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539화 (539/1,497)

〈 539화 〉IF Route, Normal Ending # 016

IF Route는 본편과는 관계없는, 본편에서 파생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서 불쾌감이 들 수 있으니, 본편을 보실 분은 다음 장으로 바로 넘어가셔도 내용 이해에 문제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캐릭터 붕괴도 있을 수 있으니, 유념하여 주십시오.

* * *

술을 마셔서 그런지 정신이 헤롱헤롱하다.

일부러 알코올을 태우지 않고 보드카를 연거푸 마셔서 금방 취기가 올라왔고, 마침 눈앞에는 보기만 해도 신나는 전투가 제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저기...피닉스?"

환룡이 내게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들었다. 환룡의 전신은 술기운에 붉게 달아올라있었지만, 그 정신은 온전히 박혀있었다.

"아직도 계속 한 사람만 바라볼 거야…?"

"......."

환룡은 또다시 내게 고백하고 있다. 그것이 창염으로 향하는 내 사랑을 강탈해가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환룡은 내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

"행여나 싱크로를 미끼로 이야기하는 거라면…."

"아니야, 아니야."

환룡이 내 볼을 붙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체 특유의 서늘한 기운은 보드카의 열기 때문에 진짜 사람처럼 달아올라있었다.

"얘기했잖아. 나는 봐버렸는 걸, 네가 나를 사랑했을 때 어떻게 됐는지."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가능성일 뿐이라니까…."

"그래도."

환룡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하게 몸을 비비며 애타게 나를 유혹했다. 환룡은 분명히 나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었다.

"......."

나는 환룡을 끌어안고,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아주 잠깐, 잠깐만이라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환룡아."

"응."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을 계속하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취중진담. 술에 취한 나머지 입밖에 내서는 안 될 본심이 은연중에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미 쏟아버린 말을 되돌릴 수는 없었고, 되돌릴 생각도 없었다.

"처음에 창염을 만났을 때는 기뻤지. 이제 다시 만나게 될 수 있게 됐으니."

"응응."

환룡은 묵묵히 나를 끌어안은 채 내 등을 토닥였다.

"하지만 그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창염은 나를 계속 밀어내기만 했어."

큐브를 아무리 갖다받쳐도 창염은 나를 봐주지 않았다.

중국에서 '물지기'에게서 큐브를 빼앗았던 순간도, 석하랑이 '펜릴'에게서 큐브를 받았던 순간도, 창염은 그저 내게 이 말 만을 할 뿐이었다.

"나보고 자꾸 언제 죽을 거냐고 따지더라. 자기 몸 빨리 내놓으라면서."

연애에는 밀당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분명 창염이 자꾸만 나를 밀고있는 것에 지쳐만 가고 있었다.

불과 3개월 남짓한 일이었지만, 창염은 자신의 울타리 속에 나를 들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너는 어떻게 그걸 참고 계속 그러는 거냐."

어불성설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환룡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환룡은 울 것 같은 얼굴로 내 볼을 엄지로 쓸었다.

"언젠가는 나를 봐줄 거라는 생각 하나 만으로 버티는 거지."

"그러다 못 버티면?"

"......나는 끝까지 버틸 거야. 오랫동안 기다리는 건 익숙하니까. 하지만."

환룡이 고개를 숙여 내게 입술을 맞췄다. 진한 보드카의 향기가 입술을 타고 흘러왔고, 그 향기 속에는 환룡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너는 꺾여도 된다고 생각해."

"꺾이면? 너한테로 넘어가라고?"

"응."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냐."

자기는 나만을 지고지순하게 바라보겠다고 하면서, 내게는 그런 사랑을 꺾고 자신을 보라고 애원하고 있다.

"......하아."

술이 들어가서 그렇다. 분명 환룡이 내뿜는 취기에 취해서 그러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환룡아."

"응."

"......잠깐만 기댈게."

나는 기약없이 주기만 하는 사랑에 지쳐있었고, 사랑을 받고 싶었다. 환룡은 그런 나를 포근히 끌어안으며 지탱했다.

"앞으로 영원히 기대도 돼. 언젠가 네가 떠나버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

환룡은 내 머리에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듯 말했다.

"네가 떠나기 전까지, 나는 네 옆을 지킬 거야."

"......하아."

