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520화 (520/1,497)

〈 520화 〉IF Route, Normal Ending # 013-B

IF Route는 본편과는 관계없는, 본편에서 파생된 가상의 시나리오입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서 불쾌감이 들 수 있으니, 본편을 보실 분은 다음 장으로 바로 넘어가셔도 내용 이해에 문제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캐릭터 붕괴도 있을 수 있으니, 유념하여 주십시오.

* * *

소요가 잦아들었다.

바다는 전부 기화되었고, 땅은 모두 뒤집혔다.

광검은 빛의 결계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차오르는 숨을 몰아쉰다. 광검의 손에는 이미 검이 사라져 있었다. 그의 철검은 지금 결계 위에 대자로 누워있는 피닉스의 심장에 박혀있었다.

"......동귀어진을 노리길 잘했어."

몇 백번을 싸웠는 지 모른다. 몇 천번을 죽었는 지 모른다. 피닉스로부터 진실을 들었음에도, 그는 피닉스와 맞서 싸웠다.

결국 먼저 포기한 쪽은 피닉스였다. 피닉스는 제발 죽으라고 애원하기도 했고, 결계를 무너뜨릴 생각으로 제 본신을 꺼내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세계를 부술 생각으로, 제 궁극기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결계 안의 세계는 파괴되으나, 원형의 결계는 유지되었다. 파괴된 것은 오직 결계 안의 세계였다.

결국 괴물은 인간에게 패배했다. 광검의 꺾이지 않는 의지에 피닉스는 순순히 검을 받아들였다.

광검은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피닉스의 옆에 앉았다. 피닉스는 어딘가 시원섭섭하기 까지 한 얼굴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원래는 내가 당신의 유언을 들었어야하는 입장인데요...."

"그러면 그거 뽑고 다시 싸우시던가."

피닉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심장에, 코어에 검을 박는다고 해도 루살카의 반쪽자리 힘으로는 피닉스를 죽이지 못했다.

자살. 피닉스가 이 세계에서 벗어나려면 광검에게 제 힘을 넘겨주고 소멸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딸 걱정은 안 되요?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데?"

"......걱정은 되지. 하지만 어쩌겠냐. 하랑이도 이제 성인이다. 혼자 설 때가 됐어."

"당신이 죽어야 석하랑이 폭주 안하고 살아남는다니까?"

"그럼 그 때 가서 죽어주면 되는 일이다. 하랑이 결혼하기 전까지는 내가 하랑이 보살펴 줄 거다. 그리고...."

광검이 피식 웃으며 피닉스의 몸에서 철검을 빼들었다. 피닉스는 가슴의 상처에 불이 붙으며 빠르게 아물었다. 광검은 철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지금 은유하가 석하랑 약 먹이고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르는데?"

"유성의 아가씨가 하랑이를 해코지한다면, 나도 똑같이 되갚아주면 된다."

"죽이거나 하면요?"

"죽여야지."

"......에휴."

광검이 피식 웃으며 피닉스에게 손을 뻗었다. 피닉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의미죠?"

"생각해보니 너를 죽이면 안 될 것 같다."

"......하아?"

피닉스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광검은 상쾌한 얼굴로 피닉스의 머리칼을 헝클였다.

"나를 도와줘라. 세계를 구하고, 내 딸을 지킬 수 있도록. 하랑이는 네게 조카 아니냐."

"저 빌런인데요?"

"대한민국에는 빌런 갱생 프로그램이 있어. 소나무 부대 같은 쓰레기 집단이 아니라, 진짜로 빌런의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광검이 피닉스의 손을 붙잡았다.

"내가 1:1로 너를 계도하겠다. 항상 네 곁에서 감시하고, 결계를 펼치며, 너를 영웅의 길로 인도하겠다."

"아......."

피닉스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광검은 피닉스의 몸을 일으켜세우고, 등을 토닥였다.

"그래. 믿기 어렵겠지. 하지만 믿어라. 나를, 히어로를, 루살카의 남편을."

하늘에 금빛 결계가 사라진다. 피닉스는 멍하니 흩어지는 그 금빛의 가루를 보며 넋을 잃었다.

