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0화 〉IF Route, Bad Ending # 151
IF Route는 본편과는 관계없는, 본편에서 파생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서 불쾌감이 들 수 있으니, 본편을 보실 분은 다음 장으로 바로 넘어가셔도 내용 이해에 문제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캐릭터 붕괴도 있을 수 있으니, 유념하여 주십시오.
* * *
피닉스는 패배했다.
세 명의 간부는 분명히 열세였으나, 이후 합류한 개천광 카르나까지 1:4로 싸우게 되어 결국 힘을 다하고 말았다.
"그럼 이건 어떻게 처리할 거냥?"
"성주님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펜릴과 히드라는 고민에 빠졌다. 카르나는 흥미를 잃은 듯 떠나버렸고, 아지다하카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둘의 눈치를 봤다.
"그, 그래도 한 번 더 기회를 줘야하지 않을까?"
이게 무슨 개소리일까. 두 간부는 아지다하카를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봤으나, 아지다하카는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며 소리쳤다.
"간부로서 아량을 베풀어야지! 원찬스 몰라?!"
"또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츤츤댄다냥."
"무슨 소리를.... 하아, 그럼 네가 알아서 해."
펜릴은 아무래도 좋다며 넘겨버렸고, 히드라는 최소한의 조치를 하기를 바랐다. 아지다하카는 고개를 치켜들며 마지막 남은 큐브를 흔들었다.
"흥! 걱정 말라고. 아주 반항도 못하고 혼쭐을 내줄테니까."
아지다하카는 바닥에 반듯이 놓은 피닉스의 위에 올라탔다.
"따, 딱 한 번만 기회를 주는 거야! 네가 누구든 간에, 다크 레기온을 방해하면 진짜 큰일나는 거라고! 알겠어!!"
아지다하카는 기절한 피닉스의 웃옷을 살짝 위로 들어올렸다. 잡티 하나 없는 뽀얀 배가 눈에 들어왔고, 아지다하카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귓등으로 넘겼다.
"너 진짜 그냥 조용히 닥치고 살아.... 응?"
검은 빛의 마력이 아지다하카의 입술에 루즈처럼 물들었고, 아지다하카는 고개를 내렸다.
쪽.
피닉스의 아랫배에 검은 마력이 묻어 얼굴 전체로 퍼졌다. 바이러스가 숙주 몰래 침투하듯, 아지다하카의 검은 마력은 피닉스가 눈치채지 못하게 깊이 파고들었다.
"쪽. 후아, 이걸로 됐어."
아지다하카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펜릴은 입을 가리며 꼬리로 아지다하카의 허리를 툭툭 건드렸다.
"한 번 더 반했냥?"
"누, 누가 한 번 더 반했다는 거야!"
아지다하카는 얼굴을 붉히며 역정을 냈고, 세 간부는 자리를 떠났다.
잠시 뒤, 피닉스의 신호를 찾아 온 이들은 기절한 피닉스를 데리고 떠났다. 흐리멍텅해진 피닉스의 아랫배에 미약한 검은 빛이 일렁이는 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 * *
크와아아앙!!
고간룡이 울부짖었다. 나는 손이 벌벌 떨렸고, 무릎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흐윽...?!"
전신이 불이 난듯 뜨거워졌다. 하복부에서 끈적거리는 마력의 감각이 내 전신을 좀 먹어들어가기 시작했다.
"피닉스...?!"
환룡이 나를 걱정하듯 다가왔으나, 나는 환룡의 손을 매몰차게 쳐내며 명령을 내렸다.
"당장 루살카 데리고 도망쳐!"
"무, 무슨 소리야!"
"빨리! 죽여버리기 전에!!"
환룡은 흠칫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피했다. 고간룡의 모가지를 잘라낸 루살카는 환룡에 의해 몸을 빼앗겨 자리를 이탈했고, 히어로들은 잔존 괴수들을 처리해나갔다.
"아흐, 흐아, 하으윽...!"
나는 거울을 찾았다. 루살카의 방에는 침대 바로 옆에 전신 거울이 있었고, 나는 웃옷을 들쳐 하복부를 확인했다.
