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4화 〉1부 20장 6
카르나는 활 시위를 놓았다. 검지보다 더 얇은 화살은 빛처럼 피닉스를 향해 날아갔다. 피닉스는 갑주로 무장한 검은 날개를 전방으로 교차하며 방어를 준비했다. 피닉스의 날개에서 수많은 깃털들이 미사일처럼 사출되었다.
고오오오오------!!
바샤비 샤크티는 작은 깃털 미사일들을 박살내며 피닉스를 향해 직선으로 쏘아졌다.
"피닉스는?!"
"못 움직인다냥!"
먼저 쏘아진 펜릴의 윈드시어로 인해 피닉스는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경직되었고, 피닉스의 움직임이 멈춘 1초라는 시간은 빛 그 자체인 바샤비 샤크티가 피닉스의 몸에 닿기에는 충분했다.
"박살내버려--!!"
카르나의 포효와 함께 바샤비 샤크티는 피닉스가 펼친 보호막을 꿰뚫었다. 층층이 쌓인 마력의 보호막을 하나하나 뚫어낸 바샤비 샤크티는 그 힘을 잃지 않고 계속하여 직선으로, 피닉스의 코어를 향해 나아갔다.
카가가각!
보호막이 깨졌다. 바샤비 샤크티는 아주 약간 느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피닉스의 코어를 향해 전진했고, 피닉스의 교차한 날개에 닿았다.
"큭!"
보호막을 뚫는 건 성공했다. 하지만 피닉스는 바샤비 샤크티가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맞받아치는 게 아니라, 두 날개를 방패로 삼았다.
카앙, 카앙!
바샤비 샤크티는 메카 피닉스의 날개를 꿰뚫었다. 그리고 날개에 '박히게 되면서', 바샤비 샤크티는 막대한 양의 빛을 내뿜으며 폭발하지 못하게 되었다. 피닉스는 살을 내어주는 대신, 뼈째로 날려버릴 폭발을 마력으로 감싸버렸다.
바샤비 샤크티는 막혔지만 유효타를 날렸다. 그리고 화살은 하나만 쏘아진게 아니다.
"환룡!!"
회색의 머리칼을 흩날리며, 두 날개를 펄쩍 뛰어넘은 환룡은 메카 피닉스의 코어를 향해 달렸다. 피닉스가 깜짝 놀라 몸에서 불꽃을 방출했으나 이미 늦었다.
"닿았다--!!"
환룡은 코어를 향해 투명검을 찔러넣었다. 갑주를 뚫고, 마력으로 빚어진 괴수의 육체를 넘어, 환룡의 마력이 깃든 투명검이 코어가 있는 심장을 향해 나아갔다.
푸--욱.
피닉스는 심장이 꿰뚫렸다.
"해치웠나?!"
힘들게 헐떡이던 석하랑이 자신도 모르게 외친 순간.
우우우웅----!!
피닉스가 막대한 푸른 빛을 방출하며, 지상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 * *
"졌어요. 그 원인은 알죠?"
"제가 참지 못하고 그만."
나와 떨어진 창염은 자신의 하복부에 손을 올리고 나를 지긋이 노려보고 있었다. 하필이면 환룡에게 일격을 맞았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할 수도 있었지만, 하필이면 환룡이 이 타이밍에 정신세계에 들어왔다는 게 문제였다.
"아이고오오오오!!!"
환룡은 땅을 치며 통곡했다. 환룡은 심장을 찔렀지만 코어까지는 닿지 못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정신세계로 직접 들어왔다.
그리고 본 것은...창염개진. 창염 왈, 전투는 불의의 사태로 져버렸지만 전쟁에서는 이겼으니 됐다며 시원하게 패배를 넘겨버렸다. 실제로 환룡은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애초에 둘이서 즐기고 있는데 남의 콕핏에 들어온 사람이 잘못이죠."
"미친 년아! 남은 밖에서 쌔가 빠지게 싸우고 있는데 뭐하는 거야?!"
"핸디캡! 자체 패널티!"
창염은 당당했다.
"우리가 딴 짓하지 않았으면 당신들이 이길 수 있었겠어요?!"
