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6화 〉2부 1장 06
<임무 성공!> 이유나와 함께 10분간 무사히 살아남았습니다!
임무 보상 : 지휘 경험치 + 100.
<알림> 튜토리얼 중에 사냥한 괴수들의 경험치는 정산되지 않습니다.
<알림> 튜토리얼 중에 사냥한 괴수들의 코어는 정산되지 않습니다.
유나와 나는 살아남았다. 그냥 살아남은 것도 아니고 괴수들을 직접 때려잡으며 살아남았다.
E급 지옥치와와 다섯 마리.
"어, 어떻게...?"
"테크닉만 있으면 가능하지."
히어로 아카데미 연수생치고는 제법 그럴싸한 전과지만, 상처 하나 없이 원거리 마법사 계열의 능력자가 스태프로 때려잡았다는 것은 분명 기겁할 전과였다. 그리고 유나는 그 능력자가 자신이라는 것에 아직도 믿기지 않은 듯 떨고 있었다.
"상대 체력이 200이 넘는다. 데미지가 1이라도 들어간다. 그럼 정답은?"
"어, 지원요청을 한다?"
"땡. 200대 때리면 되는 거지."
딜이 들어가는데 왜 도망친단 말인가. 유나는 허탈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지만, 나는 유나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뒤로 물러났다.
"...아!"
유나는 그제서야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백허그를 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코트에는 유나의 향기가 가득 묻었고, 유나는 붉어진 얼굴을 푹 숙여버렸다.
"죄, 죄송합니다 선배님...."
"선배라고 하긴 좀 그런데. 나 무능력자라서."
"예?"
한 번 더 쇼크. 나는 완전히 앳된 반응을 보이는 유나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반응 하나하나가 놀라는 게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흠흠.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내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다. 마력이 깃든 명함에 유나는 한참동안 나와 명함을 번갈아보기 시작했다.
"<오라클 스튜디오>...?"
"현지 책임자로 발령났습니다. 오자마자 이런 상황이라 조금 당황스럽습니다만...."
나는 주변을 가리켰다. 약속된 10분이 지나자 공항 곳곳에서 날뛰던 괴수들은 급히 달려온 히어로들에 의해 토벌되었고, 소규모로 열린 차원문도 금방 닫히고 말았다.
"들 것 들고와! 여기 사람이 깔렸어!"
"힐러, 힐러 없어?! 젠장!"
"공항 경비대입니다! 환자가 여기있습니다! 어서 이쪽으로!"
공항은 나와 유나가 천천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소요가 잦아들고 있었다. 나와 유나는 지옥치와와를 쓰러뜨렸지만, 일부러 혼란에 엮이지 않게 화장실 근처에서 숨어있는 척 자리를 옮겼었다.
"히어로 님 덕분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아녜요! 그, 시안 씨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연수생인 제가 도움을 받아서...."
"후후, 겸양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유나 양이 스태프를 들고 있지 않았다면 저렇게 다섯 마리를 쓰러뜨릴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잠깐."
나는 일부러 알면서 표정을 굳혔다. 나와 유나가 잡은 지옥치와와 다섯 마리를 향해 작업복을 입은 인부들이 코어 적출 장비를 가지고 나타났다.
"저것들은 왜 남이 잡은 걸-"
"자, 잠깐만요."
유나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애초에 저항할 생각도 없지만, 유나의 완력은 비능력자의 힘으로 이길 수 없었다.
"저, 저건 국가 귀속이에요."
"예? 말도 안 됩니다. '우리'가 잡은 거 아닙니까?"
"......한국 법이 그래요. 정식으로 히어로, 헌터로 등록되지 않은 자가 사냥한 괴수는 국가의 재산이라고. 연수생인 저는...어디도 아니죠."
"그게 무슨."
유나의 표정은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이 나라는 자격증이 없으면 살기가 너무나도 힘든 곳이에요."
<임무 성공!> 다양한 정보를 알아냈다!
임무보상 : 지휘 경험치 + 100.
눈앞을 가린 쓸데없는 창은 옆으로 치웠다. 나는 너무나도 우울한 유나를 위로하기 위해 유나의 손을 꽉 붙잡았다.
"유나 양. 억울하지 않으십니까?"
"......억울해도 어쩌겠어요. 제가 재능과 노력이 부족한 걸."
네 다음 전속성 100레벨 여신. 나는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이 진심으로 안타까워졌다.
"마력을 각성한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유나 양은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E급에서 성장이 더 안 되는 걸요."
"그건...."
여기서 더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슬슬 튜토리얼도 끝나가는 참이고, 괜히 여기서부터 유나를 붙잡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원작 따라 가면 내가 아니지.'
