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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568화 (568/1,497)

〈 568화 〉[백합외전] 창염과 피닉스 022

인천 앞바다.

한 때 딸기를 실었던 화물선은 몇몇 헌터들과 여러 곳에서 파견된 히어로들이 탄 채 서해를 올라 인천 앞바다에 도착했다.

끼이익.

야심한 밤.

배는 무사히 백사장에 도착했다. 쓰레기가 널려있는 백사장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다.

"왠지 여기서 토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그건 무슨 소리예요?"

"그냥 느낌이."

나는 비서 모드 유하를 데리고 하선했다.

그녀는 현재 금발이 아닌 흑발 포니테일의 모델로서 나를 보좌했고, 나는 정찰이라는 이유로 뒤따라 온 이들을 모두 떨어뜨렸다.

"여자만 넷을 보내다니."

"선가요?"

"네. 누가봐도 미인계로 꼬셔보려는 의도가 다분하잖아요. 참 나. 누가 그런 거에 당한다고."

"...얼굴 많이 따지시지 않아요?"

"전혀요."

따지는게 아니라 검증된 히로인이라서 그런 거다. 그리고 히로인들이 모두 예뻐서 내가 얼굴을 보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나는 히로인들 이외에 누구와도 비비거나 할 생각이 없다.

...아니, 비빈다는게 아니라, 히로인들 이외에는 딱히 성교를 할 생각이 없다.

"슬슬 괴수들이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피닉스 님이 계신데 어떻게 괴수가-"

키이익!!

괴수 하나가 내 앞으로 달려왔다. 나는 괴수를 향해 품에서 꺼낸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괴수는 일격에 즉사했다.

"가방에 코어 넣어주세요."

"물론입니다."

"아, 잠깐. 코어만 빼낼게요."

나는 코어가 있을 심장부 주변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괴수의 심장 주변은 푸른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은유하는 혀를 내두르며 불꽃 사이로 떠오른 코어를 챙겼다.

"정말...대단하시네요."

"이 정도는 기본이죠. 아, 영상은?"

"당연히 차단 중이에요. 멀리서 녹화하려고 해도…소용없어요."

선의철이 보낸 허니트랩 스파이들은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마도기어를 통해 몰래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려고 했지만, 마도기어가 유성에 서버를 두고 있는 이상 데이터는 모두 중간에 차단되었다.

"피닉스 님의 전투 장면을 선가놈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수는 없죠. SS급 이능력자의 싸움은 국보급 기밀인데."

"뭐...FBI 워닝 뜨기는 하는데, 딱히 국보급 기밀까지는."

"그래도 피닉스 님의 은밀한 사진을 보면서 선가놈이 딸친다고 한다면 기분은 더럽잖아요?"

"그렇긴 하죠. 푸흐흐."

영상이야 제대로 올라가겠지만, 실제로는 화질이 더럽게 나쁘다거나 괴수들의 마력으로 인해 재밍 현상이 일어난 영상이리라.

은유하를 나의 편으로 만든 시점부터, 이미 나는 전자적인 문제에 대한 대처는 모두 마련했다.

만약 유일한 공략 루트가 있다면, 천재 해커가 유성의 서버를 해킹하여 나를 찍은 온갖 데이터를 알아내는 것 뿐.

"유성의 서버 조심하세요. 나중에 저랑 했던 거 유출될 수도 있으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걸요? X로이드에 남은 영상 데이터는 바로 지웠거든요."

"......? 유하라면 그걸 비싼값에 저장해둘 줄 알았는데."

은유하는 피식 웃으며 내 허리에 손을 휘감았다. 그 행동이 마치 남자가 여자를 상대로 하는 전형적인 행동이라 나는 다소 소름이 돋았다.

"진심으로 하는 건 저도 저장 안 해요."

"진심이라. 그걸 어떻게 믿죠?"

"...고객님."

은유하는 은근한 눈빛으로 나를 향해 속삭였다.

"언제, 저랑 한 번 만날래요? 직접."

"...흐음, 직접이라."

나는 은유하의 허리 뒤로 손을 뻗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직접 만나면 저 눈 돌아갈지도 모르는데...괜찮아요?"

"하나만 지켜주시면 돼요."

은유하는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제 처녀만 지켜주시면…. 알겠죠?"

"......."

결혼할 상대를 위해, 평생을 함께 할 반려를 위해 처녀를 주겠다고 마음먹은 여자.

즉, 처녀를 취하기 전까지는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섹스 파트너라는 명제가 성립한다!

"유하."

나는 멀리서 달려오는 괴수의 이마에 마탄을 꽂아넣었다.

"영종도 정리 끝나고, 부산에서 만나죠."

아무리 은유하라도 본체가 직접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부산에서 만나기를 요청했다.

"으...신서울에서는 안 될까요?"

"네. 거기 가면 제가 광검한테 살해당해요."

"광검에게 살해...왜요?"

"이유는 간단해요."

나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은유하가 대번에 이해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궁극의 논리로 은유하를 설득했다.

"광검의 아내와 딸을 제가 따먹었거든요."

"......부산행 티켓 끊어놓을게요."

다행히, 그녀는 광검의 아내와 딸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추궁하지 않았다.

* * *

타다다다다당.

유성의 헌터길드 이 피닉스의 자문을 받아 영종도를 쓸어버리는 동안 석하랑은 집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쏴아아.

