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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488화 (488/1,497)

〈 488화 〉1부 20장 20

카강!

복제 피닉스는 보라색 스태프를 휘두르며 화살을 쳐냈다. 터뷸러스의 힘이 담긴 바람은 공기마저 집어삼키며 날아갔으나, 풍속성의 마력이 담겨있어 복제 피닉스에게는 닿지 않았다.

화륵.

"칫!"

마력의 화살은 닿기도 전에 불타버렸다. 청화단의 단원들이 원거리 공격을 멈춘 상황에서, 오직 터뷸러스만이 원거리에서 공격을 감행했다.

"모두 불 털어요!!"

터뷸러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복제 피닉스로부터 시간을 벌었다. 악랄한 패턴을 가진 복제 피닉스와의 전투에 청화단은 난항을 겪었다.

마력 불태우기.

원본인 피닉스가 자주 이야기하던 '창염'의 성질은 복제 피닉스에게도 똑같이 구현되었다. 비록 그 정도는 원본에 비해서 아득히 떨어지는 수준이었으나, 복제 피닉스의 공격 패턴 때문에 간부들은 대부분 불길을 스치거나 피부가 뜨겁게 익어버렸다.

"복제면 복제답게 진짜처럼 싸우라고!!"

[진짜처럼 싸우고 있는데.]

팬텀의 짜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복제 피닉스는 옹기종기 모여 몸에 붙은 불길을 꺼뜨리려는 청화단 간부진을 향해 스태프를 휘둘렀다.

[이게 피닉스의 원래 싸움 방식이다.]

화륵.

복제 피닉스의 근처에 모이기 시작한 보라색 독수리들이 날개를 펼쳤다. 하나하나 참새 정도 크기건만, 그 안에 깃든 마력은 어지간한 A급들이 날리는 폭격보다도 더 강력했다.

[가라.]

끼요오오옷!!

불꽃을 머금은 독수리들이 매섭게 사방으로 날아올라 간부들을 향해 날아왔다.

"일단 막을게!!"

팬텀이 가면을 손으로 두드렸다. 가면 아래의 신체가 지속성 S급-간부 히드라로 변했다. 팬텀은 땅을 손으로 내리쳤고, 뿜어져나간 마력이 콘크리트로 된 이글루를 만들었다.

쿵!!

불꽃의 독수리들이 하나 둘 콘크리트 벽에 부리를 박아넣었다. 10cm는 족히 넘을 콘크리트 벽은 겉면부터 차근차근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아키택트! 히드라 실드는 무적의 방패라며!"

"마력으로 이루어진 콘크리트 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털리지!"

히드라의 방패는 석하랑의 얼음창도 막아낼 수 있을 만큼 단단했으나, 팬텀이 만들어낸 콘크리트 방패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물건이었다.

"그냥 콘크리트였으면 막았어!"

"지금 여기에 그런게 어디있다고 그러는 거야?!"

팬텀은 구두굽으로 바닥을 크게 굴렀다. 돼지 내장을 바닥에 흩뿌려놓은 듯한 전장은 발을 디디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언제까지 막고만 있을 것이냐.]

파사삭!!

독수리들이 모두 콘크리트 벽에 몸을 들이받았다. 마치 짜맞추기라도 한 듯, 마지막 한 마리가 부리를 벽에 찌르자마자 콘크리트 방패가 무너져내렸다.

[약하도다. 이것이 정녕 S급들의 실력이란 말인가?]

복제 피닉스는 보라색 불꽃의 날개를 펼치며 허공에서 유유히 날고 있었다. 투구 아래에서 간부들을 내려다보는 형형한 눈빛은 오만과 멸시가 가득 담겨있었다.

[약하다, 약해. 이것이 정녕 원본이 아끼던 부하들이란 말인가?]

"아껴? 개소리 집어쳐! 내가 얼마나 많이 뒤졌는데!"

화염거인은 복제 피닉스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맨들맨들한 정수리 끝까지 시뻘게진 그는 기세만으로도 복제 피닉스를 씹어먹을 듯 했다. 물론 원본 피닉스가 그러하듯, 복제 피닉스는 화염거인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아예 소멸시키지 않은 것 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지.]