원작? 그건 이미 죽은 지 오래다. 나는 유나의 손목을 들어올리며 내 마도기어와 맞닿게 했다.
"어?"
"...저는 이런 목적을 가지고 온 사람입니다."
유나에게만 보이는 홀로그램은 분명 '지휘관 시안'에 관한 정보였다.
인사 발령서.
2025년 3월 1일.
<지휘관> 시안.w.히비스커스를 국제 히어로 협회 한국 지부에 정식으로 파견함.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두 달 먼저 입국했죠. 그런데...쯧쯧."
"늦어서 죄송함다--!!"
나는 사람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는 히어로를 가리켰다. 그는 씻지도 않은 머리칼에 츄리닝 차림으로 공항에 나타났다.
"조금 더 일찍 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원망을 내비쳤다. 하지만 웃긴 건 정작 사과하는 히어로는 공항을 담당하는 자가 아니라, 아마도 이 시점이면 인근의 가덕도를 관리하는 히어로일 터.
공항을 맡은 히어로는 아직 나타나지도 않았다. 가족이 다치거나 죽은 이들은 하나같이 원망어린 시선을 히어로에게 보내고 있었다.
"쯧쯧."
내가 시민들을 향해 혀를 차는 사이, 한국 히어로 협회를 통해 정식으로 발송된 공문을 완전히 확인한 유나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인재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이다.
미국에서 정식으로 파견한 지휘관이 시작부터 꼴불견을 보았으니, 아마 유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 으으, 이것이 헬조선의 김치맛?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군요. 어뭬리카로 돌아가겠습니다.
유나는 그렇게 내 생각을 짐작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군요. 지금 당장-"
"미국 돌아가시면 안 돼요!"
역시. 유나가 내 손을 붙잡고 빽 소리를 질렀다. 눈동자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이, 이건 어디까지나 사고에 불과해요! 그, 단면만 보고 전체를 보지 말라는 말도 있잖아요?! 모든 한국인들이 저렇지는 않아요! 조, 조금은 실망하셨을 수도 있지만 한국은 꼭 당신이 필요하단 말이에요!"
"익스큐즈 미, 유나. 당신은 너무 과도하게 넘겨짚는 경향이 있군요. 제 말은, 그러니까 제가 만들 스쿼드에 당신을 넣고 싶다는 의미였습니다."
"네?"
유나의 눈빛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나는 유나와 손을 맞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당신, 키워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단 말입니다. 제가 이래보여도 어-썸한 사람이라. 원탁도 제 지휘를 받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이거든요."
".....네, 네에."
거짓말 아닌데.
"뭐...굳이 당신이 바라지 않는다면 괜찮습니다. 어차피 공항이 제 기능을 되찾을 때까지는 한국에서 지내야하고."
"그, 그 말씀은...?"
"조건이 있습니다."
나는 유나를 벽으로 밀치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걸었다.
"유나 양이 증명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제가 여기서 있어야 할 이유를."
* * *
<영입> 이유나에 대한 영입을 시도합니다!
# 영입확률 : 90%
[이유나]
이름 : 이유나
성별 : 여
나이 : 21세
국적 : 대한민국
직업 : 대한 히어로 아카데미 학부생 1학년
전투력 : E ( 10 / 99 )
마력 : E ( 광속성 10 / 10 )
'이거지.'
청화의 눈앞에 떠오른 창에 사람들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튜토리얼의 고유 이벤트조차 스킵하고, 심지어 공항을 벗어나기도 전에 이유나에게 영입을 제안했다.
유나야 너 왜 그렇게 쉬운 여자가 됐니ㅠㅠ
원래 쉬운 여자(첫 눈에 반함)
영입 확률 90%? 저거 절대 안 됨. 차라리 3%가 확률이 더 높지.
"모바일 게임 가챠도 아니고 무슨."
3%보다 90%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니,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다. 하지만 확실히 10%라는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
"100% 성공입니다."
[유나팬티보라색] : 튜토리얼 전에 이유나 영입하면 구독할게요 ㅋㅋ어림도 없지
"이거 미연시잖아요."
나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청화에 카메라를 가까이하며 웃었다.
"10%P 올려서 100% 만들면 되지."
내가 공략한 이유나만 세 자릿수가 넘는데, 설마 그게 어렵겠는가.
[저기요,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는 거예요...?]
얼굴이 붉어진 유나가 진지한 눈빛으로 청화를 올려다본다. 고마우면서도 경계심 가득한 눈동자는 청화를 테스트하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
"유나가 쉽다고 공략 대충하려는 분들 명심하시길. 유나는...."
