않고, 광속성 E급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네. 1년 동안...전혀 성장하지 못했죠. 그거 아세요? 저 이번 방학동안 마력 늘리지 못하면...아카데미에서 퇴학인 거."
유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수능 만점 보다도 C급 이능력자가 더 우대받는 사회에서, E급에서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유나의 마력은 아카데미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동기들이 저보고 막 그래요. 쟤는 포션보다 못하다고. 그나마 배운 힐링 마법도 시중에 파는 100만원짜리 포션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그건 걔들이 삐뚤어져서 그래."
"...아녜요. 그게 현실인 걸요. 그런데."
유나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베시시 웃었다.
"당신이 지휘관이라는 걸 알고...잠깐이지만 좋았어요. E급인 저라도 써주신다는 말에 정말 기뻤다고요. 물론 키워주신다는 게 히어로가 아닌 건 알지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유나의 이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나 <지휘관>이라고 했잖아."
"......그거 그냥 저 좋으라고 해 본 소리 아니셨어요? 그, 남자분들이 여자 꼬실 때 막 허세 부리는 것처럼...."
"얘봐라."
나는 유나의 볼을 손으로 꼬집었다.
"나 진짜 <지휘관>이야. 체액으로 상대 이능력자 각성시키고 마력 강화하고 그러는."
"......그, 자, 잠깐만요."
유나는 절정에 달했을 때보다 더 심하게 입술을 떨었다.
"진짜라고요? 그, 그럴 리가요. 원탁에서 불과 이주일 전에 모든 지휘관이 살해당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그거 나 숨기려는 연막작전."
"......."
유나는 입을 벌리며 기절할 뻔 했다. 그래서 나는 허리를 휘감은 손을 내려 유나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정신 차려. 너 지금 지구에 유일하게 남은 지휘관이랑 같이 침대에 있는 거야."
"그, 그그그, 흡...!"
유나는 혼란에 빠졌다. 60억 분의 1에 해당하는, 악의 조직 <다크 레기온>이 세계 정복을 위해 수천 억의 현상금을 건 재능의 주인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긴장한 것이다.
"저, 정말이세요?"
"그럼. 너한테는 보이지 않겠지만...나는 네 마력이 늘어난 게 확실히 느껴지는 걸."
나는 유나가 보지 못하는 홀로그램을 두드렸다. 히로인을 비롯한 그 어떤 존재도 <시스템>을 볼 수 없다. 그게 이 세상에서는 <지휘관>의 재능으로 발현되는 이능이므로.
"너 지금 분명히 늘었어. 분명 다시 검사하면 달라져 있을 걸?"
[이유나]
전투력 : E ( 10 / 99 )
마력 : D ( 광속성 11 / 10 )
<마력강화> 이유나의 코어에 당신의 마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시 마력을 강화하려면 [23시간 27분]의 대기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뭔가 이상한 곳이 하나 있지만, 그건 원래 게임상 그런 거니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인계 데이터 썼으면 아마 한 번에 14는 찍었을텐데.'
하루에 단 한 번 뿐인 마력 공급이 고작 1밖에 되지 않는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나가 직면한 문제를 당장 해결해 줄 수 있는게 나의 존재였다.
"D급 기준이 11부터 35까지였지? 축하해. 너 D급이야."
"......."
유나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본인도 마력이 늘어난 걸 확인하려면 시간이 제법 필요하겠지만, 말이라도 기쁜 듯 했다.
"아!"
한참동안 눈물을 속으로 삭히던 유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붙잡았다.
"그걸 왜 저한테 말해주시는 거예요?! 저 처음 보는 사람인데! 시안 씨, 제가 만약에 다크 레기온의 첩자거나 스파이거나 하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내가 사람 보는 눈만큼은 확실하거든."
타이틀 히로인이 사실은 악의 조직 간부다? 그럴 일은 없다. 모두가 의심하기는 했지만 유나는 비극의 히로인이지 결코 주인공을 배신하는 존재가 아니다.
"공항에서 괴수들 들끓는데, 자기 혼자 도망치지 않고 나를 구해주려고 했잖아?"
"그, 그건 히어로 지망생으로서 당연한 거...."
"그 당연한 걸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니."
"......."
유나는 침묵했다. 반박하기에는 지금의 한국에 반례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유나를 내 첫번째 파트너로 선택한 거야. ...물론 네게만 정을 줄 수 없어. 다크 레기온이라는 거악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많은 동료가 필요하니까. 쓰레기같은 발언인 건 알지만-"
"괜찮아요. 이해할 수 있어요."
유나는 슬픈 미소로 웃었다. 유나의 입장에서 자신은 언제든지 버림 받을 수 있는 존재였다.
