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9화 〉IF Route, Bad Ending # 002
천가을은 괴인이 되었다.
나는 가을을 죽인 소나무 부대를 용서할 수 없었고, 그런 학살 부대를 운용하고 또 묵인하는 세력들을 용인할 수 없었다.
서울을 독립시키자.
청화단의 아래에 나라를 뒤집어 엎고, 그걸 발판 삼아 힘을 기르자.
그리고 모든 히로인들을 네 곁에 두어, 나만 바라보는 존재로 만들자.
그 초석은 서울수복작전에 나선 모든 히어로들을 제압하여 구속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 * *
"으아악!"
히어로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소나무 부대든 헌터든 히어로든, 푸른 불꽃을 휘날리며 달려드는 S급 이상의 강자를 맞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망치세, 크헉?!"
이승형이 앞으로 나서 괴인 피닉스와 맞서 싸웠지만, 피닉스는 무슨 수를 썼는지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것으로 이승형을 무력화시켰다.
"이게 진짜! 여긴 못 지나간다!"
석하랑이 남은 마력을 모두 끌어모아 궁극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피닉스는 관악에서의 싸움은 어디까지나 장난이었다는 듯, 일격에 궁극기를 파훼하고 석하랑의 배에 주먹을 찔러넣었다.
"커, 커헉!"
[넌 내가 데려가마.]
석하랑을 수도로 기절시킨 피닉스는 석하랑을 들고 여의도로 바로 전이했다. 촉수를 움직이며 다루는 법을 연구하던 가을이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고, 피닉스는 기절한 석하랑을 침대에 눕히며 마력으로 구속했다.
[일어날 것 같으면 촉수로 범해버려라.]
"뭐? 자, 잠깐만!"
가을이 놀라기도 잠시, 피닉스는 다시 안양으로 날아와 히어로들을 하나 둘 때려잡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히어로들을 하나하나 뒤쫓아 바닥에 매다꽂고, 중간 중간 소나무 부대 마크가 있는 자들은 직접 심장을 뽑아버렸다.
"절대로 이 앞은 못 지나갑니다!"
[여기도 하나 있었군.]
피닉스는 석하랑에게 했던 것처럼 운사를 기절시킨 뒤, 그를 데리고 다시 하늘을 날아 가을에게 배달했다. 촉수로 석하랑의 볼을 콕콕 찌르던 가을은 또다시 나타난 여자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또?!"
[오냐.]
피닉스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뒷감당을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광폭행보에 히어로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서울수복작전에 참가한 히어로 전원은 피닉스에게 구속당했다.
"이걸로 3명 확보한 거예요."
피닉스는 신서울에 펼쳐진 광검의 영역을 멀찍이 쳐다보며, 헬하운드 좀비들을 끌어모아 기절시킨 히어로들을 서울로 납치했다.
자신의 말을 철저히 듣기만 하는 정예 병력으로 만들기 위해.
* * *
신서울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작전은 당연히 실패했고, 지휘관인 신진광은 작전의 실패에 자책하며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으며, 대한민국 히어로 전력의 1/4가 증발하였다.
그리고 납치당한 히어로들 중에는 화권 이승형과 설화공주 석하랑. 두 명의 S급 히어로도 존재했다.
선의철이 무리하게 서울을 수복하자고 해서 이 사단이 난 거다!
이제 부산은 누가 지킬 것이냐!
선의철은 책임을 져라!
특히 서울의 악인 집단, 자신들을 <청화단>이라 지칭한 이들이 철저히 '소나무 부대'만 학살하면서, 소나무 부대와 선의철의 진실은 은연중에 신서울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소나무 부대는 진짜 처형부대래. 선의철 말 안 듣는 사람들 공구리 담가버리려는 거야.
쉿. 이건 너만 알아. 소나무 부대가 서울에서 뭘 했는지 알아? 아 글쎄 동작에서 사람들을….
범죄자들을 갱생하려는 게 아니라, 범죄자들에게 목줄을 채워서 자기 사병으로 쓰는 거였다고.
선의철에 대한 여론은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선의철은 특사를 파견해 납치당한 히어로들을 되찾으려고 협상을 하고자 했지만, 그들은 함흥차사가 되어 신서울로 돌아오지 못했다.