"힘들기는 하겠지만 결국에는 이겼을 거야! 하지만 상대가 이런 식으로 싸우고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실제로 나와 창염은 괴수화한 상태에서 유사하게나마 싱크로의 힘만은 합체를 통해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단순히 손을 잡거나 하는 신체 접촉만으로 충분하기는 했지만, 창염과 끈덕지게 이어진 덕분에 더 강하게 이어질 수 있었다.
"뭐, 됐어요. 어차피 공증인이 필요했으니까. 마침 잘 왔네요. 이긴 기념으로 거기서 서있어요."
"이런 젠장!!"
창염은 환룡을 불꽃의 사슬로 묶어버렸다. 정신세계에 침투하기는 했지만 모든 것을 나와 공유한 창염은 이 세계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고, 그런만큼 이전보다도 더 자유롭게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야아아아아! 네가 쟤를 망가뜨렸어! 싸우는 도중에 그짓을 하는 개변태로 만들었다고오오오!!"
"...누가 누굴 개변태로 만들었는데."
창염은 혼잣말을 하며 내게 눈을 흘겼다. 나는 뜨끔했지만, 개변태 문제 이상으로 나는 해야할 것이 있었다.
"저기요~"
창염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나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었다. 뒷짐질에 뒷꿈치까지 들어올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미소에 나는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려웠다.
"이 싸움, 끝났는데 할 말 없어요?"
"...너 일부러 당했지?"
"그을쎄에요오오? 푸흐흐."
...환룡에게는 너무하지만, 나는 헛기침을 하며 창염과 마주섰다. 창염은 승자의 여유를 가지고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지만, 이렇게 기억까지 되찾았으니까 분명히 말할게."
나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고, 창염은 당연하다는 듯 한 손을 내 손 위에 올렸다. 환룡이 뭐라고 시끄럽게 말하고 있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창염. ...태양이 사그라들 때까지, 나와 결-"
- 명왕성, 달에서 지구를 향해 낙하 중.
나는 뒷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 * *
우리는 그를 시그마라고 불렀다.
***
전투의 성과를 파악할 시간도, 전투 이후의 반성회를 할 시간도, 좋은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하여 축하연을 할 시간도 없었다.
"일단 여의도로 갈게요."
나는 창염의 몸 상태를 유지한 채 정령들에게 내가 가야할 행선지를 알렸다. 청화단의 모든 핵심 기반 시설이 있는 곳이 여의도인 만큼, 여의도로 가야 일단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명왕성이 달에서 낙하한다니, 그게 무슨 말인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낙하한다고요? 왜 이렇게 갑자기?"
"예정보다 훨씬 더 이르다. 아니, 우리 백영도에 모이기 전까지 화성 궤도를 이탈했던게 아니었나?"
"조금 빠른 속도기는 해도 달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고…."
정령들은 혼란에 빠졌다. 폭주 피닉스와 전투를 벌인 것도 방주가 아주 천천히 오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싸웠던 것이건만, 우리의 전투가 끝나기가 무섭게 성주는 '달에서 지구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성주는 말이에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날아가는 존재에요. 아주 신중하고 철저하지만, 한 번 움직이기로 정하면 불도저처럼 일을 추진하죠."
각을 재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을 소비하지만, 각이다 싶으면 바로 움직이는게 성주였다. 성주가 내려온 이유를 생각해보면 단 하나밖에 없었다.
"성주 나름대로 데이터를 모은 거예요. 그리고 지구의 상태를 보고 판단한 거죠. 들이받아도 된다."
"정령이 여섯이나 있고, 너도 이제 봉인이 풀렸는데?"
"엄밀히 따지면 힘의 봉인이 완전히 풀린게 아니에요. ...힘을 사용해야만 봉인이 풀리는 거죠."
봉인이라고 표현하는, 코어에 씌워진 성주의 주박을 온전히 걷어내기 위해서는 안에서 마력을 폭발시켜야 했다.
그 방법은 당연히 싱크로다.
사용하면 내가 죽을 지도 모르는-아니 100% 사망하게 되는 기술.
피닉스의 권능으로 부활한 이후의 내가 백청화로 전락하게 되는 기술.
