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511화 (511/1,497)

〈 511화 〉IF Route, Bad Ending # 017

IF Route, Bad Ending은 본편과 관계없는 외전입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 불쾌감을 느끼실 수도 있으니, 바로 다음화로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

<2025년 4월 4일 오후 4시, 카페 「세렌디피티」>

'Close'라는 문구를 내건 카페의 한 가운데.

푸른 머리칼을 곱게 땋아올려 정돈한 여인은 앞치마 차림으로 탁자에 앉아 초조하게 다리를 떨었다.

'괜찮을까?'

이 몸에 빙의한 5년 동안 최대한 몸을 사리고 사렸다. 원작에 진입하는 순간까지 뒷세계에서 돈만 모으며 몸을 보신했다.

'천가을.'

5년전 이 날. 차원문이 열던 그 순간에 내가 구했던 여자.

닮은줄 알고 그냥 무시하고 갔던 그 여자가 실은 메인 히로인 중 한 명인 천가을이라는 것에 너무 놀랐다.

만약 천가을의 각성 플래그를 꺾어버렸으면, 원작은 다 꼬여버렸을 것이다. 그 뒤로 나는 원작이 시작되는 2025년까지 개입을 철저히 억제했다.

"슬슬 때가 됐는데...."

주인공 일행이 서울에 괴수 퇴치를 나섰다가 함정에 빠지며 벌어지는 이야기. 주인공은 무사히 1챕터를 클리어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따뜻한 밀크티가 담긴 컵을 감싼 두 손은 지진이라도 일어난듯 떨렸다.

쨍그랑.

벽에 걸려있던 액자가 깨졌다. 깨진 액자 안에는 주인공 일행이 신서울을 떠나기전에 찍은 사진이 있었다.

"...안되겠어."

피닉스는 카페의 문을 닫고 날아올랐다.

* * *

짝.

의자에 앉은 여인의 발등이 무릎을 꿇고 마주한 청년의 볼을 때렸다.

"흐응. 건방지네."

표독스러운 눈매의 여인은 엄지로 남자의 턱을 들어올렸다. 힘없이 들려진 남자는 여전히 총명한 푸른 눈동자로 여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직도 포기하지를 않아? 대단하네, 지휘관님."

여인이 발가락을 좌우로 까닥이며 남자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생채기가 나고 볼이 붉어져있지만 백이면 백 잘생겼다고 평할만한 미모였다.

"천가을! 그만둬!"

벽에 X자로 사지가 구속된 단발의 여인이 울면서 소리쳤다. 천가을이라 불린 여인은 남자의 볼을 발가락으로 문질렀다.

"이유나 히어로님. 그만두라고 그만뒀으면 내가 여기까지 왔을 것 같아?"

"제발! 지휘관님 괴롭히지마!"

"싫은데."

천가을은 엄지발가락으로 남자의 입술을 좌에서 우로 훑었다. 티라미슈같이 보드라운 감각에 천가을은 발가락을 세워 남자의 입술을 두드렸다.

"핥아."

"......."

남자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다. 천가을은 제 위에 걸린 밧줄에 손을 올렸다.

"안 핥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천장의 도드래를 타고간 밧줄은 이유나의 목에 걸려있었다.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안 돼요!"

"음, 흐음. 좋아. 소질있는데?"

남자가 가을의 엄지발가락을 혀로 쓸었다. 발가락 사이를 혀로 핥고, 가을은 그 간지러운 감각이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것에 비음을 흘렸다.

"좋아, 계속 그렇게. 흐응."

"흐윽!"

이유나는 고개를 돌렸다. 제 실수로 이런 지하에 끌려와 고통을 겪는 지휘관을 그녀는 보고싶지 않았다.

천가을이 밧줄을 잡아당겼다. 유나의 고개가 홱 돌아왔다.

"끝까지 봐야지, 이유나 요원? 안 그러면 다른 히어로들도 죽어?"

천가을은 문 너머를 가리켰다. 닫힌 문 사이로 남자들의 비열한 웃음소리와 여자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작 세 명이서 감히 이 구로의 여왕을 공략하려하다니. 애송이들이. ...어머. 지휘관은 그래도 참 물건이네?"

