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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562화 (562/1,497)

〈 562화 〉[백합외전] 창염과 피닉스 016

바다에 붙은 불꽃이 꺼지지 않고 며칠동안 계속 이어진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불가능하다.

하만 이 시대는 마법과도 같은 이능력이 판을 치는 시대이고, 이능력의 세상에서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미 인간의 상식과 이성은 통용되는 세상이 아니게 되었다.

세상에는 일격에 S급 괴수를 죽이는 이능력자가 있고.

바다에 불을 붙여 그 누구도 S급 코어를 회수하지 못하게 불의 결계를 펼친 사람도 있고.

공개적으로 레즈비언 선언을 하면서, S급 히어로를 향해 코어로 구애를 하는 여자 헌터가 있다.

나라의 여론은 반으로 갈렸다.

하나. 석하랑에게 희생을 강요해야하는가.

하나. 석하랑이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하는가.

놀랍게도.

100명 중에 2~3명을 제외한 모두가 후자를 지지했다.

"어, 어떻게 여자끼리 연애를 할 수 있단 말이냐! 으잉?!"

소위 '백합'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를 가진 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이들은 석하랑과 피닉스의 관계에 대해 썩 나쁘게만은 생각하지 않았다.

"피닉스가 여자 좋아한다는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은 피닉스의 성적 취향에 대해 알고 있었다.

피닉스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었고, 그게 지금 석하랑이 되었다.

즉, 석하랑을 잘만 구슬린다면 피닉스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랑 님! 결혼해주세요! 피닉스 님이랑!"

"언니야, 이거 미친 거 아이가?"

석하랑은 호텔방에 마도기어를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암만 그래도 그렇지 내가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오픈하면서 해야되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좋다고 생각해.]

마도기어 너머에서 들려온 소리에 석하랑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니, 언니야까지 이 카면 어쩌자는 건데? 내 지금 돌아버리게 생긴 거 안 보이나?"

[좋은 사람인 것 같더라. 하랑아, 언니는 만약에 내가 하랑이 입장이었다면 말이야….]

마도기어 너머, 금발을 찰랑거리며 커피를 홀짝이는 여인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일단 계약서부터 썼을 거야. 아니다, 혼인신고부터?]

"이 언니야도 지금 돈에...아니지, 언니야는 그냥 태생이 돈미새지. 그래서 지금 동생을 S급 코어 하나에 판다 이거 아이가!"

[S급 코어 하나라니? SS급 이능력자 한 명 더 있잖니. 그리고 말이야, 내가 너를 되게 오래전부터 알아왔잖아?]

금발 여인은 키득거리며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네가 나한테 조언을 구한다는 거 자체가 이미 마음을 결정했다는 거 아니겠어.]

"뭔 말인데?"

[싫은 건 대통령 면전에서도 싫다고 말하는 애가 이렇게 답을 못하고 뭉그적거리는 거, 내가 아는 석하랑 아니다?]

"......."

석하랑은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안그러면 붉어진 얼굴을 보이기가 너무 부끄러웠다.

"...언니야, 내 진짜 언니야 믿고 말하는 거다."

[물론. 내 통장에 수천억이 들어와도 말 안 하지. 수천조라면 모를까.]

"...잤다."

[......예?]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그녀는 존대가 튀어나왔다.

[찼다고요? 아니, 내가 잘못들었나?]

"잤...다고. 그...커뮤에서 떠돌던 거 있다아이가. 피닉스가 석하랑이랑 원나잇하면 1년 체류할 거라고."

[...지금 나 손발이 막 달달 떨리고 그러는데. 아끼던 동생이 원나잇을, 그것도 여자랑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들어가자마자 바로 각잡고 나를 기다리고 있더구만."

석하랑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언니야. 원래 여자끼리 해도...그렇게 막 좋고 그러나?"

[......하랑아.]

금발 여인, 은유하는 석하랑과 마찬가지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첫사랑이네.]

"무, 무슨 소리?!"

[하랑이에게도 드디어 봄날이 오는 거구나. 와…. 역시 얼음공주의 차가운 마음을 녹아내리게 하는 건 따뜻한 마음의…]

"치아라!"

석하랑은 스크린을 꺼버렸다. 마도기어의 대화창에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 가득한 문자가 날아왔고, 석하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덮으며 침대에 몸을 눕혔다.

"나...어카지…."

괜히 놀림을 받아서 더 민감해지고 말았다.

첫사랑이라는 말에.

* * *

금딸 5일차.

[끼에에에에엑!]

창염은 슬슬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날개를 펄럭이며 방 안을 마구 돌아다니며 정신 사납게 만들었다.

[파업인 것이에요.]

'지금 뭐하자는 거야.'

[이 정령은 연료가 필요해요. 연료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이에요.]

화륵!

푸른 카나리아가 불꽃과 함께 자신의 모습을 갖췄다.

"짠!"

"...지금 뭐하자는 거야."

"섹스."

창염은 순식간에 나를 덮쳤다. 옆에 달린 거울을 보니, 똑같은 쌍둥이가 서로 위아래로 껴안고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안되겠어요. 자급자족 해야지."

"자급자족이라니, 너 진짜-"

철컹.

"...어?"

나는 순식간에 사지가 결박당했다. 창염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내 위로 천천히 몸을 포개었다.

"A급 코어로는 고작 15분 밖에 현현하지 못하지만...그것만으로도 충분하죠."

"나를...15분 동안 범하겠다는 건가?"

"빙고."