"당신, 미쳤어요? 내가 도망가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광검이 피닉스를 일으켜세웠다. 어깨에 묻은 흙먼지를 탈탈 털어주고는, 상체를 숙여 시선을 마주했다.

"처제는 이제 내 가족 아닌가?"

"...씨이, 이쪽이 훨씬 위 거든요?"

피닉스는 눈을 흘겼다. 광검은 멎쩍은 듯 웃었다.

"루살카 일기장에는 네가 막내라고 하던데."

"그건 간부 중에 제일 마지막에 세뇌당한 거라서 그래요. 내가 제일 강하다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가? 하하."

피닉스가 입술을 삐죽였다. 광검은 피닉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허리를 폈다.

결계가 해제되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생긴 거대한 크레이터에 파도가 넘실거리며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런."

두 명의 몸이 허공에서 떨어질 기미에 광검이 당황하자, 피닉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이번에는 푸른 불꽃의 결계가 펼쳐지며 시야가 차단되었다.

광검의 눈에 순간 경계가 서렸지만, 곧 이내 체념한 듯 검에서 손을 떼었다.

"......불찰."

"......푸흐, 푸하하!"

피닉스가 경기를 일으키며 배꼽을 잡았다. 광검은 어느새 검까지 피닉스에게 집어던졌다.

"죽여라."

"암요, 암요. 푸흐흐. 그런데...."

피닉스는 웃으며 광검에게 다가가 두손을 들어올렸다. 광검은 제 목을 향해 다가오는 피닉스의 손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광검은 제 옷을 정돈하는 피닉스의 손길에 놀라 눈을 떴다. 피닉스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사람 마음에 이렇게 불을 질러놓고 그냥 죽을려고 해요?"

".....뭐?"

피닉스는 헝클어진 넥타이를 풀어 다시 묶었다. 광검은 그 섬세한 손길에 숨이 멎었다.

"뭣때문에 루살카가 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반할만 하네. 칫. 재수없어."

"그건 고마운 소리군. 그런데 자네-"

"조용히 해요. 이대로 나가면 우스갯소리만 듣잖아. 악의 조직 간부를 퇴치한 영웅이 이렇게 나가서야 되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광검이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했다. 넥타이를 매기 위해 다가온 피닉스의 가슴이 광검의 배 윗부분에 닿아있었다.

불끈. 넥타이의 끝매듭을 짓던 피닉스가 그 끝을 세게 잡아당겼다.

광검의 앞섶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피닉스의 입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어머나? 이렇게 헤픈 남자였어요? 처제한테 세울 정도로?"

"......했다."

"네?"

광검은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답했다.

"루살카가 죽고...한 번도 안 했어."

쿵. 피닉스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피닉스가 슥 주변을 둘러보고는, 혀로 입술을 적셨다.

"......푸흐흐, 흐흐. 이 결계, 안에서 나갈 수는 있어도 밖에서는 아무도 못 들어오거든요?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누구도 몰라요."

피닉스가 광검에게 몸을 붙였다. 광검의 하초는 더욱 커졌다. 광검의 두 눈이 흔들렸다.

"저, 저기 이거는 생리적인 현상이라-"

"아, 마력 고갈."

피닉스가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전투로 인해 셔츠는 찢어지고, 정장바지는 거의 핫팬츠 수준으로 짧아져 흰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광검이 침을 꿀꺽 삼켰다.

"밖에서는 아무도 모를텐데~"

"......아무리 그래도 여기는 조금."

루살카의 무덤이 있던 곳이다. 이래서야 처제와의 불륜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승자가 패자를 취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요오~? 아니면 루살카에게 당했던 것 처럼 M 취향이실까? 아, 마력고갈로 죽어간다아아---"

"......아무래도 처제에게는 말이야."

광검이 허리띠를 끌러내렸다.

"여러 의미로 계도가 필요하겠어."

"...푸흐흐."

피닉스의 두 눈동자 속에 불타던 불꽃이 하트 모양으로 변했다.

광검의 손이 피닉스의 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씩 풀었다. 나신이 그대로 드러나고, 누워있음에도 탄력을 잃지 않은 물방울 같은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광검의 우악스런 손길이 피닉스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중지와 약지 사이로 튀어나온 유두가 단단하게 솟아있었다.

