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6화 〉IF Route, Bad Ending # 062
바다 위에서 피닉스는 운장, 샤오린과 제대로 맞붙어보았다.
자신이 테스트하고자 한 피닉스의 힘은 무지막지했으며, SS에도 이르지 못한 샤오린은 아직까지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크윽!"
샤오린이 각혈하며 적토의 위에 엎어졌다. 샤오린의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 피닉스는 잘 알고 있었고, 적토에 기동력을 맡긴 샤오린은 분명히 피닉스보다 약했다.
"원탁의 영웅! 일단 하나 이겨놓고 시작할까요?!"
"절대로…안 져!"
샤오린은 창대를 쥐고 적토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피닉스는 그를 비웃으며 하늘에 불꽃을 수놓았다. 질래야 질 수가 없다. 외부의 요인이 없다면.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
저 멀리, 중국 방향에서 다섯 개의 마력 반응이 느껴진다. 피닉스는 마력을 거두어 불꽃을 거둔 다음,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흐릿한 다섯 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시력을 강화했다.
"와오."
미사일 다섯 개가 날아오고 있다. 평범한 미사일이라면 공중에서 터트려버렸겠지만, 미사일의 겉에는 누가봐도 그 정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방사능 마크가 찍혀있었다.
다섯 개 전체에.
"......모택평 이 십새가."
피닉스의 입에서 절로 욕지기가 튀어나왔다. 빌런을 상대로 핵미사일을 쏜다는 생각도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전쟁무새인 그가 설마 딸인 샤오린마저 도망치지 못하게 핵폭발에 휘말리게 내버려 둘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버님, 어째서?"
절그덕. 샤오린은 창대를 떨어뜨렸다. 샤오린 또한 코어 에너지를 추진제로 날아오는 핵미사일 다섯 개를 눈으로 확인했고, 샤오린은 그 어떤 예고도 듣지 못했다.
샤오린을 미끼로 삼아 핵을 쏴버린 거다. 자신의 아버지는. 폭발의 여파는 한반도를 휩쓸 것이며, 대기중에 방사능이 가득 메워질 것이다.
"하아아악!"
피닉스는 체내의 모든 마력을 풀어, 마력을 그물망처럼 펼쳐 핵미사일을 감싸안았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당장은 3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될 수 있는 화근부터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흐, 으으으아아아아!!"
마력으로 감싼 핵미사일이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하지만 미사일의 꽁무니에서 분사되던 코어 에너지는 불꽃에 불타버렸고, 피닉스는 핵미사일을 허공에서 정지시키는데 성공했다.
"......휴."
깨어나자마자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뻔 했다. 피닉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
콰------앙!!
핵미사일이 폭발했다. 시한폭탄이었다.
"모택평 개씹쌔기."
'그래봐야 나는 안 죽는데.'
핵폭발의 방사능에 대기는 오염될 수 있어도, 정령인 피닉스는 죽지 않는다. 피부에 방사능이 묻더라도 시간을 들여 마력으로 불태워버리면 그만-
"......샤오린!!"
피닉스는 전력으로 날개를 펼쳤다. 마력의 그물 사이로 빠져나간 폭발의 여파가 샤오린을 덮쳤다. 마력으로 보호막을 칠 수 있는 피닉스와는 달리, 샤오린은 그저 조금 특출난 S급 이능력자였다.
"제발, 제발!!"
적토가 그 두 다리를 움직여 폭발의 여파에서 도망치기를. 피닉스는 간절히 바랐지만, 적토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불꽃에 잔뜩 겁을 먹어 굳어버렸다.
"안 돼에에에에에!!"
폭발이 운장과 적토를 덮쳤다.
***
"아, 아쉽군."
모택평은 허공에 멈춰버린 핵미사일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좀만 더 동쪽에서 터지면 바로 전쟁이었는데."
"아, 아버님?!"
모택평의 아들, 히어로 네임 <봉효>가 허겁지겁 국장실로 들어왔다.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는 그는 평소답지 않게 성큼성큼 모택평의 앞으로 다가와 책상을 두 손으로 내리쳤다.
"무슨 짓입니까?! 지금?!"
"너 답지 않구나, 봉효야."
모택평은 평소처럼 찻잔을 들어올리며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봉효는 그런 모택평의 여유가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거기에는 당신의 딸이 있었단 말입니다! 운장 샤오린이요!!"
"무얼. 그런 것 가지고."
모택평은 눈썹을 으쓱였다.
"딸이야 하나 더 낳으면 그만이고, S급 이능력자는 언젠가 나오기 마련일세. 설마 10억 넘는 이 넓은 땅에 S급이 안 나오겠나? 저 조그만 반도 땅에서도 8명이나 나온 S급을."