...실제로 사용해서 성주와 이계신을 때려잡기까지 신의 힘을 감당해낼 수만 있다면, 어쩌면 혼자서도 성주는 이겨낼 수 있는 기술.
"잠깐 들어줄래요?"
나는 정령들의 앞에서 분명히 얘기했다.
괴수 피닉스로 폭주하는 동안 안에서 괴인의 인격-이라는 나의 미련-을 완전히 지워버렸고, 성주의 주박을 떨쳐낼 힘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 힘을 사용하면 더이상 간부 피닉스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간단히 얘기해서 아지다하카의 인격이 소멸하고 안에 있던 앙그가 육체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이 말씀."
내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정령들은 내 안에 잠들어있는 '창염'이 남게 됨을 직감했고, 인간들은 자신들과 관계를 쌓아온 나 '피닉스'가 사라짐을 직감했다.
"너…."
모든 내막을 알고있는 환룡은 나를 한참동안 노려보다가 고개를 떨구었다.
"진짜 그걸 할 거야?"
"물론이에요."
환룡은 잠시 나와 창염의 공증인이 될 뻔 했지만, 아무렴 지금 이 상황에서 모든 걸 망치는 하드 트롤링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샤오린에게 하소연하는 정도일 거야.'
환룡이 여기서 '사실 저 새끼 안에 있는 창염 인격 사랑해서 대신 뒤질려고 하는 거임!!'하고 소리질러서 봉인 당하는 배드 엔딩을 만들만큼 환룡은 막장이 아니었다. 아닐 것이다.
"잠깐만. 니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긴데? 니 죽나? 죽어도 부활한다며?!"
"죽어도 부활하는게 저일지, 괴인 피닉스의 잔재일지, 아니면 안에 있는 정령일지 모른다 이 말씀. 아마 99% 확률로 안에 있는 정령이 각성할 거예요. 괴인 피닉스의 잔재는 지금 지우고 왔으니까요. 푸흐흐."
"닌 지금 웃음이 나오나?!"
"당연하죠. 이 순간만을 기다렸는데."
나는 나보다 열을 내며 방방 뛰려는 석하랑에게 다가가 끌어안았다. 키차이로 내가 석하랑에게 안기는 꼴이 되었지만, 갑작스런 허그에 석하랑은 당황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되돌아갈 시간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성을 내지 마요."
"그럼 우리가 지금 싸운 건 뭔데?"
"...죽었다 부활했을 때-싱크로의 힘을 사용했을 때 원래 정령이 100% 나올 확률이었다면, 이제 1% 늘어난 셈이죠? 푸흐흐. 오라클 예언 들어서 알잖아요. 저 죽어야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거."
"그기 뭔데…. 죽었다 살아나도 그게 니가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데? 그럼 죽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가!!"
"그러니까 1%로 확률 늘렸잖아요. 0이랑 1이랑은 천지차이에요."
여기서 '마치 네 가슴처럼' 이라는 말을 했다가는 얼음창 두 개와 금색 검에 꿰뚫리게 될테니 말을 삼가야겠다.
기억을 되찾은 건 좋은데, 자꾸 미래 히로인들과 개별 루트에서 섹드립을 치며 장난치던게 떠올라 입방정이 나올 것 같았다. 지금은 창염 루트니까 창염에게만 장난을 쳐야겠다 속으로 다짐하며, 나는 석하랑의 등을 토닥였다.
"지구 상의 인구 중에 이능력자의 수가 몇이나 되겠어요? 정체를 밝히지 않고 숨어있는 사람들, 이미 죽은 사람들, 괴인으로 죽은 사람들 다 포함해서 대략 30만은 될 걸요? 1%면 이능력자로 각성할 확률보다 훨씬 높네요! 가능성 높구만!"
"찬스가 딱 한 번이라는 건 왜 말 안하는 거니?"