"아지다하카아...!"
어쩐지. 그냥 간부들이 나를 내버려두고 떠났을 리가 없다고는 직감했다. 하지만 이런 함정을 파두고 있었을 줄이야.
"발정의 저주, 흐이, 흐아앙...!"
나는 루살카의 침대 위에 기어올라 고개를 파묻었다. 손이 자꾸만 가슴과 음부를 만지작거릴 것만 같아, 침대 시트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흐읏, 흐으윽...!"
고간룡의 마력에 반응한게 틀림없다. 아지다하카는 자신의 괴인을 기믹으로 만드는 간부였고, 내가 자기 괴인 근처에 있게 되면 자연스레 저주가 발동하게 함정을 파둔 것이다.
"흐, 흐앙, 아, 안 돼...!"
이대로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분명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나는 일단 베란다로 달려가 밤하늘로 높이 뛰어올랐다.
"응, 크흐읏, 흐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높이 날아올랐다. 저주는 더욱더 깊어져만 갔고, 끈적한 어둠의 마력은 내 전신을 좀 먹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이거 더는 안...!"
"그러게 조용히 닥치고 살라니까."
어둠속에서 아지다하카가 상반신을 내민 채 나타났다. 밤하늘을 담은 듯한 눈동자는 나를 향해 동정과 안쓰러움을 담고 있었다.
"다크 레기온이 우습니? 힘 좀 쓴다고 해서 성주님께 반항할 수 있을 것 같아?"
"아, 아니야...! 나 만지지마...!"
아지다하카는 나를 붙잡으려 했고, 나는 그 손길을 쳐냈다.
찌걱!
"하으앙?!"
손등이 손과 닿았을 뿐인데, 하복부가 '찌링'하고 울렸다. 내 몸이 크게 휘청거렸고, 하반신이 점점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쯧, 아무래도 안 되겠네. 내가 데리고 가야지. ...너, 나한테 고마워 해! 펜릴이나 히드라가 보면 다크 레기온의 수치라면서 너 죽이려 들테니까!"
아지다하카가 내 멱살을 움켜쥐고 강하게 잡아당겼다. 나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아지다하카에게 잡혀 어둠 속으로 파묻혔다.
* * *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빛 한 점 없는 밀실에서 피닉스는 남자들의 손길에 사지가 억눌려 있었다.
"흐, 흐아앙...!"
머리, 어깨, 양 팔, 양 발목, 엉덩이. 도합 일곱 군데를 남자들의 손이 피닉스를 누르고 있었다. 남자라고 생각한 이유는 그 손이 거칠고 둔탁했기 때문이다.
"저주를 푸는 방법은 하나 뿐이란다."
아지다하카의 갸냘픈 목소리가 어둠속에서 피닉스의 귀에 울렸다.
"남자의 정액을 받아들이는 것."
"시, 시러어...!"
피닉스는 도리질을 치며 반항했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억누르는 남자들의 손아귀 힘이 강해졌다. 목에 걸린 개목걸이 때문에 마력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아지다하카는 개목걸이 뒤에 걸린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왜? 일부러 여성형을 갖춘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박히고 싶어서 여자의 몸을 선택한 거 아냐?"
"트, 틀려, 이건?!"
찌걱. 다른 손과는 확연히 다른 가느다란 손길이 피닉스의 하복부를 찔렀다. 푸른 불꽃의 문장이 아래에서부터 검은 빛을 뿌리며 명멸했고, 점차 아래에서부터 마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네가 느낄 때마다 조금씩 아래에서부터 차오를 거야. 알지?"
아지다하카의 손바닥이 하복부를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렸다. 음문을 채우는 듯한 손길에 피닉스는 달뜬 숨을 토해냈고, 아지다하카는 피닉스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아련히 웃었다.
"하다 보면 재미있어 질 거야.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니?"
아지다하카가 물러남과 동시에 남자들의 손길이 떨어졌다. 피닉스는 한 순간 안도했으나, 곧 물컹한 감촉이 피부에 닿자 오한이 들었다.
"아흐윽!!"
남근이었다. 피닉스는 직감할 수 있었다.