신서울이 망하고 있는 그 시각.
서울에는 새로운 존재들이 모습을 하나 둘 드러내기 시작했다.
***
"하, 하으응!"
녹발의 미녀가 남자들의 사이에 끼어 허리를 놀리고 있다. 나신의 여인은 가슴께에 큰 상처가 나있었고, 주변 남자들은 하나같이 검푸른 제복을 입고 있었다.
"츄, 츄읍, 푸하!"
여인은 아이스크림 바를 여러 개 돌려먹는 것처럼 남자들의 성기를 빨았다. 청화단의 단원들은 여인의 봉사에 기둥을 손으로 흔들며 여인의 얼굴에 사정했다.
뷰르륵!
"꺄악?! 뜨겁잖아…!"
여인은 감고있던 눈을 치켜뜨며 짜증을 부렸다. 그의 눈동자는 인간과는 전혀 다른 고양이의 눈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도 고양이처럼 신경이 날카로웠다.
"쌀거면 입이나 안에다 싸란 말야. 마력 흘린다고. 씨이."
"죄송합니다, 템페스트 레이디."
"그냥 괴인 염풍으로 불러줄래? 히어로 때려치고 괴인 된지가 언제인데."
과거 템페스트 레이디라 불리웠던 여인, 양선우는 볼에 묻은 청화단 단원들-자신의 부하들의 정액을 핥아 먹으며 기지개를 켰다.
"흐흥, 괴인 된 덕분에 남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네."
"춘자야! 춘자야아아!"
밧줄로 꽁꽁 묶인 사냥꾼(헌터), 마포 김성오는 옛 여인의 변화에 큰 충격을 받았다. 양선우는 김성오의 하반신에 달린 대포를 발가락으로 자극하며 요염하게 웃었다.
"지금은 양선우야. 그분께서 다행히 이름은 남겨주셨거든."
"춘자야, 제발…!"
"한 번만 더 춘자라고 불러봐."
양선우가 김성오의 대포를 손에 움켜쥐었다. 인간의 것을 훌쩍 넘긴 체온에 김성오는 대포가 과열되어 터질 것만 같았다.
"허어억?!"
"흐흥, 당신. 그래도 옛 정이 있으니까 한 번 기회를 줄게."
양선우가 입을 쩍 벌리며 웃었다.
"청화단 들어올래, 아니면 여기서 죽을래?"
"........"
성오를 따라 서울을 공격하러 온 헌터들은 다들 기둥에 묶인 채 이지선다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다. 청화단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는 자들은 하나같이 제복을 입은 단원들에 의해 목이 달아났다.
"......들어갈게."
"좋은 선택이야."
양선우가 성오의 위에 걸터 앉으며 몸을 겹쳤다.
"당신이 승낙해서 천만 다행이야. 아니면 내 손으로 직접 죽이려 했거든."
"......흑."
김성오는 너무나도 변해버린 연인의 모습에 눈물을 삼켰다. 사람의 성격이 변해버렸듯이, 성행위를 부끄러워하던 음부도 헐거워져 성오의 거포를 능숙히 받아낼 수 있었다.
"흐으응, 예전이랑 다르지? 당신…."
양선우의 고양이같은 눈동자가 빛났다.
"당신도 원하면...신인류가 될 수 있어."
***
서울 동작.
지하에 있던 난민들이 복구된 서울 위로 올라오면서, 지하는 그들이 힘들게 살아온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퍽퍽퍽퍽!
그리고 동작 지하의 입구로 들어가는 길에는 두 부류의 줄이 있었다.
하나는 사람을 멍석말아 철제 배트로 두드려 패는 곳. 멍석에는 피닉스에 의해 괴인이 된 이들이 있었고, 그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다들 불타버린 소나무 문장이 박혀있었다.
퍽! 퍽퍽!
"내 아들 돌려내! 돌려내라고!!"
초로의 노인은 힘겹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괴인을 내리쳤다. 갈비뼈가 부서지고 어깨가 함몰되었으나, 괴인은 죽을 수가 없었다.
"죽여...줘…."