복제 피닉스가 스태프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석장의 끝에 달린 태양과도 같은 무늬가 빙그르르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전장 전체에 깔린 보라색 불꽃이 태양속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성은 원본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러니 내가 소멸시켜주마.]

"자기 말만 하는 것도 비슷하고요."

간부들은 뭔가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한 복제 피닉스의 행동을 주시하며 다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몸에 붙은 보라색 잔불 때문에 마력이 중간중간 끊어지거나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한 방 크게 먹이기 위해서 간부들은 의지를 다잡았다.

"화력대결인가...크흑."

흑염룡이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복제 피닉스의 패턴이 괴랄하여 공격이 어려웠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간부 중 가장 많이 마력이 불탄 이능력자는 흑염룡이었다.

"정면 승부다!"

"야! 아까도 발렸으면 그냥 뒤로 빠져!"

"그럴 수 없지! 내가 그분 말고 화력싸움에서 밀리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한다!"

흑염룡이 왼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붉게 익어버린 팔은 화상을 입은 것 같았으나, 흑염룡은 자존심을 내세우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타올라라, 암야화!!"

흑염룡의 손에서 검은 불꽃이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복제 피닉스는 검게 피어오르는 불의 꽃에 고개를 잠시 주억거렸다.

[아름다운 불꽃이군. 어둠보다도 짙어.]

"흐흐흐, 그분으로부터 받은 이 힘을 똑똑히 보아라!"

[너의 이름을 기억하마. 너는 누구냐.]

처음으로 복제 피닉스가 흑염룡에게 흥미를 가졌다. 흑염룡은 팔짱을 낀 채 당당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원본인 청화와 똑같은 얼굴로-색깔만 검은색으로-마력을 끌어올린 흑염룡은 검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왼손을 자신의 눈 앞에 놓았다.

"크흐흐, 이 몸의 이름은 흑염룡-"

"아아, 안되겠네! 쏜다!"

파바박!!

흑염룡이 대사를 마무리 짓기도 전에 터뷸러스의 화살이 비처럼 쏟아내리기 시작했다. 연이어 천정에서 우중충한 구름이 생기더니, 빗줄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끼리끼리 잘들 논다."

우사로 변신한 팬텀은 복제 피닉스에게 막대한 비를 퍼부으며 이죽거렸다. 원본조차도 근본적으로 극복하지 못했던 마력 상성의 차이에 복제 피닉스는 스태프를 크게 휘둘렀다.

[중요한 대화를 하는 도중에 이런 식으로 방해를 하다니. 짜증나는 군.]

복제 피닉스는 팔을 좌우로 펼쳤다. 그와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보라색 날개가 펼쳐졌고, 날개는 우산마냥 복제 피닉스의 위를 가리며 비를 튕겨냈다.

푸스스.

비가 떨어질 수록 막대한 수증기가 일기 시작했다. 간부들은 마력을 가다듬으며 힘을 모았다.

"야, 천가을. 비 계속 내리게 할 수 있냐?"

"마력은 충분해. 근데 이거 말고는 다른 거 못 해."

"그걸로 충분하네. 미안하지만 자네는 저것의 움직임을 봉쇄해주게."

우사로 변신한 팬텀은 끊임없이 비를 퍼부었다. 복제 피닉스는 비를 열기로 증발시켜버렸으나, 억수와도 같이 내리는 장대비에 꼼짝도 못했다.

[시건방진.]

복제 피닉스는 자신의 움직임이 제약되었다는 것에, 그리고 그 틈을 타 청화단 간부들이 자신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에 분노를 터뜨렸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감히 개미와도 같은 것들이 날뛰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리석은 것들. 순순히 물러나면 조금이라도 더 살았을 것을-]

복제 피닉스가 말을 하던 도중, 간부들의 마도기어가 일제히 빛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간부들은 저마다 화색을 띄었고, 그 중 화염거인이 이를 씩 드러내며 사납게 웃었다.

"등대로부터 연락왔다! 공격명령 떴냐?!"

"시간 됐어! 이제 때려잡아도 돼!"