"흐응."

피닉스는 광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비음을 섞었다. 루살카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의 차이에, 광검은 생경한 감각이 들었다.

"하응. 루살카랑은, 차원이 다르죠?"

"......."

루살카를 애무할 때는 가슴보다는 전신을 애무하기에 바빴다. 작은 가슴을 컴플렉스로 여겼으니까.

"그래요, 마음껏 꺄항!"

"시끄럽다."

그러나 가슴을 애무하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다. 광검은 물병을 쥐듯 가슴을 모아 꼭지를 이로 깨물었다.

"꺄악!"

할짝. 혀가 꼭지를 스치고, 다시 입을 크게 벌리며 가슴에 잇자국을 낸다. 피닉스는 그 고통마저 즐기며 제 손을 아래로 내렸다.

찌걱. 손가락 세 개가 비부를 비볐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광검의 부풀어오른 앞섶을 쓸었다.

"우리 바로 본게임으로 들어가지 않을래요?"

"......갑자기?"

"하지만 이미 몸은 솔직하신 걸요?"

광검은 다른 손으로 피닉스의 허리를 뒤에서 받쳐 올렸다. 광검이 피닉스의 팬티를 내리기 위해 손을 옮겼지만, 피닉스가 광검의 손을 붙잡았다.

"계속. 팬티는...."

피닉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피닉스의 하반신에 불이 붙었다. 음부를 가리던 팬티는 곧장 재가 되어 사라지고, 피닉스의 은밀한 곳이 곧장 드러났다.

"......끄응."

"푸흐. 왜요? 직접 벗기고 싶으셨나?"

광검은 실망감을 애써 삼키며 바지를 내렸다. 루살카도 간신히 받아들이던 그 거대한 포신(砲身)이 2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와...."

피닉스는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그리고는 속마음을 그대로 내뱉었다.

"루살카가 저 크기에 반해버린 건가?"

"크기만 큰게 아니지. 그런데...뭐가 그리 급한건가?"

피닉스는 제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광검이 무릎을 꿇고 있는 덕분에, 서로의 성기가 맞닿았다.

"간부들은 원래 이리 음란하기 짝이 없는가?"

"그건 아니고요. 모처럼 첫 경험인데...."

광검의 기둥이 더욱 치솟았다. 피닉스는 배시시 웃으며 결계 밖을 가리켰다.

"...지금 밖에서 따님이 열심히 결계 두드리고 있거든요?"

"뭐?"

광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피닉스에 집중하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주변을 감싼 푸른 결계가 크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광검이 놀라 허리를 빼려한 순간, 피닉스가 다리를 들어 광검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결계 상태를 보면 15분 정도 남았는데, 설마 그렇게 부풀어 오른 상태로 전국민을 맞이할 생각은 아니죠?"

피닉스가 제 스마트워치를 두드렸다. 액정 모니터에 시간이 떠오르고, 14:00이라는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푸흐흐. 그러면 제가 도와드려야겠네요~"

광검이 슬쩍 허리를 뒤로 뺐다. 기둥의 끝이 피닉스의 아랫 입술과 입을 맞췄다. 루살카의 좁은 입구와는 달리, 피닉스는 그나마 수월하게 광검의 분신을 받아들였다.

"아...."

피닉스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생전 처음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생경한 감각이 전신에 차올랐다.

그것은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한 감각이었다. 앞부분만 받아들였음에도 몸 안이 터질것 같은 고통마저도 기뻤다.

"이게 개통된다는 그 느낌!"

"입 좀 다물어...!"

피닉스는 본능적으로 아랫배에 힘을 줬다. 빨판처럼 성기를 옥죄는 질벽에 광검이 인상을 찌푸렸다.

"큭!"

찍, 찌직! 사정감을 참지 못하고 그만 광검이 정을 토해냈다. 마력을 잔뜩 담은 정(情)이 피닉스의 동굴 깊은 곳까지 파도처럼 흘러들어갔다.

"흐으응, 하아."