"내 아들 살려내면 죽여주마, 이 학살자들아!"
노인의 몽둥이질에는 광기마저 엿보였다. 노인 옆에는 노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멍석말린 괴인들에게 광기어린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아빠…! 흐어어엉!"
"이 개새끼! 네가 죽였어! 한 살도 안 지난 아기를!"
동작에서 학살을 자행했던 이들은 자신들이 죽였던 이들의 유족들에게 말 그대로 '분이 풀릴 때 까지' 얻어맞았다. 하지만 가족이 눈앞에서 살해당한 분노는 쉽게 풀릴 리가 없었다.
그것이 자신의 복역 일수를 줄이기 위한 게임같은 행위였다고 말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흐어억."
그리고 학살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똑같이 소나무 부대에 소속되어있던 괴인들 중 일부는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서울 주민들을 위해 모든 걸 바쳐야 했다.
누군가는 노예처럼 노역을 하고.
또 누군가는 북쪽으로 파견되어 휴식없이 괴수들과 싸워 코어를 긁어모으고.
또 누군가는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일부 괴인들에 의해 아주 잘 '사용'되었다.
제발 죽여줘.
소나무 부대 학살자들은 자신들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그저 편안한 죽음이 찾아오기를 고통속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죽음을 내려줄 주인은 또다른 괴인을 만드는 데 한창 정신이 팔려있었다.
** *
"마. 니 또 여자 납치했나?"
"네."
석하랑은 뚱한 얼굴로 검은 머리칼의 소녀를 품에 안고 온 피닉스를 보며 혀를 찼다. 마치 나비가 인간이 된 듯한 모습의 석하랑은 인간 시절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누군데?"
"그건 비밀이에요."
피닉스는 소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은 채, 석하랑에게 다가가 엉덩이를 쓱 손으로 쓸었다. 석하랑은 등에 난 나비 날개를 살짝 접으며 피닉스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SS되더니 아주 요염해지셨네요?"
"마 쉽드라. 인간 포기하면 되는 거 아이가. 어차피 내도 그렇고 싹다 괴물들만 모였는데."
석하랑은 펜트하우스 안의 여인들을 눈으로 가리키며 미소 지었다.
"왔어?"
"늦으셨습니다."
"어서오세요, 주군."
등에 촉수를 달고다니는 촉수괴인 천가을.
유듀와 음부만 살짝 가리는 비키니 슈트의 이무기괴인 박라온.
적색의 전포를 입고 있지만, 그 아래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적마괴인 샤오린.
그 외에도 피닉스가 잡아온 수많은 히로인들이 피닉스에 의해 괴인이 되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끙. 다들 SS되려면 먼 것 같네요."
"내가 특별한 거 아이가."
"......석하랑 님. 좀 떨어져 주실래요?"
"주군. 이번 정벌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주군께서 말씀하신 S급 코어를 제가…."
괴인들은 하나같이 피닉스에게 매달리며 아양을 떨었다. 피닉스는 자신만을 바라보는 강아지가 된 히로인의 성감대를 손으로 하나 둘 쓸어준 뒤, 침대위로 올라 손을 비비며 들떴다.
"그럼 가을 씨! 항상 하던 것 처럼 도와주세요."
"또 나야? 어휴."
가을의 촉수가 꿈틀거리며 소녀의 전신을 구속했다. 물컹거리는 점액질의 촉감에 소녀가 서서히 눈을 뜨며 정신을 차렸다.
"이, 이거 뭐임?! 노, 놓아줘! 당장!"
"흐흐. 설마 신서울에서 수학여행으로 경주로 간다는 선택을 할 줄이야."
피닉스는 소녀로부터 벗겨낸 교복 마이의 이름표, '김누리'를 보며 게슴츠레 웃었다.
"우리 누리양. 이능력자 되고 싶지요…? 제가 사탕하나 드릴 게요."
가을의 촉수 하나가 피닉스의 허리를 휘감으며 흡수됐다. 피닉스는 가을의 촉수를 자신의 고간에서 빼내어, 남성기의 형태로 만들었다.
"미쳤음?! 시, 싫어 이 괴물들아! 하지마!"