모택평은 입안에 까끌거리는 찻잎에 혀를 찼다.
"영 아쉽군. 모처럼 동진할 기회였거늘."
"국장님…!"
봉효는 치밀어오르는 구토감을 참았다. 차마 이 미친 작자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고, 제 안에 흐르는 그의 피를 모두 뽑아버리고 싶었다.
"봉효. 동창을 모두 동원해서 이능력자를 찾게. 이번에는 제법 그럴듯한 다음 영웅으로 말이야."
모택평은 책장에서 손때가 가득한 책자 하나를 꺼내들었다. 수십년은 묵은 때가 가득한 책의 표지에는 <삼국지연의>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그래. 운장이 죽었으니, 이제 그 뒤를 이을 영웅은…. 공명? 백약? 어떤 이름이 좋겠나?"
모택평은 아직 S급 영웅이 등장하지도 않았음에도 김칫국부터 사발로 들이키고 있었다. 봉효는 고개를 숙인 채, 단말에 들어온 정보를 확인하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운장, 적토. 반응 소실. 사망한 듯 합니다.
"......아버님."
"음, 죽었나?"
모택평은 혀를 차며 아쉬워했다.
"내 딸이라는 여자가 듣도보도 못한 화염술사에게 패배하는 걸 전세계에 알릴 수는 없지."
그래서 모택평은 쏘았다. 미사일이 아닌 핵을.
"그럼 봉효야. 나는 중앙에 다녀오마. 슬슬 전쟁을 준비해야겠구나. 영웅 놈들을 구워삶아 이 땅을 넓힐 사냥개로 써야하지 않겠느냐."
전쟁. 전쟁. 이능력자라는 초인을 새로운 전략병기 수준으로만 여기는 모택평의 말에 봉효는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것 밖에 할게 없었다.
그에게는 눈앞의 광인을 막을 힘이 없었다.
***
"푸하아!"
피닉스는 바닷속에서 솟구쳐나와 샤오린을 해변가에 눕혔다. 전포는 폭발에 군데군데 찢겨나갔고, 피부는 벌겋게 익어 화상자국이 가득했다.
"윽…!"
그리고 마력으로 보이는 시야에는 샤오린의 몸 곳곳에 방사능이 가득했다. 나중에 황해를 주파하며 바다에 뿌려진 방사능을 정화한다 치더라도, 지금 당장은 샤오린의 몸을 치료하는게 급선무였다.
"정신차려요! 샤오린!"
"......당신은?"
샤오린이 눈을 떴다.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으나, 마력을 통해 서로가 어떤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훤히 알 수 있었다.
"죽지마요! 살려줄 게요! 정신 놓지 말아요…!"
"......당신같은 강자와 싸워 영광이었습니다."
회광반조라고 하던가. 샤오린은 또렷한 눈빛으로 피닉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피닉스는 그 눈빛 속에서 시들어가는 마력의 흔적에 절박해졌다.
"아냐! 더, 더 싸워줄 게요! 당신이 바라는 대로 얼마든지 대련해드릴테니까…!"
"제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아버님이 극단적인 수를 쓰는 일도 없었겠죠...쿨럭!"
샤오린이 피를 토했다. 심장에 박힌 적토의 마갑 파편 덕분에, 안 그래도 적은 샤오린의 마력은 빠르게 새어나갔다.
"제발! 제발!"
나오자마자 히로인을 잃을 수 없다. 그것이 잠정적인 적이 저지른 불합리한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고는 해도, 피닉스는 자신 때문에 샤오린이 죽어가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울지마세요. 강자가 눈물을 보여선 안 됩니다…."
샤오린은 손을 뻗어 피닉스의 눈물을 훔쳤다.
"부탁 하나만 하지요…. 제가 죽으면 화장해서 전 세계에 뿌려주십시오…."
"죽는 다는 소리 함부로 하지 마요! 지금도 말 잘하잖아!!"
"후후…. 원래 운장은 어깨를 가르는 수술에서도 마취 없이."
털썩. 샤오린은 말을 끝맺음 짓지도 못하고 눈을 감았다. 피닉스는 백사장에서 죽어버린 샤오린의 몸을 흔들며 절규했다.
"아아아아아악!!"
철푸덕.
저 멀리, 파도에 휩쓸려 오는 붉은 말의 시체가 눈에 띄었다. 피닉스는 적토의 시체를 향해 파도를 가르며 날아갔다.
***
"기억나요? 당신 그렇게 죽었던 거."
"......부끄럽습니다만."
얼굴이 대춧빛처럼 붉어진 샤오린은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쑥쓰러움에 익어버린 것도 있지만, 현재 샤오린의 피부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붉었다. 피닉스는 크루즈 선의 위에서 과장된 손짓을 보였다.