"시안 씨 주변에 여자가 아무리 늘어나도...저는 괜찮아요. 각오할게요. 대신...."
유나는 내 볼에 입술을 맞추며 싱긋 웃었다.
"저, 확실하게 키워주셔야 해요?"
"흐흐. 유나야. 지휘관 재능이 24시간마다 한 번 쓸 수 있는 거라 한계가 있기는 하거든?"
나는 유나의 위에 올라탔다. 한 번 진하게 정사를 한 이후 여전히 웃옷은 그대로 입고있었지만, 하반신은 얇은 이불로 덮었을 뿐이었다.
"한 번에 강화할 수 있는 마력도 한계가 있고. 그럼 답은 간단한 거 아냐?"
"어, 저기요...?"
"매일매일 강화하면 되는 거지. 운동이라고 생각해."
"......그, 그 말은 매일매일 섹스하시겠다는 거예요?!"
"당연."
나는 유나의 위에 올라탔다. 이번에는 일자로 곧게 뻗은 다리를 내 허벅지로 모아, 유나를 구속하는 정상위였다.
"너 SSS급 찍을 때까지 내가 키워줄게."
"푸훗. ...어, 잠깐만요. 24시간마다라면서요. 그러면 지금 하는 건 의미 없는 거 아녜요?"
역시 유나는 똑똑하다. 확실히 지금 하는 건 마력을 강화하는 게 아니다.
"의미가 없기는 왜 없어?"
찌걱. 나는 다시 유나의 안으로 귀두를 밀어넣으며 유나의 위로 몸을 겹쳤다.
"이제부터 진짜인데. 아까는 마력 강화가 겸사겸사였기는 했지만...."
나는 유나의 웃옷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너랑 섹스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 * *
"여기서부터는 마력으로 강화하는 H씬이 아니니까 잠시 방종합니다. P바. 다 끝나면 다시 켤게요."
야아아아아아아아
뚝.
* * *
<수 시간 뒤.>
굿모닝, 빠빠빠 빠빠 빠빠빠빠, 굿모닝-
달칵.
유나는 마도기어에서 울리는 알람에 귀신같이 손목을 붙잡았다. 수험생 때부터 유지해 온 기상 알람은 언제나 유나를 정확한 시간에 잠에서 깨웠다.
오전 7:00. 시야가 돌아온 유나는 처음보는 천장에 어안이 벙벙했다.
"여긴...."
유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어제 힐링 여행을 위해 겨우 구한 표로 공항에 갔다가 괴수가 습격을 했고, 금발의 잘생긴 외국인을 만나-
"......!!"
유나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왜 천장이 처음 보는가 싶었더니, 유나가 항상 올려다 볼 때는 그의 얼굴이 있었다.
'미쳤지, 미쳤어!'
유나는 처음 만난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속내를 털어놓은 것에 이불을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었다. 심지어 속내만 털어놓은 게 아니라, 속까지 전부 다 줘버렸다. 마음도, 몸도.
'이제 어떻게 하지?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자칫 잘못하다가는 한국여자는 전부 쉬운 여자라고 오해를 심을 수 있다. 유나는 그에게 사실대로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당신한테 첫 눈에 반해서 그런 거니까, 다른 여자들 상대로는 그러지 말라고.
"일어났어?"
"......네."
유나는 이불을 코까지 잡아당겼다. 그는 유나가 일어나기 전까지 조용히 허공을 두드리고 있었다.
<지휘관>이 아니라면 그는 고도의 연기를 하는 정신병자가 틀림없다. 물론 지휘관이 맞기에 유나는 더욱 몸이 떨렸다.
"자고 일어나니까 이제는 좀 느껴져?"
"네. ...조금, 아주 조금 늘어난 것 같아요."
그 조금이 유나의 마음을 다르게 만들었다.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있고 항상 주눅들어 있던 유나는 서서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원동력을 얻게 되었다.
"그럼 이제 아카데미 퇴학은 안 되겠네?"
"네. ...D급에 들어가기는 했으니까요."
조금 더 안정적으로 마력을 늘리려면 당연히 이 남자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야했다. ...부끄럽게도 다시금 그가 넣자마자 기절해버렸고, 중간중간 기억은 있지만 그에게 안겨 헐떡이던 자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 말이야."
그는 유나의 볼을 쓰다듬으며 얼굴을 마주했다.
"아카데미 자퇴하고 내가 만들 팀에 들어올래?"
"네!"
유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영입] <이유나>를 당신의 스쿼드에 정식으로 영입했습니다!
현재 스쿼드 : 1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