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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571화 (571/1,497)

〈 571화 〉2부 1장 01

"DLC 마렵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얘기야?"

"그냥 당신이라면 해볼 것 같은 얘기?"

"...내가 왜 DLC를 해?"

"뭐죠, 그 텀은? 대답하는 게 평소보다 조금 늦었어요."

"네가 무슨 생각을 할까 잠깐 고민해봤어."

서로의 감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로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라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다소 꼬이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그래서 나는 바로 본심을 드러냈다. 부부지간에 비밀은 없어야 하니까.

"너 DLC하면 나랑 함께할 시간이 그만큼 없어지잖아."

"...하루에 1시간 씩만 해도 안 되나요?"

"응, 안 돼."

하루 24시간을 붙어있어도 시간이 모자라다. 화장실을 갈 때 빼고는-함께 목욕할 때면 화장실에서조차도-매 분 매 초 붙어다니며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게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DLC를 하고 싶은 이유가 뭐야?"

"음...그거야 궁금하니까?"

"괜히 접속했다가 나처럼 되면 어쩌려고?"

"에이,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요? 그러면 또 탈출하면 되죠. 그리고 혼자서 들어갈 생각도 아녜요."

그녀는 손을 수화기 모양으로 흔들었다.

"전화 찬스?"

"언제나 함께. 게임도 같이. 어때요?"

"...나 이미 주차 플레이 너무 많이 해서 조금 그런데. DLC라도 질리는 건 질리는 거야."

"그러면 제가 하면 되는 거죠. 당신이 제가 되었듯, 이번에는 제가 당신이 되는 거예요. 아, 엄밀히 따지자면 당신이라기보다는 주인공? 푸흐흐."

역시 천재다. 그녀는 내 기억을 옆에서 읽었지만 직접 체험하지는 못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잘 정리된 위키를 읽은 셈이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는 아니었다.

"아, 이런 걸 두고 경력 있는 뉴비라고 하나요?"

"정답이다, 지휘관."

"벌써부터 지휘관이래. 허락하는 거예요?"

"네가 하고 싶은데 해야지. 아, 근데 이왕 할거면 이렇게 하자."

나는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혹시나 그녀가 나처럼 영원히 게임 속 세상에 다시 갇히는 일이 없도록, 이번에는 외부에서 간섭이 이루어지도록 셋팅을 하는 것이다.

"방송 켜자."

방송이라는 말에 그녀는 식겁하며 인상을 썼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인적이 드문 외딴 곳에 신혼집을 차렸건만, 방송을 켜는 순간 세상에 그녀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는 셈이었다.

"네? 그치만 이러면 다 들키는 거 아녜요? 저 이런 모습인 거 알면 난리날텐데."

"네가 내 여자라고 만천하에 공개하고 시작하는 거지. 커플 방송이다. 흐흐."

"......그런 거라면 인정.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하려고요? 지금 세상 사람들 당신 찾느라고 난리인데."

그녀의 말마따나 나는 현상금 2천억의 남자가 되었다. 나의 100% 클리어로 인해, <피닉스 루트>가 삭제된 것을 안 사람들은 현상금 포스터에 내 아바타, 아이피, 기타 등등 나에 관한 정보를 집어넣고 온 세상에 뿌려댔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닉스 루트를 온전하게 관람한 자.

이미 전세계에 DLC는 퍼져 피닉스 루트 진입의 데이터는 모두 더미 데이터로 덮어쓰기 되었다. DLC를 사지 않은 플레이어들도 게임을 실행하면 강제 업데이트가 되도록 하여 피닉스 루트 진입을 원천봉쇄했다.

간혹 업데이트를 몸비틀어 피해 루트 진입을 시도해도, 애초에 전세계 플레이어 중에 나 말고 다른 그 누구도 진입하지 못한 루트다.

'만약 누군가가 루트 진입에 성공해도 차단 될 거야.'