"강자가 눈물을 보여서는 안됩니다. 푸흐흐!"
"......피닉스."
샤오린이 피닉스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귀에 속삭였다.
"침대 위에서 울고 싶습니까?"
"......."
물컹. 피닉스는 등뒤에 닿는 뜨거운 기둥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적토의 코어를 기반으로 재탄생한 괴인 샤오린은 적토의 영향 때문인지, 인간의 것으로 보기 힘든 기다란 말의 성기를 달고 부활해버렸다.
"...사람들 보잖아요."
크루즈 선 갑판에 지나가는 다른 이들이 둘을 보며 수근 거렸다. 샤오린은 피닉스의 엉덩이골에 자신의 남성기를 비비며 속삭였다.
"중국어와 한국어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해서 그런겁니다.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아니, 사람들이 우리 레즈 커플인 줄 아는 것 같단 말예요."
"그럼 어떻습니까? 알아보는 사람도 없는데."
"...괴인 되더니 아주 막나가시네요. 흥."
"구속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해주십시오."
샤오린은 몸을 떨어뜨리며 옷을 동여메었다. 잔뜩 발기한 남성기는 손을 앞으로 모으는 것으로 간신히 숨길 수 있었다.
"예전부터 세계 일주를 한 번 해보는 게 꿈이었습니다."
"예. 이제 한바퀴 다 돌아가네요. 소원 들어줬으니 이제 됐죠?"
"...개인적으로는 피닉스와 한 번 더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기는 합니다만."
샤오린은 아쉬움에 혀를 찼다. 피닉스가 말한 6년. 그 중 무려 80일을 샤오린이 사용해버렸으니,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괜찮아요. 한국에는 그래도 지금의 당신과 맞먹는 강자가 하나 힘을 숨기고 있으니까."
"광검이군요."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감으로 느꼈습니다."
"......어휴. 하여튼 힘숨찐들이란."
피닉스는 수평선 너머 서서히 항구가 보이기 시작하자, 샤오린의 손을 잡고 객실 안으로 향했다.
"그럼 이제 들어가서 쉬어요. 하선까지 조금 시간 남았으니까."
"...저, 피닉스."
샤오린은 진짜로 부끄러워하며 낮게 속삭였다.
"하, 한 번만 더 하고 가면 안 됩니까?"
"......변태."
샤오린의 남성기는 그의 명치에 다다를 정도로 길어져 있었다. 피닉스는 한숨을 쉬며 샤오린을 잡아끌었다.
"......입으로 빼드릴테니까, 당장은 그걸로 참아요."
"감사합니다, 가가."
"......."
피닉스 또한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
느닷없이 발사된 핵미사일 5발.
국제사회는 당연히 핵을 발사한 것에 대해 규탄 성명을 냈으나, 모택평은 직접 연단에 나서서 사태를 수습했다.
운장마저 쓰러질 정도의 괴수를 핵 다섯 발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면 그게 더 좋은 게 아니겠느냐.
실제로 운장과 싸우던 정체 불명의 괴수 반응은 핵폭발과 함께 소멸했다. 하필이면 괴수를 찍은 영상은 증발했고 그 영상을 본 이들도 하나둘 행방불명이 되어 괴수의 정체는 미궁에 빠졌으나, 분명 S급을 훌쩍 뛰어넘는 괴수의 반응이 나타났던 것은 분명했다.
보라! 핵으로 세계를 지켰다! 그럼에도 국제 사회는 우리를 겁박하고 있도다! 이게 다 우리 당의 이능력자가 적어서 그런 것이니!
모택평은 운장의 죽음을 빌미로 삼아 히어로들의 의협심을 자극했다. 그들은 하나 둘 협회의 소속에서 빠져나와 중앙 정부이자 당에 투신하였고, 협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었다.
비록 그렇게 열심히 찾던 S급은 털끝하나 보이지 않았으나, 역시 인구 자체가 많은 나라인 만큼 C, D급의 이능력자는 수백만에 이르렀다.
히어로 천만대군.
아무리 잘난 원탁이라도 고작 12명에 불과했고, 인해전술 앞에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모택평의 비밀 장원에 새 한 마리가 내려앉기 전 까지는.
쿵!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모택평은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장원이 습격당했다는 것에 놀랐고, 천장을 뚫고 습격한 2인조 중 한 명이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자임에 두 번 놀랐다.
"샤오린?"
"오랜만입니다. 국장."
샤오린은 피부가 붉어진 상태로 모택평에게 언월도를 들이밀었다. 언월도의 날은 푸른 불꽃 무늬가 들어가, 금방이라도 불꽃이 피어오를 것만 같았다.