천가을의 다른 발가락이 남자의 하복부를 스쳤다. 천가을은 제 손을 뻗어 남자의 물건과 길이를 대조했다. 아직까지 물렁한 남자의 물건은 발기가 되지 않았어도 천가을의 손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정신력이 참 대단해. 반해버릴 것만 같아. 그런데 그게 언제까지 갈까?"

천가을은 의자를 남자의 앞까지 잡아당겼다. 두 다리를 벌리며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사타구니가 남자의 얼굴 앞에 들이밀어졌다.

"흐응, 흥."

가을은 남자의 뒷통수를 잡고 그 얼굴에 둔덕을 문질렀다. 주름이 남자의 콧잔등을 쓸어갈 때마다 가을은 등허리를 타고 흐르는 짜릿함에 깊게 숨을 내쉬었다.

마치 키스를 하듯 남자의 입술에 제 아랫입술을 부비던 천가을이 남자의 금발을 움켜쥐며 들었다.

"핥아야겠지?"

남자는 천가을을 향해 침을 뱉었다. 눈 아래에 닿은 침이 천가을의 볼을 타고 흘렀다.

"좋아. 앙탈도 있어야 괴롭히는 맛이 있지."

할짝. 손바닥으로 침을 닦아낸 천가을은 그 손바닥을 그대로 핥았다. 축축히 젖은 손은 천장의 밧줄을 움켜쥐었다.

드르륵!

도르래가 돌아가며 밧줄이 당겨졌다.

"커흑, 큭! 켁!"

이유나가 기침소리를 내며 발버둥쳤다. 하지만 양 손목과 발목 모두 벽에서 튀어나온 족쇄에 걸려, 이유나는 그저 머리를 격하게 흔드는 것으로 발버둥을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만!"

남자가 소리질렀다. 하지만 천가을은 여전히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목소리 좋네. 근데 나를 그만두게 하려면 먼저 할 게 있지?"

"큭."

남자는 역겹다는듯 이를 갈다가 천가을의 사타구니 사이로 혀를 대었다. 선홍빛 혀가 뱀처럼 휘감아지며 천가을의 둔덕을 희롱했다.

할짝, 할짝.

"아, 후으, 흐응. 그래. 개처럼, 아흐."

한 쪽 손으로 남자의 머리를 짓누르던 천가을이 감각에 몸을 맡겼다. 자연스레 밧줄을 쥐던 힘이 풀리며 이유나의 목을 조르던 밧줄이 풀렸다.

"하아, 하아, 그만, 둬요!"

"그만두면 너 죽을텐데?"

"저는 괜찮으니까, 제발! 지휘관님!"

남자는 슬쩍 고개를 들고 이유나와 눈을 마주쳤다. 천가을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애달픈 눈웃음에 이유나는 손을 불끈 쥐었다. 남자는 이유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킥."

천가을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유나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천가을은 그 표정에서 이유나의 감정을 읽으며 광소했다.

"아하하! 이유나! 좋아하는구나, 이 남자를!"

천가을은 남자의 머리를 사타구니에서 떼어냈다. 그리고는 남자의 몸을 이유나를 향해 돌렸다.

"그런데 어쩌나. 이 남자도 슬슬 한계인 것 같은데?"

"아...."

남자의 하초는 천장으로 치솟아있었다. 천가을은 아끼는 도자기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남자의 기둥을 쓸어올렸다.

"큭...!"

"정말 대단해. 당신. 오더도 따르지 않고 각개행동을 하다가 전멸당한 히어로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다니."

천가을은 남자의 귓볼을 핥으며 속삭였다. 날카롭게 기른 손톱이 남자의 첨탑 끝을 긁었다.

"왜 이렇게까지 참는거야? 그냥 싸. 그럼 당신만은 살려서 보내줄게."

천가을은 패배한 그들을 상대로 내기를 걸었다.

"한 번이라도 사정하면 다시 신서울로 돌아갈 수 있어. 첫 임무에 실패했다는 질책은 받더라도, 새로운 히어로들로 팀을 꾸리면 되지 않아? 이 나라에 지휘관은 이제 한 손에 꼽을 정도니까."