청소는 간단했다. 일정한 정도의 물을 받아 그걸 바닥에 쭉 뿌린 뒤, 먼지와 함께 하나로 모아 배수구에 버리면 끝.

이능력을 이상한 방향으로 활용한다고 사람들이 욕은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석하랑은 굳이 이능력을 가지고 힘들게 청소할 생각이 없었다.

띵동.

"...응?"

초인종이 열렸다. 펜트하우스 아래층에는 석하랑 본인 이외에는 알지 못하는 전자 도어락이 걸려있다.

그런데 벨이 울렸다?

두근, 두근.

석하랑은 왠지 모를 긴장감에 현관 문으로 향했다. 여차하면 이능력으로 대응할 각오를 한 채, 그녀는-

"너, 번호 여전히 이 번호구나?"

"...언니야?"

문 앞에는 금발에 선글라스를 낀 코트의 여인, 은유하가 있었다.

"어, 언니야가 갑자기 왜…? 자, 잠깐만. 진짜로 내려온기가?"

"놀러왔어."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은유하에 석하랑은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이 집은 엄밀히 따지면 은유하가 석하랑을 위해 내어준 집이니까.

"자, 잠깐만…!"

"청소 깔끔하게 되어있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개차반이었는데."

"언니야 왜 왔는데?"

"그야 이것 때문에 왔지."

은유하는 마도기어를 통해 리스트 하나를 쭉 펼쳤다.

"이 가구, 이 집기, 이 대량의

딸기. 네 여자친구를 위한 거 아니야?"

"여, 여자친구…?!"

석하랑은 손발이 바들바들 떨렸다.

한창 영종도에서 괴수들을 쓸어버리고 있는 청화단의 활약과 피닉스에 대한 걱정보다 더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여자친구라고 하기보다는…!"

"아무렴 뭐 어때.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피닉스 님 방은 어디로 할 거야?"

"......."

석하랑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방."

"뭐?"

"...안방에, 가구들 다 드러내고 같이…."

"와."

은유하는 손뼉을 치며 눈을 반짝였다.

"여자친구 아니네. 아내구나? 부부침실을 같이 쓸 생각을 하다니!"

"......."

"놀리는 거 아니야.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는 거라구. 하아, 솔직히 나도 피닉스 님이 상대였으면 내 성정체성에 대해 깊게 생각해봤을지도 몰라."

"언니야…?"

석하랑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굳었다.

"언니야, 설마…."

"후후, 그렇게 긴장 안해도 돼. 설마 내가 네 아내를 빼앗겠어?"

"......."

석하랑은 갑자기 누구보다도 자신을 도와준 여인에 대해 경계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여기 X로이드 한 대 들여놓아야겠다. 어디가 좋을까?"

"뭐? 그건 언니야도 같이 살겠다는 거 아이가?"

"그런 것 까지는 아닌데…여기 봐봐."

은유하는 싱글벙글 웃으며 마도기어의 구매 리스트를 꺼냈다.

"...이건 내가 구매한 게 아닌데?"

"피닉스 님이 너를 위해 주문한 깜짝 선물이야. 이름하야...언제든지 피닉스."

"......."

그곳에는 금발벽안의 피닉스가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은유하는 은근한 목소리로 석하랑에게 속삭였다.

"선물, 싫어?"

* * *

은유하와의 확실한 거래를 위해, 나는 내 몸을 팔았다.

아니, 정확히는 피닉스의 몸을 본딴 X로이드를 만들게 했다.

석하랑에 대한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나는 금발벽안에 내 몸과 똑같이 생긴 X로이드를 만들게 한 것이다!

"하랑이한테 허락받았어요."

"...완벽해요."

나는 영종도의 괴수들이 헌터들에 의해 쓸려나가는 것을 구경하며, 은유하(비서)를 품에 안고 그녀의 살결을 만끽했다.

"앞으로 그녀를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피유하?"

"뭔들 어때요. 이렇게 스릴넘치는 상황을 만들어주셨는데. 흐흐."

은유하와 나는 계략을 짰다.

무슨 계획?

"여자 집 안에 들어가서 살면서 가정부랑 바람피는 남편이라니. 이런 걸 참을 수 없죠."

석하랑의 집 안에서, 나는 금발벽안의 피유하와 즐길 것이다.

[이 몸을 그대로 복사한 건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창염의 허락하에.

[금발벽안의 피닉스와 원본 피닉스가 서로 육구로 보벼...끼요오오옷!]

창염은.

[제 얼굴을 한 금발벽안 여자랑 농후한 민달팽이…. 그것도 석하랑이 몰래 자는 사이에 석하랑의 집에서…. 푸흐흐흐흐흐흐흣. 하아, 저랑 제가 레즈섹스를 한다니, 이 무슨 극락!]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까지, 극한의 나르시스트였다.

[쥬지는, 용서할 수 없어요.]

'안다.'

나의 자긍심은 허락받지 못했다.

[제 몸을 따라한 X로이드를 상대로 자지를 쑤시는 건 용서할 수 없지만, 비비는 건 괜찮거든요.]

그러나.

언젠가 열심히 보비고 보빈다면, 창염도 기분이라면서 하루 정도는 허락해주리라.

삼칠일을 보벼도 단 하루, 쥬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 날을, 위하여.

나는 두 명의 여인과 열심히 뷰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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