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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552화 (552/1,497)

〈 552화 〉[백합외전] 창염과 피닉스 006

비행은 언제나 위험하다.

이전의 항로가 정해진 항로를 따라서 주행을 하고 자연재해를 피해 날아가는 것이 파일럿의 주 임무였다면, 이제는 자연재해와도 같은 또다른 존재를 맞이하여 비행기를 몰아야 한다.

비행형 괴수.

수많은 괴조들을 비롯하여 하늘을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인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괴수와 괴인들을 상대로 파일럿들은 목숨을 걸고 비행기를 조종한다.

“으아악!!”

기장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나는 비행기 전면부에 두 발을 디디고 앉았다.

“검은색!”

“핫팬츠인데요. 유감.”

바람에 펄럭이는 치마 아래 부분이 여실없이 드러나는 바람에, 나는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 바닥이 가려진 천장 쪽으로 발을 옮겼다.

“제가 인도할게요.”

“하, 하지만 전방에는…?!”

화륵.

전방을 가로막는 것들? 전부 태워버렸다. 비행기의 동체를 잡아먹으려고 날아드는 괴조들은 모조리 불에 활활 타버렸다.

투두두두.

혹시나 몰라서 준비한 마도 M16이 불을 뿜는다. 철탄 대신 나의 마력이 탄환이 되어 불을 뿜어내자, 괴조들은 대가리부터 총탄이 박혀 몸 전신이 벌집이 되었다.

“후우, 이 정도면 되겠죠.”

“가, 감사합니다!”

기장은 급히 비행기를 괴조가 없는 방향으로 몰았다. 조금 돌아가는 것? 그건 승객들의 생명과 비행기의 안전과 저울질할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열심히 대처해주시네요?]

‘원래 대처를 해야할 히어로가 지금 젖어서 나올 수가 없으니까.’

비행기마다 괴수에 대항할 수 있는 히어로들이 타고는 한다.

이번에는 히어로 루이스가 담당이었으나, 그녀는 나의 테크닉으로 가버려서 밖에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평범한 괴조도 아니고 말이죠.”

투두두두.

괴조들은 슬쩍 마탄을 피해 비행기를 바짝 추격해왔다. 나는 M16의 개머리판을 붙잡은 뒤, 앞부분을 당겨 원통 부분이 총구로 드러나게 만들었다.

“한 방에 성주 곁으로!”

콰----앙!!

응축된 마탄이 구형으로 퍼지며 비행군체를 덮쳤다. 날개에 파란 불꽃이 붙어 아래로 고꾸라지는 놈들을 보며 나는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내 2억원!’

죄다 최소 B급 괴수라 잘 쳐주면 한 마리당 2억은 땡길 수 있을텐데, 그걸 태평양 한 가운데 처박아야 한다니!

분명 떨어진 코어는 해양괴수가 먹어치울 것이다. 괴수의 사체라도 건져서 인류가 재활용한다면 모를까, 이렇게 죽이기만 해서야 헌터에게 적자 뿐인 싸움이다.

“내가 손해를 봐야한다니…!”

[그럼 이 비행기 버리고 날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그랬다가는 바로 헌터 평판 깎여서 들어올 돈도 안 들어올 걸?’

돈미새라고 불려도 장난스럽게 불리는 것과 진짜 돈독 오른 새끼라고 불리는 것은 다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마음가짐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이윤만 추구하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기 마련.

“이건 사회봉사예요, 사회봉사.”

지금 비록 마력을 소모하여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들, 분명 저 괴조들을 사냥하여 얻는 무형적 이득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

나는 쫓아오는 괴조들의 움지임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이거, 뭔가 시선을 끄는 듯한-”

뭉클.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살기가 없어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다가오는 기척도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갑자기 나타나서’ 내 가슴을 붙잡았다.

“아흣…?!”

피닉스의 몸은 가슴이 성감대다. 이런 말을 하기는 이상하지만, 여인에 의해 자지가 만져지는 것보다 더 민감하다.

“역시…!”

“씁, 하, 씁, 하.”

내 목덜미에 얼굴을 박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흑발흑안의 여인. 그녀는 허공에 상반신만 내놓은 채, 내 가슴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지다하카!”

“피닉스 찌찌 말랑말랑해.”

“윽…!”

나는 등 뒤로 날개를 펼쳤다. 나를 붙잡은 아지다하카는 순식간에 푸른 불꽃에 타올라 죽었다. 나의 가슴을 붙잡은 손가락도 불길에 타들어갔다.

마력지체.

“분신…!”

마력의 에테르로 구성된 몸은 금방 불꽃에 타들어갔다.

분명 분신을 만들어내는데 마력이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니건만, 아지다하카는 분신까지 동원하여 내 가슴을 붙잡았다.

“저주같은 건…없어?”

“하아...이 감촉. 역시 완벽한 가슴이야.”

뒤에서 아지다하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라택스가 반짝이는 하드한 복장은 금빛의 재봉선이 음란한 문양으로 그려져 있었다.

“미친 년.”

“영광이야, 피닉스.”

위이잉.

아지다하카를 중심으로 암흑의 결계가 펼쳐졌다.

“자기, 우리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생각 없어?”