창염은 왜 얘한테 오마케를 보여준 건 지. 나는 환룡의 품 안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잠깐이 영원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되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 * *

라스푸틴의 성기를 잘라내어 루살카를 마수에서 구원한 나는 캘리펠라를 잡기 위해 환룡과 호뢰관의 던전으로 진입했다.

"이 세계에 있으면 바깥 세상보다 300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흐응, 그렇구나."

환룡은 청색의 전포를 늘어뜨리며 싱긋 웃었다. 몸은 샤오린의 것이었지만, 느껴지는 행색이나 마력은 온전한 환룡의 것이었다.

"샤오린은 가만히 있던가?"

"응. 무인들이랑 싸울 때만 불러달래."

"......그리도 싸우기를 바라는 가. 참."

참 샤오린다운 말이었지만 왠지 미안했다. 나는 환룡의 허리를 전포째로 끌어안으며, 앞섶에 손을 집어넣었다.

"내가 이런 거 할 때는 얘기 안 하던가?"

"흐응...."

환룡은 싱긋 눈웃음을 치며 가슴을 희롱하는 내 손길을 즐겼다. 샤오린이 몸을 내어주는 조건으로 환룡은 전포 아래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고, 덕분에 나는 속옷에 막히지 않고 환룡의 맨살을 마음껏 만질 수 있었다.

"그건 나중에 할 때 가르쳐 줄게."

"흥. 기껏해야 갑자기 몸에서 튀어나와서 3P나 하겠지."

"......어, 어떻게 알았어?"

환룡은 뜨끔한 눈으로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전포 안으로 집어넣은 손을 허리 뒤로 뻗어 장골 아래를 살살 간질였다.

"햐읏...!"

환룡은 신음을 흘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샤오린의 성감대이자 약점이었지만, 그에 환룡 또한 내 손길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경험담이다."

"......흐읏, 유, 유나랑 도대체 어디까지...하응!"

나는 환룡을 내 몸에 딱 붙여 전포의 위를 벗겼다. 웃옷이 어깨에서 흘러내려 상반신이 전부 다 드러났고, 내가 허리에 감은 손으로 골반 아래가 드러나는 일은 없었다.

할짝.

나는 샤오린의 코어가 있을 왼쪽 가슴을 혀로 살짝 쓸었다. 환룡은 몽롱한 눈빛으로 습관처럼 내 목 뒤로 팔을 걸려다, 화들짝 놀라며 옷을 챙겨입었다.

"뭐, 뭐가 와!"

"쳇."

환룡의 몸을, 샤오린의 몸을 다른 놈들에게 보여줄 생각은 없다. 나는 잽싸게 전포를 올려 노출되는 부분 하나 없이 꽉곽 동여멨고, 곧 한 무리의 병사들이 말을 타고 우리를 에워쌌다.

"네놈들은 누구냐! 이곳은 동 승상의 땅이다!"

"아무래도 머리 색이나 외형은 그닥 문제가 안 되는 모양인데?"

"그러게. 생각보다 느슨한 세계였군."

현대에서 잠깐 살았던 캘리펠라의 망상이 큐브로 구현된 세계라 색목인이나 서역에 관한 문제는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환룡의 허리를 감싼 채 입술을 맞췄고, 기병들은 침음성을 흘리면서도 나를 부러워했다.

"네 미모를 따지면 아무래도 여기서는 천하제일인 것 같은데."

"치. 샤오린 얼굴이잖아."

"어쨌든."

"크, 크흠! 도대체 네 놈들은...."

순찰병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우리의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 환룡의 비단결같은 머리칼과 전포를 보고 혼란에 빠졌다.

"관운장? 아, 아니. 그 자는 분명 사내였는데...."

"동 승상에게 가서 전해."

환룡이 허공에서 거대한 언월도를 꺼내며 순찰병의 턱 아래를 겨눴다.

"이계 최강의 장수가 임관하기를 바란다고."

"야."

환룡은 내게 눈을 찡긋하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너 인도행 비행기 타기 전까지 12시간 남았지? 어디보자, 12시간의 300배니까 이 세계에서만 대략 150일 살 수 있네?"

환룡은 내 갑옷 위에 볼을 비비며 다리를 휘감았다.

"그럼 150일 동안 마음껏 여기서 즐겨보자. 응? 남들 보지도 않잖아."

"저기 저 놈들이 보잖아."

"크, 크흠!!"