피닉스는 제 속에서 차오르는 마력에 다시 비음을 흘렸다. 살짝 눈물기까지 섞인 눈으로 피닉스는 광검의 손을 깍지꼈다.

"조루."

까득. 광검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살짝 허리를 뺐다. 피닉스가 발가락 끝으로 광검의 등허리를 간질이며 놀렸다.

"루살카가 실망했겠네요~ 이런 거로-"

"흡!"

광검이 그대로 허리를 앞으로 튕겼다. 단 한 번에, 뿌리가 끝까지 들어갔다.

" "

피닉스는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젖혔다. 깍지 낀 손톱이 광검의 손등을 파고들어 피를 냈다.

찔걱. 동굴을 가득 메운 기둥 때문에 이미 쏟아졌던 정액이 흘러나왔다. 마치 처녀막이 뚫리고 흘러나오는 피처럼.

광검이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했다.

"처음이라더니, 거짓말이군?"

"흐으, 아니, 에요. 하아...."

피닉스는 간신히 말을 이었다. 광검의 첨단은 피닉스의 동굴 끝, 열려서는 안 될 문에 맞닿아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피닉스가 따졌다.

"저희는 처녀막같은 거 없거든요? 제가 다 확인해봤어요!"

"...아, 그래?"

광검은 떫떠름한 얼굴로 웃었다. 피닉스가 무언가 따지려는 듯 입을 열려고 하자, 다시 허리를 뒤로 뺐다가 강하게 찔렀다.

"아흑!"

"앞으로 말할 때 마다 찔러주지."

광검은 분신에서 오는 감각에 집중했다. 분명히 아까보다는 살짝 더 들어갔다. 광검의 출입을 환영하듯, 피닉스의 안은 살짝 내려와 있었다.

"말할, 때마다, 찔러 준다고요?"

"그래."

퍽, 퍽, 퍽. 광검은 깍지를 풀어 피닉스의 허리를 받쳤다. 잘록한 허리에서 유선형으로 흐르는 골반을 붙잡은 광검은 그대로 허리를 앞뒤로 튕겼다.

비록 20년 동안 하지 않았지만, 루살카와 했던 약 10개월의 경험은 남들의 수 배는 넘을 것이다. 어쩔 때는 하루종일 24시간 잠도 자지않고 사랑을 나누었으니까.

폼은 하락했을지 몰라도, 클라스는 영원하다. 광검의 몸이 젊은 날의 기억을 서서히 일깨우고 있었다.

"까불지 마라. 루살카도 인정한 게 내 솜씨다."

"뭐야, 꺄흥! S급 잦, 끼햐앙! 말 좀 하자고요!"

"분명 말할 때마다 박는다고 했을텐데?"

광검의 기둥이 충차처럼 문을 두드렸다. 피닉스의 성벽은 굳걷히 닫혀있었지만, 아주 미세하게나마 그 끝이 흔들렸다.

"그래요? 으흥. 어쩌나? 제가 제일 잘 하는게...

피닉스가 한손으로 제 가슴을 만지고, 다른 한 손으로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

"떠드는 건데. 푸흣."

"그럼 어쩔 수 없지."

광검이 상체를 바싹 붙여 한손으로 등허리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 피닉스의 뒷목을 휘감았다.

"12분 정도 남았나? 그 전에 말도 못하게 해주마."

광검의 몸이, 빛처럼 움직였다.

"잠깐, 꺄악! 및, 썅! 멈춰요! 아학?!"

인간의 속도를 벗어난 그 용두질에 기둥은 거세게 성문을 두드렸고, 피닉스는 도리질을 치며 눈을 까뒤집었다.

"꺄아악! 그, 그만! 처, 천천히!"

그러나 광검의 우악스런 힘에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피닉스는 광검을 그대로 끌어안으며 온몸을 맡겼다.

"아, 아흐, 죄송해요! 말 안할게요! 그러니까 천천히!"

광검의 몽둥이질이 슬쩍 느려졌다. 물론 그 속도도 평균보다 훨씬 빨랐지만, 피닉스는 그 속도마저도 느긋한 산책이라 생각될 정도로 편해졌다.

"루살카는 나를 항상 토끼라고 부르더군."