창염은 내 셔츠를 위에서부터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손발을 당겼으나, 손발목에 채워진 푸른 구속구에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이, 이게…!"

"소용없어요. 지금은 제 시간이니까."

"잠깐…! 범하는 건 좋아! 범하는 건 좋다 이거야! 하지만!!"

나는 내 셔츠를 좌우로 당기는 창염에게 간곡히 요청했다.

"최소한, 몸은 남자로 만들어줘!"

"즐."

"...뭐?"

"할짝."

창염은 내 가슴을 두손으로 붙잡고 혀로 핥기 시작했다.

"!!"

창염만큼 커다란 가슴이 혀와 손에 애무당하자 아래에서 뭔가 이상한 감각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으, 으흣…!"

간신히 터져나오는 신음을 억누르며 창염의 공격을 버텼다.

'여자가 애무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다. 그냥 유두 좀 괴롭히는 거랑 다를 바가 없어!'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이것은 남녀가 서로 살을 섞는 과정에서 여자가 남자를 애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흐으, 습…."

그러니까 가슴에서 느껴지는 이 미묘한 두근거림과 떨림은 결코 성감이 차오르는게 아니다.

"왜 이렇게 숨이 거칠어요. 맥박도 비정상인데요?"

"과호흡에…부정맥이다…."

"그래요. 푸흐흐, 그렇게 생각하시고...저는 잘 먹겠습니다."

할짝. 할짝.

창염은 내 가슴에 아예 얼굴을 묻었다.

좌우로 살짝 벌어진 다리 사이로 자신의 다리를 교차하듯 밀어넣었고, 내 허벅지 위에는 그녀의 고간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석하랑에게 했던 것처럼 빨아드릴게요?"

"그, 그만…!"

"페로로로로."

창염은 혀를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며 유두를 자극했다. 유두만 자극했다.

"으, 으흐읏…!"

신음을 참으려고 해도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창염이 원래 자신의 몸 주인인 것처럼, 그녀는 자신이 어디를 가장 잘 느끼는지 훤히 꿰고 있었다.

"그, 그만해…."

"이제 시작인데요? 음, 쮸읍."

창염은 천천히 내 가슴을 빨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내 몸의 기운이 점차 이상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거기로는 하지마…!"

"왜요? 후흥, 우리 피닉스 씨, 엄마가 된 기분이에요? 헤으응, 피닉스 마망, 모유줘요."

"마망도 아니고, 모유 같은게 아니라…!"

쮸와아압.

창염은 내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계속 빨아당겼다.

그러자 내 몸속에서 뭔가 흘러가던 것들이 창염이 빠는 입속으로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착유 성공."

창염은 혀에 가득한 하얀 액체를 혓바닥 가득 과시하며 유두를 입술로 가볍게 깨물었다.

"피닉스는 딸기맛…? 푸흐흐, 어때요? 길드 사람들이 이걸 두고 뭐라고 그러는지 알아요? SBMD라고 한답니다?"

"또, 또 이상한 소리를…!"

"스트로 베리 밀크 디스펜서."

"이…!!"

나는 진심으로 울컥했다.

"사람의 가슴에서...모유를 빨아가듯 마력을 가져가지마라…!"

"어쩔 수 없는 걸요. 금딸한지 벌써 닷새나 지났는 걸. 이건 밖에 나가서 딸기우유라도 안 사놓은 당신 탓이에요."

"제, 제주도에 딸기 농가가 다 망했을 줄 누가 알았겠, 아학…?!"

창염은 내 가슴 위에 뭔가를 덧씌웠다.

"디스펜서 꼭지는 두 개인데 둘 다 동시에 흘러나오니...어쩔 수 없네요. 한쪽은 제가 실시간으로 마시고, 다른쪽은 모아두는 수밖에."

"누, 누굴 젖소마냥 착유하려...으, 으흣, 하악…!"

꾸욱, 꾸욱.

창염이 마력으로 만든 물건은 창염이 가슴을 아래에서 쥘 때마다 마력이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마력이 빠져나가는 감각은 내게 있어서 지금 쾌감으로 타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만해...내가 졌다...그러니까 그만해…!"

"암컷의 말이 아닙니다. 땡."

"그, 그만하라니까…! 아니, 그, 그만해…."

말해야하나, 자존심을 지켜야 하나.

"...그만해주세요…."

나는 결국 자존심을 챙기기로 했다.

이미 말을 놓아버린 것으로 무슨 자존심이냐 한다면, 여자처럼 으흐흥, 햐아앙, 오고곡거리는 신음이 흘러나오는 걸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

"...푸흐흐, 그래요. 우선 말투부터 잘 교정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진짜 여자가 되는 거죠."

쪽.

창염은 내 가슴에 입술을 붙였다. 그리고 그녀는 내 몸 위로 마력이 흩어지듯 흡수되기 시작했다.

"......."

나는 마도기어를 통해 나의 얼굴을 살폈다.

"......."

그곳에는 마치 자위하다가 실신 직전 상태에서 몽롱한 얼굴로 천장을 올려다보는 암캐가 한 마리 있었을 뿐이었다.

"우, 흐윽…!"

[다음 번에도 딸기를 준비해두지 않으면, 그 때는 아래쪽 젖샘을 빨아버리겠어요.]

"너...!"

[처신 잘 하라구요. 푸흐흐.]

"......."

[수틀리면 확 마력으로 자지를 만들어서 셀프개통 해버릴 거니까. 알겠어요?]

"......."

나는 피닉스의 처녀를 창염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암컷이 되어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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