[흐흐, 왜 잘해주냐고?]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화장실 입구 바로 앞. 청화는 유나와 얼굴을 가까이했다.
[내 취향이라서.]
[아....]
"이렇게 해도 영입 될 정도로 정말 쉽습니다."
<영입> '이유나'를 영입하였습니다!
금발 서양남은 순진한 21살 여대생을 만난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꼬셔버렸다.
* * *
튜토리얼 전에 동료를 정식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아직 동료에 관한 부분이 정식으로 오픈되지 않았기에, 나는 유나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머릿속으로는 잘 알고 있지.'
저 광속성 '10'이라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클리어 한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비단 광속성 뿐만 아니라, 아직 각성하지 못한 마력이 유나의 속에 잠재되어있는 걸 누구든 알고 있다.
"저, 저기.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일단 부모님께 안전하다고 연락을?"
"...아!"
유나는 내게 양해를 구하고 황급히 마도기어를 두드렸다. 나는 그 사이 유나에 대한 정보를 다시금 확인했다.
'광속성 10. 키우는 맛이 확실히 있지.'
1만 넘으면 D급이 되어 정식으로 임시 히어로 자격도 얻을 수 있지만, 유나는 성장한계-게임적으로 얘기하면 광속성의 최대 레벨이 10까지 오른다. 라고 알려져 있고, 나는 유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연락드렸어요. 그, 시안 씨...?"
"앞으로는 프로듀서라고 불러주시길."
"네?"
"지휘관이라고 하면 정보 누설이니까 안 되고, 길드를 만든 것도 아니니까 길드장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두 달간 임시로 달고 다닐 직함을 만들어봤어요. 저는 프로듀서. 그리고 유나는 오라클 스튜디오에서 뽑는 이능력자 배우."
나는 유나에게 보여줬던 명함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당연히 명함은 가짜가 아니고, 주인공이 한국에서 활동하기 편하게 만들어진 위장 신분이었다.
"이 시국에 미국인이 한국에 온 목적이 뭘까. 누구든 그걸 의식하고 감시하는 자가 있기 마련. 하지만 헐리우드 배우를 뽑는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한국인 배우를 뽑으러 왔구나?"
"정답. 그것도 전직 원탁의 히어로, 오라클 스튜디오에서 뽑는다고 하니 의심을 살 이유도 없죠."
"이능력자 배우를 뽑는 거니까 이능력자를 스카우트 하는 것도 아무 문제 없네요!"
앞으로는 프로듀서와 배우의 계약, 뒤로는 지휘관과 이능력자로서의 계약.
3월 1일, 정식으로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2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주인공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동료로 영입해야한다. 다크 레기온의 끄나풀과 싸우기 전, 본격적으로 동료를 키워나가는 시기가 1~2월인 서장~1장의 스토리였다.
"그러니까 유나 양, 당신은 공항에서 저와 마주친 것을 인연으로 오라클 스튜디오에 입사하는 겁니다. 방학 중에는 알바해도 괜찮죠? 어디 길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배우 학원에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인데."
"네, 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그럼 물론이죠. 두 달간 유나 양이 급성장하면 다들 깜짝 놀랄 걸요. 물론 유나 양이 노오오력을 해야하지만. 물론 그 노력은...."
나는 유나의 옆에 엉덩이를 붙이며 앉아 어깨동무를 했다. 유나는 잔뜩 움츠러든 몸으로 침을 꼴깍 삼켰다.
"유나 양이 어디까지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는 겁니다. 유나 양, 아카데미 학부생이라고 했죠? 지휘관이 왜 지휘관으로 불리우게 된 지 아십니까?"
"......<지휘관>의 이능에서 비롯된 거로 알고 있어요."
<지휘관>. 본인의 마력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특별한 이능을 깨우친 특이능력자.
"그래요. 그럼 그의 이능이란?"
"......성행위한 상대의 마력을 늘려주는 거예요."
유나는 그 말을 하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나는 손을 뻗어 유나의 볼을 쓰다듬었다.
"후후, 그렇습니다. 뭐 피땀눈물이니 피니 편법을 쓰는 자들이 있지만, 역시 효율을 극한으로 이끌려면 이쪽이 정답이죠."
꿀꺽.
유나의 침넘어가는 소리가 귀에 울렸다. 유나가 실눈으로 뜬 눈이 내 아래를 스쳤다.
"유나 양. 당신의 마력을 늘리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
"저런, 부끄러워서 대답 못하겠습니까? 그럼 내가 대신 대답해줄게."
나는 유나의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지금부터 나랑 섹스하는 거야."
공항의 일이 완료된 직후.
나는 유나를 데리고 바로 김해 국제공항 근처의 호텔로 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