"...흐에?"

"절대 조루가 아니라, 토끼처럼 빠르다는 얘기다."

"......아, 잠깐! 타임!"

피닉스가 마치 레슬링에서 탭을 하듯 광검의 등을 두드렸다.

패착이었다. 광검은 저보다 훨씬 강한 존재가 패배를 선언한 것에, 유례없을 정도로 흥분했다.

광검이 씩 웃자, 피닉스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루살카는 단 한 번도 자기가 졌다고 말한 적 없어."

광검이 피닉스의 뒷통수를 잡아 돌렸다. 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의 위치. 광검이 씨익 웃으며 피닉스의 뒷머리를 어루만졌다.

"창염은 일곱 명 중 가장 마력이 많다고 들었다. ...어디까지 채울 수 있나 볼까?"

"꺄흥, 잠깐! 제성, 히야앙!"

찌걱! 광검의 충차가 드디어 성문을 깨뜨렸다. 피닉스는 얼굴을 광검의 목에 묻었고, 광검은 제 무게로 피닉스를 짓누르며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그만, 하아악! 그만해요! 안, 깝칠게요! 졌으니까, 제발!"

광검은 미안했다. 귀 바로 아래에서 속삭이는 그 패배선언이, 광검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루살카의 일기장이 떠올랐다.

다른 자매들에 대해서 여러 욕을 써놨지만, 유독 창염에 대해서만은 다른 자매보다 수 배는 많은 욕을 써놨었다.

"루살카가 그러더군. 언제 한 번 혼쭐을 내주라고."

"이게, 아흑! 아니더라도! 살려주세요! 주, 죽을 것 같애, 아, 아, 아악!"

그러니까 이건 루살카의 바람을 들어주는 거다. 광검은 자세조차 바꾸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그들이 수백, 수천번의 전투에서 합을 겨뤘던 그 이상의 횟수로 광검의 분신은 피닉스의 안을 오다녔다.

피닉스는 한나절 넘게 이루어졌던 그 전투보다, 지금의 이 짧은 10분이 더욱 힘들고 괴로웠다.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파도가 차오르는 그 감각이 너무나도 즐겁고 기쁘고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아악! 루, 루살카! 지 혼자 이런 좋은 걸, 즐기고! 흐으응!"

삐비빅! 삐비빅!

어느덧 스마트워치의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

앞으로 결계가 무너지기까지 1분. 입가에 침까지 줄줄 흘리던 피닉스의 눈에 안도감이 스쳤다.

"안심하기엔 이르지."

광검이 강하게 허리를 튕겼다. 광검은 남은 시간이 1분이라는 것에 더욱 다급해진듯, 자세까지 바로잡으며 전력을 다했다.

"저, 정령 죽어요! 아니, 푸흡, 자지에 죽, 죽는다고오!"

마음이 꺾였다. 이제는 웃기까지 한다. 광검은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검을 찔러넣었다.

"앞으로 악한 짓 할텐가?!"

"안할게요! 착하, 하응! 착하게 살게요! 그러니까 멈춰줘요! 얼마 안남았잖아!"

"나를 도와서,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쓸텐가?!"

"네! 그럴게요! 아아악!"

"히어로가 되겠다고 말 해!"

"히어로, 될게요! 세게, 평하를 지키는, 하악, 히어로가!"

광검이 웃으며 피닉스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피닉스는 순간적으로 멍하니 광검을 바라보며 웃었다.

"새 사람으로 태어난 걸 축하한다."

"...아? 아아? 꺄아아아악!!"

뷰릇, 뷰릇! 피닉스가 경악한다. 기둥이 껄떡거리며 동굴에 쓰나미가 몰려온다. 배를 부풀리며 동굴을 채우는 그 엄청난 파도에 피닉스는 세상이 찢어져라 비명을 내지르다가,

"햐아아아...."

헤벌레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기절했다. 광검은 피닉스를 살포시 바닥에 내려놓고, 피닉스의 손목을 살폈다.

12초.

광검이 피닉스의 뺨을 쳤지만 피닉스는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11초. 결계가 흔들린다. 야속하게도 가장 급하게 결계를 두드리는건 제 딸 석하랑이었다.