"그렇군. 나를 죽이러 온 건가?"
"예."
"패륜인 걸 알면서도?"
"예."
"크흐, 흐하하하!!"
모택평은 배를 잡고 웃다가 책상을 내리쳤다.
"딸년이나 애미년이나 그 성정은 똑같군.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건방지게 달려드는 쓰레기같은 것들."
"네, 네. 잘 알겠습니다."
샤오린의 옆에 함께 붙어있던 피닉스가 손날을 세워 모택평의 심장을 찔렀다. 모택평은 샤오린과 싸웠던 그 영상속의 빌런이 자신을 죽이러 온 것에 어이가 없었다.
"이…무지렁이같은...년들이…."
풀썩.
모택평의 고개가 꺾였다. 심장이 찔리는 와중에도 그는 둘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사망했다.
"피닉스."
"네."
"시작해주세요."
"......당신도 정말 악취미네요."
피닉스는 주머니에서 D급 코어를 꺼냈다. 샤오린은 스마트폰을 꺼내며 혀로 입술을 훔치며 기대를 드러냈다.
"악취미라뇨. 저는 조금 더 자유를 추구할 뿐입니다."
"예. 예."
모택평의 심장에 코어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
동창.
모택평에 의해 만들어진 고자 부대는 정작 그 주인이 사라지자 대혼란을 겪었다. 다행히 제독이자 우두머리인 봉효가 앞으로 나서서 진정시키기는 했으나, 그들의 본거지에 배달된 택배 상자에 침음성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사람 하나 들어갈 택배 상자였다. 마력으로 칭칭 휘감긴 테이프에는 <봉효가 여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제독?"
"함정 일수도 있습니다."
"열겠네."
봉효는 손가락을 박스 위에 올렸다. 봉효의 마력 패턴을 읽어낸 봉인은 금방 해제되었고, 봉효는 상자의 문을 좌우로 열어젖혔다.
"허억?!"
"미친…! 이 무슨 함정이란 말인가!"
동창의 간부들은 상자 안에 갇힌 나신의 소녀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나신도 나신이거니와, 소녀는 고양이 수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고양이귀와 꼬리가 나있었다.
"허."
봉효는 구속되어있는 소녀의 입에 물린 편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필체로 적힌 내용은 동창 조직원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 소녀와 음양합일을 하면 이능력의 손실 없이 동자공을 해제할 수 있을 겁니다…?"
"여, 역시 함정입니다!"
"제독!"
"자네들…."
봉효는 흥분한 간부들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그들의 분신은 전혀 가라앉을 기색이 없어 보였다. 봉효는 하는 수 없이 독이 든 음식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용기있는 영웅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누가 해보겠-"
"""''제가 하겠습니다!!!!''"""
간부들은 모두 지원을 했고, 소녀의 처음을 걸고 졸지에 제독배 이능대회가 펼쳐졌다.
봉효는 상품으로 걸린 소녀의 얼굴이 자신이 지켜주고자 했던 소녀, 샤오린과 왠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샤오린. 이걸로 만족해요?"
"네. 설마 진짜로 가능할 줄은 몰랐지만."
"그게 가능하니까 제가 대단한 거죠. 푸흐흐."
"예, 예. 그러면 지금부터 제 모든 시간은 당신의 것입니다. 주군."
샤오린은 피닉스에게 충성을 바쳤고, 피닉스 또한 그 충성을 받아들였다.
"그럼 샤오린! 빨리 말로 변신하세요! 적토처럼 하늘을 달려보자고요!"
"...지금 저와 속도 경쟁을 하자는 겁니까? 좋습니다. 지는 사람이 오늘은 바텀입니다."
"그건 어디서 들었, 아악?! 반칙!"
피닉스와 샤오린은 사이좋게 지구를 날았다.
***
성주가 오랜 치료를 마치고 눈을 떴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던 그 인마일체의 괴물. 인간이라고도 하기 두려운 그 괴물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성주는 직접 방주를 이끌고 지상으로 내려갔다.
[......?]
하으, 흐아앙, 적토 자지 갱장해여어엇!
푸른 새는 붉은 말에 깔려 전신으로 길고 거대한 성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푸른 새가 자신의 최강의 심복이라는 것을 깨달은 성주는 화들짝 놀랐다.
[나조차 쓰러뜨린 존재가 피닉스마저 떨어뜨리다니…. 지구는 텄군.]
성주는 두려움을 느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콰직!
이계신이 성주를 깔고앉으며 돗자리를 펼쳤다. 그는 성주가 보던 영상을 마저 보며 낄낄거리며 즐겼다.
새와 말의 교합이라니. 이 무슨 혼돈의 도가니란 말인가.
이계신은 그들의 교합이 끝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지구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