뺨을 툭툭 치며 입술을 강제로 열어젖히려 하고, 가슴을 강제로 모아 기둥을 가운데에 비비고, 양 손에 각각 움켜쥐고, 머리칼을 한 가닥으로 모아 휘감고, 음부와 엉덩이 구멍에 드나들려는 그 모든 감각은 남성기라고 피닉스는 확신했다.
최소 일곱. 피닉스는 얼굴이나 정체조차 모른채 오직 남성기의 감각만을 느껴야 했다. 두 눈은 뜨여있고 귀는 전부 열려있음에도, 오직 보이는 것은 검은 인영과 헐떡거리는 제 숨소리 뿐이었다.
"하, 하으아.... 아, 안 대...!"
더이상은 무리였다. 일곱 개의 남근에 돌려먹혀지는 미래가 금방 눈앞에 다가왔고, 발정의 저주는 피닉스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 이러면 나는, 으히잇?!"
등허리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손길이 스쳤다. 오직 그 손길만이 익숙했고, 주인을 알 수 있었다. 아지다하카는 피닉스의 척추를 손으로 쓸며 살살 간질였다.
"후훗, 천하의 피닉스라도 역시 여자 몸인 이상 남자들 상대로는 무리지."
"흐아, 나, 나는 남자랑은...흐읏!"
"왜? 남자랑 하기 싫어? 여자랑 하고 싶었던 거야? 그럼 왜 여자 몸으로 지내고 있어?"
아지다하카의 물음에 피닉스는 대답할 수 없었다.
손은 이미 강제로 남근을 붙잡고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고, 가슴은 호선으로 휘어진 남근 하나를 끼운채 격렬히 흔들리고 있었다. 하반신의 구멍 두 개에는 앞뒤로 서로 다른 형태의 남근이 귀두를 들이밀고 있었다. 하나는 화살표처럼 날카로웠고, 다른 하나는 뭉툭하여 방망이 같았다.
"나도 그냥 있을 수 없지. ...흐읏."
찌걱.
어둠속에서 아지다하카의 신음이 들렸다. 온갖 방향에서 서로 다른 물소리와 추잡스러운 살소리가 울렸고, 피닉스는 그 한 가운데서 주인공이라도 된 양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었다.
"얘, 그거 어떠니? 세계 전체에 저주를 내리는 거야. 전세계의 인간들이, 흐읏, 성욕밖에 모르는 머저리로 만드는 저주를, 하아...."
"그, 그러지마....으읍!"
피닉스는 끝까지 제정신을 유지하며 달아오르는 몸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하반신에서 아래위로 들어오는 두 개의 성기에 전신에 힘이 들어갔다.
"크허엉!"
짐승같은 비명이 절로 입에서 터져나왔고, 그럴수록 남자들의 행위는 거칠어졌다. 머리칼을 자신의 기둥에 휘감고 자위하던 남자는 피닉스의 겨드랑이를 귀두로 비비며 피닉스를 자극했다.
"흐냐아, 흐이익...!"
피닉스의 저항은 점차 허물어졌다. 피닉스의 불꽃은 점점 시꺼멓게 물들어가기 시작했고, 아지다하카는 삽입으로 출렁거리는 피닉스의 엉덩이를 간질였다.
"재미있지? 나중에 성주님께 부탁을 드릴까봐. 전 세계를 지배하고 나면 인간들을 모두 노예로 삼아서 내 하렘으로 만들겠다고 말이야."
"그, 그런 말도 안 대는, 흐아앙...."
피닉스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하복부의 불꽃은 거의 검게 물들어 있었고, 피닉스는 너무나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지다하카는 피닉스의 어깻죽지를 간질이며 귀를 속삭였다.
"그리고 그 과정을 위해 네가 필요한 거야, 피닉스."
아지다하카는 피닉스의 귓불을 혀로 핥으며 말을 이었다.
"너를 세뇌해서 내 부하로 삼아서, 다른 간부 년들을 발 아래에 꿀리는 거지. 그러니까...."