그러므로 이제 나만의 창염이다. 물론 방송을 켜게 되면 세상 사람들은 그저 너무나도 닮은 이거나 일부러 어그로를 끌려고 코스프레 플레이를 하는 줄 알테지만, 진실은 나만 알면 그만이다.

"...나는 옆에서 매니저 하면 되지. 거슬리는 채팅하는 놈들 싹다 자르고, 훈수하는 놈들 다 밴하고."

"같이하자면서요. 음...이건 어때요? 당신 이 모습으로 나오는 건."

창염은 DLC의 업데이트 목록을 열었다.

DLC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나 2.0 버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규모 패치였기에, 제법 많은 양의 데이터가 남아 있었다.

"저는 제 모습으로, 당신은 이 모습으로. 서로 익숙하잖아요?"

"악취미인데."

창염이 내게 보여준 업데이트 내역은 [신규 참전 동료] 부분이었다. 개중에는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존재들도 있었고, 생전 처음 보는 이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서-

"윽."

"히히, 당신은 좀 그렇죠?"

<불주먹> 이승형. DLC의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그냥 성장 포텐셜 좋은 히어로 A에 불과했다.

- 하지만 피닉스 루트가 삭제되었기에 쓰레기 DLC였다.

...물론 내게는 그냥 전술적으로 활용 가능한 동료가 늘어나는 셈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금 다르다. 정확히는-

"여자 지휘관을 위한 남자 공략 캐릭터라고 봐야...?"

"미리 말하지만 제가 이런 놈들에게 반할 이유는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애초에 여자 지휘관으로 플레이도 안 할 거고."

2.0 업데이트 중 하나.

[여성 주인공.]

그저 성별을 하나 추가하고 거기에 히로인 급의 남자 공략 캐릭터들을 몇몇 추가했을 뿐인데 판매량이 1.5배로 늘었다고 했다. 아마도 기존에 구매하지 않았던 여성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시작한 게 아닐까.

- 하지만 피닉스 루트가 삭제되었기에 쓰레기 DLC였다.

"그리고 말예요, 저는 어디까지나 당신과 함께 즐기고 싶어서 그런 거지 결코 누구를 공략하려고 하는 건 아녜요. 굳이 따지자면...나 자신?"

창염은 공식 사이트의 업데이트 내역을 내리고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내가 가장 열심히 활동했던 커뮤니티로, 그곳은 DLC 업데이트 이후 여러가지 의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저는 아직도 'BB'가 올렸던 '옥상 P쟝 석양 씬 사진'에 기도하며 씨쌰쑈쎄를 부르고 있습니다.

ㄴ 나도ㅋㅋㅋㅋ 어케 구했냐 다 삭제 된 건데ㅋㅋㅋㅋ

ㄴ 님 계좌불러주시면 아카이브 본이라도 삽니다. 10만원.

<불사조는 부활한다!>

P쟝은 불사조다. 따라서 P쟝은 부활한다. P쟝 부활 때까지 눕는다.

●▅█▆▅▄▇

ㄴ 우리 P쟝 미국 가셨어! 곧 돌아오실 거라구!

ㄴㄴ 뭐어? 미국이 아니라 데이터 삭제겠지!

ㄴㄴ 당신의 P쟝 P형으로 대체되었다. 불만있어요, 전세계의 지휘관?

ㄴ 네 다음 성주 끄나풀. P쟝 불사조 아니라며ㅋㅋㅋ

씨발 환불 안해주면 고소한다 개새끼들

ㄴ 네 다음 플탐 992시간

ㄴ 나온지 1년정도 된 게임 1시간 찍는 썩은물이 할 소리냐? ㅋㅋㅋㅋ나도 동감이다 개같은 BB새끼.

ㄴ 여신님 보려고 게임 샀는데 여신님이 왠 형님이 되어 나타났다....

"여신이죠. 당신만의 여신."

"얘들은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가지고 장례식을 치르네."

가령, 피닉스 루트가 삭제된 지 30일째가 되는 현재까지도 아직까지 P쟝 부활을 외치며 불타오르고 있는 자들이 있거나.