"그래요! 지휘관님! 저는 괜찮으니까, 더는 고통스러워하지 마요!"

이유나가 절규했지만 남자는 이유나를 향해 웃었다.

"유나야. 괜찮아."

남자는 다정한 목소리로 이유나를 위로했다.

"절대로 너를 죽기 하지 않겠, 크윽!"

천가을이 남자의 고환을 손으로 터질듯이 쥐었다. 남자는 고개를 떨구며 고통을 참았다. 굳게 다문 이 사이로 침이 뚝 떨어졌다.

"사랑꾼 나셨네. 어머. 그런데 이건 뭘까?"

천가을은 남자의 기둥 끝에 투명하게 새어나온 점성의 액을 만지작거리며 씨익 웃었다. 비릿한 냄새가 나는 그 액이 묻은 검지을 쪽 빨아당긴 천가을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유나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이제 지휘관도 한계인 것 같으니까 슬슬 본게임으로 가볼까?"

"뭐? 그, 그만둬! 제발 그러지마!"

이유나가 사지를 흔들었다. 낡은 철제수갑에 긁힌 손목과 발목에서 피가 맺혔다.

"후후. 말했잖아. 싫다고."

천가을은 이유나의 앞에 서서 유나의 가슴에 제 등을 붙였다. 이유나는 고개를 움직여 천가을을 깨물려했지만, 천가을은 왼 손에 든 밧줄을 잡아당겨 이유나의 고개를 바로세웠다.

"자, 지휘관. 이제 본방이야."

천가을은 제 오른 다리를 들어올려 이유나의 허벅지에 감았다. 벌려진 사타구니가 부르르 떨리며 남자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뭘 해야할지 알지?"

남자는 천가을의 앞에 섰다. 천가을은 피가 잔뜩 몰린 하초에 오른 손을 올렸다.

"그래. 몸을 숙여. 더."

"제발, 케흑! 하지마으윽!"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나를 보며 남자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천가을의 인도에 따라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구부린 남자는 두 여자와 눈높이가 맞았다.

"이유나씨. 그렇게 지휘관의 것을 갖고싶어?"

천가을이 고개를 돌려 이유나의 귀에 속삭였다. 이유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천가을은 이유나의 볼에 입을 맞추고 웃었다.

"이제와서 부끄러워하기는. 그런데 말이야."

천가을이 마력을 움직여 남자의 허리를 밀었다. 둔덕 사이를 오가던 기둥이 천가을의 안 쪽 깊숙히 들어왔다.

"아아아악!!!"

이유나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절규했다. 천가을은 망가진 제 안쪽의 입구를 두드리고도 손 두 마디 가량 남는 크기에 교성을 흘렸다.

"아흥, 하앙! 그래! 이거야! 마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휘관>의 재능!"

천가을이 허리를 흔들며 오른 다리를 남자의 허벅지에 감았다. 자연히 몸이 들썩였고, 이유나는 천가을의 등에 닿은 가슴과 배에서 전해지는 그 흔들림을 부정하며 비명을 질렀다.

"아니야아아아아!!"

"흐으응!"

천가을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이유나의 왼 쪽 어깨에 올려졌다. 남자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파정을 참아냈다.

주르륵.

남자의 입술이 제 이에 짖이겨지며 피가 흘렀다. 이유나와 남자의 눈이 맞았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남자는 부들부들 눈꼬리를 떨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그게 이유나는 너무나도 슬프고 원통했다.

"하아앙!"

천가을이 아예 왼 쪽 다리까지 남자의 허리를 감았다. 그러면서도 등을 더욱 이유나의 앞에 밀착하며, 오른손으로 이유나의 목을 아래에서 감아올렸다.

"지휘관. 룰을 추가할게. 사정하기 전에 나를 보내봐. 그러면 이 여자도 같이 살려줄게."

"...다른 두 명도 같이."

남자의 눈에 결연한 의지가 서렸다. 천가을은 아이처럼 꺄르르 웃으며 허리를 튕겼다.

"아흑!"