팬텀이 소리치기 무섭게 아키택트가 주머니속에 넣어둔 미니어쳐 두 개를 들어올렸다. 유일하게 비전투원이라고 할 수 있는 그였으나, 본질이 전투 집단인 청화단의 간부인 만큼 그 또한 공격수단이 분명히 존재했다.

"내가 먼저!!"

아키택트는 모형탑 미니어쳐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집어던졌다. 높이가 20cm도 되지 않던 작고 정교한 모형탑은 등대의 손을 떠나자마자 몸집을 크게 부풀렸다.

"축소-복구!! 11m 모형탑이다!"

쌔애애액!!

질량 보존의 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거대 모형탑은 쏜살같이 날아가 복제 피닉스의 몸을 덮쳤다.

카가가각!

[크윽!]

복제 피닉스는 모형탑을 두 팔로 받아냈다. 갑주 안 쪽이 살짝 찌그러졌다 싶을 정도로 모형탑의 위력은 상당했고, 복제 피닉스의 등에 달려있던 날개의 깃털들이 펄럭거리며 떨어졌다.

"야, 짭 보스! 우리가 그냥 온 줄 아냐?!"

아키택트는 두 번째 모형탑을 손에 움켜쥐었다. 모형탑의 안에는 푸른 불꽃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너 조질려고 다 준비해왔다 이 말이야!!"

새애액---!!

아키택트는 두 번째 모형탑을 투척했다. 날카로운 첨탑의 끝은 거대한 랜스가 날아가는 것만 같았고, 복제 피닉스는 자신의 심장부를 향해 날아오는 모형탑을 향해 스태프를 뻗었다.

[이 정도는!]

콰---앙!!

복제 피닉스의 스태프에서 자색의 레이저포가 발사되었다. 그 형태는 마치 화마룡이 브레스를 쏘는 것과도 같았다.

"역시. 짝퉁은 짝퉁이네."

한창 비를 퍼붓던 팬텀이 브레스를 보자마자 입꼬리를 비틀었다. 포격은 간부진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으나, 간부진의 앞에는 긴머리를 불꽃처럼 찰랑거리는 흑염룡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딥 다크 플레어!!"

흑염룡은 전방을 향해 두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에서 타오르는 검은 불꽃은 복제 피닉스의 포격과 맞부딪혔다.

고오오오---!!

흑색과 자색의 불꽃이 서로를 게걸스럽게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불꽃이 섞이며 일어난 마력의 줄다리기는 자색의 불꽃이 검은 불꽃을 점차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간부진이 모두 자색 불꽃의 포격에 휩쓸릴 것 같았다.

"창염!"

그 순간, 흑염룡이 다리를 붙이고 하늘을 향해 Y자로 팔을 뻗었다. 검은 불꽃은 자색의 불꽃에 더욱 빠르게 먹혀들어갔으나, 흑염룡의 눈동자는 서서히 푸르게 물들기 시작했다.

"개지----인!!"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사제와도 같이, 흑염룡이 포효를 내지르자마자 흑염룡의 몸에서 검푸른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자색의 불꽃은 청색이 섞인 불꽃에 닿자마자 금방 사그라들었다.

모든 불꽃이. 간부들은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 심지어 전방에서 몸으로 막아낸 흑염룡마저도.

[뭐...라고....]

"버텨냈다!"

복제 피닉스의 포격은 너무나도 손쉽게 막혀버렸다. 지금까지 간부들이 고전하고 있었던 것이 다 연기였다는 듯, 간부들은 각자 무기를 꺼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예상대로네. 그냥 화마룡 인간형이잖아."

"복제를 한 것들 중에 나름 강한 놈일테지. 흐흐."

화염거인은 주먹으로 심장을 쾅쾅 두드렸다. 피닉스가 화염거인의 심장 속에 집어넣어둔 정령석에서 푸른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며, 주변의 보라색 불꽃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본인 허락도 받았겠다, 지금부터는 합법이다. 우리가 조오오오오금 쌓인 게 많은 사람들이거든?"

"특히 나랑 얘가 말이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팬텀은 촉수를 단단하게 세우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비는 그쳤지만 복제 피닉스는 이유모를 공포에 패닉에 빠졌다.