<민심 테스트>

P쟝이 좋다 추천 vs P형님이 좋다 비추천

ㄴ 이야 추천 비추천 박빙이네. 여초에서 좌표 열었냐ㅋㅋㅋ

ㄴㄴ 남자지만 P형님에게 반했....

ㄴㄴ 여자지만 P쟝이랑 민달팽이 가위치기 하고 싶다 헉헉

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ㄴㄴ 둘다 좋은데 왜 하나만 고르게 하는 거지?

ㄴㄴ 문제는 엄마가 돌아가셨ㅠㅠ

<아니 근데 솔직히 니들도 P형님 좋잖아>

씨발 네놈들 중에 한 번이라도 P형님 안 써본 놈들 손들어봐라

ㄴ 마력이 전부인 세상에서 마력 불태우기(영구)ㅋㅋㅋ

ㄴ 고작 덜렁거리는 남캐로 나를 설득할 셈인가! 라고 하기엔 너무 개쩌는 성능이었다.

ㄴ 님들 그 영상 봄? 다른 동료 다 버리고 P형님이랑 이유나 페어로 성주랑 이계신까지 잡더라.

ㄴㄴ 앗...

ㄴㄴ 전설의 NTR 엔딩

ㄴㄴ ??? : 저는 괴인이라도 좋아요(웃음)

<솔직히 이번 없데이트 킹갓아닙니까>

이제 킹갓제네러엠페럴 업데이트가 되려면 남주 여주 선택하는 것처럼 P쟝/P형님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ㄴ 22222

ㄴ 33333333

ㄴ '없'데이트는 무슨 자지가 달렸는데 생겼데이트겠지.

ㄴㄴ ㄴㄷㅉ

"다들 왜 괴인체 피닉스를 싫어하는 걸까요. 저는 되게 좋은데. 당신이여서."

"......나는 여기있다. 그건 내가 아니야."

가령, 괴수 <창염의 피닉스>가 동료로 들어오는 대신 인간형을 유지할 수 없어 <괴인 피닉스>가 된 상태로 동료가 된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거나.

<천자빨고 지옥가겠습니다>

구해야 할 정령은 안 구하고 천자만 데리고 모택평한테서 한반도까지 만리행 ^오^

ㄴ 남캐 얘기 할 거면 여초로 가세요

ㄴㄴ 내가 남자인데 왜 내가 여초로 가야함?

ㄴㄴ Ang?

ㄴ환룡은 데리고 왔겠지?

ㄴㄴ 그런 거 없다

<성평등 인정합니다>

귀신같이 가족, 친구, 옛 동료같은 걸로 싹다 끼워넣었네ㅋㅋ 그 와중에 친구 없는 애는 반대 성별 히로인 없는 거 실화냐ㅋㅋㅋ

ㄴ 그거 스포니까 닥쳐요

ㄴ 친구 없는 애가 한 둘이어야지.....

ㄴㄴ ㅠㅠㅠㅠ

ㄴㄴ ㅠㅠㅠㅠㅠㅠㅠㅠ

<석하랑 루트 공략 꿀팁>

하랑쟝 공략하는 언니야들 잘 들어. 부산 토박이라고 돼지국밥집 가면 뺨맞더라. 호감도 좀 높으면 꾸역꾸역 먹기는 하는데 반도 안 먹은 거 보고 맴찢....

ㄴ 쓰니가 잘못했네. 그러길래 왜 하랑쟝한테 국밥 먹이고 그래?

ㄴ 석하랑 특 : 그 누구보다 한식 싫어함

ㄴ <삭제된 댓글입니다>

ㄴㄴ 미친놈이 여기다 가족 스포를 해대네. 야, 엄마 쪽은 DLC 스포야.

ㄴㄴ 업데이트가 너무 많아서 뉴비들한테 어디까지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ㅠㅠ 살아님이 광검계신다!!