"에이. 왜 그러세요."
피닉스가 누리의 음부에 촉수 자지를 밀어넣으며 두 팔을 벌렸다.
"당신도 곧 그 괴물이 될텐데."
"으아, 아으, 아아아악!!"
또다른 괴물이 하나 더 탄생했다.
***
결전의 날이 되었다.
선의철은 자신의 정치 생명, 그리고 진짜 목숨을 걸고 모든 힘을 쥐어짜내 최후의 결사대를 꾸렸다.
광검 허윤환을 필두로 하는 신서울 히어로들의 전력을 모아, 서울을 향해 진격했다.
"주군. 옵니다. 439. 남아있는 C급 이상을 모조리 긁어온 모양입니다."
적토와 하나가 되어 켄타우로스가 된 샤오린이 정찰을 마치고 귀환했다. 피닉스가 운전하는 대형 밴에는 괴인이 된 히로인들이 저마다 손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광검은요?"
"선두입니다."
"아, 내 보내도!"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나비괴인, 석하랑이 손을 흔들며 어필했다.
"내 성형수술해가 이리 변했는데 아빠 못알아 보면 대박 아이가!"
"알아볼 걸요? 백퍼."
"내기할래?! 아빠가 내 보자마자 '석...하랑?'이카면 내 열흘 동안 니랑 안한다!"
"언니 지금 분명히 말했음!!"
검은 머리칼의 소녀, 전갈괴인 김누리가 꼬리를 번뜩이며 차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언니들! 빨리 나와! 히어로들 싹다 정리하고 또다른 언니들 맞이하러 가야하는 거임!"
"쟤는 하렘 멤버 늘어나는 건데도 저런다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촉수괴인과 이무기괴인은 저마다 무기를 꺼내들며 자리를 잡았다. 하나하나가 S급 괴인, 그리고 불과 얼음의 SS급 괴인으로 구성된 특공대는 서울의 최정예 부대였다.
"실상은 주군의 아내들이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피닉스. 이번에 들일 첩은 누구야?"
"네? 첩이라뇨. 본처인데요."
피닉스의 말에 괴인들의 표정이 굳었다. 피닉스는 손사래를 치며 농담이라고 변명했다.
"농담이구요, 일단은 신서울에 있는 둘부터 만나러 가죠."
피닉스는 빛처럼 달려오는 광검을 향해 주먹을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일단 싹다 죽이고 생각합시다!"
괴인들이 히어로들을 향해 뛰쳐나갔다.
***
-신서울 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당장 지하 셸터로 몸을 숨기시어…지지직...치직.
라디오에 노이즈가 꼈다. 은유하는 조용히 커피잔을 들어올리며 창을 주시했다.
"끝났네요."
"네. 당신이 유성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제게 던진 마지막 일격도 끝났죠."
피닉스는 인형을 은유하의 지척에 집어던졌다. 은유하는 느긋하게 커피를 들이켰다.
"저기요. 고객님. 궁금한 게 있어요."
"아직도 제가 당신의 고객이라고 불릴만한 관계던가? 우리가요? 푸흐흐."
"......그 괴인이라는 게 되면."
커피잔을 내려놓는 은유하의 손이 떨렸다.
"커피 맛은 제대로 느끼게 되는가요…?"
"푸흐흐. 글쎄요."
피닉스는 잰걸음으로 은유하에게 다가와 시선을 맞췄다.
"제 입술맛은 잘 느낄 거예요."
쪽.
피닉스가 은유하에게 키스했다. 은유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딸기맛 싫은데."
푹.
그게 인간 은유하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
이계의 신이 눈을 떴다.
성주의 기록을 따라 강림한 지구.
하등한 것들이 날파리처럼 귀찮게 날뛴다.
신위에도 이르지 못한 완성되지 못한 것들.
이계의 신은 날파리처럼 달려드는 푸른 새의 날개를 꺾어 사지를 찢었다.
새는 추락하고, 새와 딸려있던 모든 아랫것들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시시하구나.
이계의 신은 무료함을 달래지 못한 채, 감히 이런 곳으로 초대한 성주를 발로 밟아 짓이기고 성간풍에 몸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