순찰병들은 전포 사이로 드러난 환룡의 매끈한 다리에 헛기침을 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괜시리 짜증이 나서 환룡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어이, 거기 네 놈들."

"예, 예!"

마력까지 써서 말하니 장병들은 절로 겁을 먹었다. 나는 환룡을 전포째로 바닥에 눕히며 허리띠를 풀었다.

"이 여자가 누구의 여자인지 잘 보아라."

"......."

나는 전포 아래에 다리를 밀어넣었고, 환룡은 피식 웃으면서도 다리를 벌렸다.

"아, 동 승상에게 전해. 1시간 뒤에 뵙자고."

"......1시간 뒤에 같이 가시는게?"

"좋은 생각이다."

나는 환룡과 나의 사랑을 마음껏 과시했다.

세 시간 뒤.

우리는 순찰병들과 함께 동 승상의 아래에 임관했고, 캘리펠라를 제압하여 죽지 않도록 땅에 묻어버렸다.

"이러면 이제 150일 동안 마음껏 놀 수 있네?"

"그래. 샤오린이 바라는 대로, 삼국 시대의 무장들과 겨루기도 하면서...."

"음.... 다음에는 샤오린 말고 가을이 몸으로 왔으면 좋겠어!"

"......."

캘리펠라의 이계는 나와 환룡, 그리고 또 한 명의 히로인을 위한 별장이 되었다.

아니, 뭐....

캘리펠라를 안 죽이고 어디 묻어두기만 하면 이 세계는 영원히 지속되니, 중국 전역을 누비며 데이트 하기에는 시간적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 * *

성주의 방주가 오기 전까지.

나는 환룡과 함께 삼국시대의 천하를 셀 수 없을 만큼 통일했다. 때로는 샤오린과, 때로는 천가을과 천하를 주유했고, 우리는 캘리펠라의 세계를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이건 불합리한데요. 인간에게는 엄청 불리한 조건이잖아요."

"맞아요. 저희는 300배나 빠르게 나이 먹는데."

짐마차에 탄 은유하는 불평불만을 내뱉었다. 맞은 편에 앉은 백희아 또한 입술을 삐죽 내밀며 나를 노려봤다. 그에 괴인이 된 김누리가 실실거리며 내 팔에 달라붙으며 둘을 도발했다.

"히히! 그럼 언니들도 인간이길 포기하던가! 괴인이 되면 나이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지낼 수 있는 거임."

"대신 너는 가슴과 키를 잃었지."

"씨이!"

누리는 투닥거리며 내 목을 쥐고 흔들다가 내 품에 안긴 환룡의 눈총을 받고 슬그머니 물러섰다. 유하는 누리를 비웃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괴인이 되면 뭐하니. 환룡 님이 안 들어가주면 고객님이랑 떡도 못 칠 텐데."

"흥! 언니 지금 다음 차례라고 기고만장하는데, 그 다다다음이 나거든?!"

"흐아암. 시끄러워...."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던 환룡이, 아니 가을이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가을을 내 위에 올린 채 뒤에서 가슴을 받치고 있었고, 다른 여자들은 가을의 압도적인 크기에 침묵했다.

".....응? 벌써 끝났, 흐응, 거야?"

가을이 내 옆에 앉은 환룡에게 물었다. 환룡이 몸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은 사실상 자신의 차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가을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음.... 아니, 누리 말을 들어보니까 나도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을 해서."

환룡은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훑었다.

은유하, 백희아, 천가을, 김누리.

'오늘'은 이렇게 다섯 명이 우리들의 별장 <캘리펠라>에 들어왔지만, 그 외에도 11명이나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번 내가 들어가서 하면 감각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그럼 계속 내가 독점하는 꼴이 되잖아? 나 누구처럼 그러기는 싫어."

환룡이 팔짱을 끼며 내 어깨에 몸을 기대었다. 모두의 시선이 환룡의 입에 모였고, 나는 환룡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야, 너...."

"그러니까 가끔은, 정말 가아아아끔은 너희도 '직접'하게 해줄게."

대주주가 지분을 풀었다. 가을은 슬쩍 허리를 빼려다 다시 엉덩이를 깔고 주저앉았고, 나 또한 누리에게서 팔을 빼내어 가을의 아랫배를 잡았다.

"흐응, 좋으시겠어, 피닉스 님. 하렘 허가 받은 거 축하해?"