10초. 광검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피닉스라는 검집에서 제 검을 빼내었다.

헬기 소리가 광검의 고막을 때렸다.

"결계가 사라진다!"

결계가 허물어진다. 대기하고 있던 히어로들이 황급히 결계 안을 훑었다.

"......아!"

헬기 위에서 중계를 하던 리포터가 감탄을 쏟아냈다.

"국민 여러분, 보이십니까! 광검, 광검님께서!"

광검은 상체를 노출한채 두 다리로 우뚝 서있었다. 그의 상의는 나신의 작은 소녀를 꽁꽁 덮고 있었다.

"광검께서 살아계십니다! 빌런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셨습니다!"

히어로들이 열광한다. 석하랑이 두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손 사이로 흘러나오는 것은 눈물이 절대 아닐 것이다.

광검은, 철검을 치켜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히어로들이 열광했다. 광검은 철검을 바닥에 꼽고 소녀의 나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안아들었다.

리포터가 제 목소리에 마력까지 담으며 소리쳤다.

"광검님! 설명해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부산 바다를 울리는 리포터의 목소리는 전국민의 궁금증을 대변하고 있었다. 광검은 소녀에게 잠시 시선을 돌렸다 목소리에 마력을 싣고 담담히 말했다.

"빌런을, 쓰러뜨렸다."

와아아아아아아!! 광검! 광검! 광검!

히어로들이 대한민국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광검은 소녀를 안아들고 빛처럼 사라졌다.

훝날, 역사가들은 이렇게 평했다.

그 날의 전투에서 광검이 승리했기에 세계는 평화를 얻었다고.

* * *

6년 뒤.

우리는 성주를 쓰러뜨렸다.

나는 광검과 한 몸이 되어 간부들을 쓰러뜨렸다. 비록 그 과정에서 몇몇 간부들을 죽이게 되어 정령으로 각성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이계신을 불러내 직접 쓰러뜨리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힘을 다해 성주를 간신히 쓰러뜨리는데에는 성공했다. 세계는 평화를 되찾았고, 한국은 다시 히어로 강대국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또다른 전투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부담되면 말해라. 내가 옆에 있어줄테니."

"...아녜요. 제가 해야할 일이니까."

두 손이 떨린다. 초조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광검의 손이 내 손을 붙잡았다.

"잘 될거다. 이해해 줄 거야."

"이해에에에??? 이해해주기는 개뿔. 개떡같은 소리 하지 마이소."

입구에서 성큼성큼 걸어온 석하랑이 거친 숨을 내뿜으며 의자에 앉았다. 석하랑을 중재하듯 달려오는 금발벽안의 청년이 어쩔줄 몰라하며 그 옆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하, 하랑아! 진정하라니까?!"

"닌 닥치라!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어?!"

"그래. 자네는 좀 조용히 하게. 여섯이나 후려놓고 내 딸까지 노리는 모습, 꼴도 보기 싫으니."

"뭐?! 후려?! 아빠가 뭔데 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데요?! 아빠가 지금 내 남자한테 뭐라 할 자격 있어요?!"

광검과 청년이 주눅들고, 나는 입술을 오무렸다. 유구무언. 석하랑이 탁자를 내리치며 입을 열었다.

석하랑의 서슬프런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래. 하고싶은 말이 뭔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제?! 어?!?!? 하기만 해봐라! 쥑이삘끼다!"

"하랑아, 실은."

"제가 말할게요."

내가 광검을 제지하고 석하랑과 눈을 마주했다. 똑같은 정령이지만 상대는 온전히 각성한 수속성의 정령.

...상성상으로는 이쪽이 훨씬 불리하다. 하지만 질 생각은 없다.

나는 숨을 크게 골라쉬어 석하랑에게 소리쳤다.

"조카 님! 아버님을 제게 주세요!"

"나온나! 내랑 한 판 뜨자, 이 촉새야!"

이겼다.

* * *

이계의 신이 눈을 떴다.

저를 부르던 하수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사라진 마지막 흔적이 저 멀리 외계의 행성에서 느껴진다.

지구.

이계의 신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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