가령, DLC에서 새롭게 추가된 요소에 따라 새로운 인물을 공략하기 위한 정보가 넘쳐흐른다거나.

"업데이트 분량만 읽는데 10분이 걸리는데 왜 사람들은 거지같다고 할까요?"

"네가 여기로 빠져나왔으니까."

"당신이 저 안에 들어간 순간부터 최고의 업데이트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

창염은 커뮤니티를 훑다가 어디선가 손이 멈췄다. 아직까지도 커뮤니티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제작사에서 돈독이 오른 나머지 일처리가 미숙해서 벌어진 사태였다.

<이번 없데이트 이거 왜 없어짐?>

위는 DLC 오마케

아래는 DLC 안 깔고 업데이트 한 거 오마케

왜 피닉스 루트에 해당하는 부분만 날아감?

ㄴ 내가 확인하고 왔음. 이거 주작임.

ㄴㄴ DLC 배포하고 한 시간만에 핫픽스 된 거야. 이거 리얼임. 영상 찍어놓은 거 있음.

"눈썰미가 좋네요. 그걸 또 알아보고."

"맨날 2천억 타먹으려고 했던 놈들이 나 말고도 천지에 널렸는데 저런 사람 하나는 있겠지."

"어머나, 그러면 저 당신 말고 저 사람 곁에 있을 수도 있었던 거네요?"

"글쎄다. 2천억 챙겼으면 너랑 못 만났겠지? 하여튼 제작사 놈들, 머저리같은 짓을 하고 말이야."

돈독이 오른 제작사에서는 2.0에 해당하는 업데이트를 DLC로 배포하는 바람에 빈축을 샀다. 물론 확장팩이라고 하기에 적합한 가격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DLC를 사지 않은 이들을 관과한 것이다.

오마케 룸에서 데이터가 삭제되면 당연히 그 항목이 날아간다.

DLC를 받지 않은 이들의 클리어 데이터는 99%였으나, CG 항목은 100%가 되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업데이트의 오류가 아닐까 했지만, 하필 그 사라진 이벤트 씬이 피닉스 씬에 해당하는 부분이니 걸릴 수밖에.

"돈 밝히더니 잘 됐다. 멍청이들."

"인간다워진 거죠. 돈독이 올랐어요, 돈독이."

글이 올라가자마자 핫픽스가 되었지만, 이미 아카이브는 정보의 바다를 타고 세상 널리널리 퍼져나갔다.

- 당신의 창염, 피닉스로 대체되었다.

졸지에 내가 창염을 가지게 되어 세상 사람들이 조금 불쌍하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피닉스에 대한 수요를 가지게 되었으니 괜찮은 거 아닐까. 창염은 키득거리며 기기를 실행했다.

"그럼 DLC 깔...이미 깔아뒀네요?"

"혹시나 싶어서 깔아는 놨지. 오마케 파일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고."

"어머나, 다른 16명이랑 떡치는 거 다시 재생하려고 하는 거 아니고요? 푸흐흐."

"......그런 거 절대로 아니다."

"그럼요?"

"네가 혹시나 오마케로 간접체험하고 싶어할까봐."

창염은 벙찐 얼굴로 한참동안 나를 올려다봤다. 고마움과 무안함과 한심함이 섞여있는 눈빛에 나는 눈을 마주하지 못했다.

"간접체험은 하고 싶긴 한데...."

창염은 씩 웃으며 컨트롤러를 붙잡았다.

"자고로 히로인은 직접 공략해야 제맛이죠. 안 그래요?"

"...누구 공략하려고?"

"왜요? 신경쓰여요? 그럼...."

창염은 입술을 할짝이며 PC에 달린 조그만 웹캠을 가리켰다.

"저분들에게 맡겨볼까요, 우리?"

그렇게, 창염과 나의 DLC-<창염의 데스디나스>가 시작되었다.

쟝 때문에 게임 샀는데 왜 삭제요???>쟝(女)이 죽은 지 어느덧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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