아지다하카가 다시 하복부를 손으로 쓸었다. 남성기에 의해 아래로 움푹 튀어나온 하복부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지다하카 님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예쁘시다고 말 해. 그러면 모든게 편해지겠지?"
"하, 흐아, 하아...."
피닉스는 얼굴에 정액이 뿌려지면서도 아지다하카를 비웃었다.
"다른 간부들 중에 네가 제일 못 생겼어요.... 가슴도 나보다 작은, 히야앙?!"
"어디 끝까지 가보자, 응? 누구는 도와주려 했는데!! 노예들아!"
아지다하카는 하렘에 펼쳐진 자신의 분신을 거두어들였다. 아지다하카의 분신과 한창 재미를 보고있던 괴인들은 허공에 좆질을 하다가 순간적으로나마 짜증을 보였다.
"그, 그렇게 보지마! 다 너희들한테 좋은 거 주려고 하는 거니까!"
절그럭!
아지다하카가 쇠사슬을 들어올렸고, 피닉스의 몸이 살짝 허공에 떠올랐다. 남자 괴인들은 하나 둘 피닉스의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기 시작했다.
"이 년 입에서 '제가 졌어요'라는 말이 안 나오면, 너희들 다 라스푸틴이 될 줄 알아!!"
아지다하카는 엄포를 놓고 방에서 사라졌다. 불빛 한 점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피닉스는 아주 잠깐이나마 주변의 마력 분포를 느꼈다.
108.
무려 108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자신을 탐하기 위해 성기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으, 아아아앙!!"
피닉스는 절규하며 가버렸다.
최종적으로 피닉스가 패배를 선언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08일. 하루에 한 명씩 복상사를 시켜버리며 전부 꺾어냈으나, 자신의 눈앞에 들이밀어진 거대한 그림자에 그만 마음이 꺾이고 말았다.
"어때? 너 때문에 죽은 라스푸틴의 성기란다."
아지다하카는 40cm, 아니 그보다 더 길어지고 흉측해진 성기를 피닉스의 얼굴 위에 올리며 힘을 과시했다.
"아, 아으, 흐아...."
"자, 졌다고 말 해. 그럼 이걸로 안 박아줄게."
"......."
피닉스는 끝까지 패배를 선언하지 않았다. 결국 아지다하카가 피닉스를 강제로 취하고 나서야, 피닉스의 날개는 꺾이고 말았다.
"하아앙! 아지다하카 님 대단해...!"
"그걸 이제서야 알았니! 흐흐, 넌 이제부터 다크 플레임 피닉스야!"
"하, 하으아, 이름 겁나 거지같, 히이이익!!"
피닉스는 자신의 이명을 사수하기 위해 버티고 버텼다.
피닉스가 63빌딩 바로 위에서 전 세계를 향해 생중계로 스스로를 다크 레기온의 간부 <다크 플레임 피닉스>라고 소개하기까지, 딱 일주일 전이었다.
* * *
성주는 방주를 몰고 지구에 도착했다.
지구는 온통 짙은 어둠으로 파묻혀 있었고, 전 인류는 아지다하카의 분신에게 봉사하는 노예가 되어 있었다.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성주님."
아지다하카는 성주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지구를 바쳤고, 성주는 떨떠름한 얼굴로 아지다하카의 아래에 깔려 앙앙거리는 피닉스를 보았다.
[설마 아지다하카가 하드캐리 할 줄이야....]
성주는 교성으로 가득찬 지구를 훑으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 * *
이계신은 눈을 떴다.
성주의 부름에 따라 도착한 곳은 그가 예상했던 곳과는 전혀 다른, 파괴할 맛도 안 나는 별 세계의 공간이었다.
성주는 수 시간에 걸쳐 아지다하카의 활약과 지구의 멸망에 대해 역설하며, 자신이 마련한 다른 행성을 파괴하시라 간언했다.
콰득.
이계신은 성주 째로 행성을 부서버렸다. 생명체 하나 없는 세계는 이계신에게 아무런 감흥도 나지 않았고, 싫증난 이계신은 눈을 감아버렸다.
이계신은 눈을 감았다.
그가 잠든 사이, 지구가 어떻게 변하가는 지에 대해서는 알 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