"그러니까...."

"원본 대신에 네가 좀 맞자."

간부진의 눈빛이 흉흉한 푸른 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창염이 제 2차로 창염신포를 발사하기까지, 남은 시각 20분.

****

복제 피닉스는 자신이 복제인 것을 자각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완전무결. 간부 중 최강이라고 불리우는 창염의 피닉스의 복제.

창조주인 성주마저도 복제를 만들어내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을 정도로 우수한 원본의 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복제 피닉스는 원본의 99%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 프라이드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복제 피닉스는 사방에서 자신을 덮치는 공격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카가강!!

터뷸러스의 화살이 복제 피닉스의 왼쪽 어깨를 꿰뚫었다. 분명 풍속성의 마력이라 복제 피닉스의 몸에는 닿지도 않을게 분명하건만, 어째서인지 터뷸러스의 화살은 복제 피닉스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그 뿐이랴. 꿰뚫린 어깨가 회복되지 않는다. 복제 피닉스는 회복되지 않는 자신의 어깨를 눈으로 훑었다.

[원본의 잔불?]

타닥, 타닥.

터뷸러스가 스쳐지나간 자리에는 푸른 잔불이 어깨에 남아 신체의 회복을 방해하고 있었다. 비록 그 불꽃은 담뱃재에 붙은 불씨보다도 작았으나, 원본이 가진 마력의 성질 만큼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마력 불태우기.

신체가 마력으로 이루어진 복제 피닉스에게 있어서 가장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독과도 같은 힘.

[이 망할 놈들!]

복제 피닉스는 팔을 휘둘러 자신의 어깨를 사선으로 잘라냈다. 뭉터기로 잘라낸 덕분에 왼팔이 덜렁거리기 시작했지만, 복제 피닉스는 그걸 신경쓸 겨를 이 없었다.

"그대로 말해주마, 이 망할 놈!"

거대한 주먹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려 했다. 복제 피닉스는 날개를 펼쳐 뒤로 잽싸게 공격을 피했다.

쿵----!!

바닥에 엄청난 크기의 손도장이 찍혔다. 본색을 드러낸 화염거인은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태에서도 복제 피닉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언제까지 피할 거냐!! 그 놈은 맞받아칠텐데!!"

화염거인은 바닥을 내리찍은 손을 들어올리며 중지를 들어올렸다. S급에 올라서 그런지, 아니면 원본에게 있어서 능욕이나 다름없는 복제 피닉스에게 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불꽃의 주먹은 완벽한 凸모양을 그렸다.

"푸하하! 이거 완전 허접 아니냐! 성주가 너 만들 때 뭐 빠뜨렸냐?! 성주놈이 멍청한 거구만!"

[놈!!]

복제 피닉스는 도발에 쉽게 넘어갔다. 다른 도발은 참을 수 있어도, 창조주인 성주를 모욕하는 것은 결코 참을 수 없었다.

[전부 다 불태워 주지!]

펄럭--!

복제 피닉스가 날개를 펼치자마자 사방으로 불꽃의 깃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소모는 빠르더라도 회복 또한 빠르기에, 복제 피닉스의 광역 공격은 분마다 한 번씩 전장 전체를 덮쳤다.

[이대로 죽어버려라---!!]

"그건 안 되지."

화염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있던 팬텀이 가면을 슬쩍 터치했다. 순식간에 140cm의 키를 가진 여고생-김누리로 변신하더니, 팬텀은 손에 물로 된 검을 쥐고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여기서 죽으면 개쪽이거든?"

팬텀은 검을 내던졌다. 물로 만들어진 검은 빙그르르 돌아 복제 피닉스의 깃털들을 요격했다. 깃털은 물과 닿자마자 바로 사그라들어버렸다. 정작 물의 검은 사라지지 않고, 추진력을 잃을 때까지 경로의 깃털들을 모두 '소멸'시켜버렸다.

[도대체 뭐냐, 뭐냔 말이다!!]

"뭐긴 뭐야. 짝퉁은 원본한테 안 된다 이거지."

[뭐?]

"이쪽은, 진짜가 어떤지 잘 알고 있거든."

다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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