당연히 그 충격이 이유나에게 전해졌다. 천가을은 개처럼 헐떡이며 남자에게 말했다.

"자. 박아. 이제 손 써도 돼."

남자가 뒷짐을 졌던 풀고 손을 앞으로 뻗었다. 양 쪽으로 쭉 펼쳐진 두 손은 유나의 손을 잡으며 깍지꼈다.

"아."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에 유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비록 몸은 연결되어있지 않지만, 마음만은 서로 전해진 것 같았다.

"지휘관님, 사랑-"

푹! 천가을의 손톱이 이유나의 목을 찔렀다. 이유나는 하려던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에서 피를 왈칵 쏟았다.

"유나야!!"

남자가 이유나를 부르며 일어섰다. 아니, 일어나려 했다.

"건방진 것들. 어디서 사랑놀음이야."

천가을은 이유나의 목을 찌른 손톱을 핥았다. 연결된 음부를 통해 교환되는 마력에 의해 남자의 몸은 천가을의 지배하에 들어왔다.

"후후. 걱정마. 이유나 대신 다른 히어로 살려줄-"

"아아아악!!"

남자가 괴성을 지르며 천가을의 목을 졸랐다. 천가을은 제 목이 졸리는 질식의 고통마저 즐기며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하으, 쿡! 사랑하는, 키힉! 사이였나봐?"

남자의 손을 마력으로 조종한 천가을은 마치 연인이 스킨십을 하듯 제 볼을 감싸쥐게 만들었다.

아직 남자는 사정하지 않았다. 사정감마저 조종하며 싸게하는 것은 천가을의 승부 미학에서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사랑했어? 응?"

천가을이 밧줄을 놓자, 이유나의 고개가 맥없이 떨어졌다. 남자의 두 눈에 핏발이 서며 눈물이 흘렀다.

"그럼 더 잘 지켰어야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 그래?"

"입, 닥쳐!"

남자가 천가을의 마력을 이겨내며 소리쳤다.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가 천가을의 목을 다시 쥐었다.

피식.

천가을이 두 팔을 남자의 목에 감았다. 천가을의 두 눈동자가 회색빛으로 잠시 빛났다.

우우웅-

짧은 마력 파장과 함께 천가을의 몸이 뒤틀렸다. 체모의 색이 변하고 골격이 바뀌고 근육이 꿈틀대며 천가을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머리카락마저 짧은 갈색 단발로 변한 그 얼굴은, 싸늘한 시체로 변해가는 이유나를 꼭 닮아있었다.

"어때? 내 능력. 이유나랑 똑같지?"

목을 쥔 남자의 손아귀에 힘이 순간적으로 풀렸다. 천가을은 이유나의 얼굴, 이유나의 목소리로 남자에게 속삭였다.

"아참. 그거 하나 알려줄까?"

천가을이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볼을 핥아가며 귓볼을 입술로 물었다.

"당신이 힘내라고, 너만을 믿겠다고 했던 그 이유나."

"...?!"

천가을은 남자의 귀에 속삭였다.

"사실 나야."

남자의 두 눈이 생기를 잃었다.

* * *

피닉스는 창염의 날개까지 펼치며 구로에 날아왔다. 아직 등대가 뜨기 전이지만 구로는 고요했다.

'어디, 어디야?!'

스마트워치를 두드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피닉스는 마력으로 시야를 강화해 구로 일대를 훑었다.

'저기다!'

디지털단지. 사거리의 건물들 중 그나마 온전히 형태를 유지한 건물.

그곳에서 가장 뜨거운 화속성의 기운이 느껴졌다. 피닉스는 그곳을 향해 날개짓을 했다.

흠칫.

"아?"

피닉스는 그 마력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에 날개짓을 멈췄다.

"설마."

환속성이 섞인 이질적인 불꽃의 마력. 그것은 주인공의 의지가 꺾여 패배했음은 의미했다.

안 돼. 이럴 수 없어. 내가 5년을 어떻게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콰아아앙!

건물위로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쳤다. 피닉스는 그 회색의 불기둥을 보며 허망하게 바닥으로 추락했다.

...

...

...

이계의 신이 눈을 떴다.

그리고 지구가 멸망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