“그런 거 없어요. 나는 성주를 배반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

“노예의 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

나는 다크레기온을 배반했다. 아지다하카는 배반자인 나를 습격하기 위해 비행기를 점거하고 크싸레들을 보낸 것이다.

“자기야. 그럼 나랑 동맹맺자. 자기가 나랑 한 번 자주면 내가 배신해줄게.”

나는 아지다하카를 향해 중지를 들어올렸다.

“라택스 아래에 숨겨둔 세 번째 다리나 지우고 그런 말을 하시죠?”

“후후, 걸렸네?”

아지다하카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온통 검은색 일색인 그녀의 입술은 핏빛처럼 붉어, 절로 시선을 끌었다.

“내가 우리 자기가 레즈라는 거 알고 그 뒤로는 여자들이랑만 한단 말이야. 응? 어때?”

“미안하네요. 저는 박히는 쪽은 질색이라서.”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순식간에 나를 가둔 결계는 푸른 불꽃에 사그라들었다.

“교섭 결렬이네...아쉬워라.”

아지다하카는 사라졌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로 발을 차올렸다.

퍼---억!

나를 향해 또다기 가슴을 붙잡으려던 아지다하카의 분신은 허리가 망가지며 터졌다.

“하나하나가 A급 코어로 만들었을텐데…!”

분신에 쓰는 마력이 무한하지도 않을텐데, 이렇게 쉽게 분신을 던져도 되는 걸까?

순간.

“자기야!”

아지다하카가 정면에서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그녀를 향해 바로 M16을 집어던졌다.

“쾅!”

마도소총이 폭발했다. 아지다하카는 푸른 불길에 휩싸여 터졌-

“짠.”

그녀는 분신을 방화복 삼아, 내 불길을 막아내며 아래에서 달려들었다.

와락!

공격이 아니라, 그녀는 나를 끌어안았다. 그 바람에 나는 비행기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분신안에 분신을…!”

“자기를 향한 나의 사랑이야.”

츄릅.

아지다하카는 떨어지는 와중에도 내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혀가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굳게 다문 이를 열어내려고 마구 꿈틀거렸다.

“.......”

나는 아지다하카의 뒷목을 잡은 뒤, 입을 단숨에 열어 숨을 빨아들였다.

“!!”

갑작스러운 기습에 혀가 당겨진 아지다하카는 당황했고, 나는 그녀의 혀에 혀를 휘감았다.

츄릅, 츕, 쮸르릅.

“......약해. 넌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어.”

통.

나는 아지다하카의 이마를 뒤로 밀었다. 나와 그녀의 입술 사이에 닿은 투명한 실선을 향해, 나는 푸른 불꽃을 일으켰다.

“더 강해져서 돌아와라.”

“......하아.”

아지다하카는 발그레 미소를 짓더니.

“언젠가...꼭 따먹어버리겠어.”

갑자기 몸 안에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

“아.”

콰----------앙!!

분신이 폭발을 일으켰고, 나는 폭발의 여파로 인해 태평양 바다 한 가운데 처박혔다.

“왜 가만히 보고만 있죠?”

[아, 혹시 내가 다른 간부들 싫어해서 막을 것 같았어요?]

내 속의 창염은 낄낄 웃었다.

[제가 왜요? 알아서 당신을 레즈 섹스로 물들여주려고 하는데. 오히려 제가 같이 돕고 싶은 심정인 걸요!]

“.......”

[힘내라, 힘! 다크 레즈기온, 만세! 언젠가 피닉스가 백합타락하는 그 날 까지! 영원하라!]

“......빌런들이.”

풍덩.

나는 바닷속에 처박히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지난 밤 비행기를 습격한 이들의 정체는 다크 레기온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일본으로 향하던 헌터 <피닉스>를 습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간부인 아지다하카까지 나서서 피닉스를 습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다크 레기온의 습격과는 별개로, 현재 후지산에서 날뛰기 시작한 S급 괴수 '라바 골렘'에 대하여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일 정부에서 무리하게 피닉스를 부르다가 이런 일이 발생한게 아니냐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인터넷 상에 떠도는 '피닉스가 히어로 루이스를 성적으로 희롱하여 가버리게 했다'는 영상은 결코 사실이 아니며, 이는 다크 레기온을 비롯한 빌런들의 음해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하여 히어로 협회에서는-]

"지랄. 스트리밍 녹화본이 블랙마켓에 떴는데 무슨."

남자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마도기어를 쓰다듬었다.

"...크흠."

신세를 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질 수 밖에 없었다. 비록 히어로 루이스를 희생하여 빌런들을 모조리 격퇴했다고는 하지만, 어디 그 손놀림이 조금 에로하던가!

"분명 전생에 카사노바였을 거야. 암. 그렇고 말고."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마저 주웠다. 그의 봉투에는 어느새 해변가에 몰려든 쓰레기로 가득찼고, 남자는 집게로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향해-

쏴아아.

멀리서, 뭔가 푸른 덩어리가 둥실둥실 떠내려오고 있었다. 남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마도기어를 눌렀다.

"괴수인가...?"

마도기어에는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마도기어의 번호를 눌렀다.

"여보시오. 여기 북괴 간첩이 살아서 내려오고 있소!"

잠시 뒤.

국정원에서 나온 요원들이 현장에서 통제를 하는 동안, 한국 동해안에 표류한 여인은 남들 몰래 손으로 V자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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