"원래 거의 반쯤 공인 아니었나?"

"다르지."

환룡이 눈을 치켜뜨며 나를 노려봤다.

"그 때는 내가 몸 바꿔가면서 한 거고, 지금은 진짜로 다른 애들이랑 하는 거잖아?"

"......그래, 고맙다, 고마워."

나는 환룡의 허벅지를 토닥였고, 가을은 그걸 신호 삼아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룡과의 상성이 가장 잘 맞았던 만큼, 내가 환룡에게 가르쳐줬던 움직임을 아주 수월하게 재현해냈다.

"하아, 좋아...."

"칫. 왜 천가을이 먼저예요?"

유하는 질투와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 환룡은 유하에게 손가락을 까닥이며 비웃었다.

"그야 내가 가을이도 사랑하니까 그러지."

"저는요?"

".....너도 사랑하지만, 가을이는 나한테도 특별한 존재거든. 아. 피닉스."

환룡이 나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애처롭게 웃었다.

"나 네 안으로 들어가서 가을이랑 한 번 해보면 안 돼...?"

"뭐? 아, 그, 그러지마앙.... 나 지금 한창 재미보고 있는데...!"

가을은 질을 조이며 내게 애원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우선순위는 환룡이었다. 나는 환룡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환룡은 바로 내 몸을 차지하여 가을의 가슴을 와락 움켜쥐었다.

"흐흐흐, 이 가슴, 볼 때마다 직접 만지고 싶었어."

"흐, 흐아앙!"

가을은 나/환룡의 위에서 절정에 달했다. 한 번 가버리면 바로 다음 순번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규칙 상, 유하가 바로 치마를 벗으며 뒤돌아 앉았다.

"고객님...?"

"난 환룡인데."

"아이, 그러지 마시고요...!"

"흐흐, 알았어."

나는 이미 젖어있는 유하의 음부에 손가락을 쑤시며 그를 잡아당겼다.

"흐아아...."

"......해 뜨기 전까지 몇 시간 남음?"

누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초조하게 시간을 물었고, 희아는 무념무상의 태도로 시계를 확인했다.

"변환해서 지금 32시간남았네요."

"얼마 안 남았잖아! 아, 망함!"

누리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이 다음 타임 유나 언니 들어온단 말이야!!"

"......."

모두가 흠칫했다.

잠시 뒤.

나는 32시간 동안 온 힘을 다해 허리와 손을 모두 움직이며 네 여인, 그리고 환룡까지 모두 만족시켜야 했다.

과연 나는 이 별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과 함께 행복을 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항상 환룡이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 * *

수 년 뒤.

우리는 성주를 쓰러뜨렸다.

비록 내가 창염을 설득하지 못해 신화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성주를 무사히 쓰러뜨리고 세계의 평화를 얻었다.

인간 히로인들은 환룡의 허락을 받아 괴인이 되어 영원한 젊음을 누리기로 하였고, 정령들은 애초에 늙지 않으니 괴인이 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내 허락 없이는 따로 못할 줄 알아. 알겠어? 하고 싶으면 말 해. 내가 너희 몸에 들어가서 피닉스랑 할 거야. 나 모르는 사이에 얘랑 했다가는.... 순번 맨 뒤로 밀어버릴 거야!"

환룡은 폭정을 부렸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환룡 덕분에 생각을 바꾸어먹고, 16명의 히로인들을 모두 탐하게 되었으니.

"캘리펠라의 이계가 현대였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

"그래도 뭐 어때? 이렇게 지내면 좋은 거지."

우리는 무한히 반복되는 캘리펠라의 이계에서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 * *

번쩍.

이계신이 눈을 떴다.

아랫것은 더이상 반응은 없었지만, 수 십개로 쪼개진 것 중 유일하게 남은 하나의 반응이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지구.

이계신은 언젠가 도착할 지구를 향해 살짝 발을 찬 뒤, 우주의 바람에 몸을 싣고 눈을 감았다.

언젠가는 도착하겠지....

그게 당장 내일이 될 지, 아니면 수 만년 뒤가 될 지 이계신은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언젠가는 도착하게 될 것이라는 것.

이계신은 도착하고 난 뒤에 지구를 16개로 쪼개버릴 미래를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지구는 멸망했다.

그러나 성주가 죽고 난 뒤부터 지구가 멸망하기 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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