유일하게 나와 이 세계에서만 접점을 가지고 있는 여인, 루살카가 바로 내게 핀잔을 걸었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
"루살카. 한 번 뿐인 기회라고 해서 시도 안 할 거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거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지 않겠니? ...너 죽으면 나도 그렇고 여러 사람들 곤란해진단다. 쉽게 죽으려 생각하지 말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 본 이의 말이라 그런지 무게감이 상당했다. 루살카가 내게 여러 가지 신세를 졌던 만큼, 루살카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석하랑의 모친 답게 히로인 못지 않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창염보다는 못하지만.
"당연히 쉽게 죽지 않죠. 제가 실패하는 거 봤어요?"
"......너무 당당해서 짜증나."
전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실패하는 건 곧 세계의 멸망으로 직결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나처럼, 창염처럼 이전의 기억이 이어지지 않는 이상.
"피닉스 님."
유나가 스태프를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스태프를 잡은 손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먼저 유나는 직감한 것이다.
"...곧 와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앞으로...딱 하루. 24시간."
"...훗."
유나의 말에 모두가 침울해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볼 시간은 없다. 유나의 감이 정확하다면 앞으로 24시간 정도 뒤, 내가 싱크로하지 않으면 다시 성주빔을 맞고 세뇌당할 것이다.
"어디보자...지금 시각 오후 10시 22분. 다들 싸우느라 피곤하죠? 하루 쉬어요. 아참, 성주의 능력에 대해서는 설명 들으시고."
나는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에 미리 정령들에게 안심하라는 의미에서 성주의 세뇌 능력에 대해 알렸다.
"루살카, 환룡, 앙그. 당신들은 성주에게 세뇌당할 수가 없어요. 이미 간부의 인격이라는 주박은 제가 태워버렸으니까."
광검 속의 루살카.
혼돈.
아지다하카.
셋은 이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카르나, 당신은 개천광과 융합했죠. 김펜릴 당신은 별개의 존재로 빠져나왔고. ...그냥 있으면 성주에게 당할 수도 있지만, 싱크로하면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러니까 싱크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세요."
카르나는 말만 카르나지 개천광의 껍데기에 알맹이가 카르나일 뿐이다. 김펜릴은 몸에 벼룩처럼 붙어있던 테라리스트들을 내가 모두 태워버렸다. 따라서 둘은 가만히 있어도 세뇌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불안하니 싱크로를 하도록 유도했다.
"히드라, 당신은 성주와 마주치면 바로 세뇌당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유나의 속에 꽁꽁 숨어있으세요. 성주가 완전히 소멸하고 나면 성주의 이능이 남아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테니까."
유일하게 온전한 간부 상태로 우리에게 협력한 히드라는 나처럼 세뇌를 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유나와 싱크로를 유지하고 있다면 히드라는 세뇌를 피할 수 있었다. 잠깐 정도는.
"나머지는 뭐...정령들 제외하고는 전세계 각지로 퍼져있는게 좋을 거예요."
"왜지?"
"테라리스트-성주가 보내는 괴수들이 사방에서 들끓기 시작할테니까요."
테라의 문이 열리고 괴수들이 차원문을 넘어오리라.
성주가 쏜 성주빔에 의해 괴수는 테라사이트가 되어 인간을 괴인으로 오염시킬 것이며, 괴인들은 테라리스트가 되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게 되리라.
세계는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은 겁에 질릴 것이다. 그런 전세계적 재앙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영웅이, 히어로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힘내주세요. 저는 최후의 '조정'을 하고 올테니까."
"최후?"
"네."
이 지긋지긋한 싸움의 종지부를 찍을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힘을 빌릴 차례였다.
"성주랑 제대로 붙으려면 성주가 입고있는 이계신의 로브를 먼저 불태우고 시작해야 하거든요."
창염의 힘이 아니면 로브를 벗겨낼 수 없었다.
* * *
위잉, 철컥.
성주는 기계장치로 된 캡슐 안에서 몸을 일으켰다. 인간 세계에서 활동하기 적절하게 '포팅'이 끝난 성주는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한 자신을 보며 입을 벌렸다.
"아, 아, 아. 아담. 아담."
성주는 완벽한 목소리를 내는 자신의 몸상태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전의 육체와 달리 훨씬 편한 육체였다.
"아담과 이브."
인공위성을 탈취하여 얻어낸 정보 속 흥미로운 신화. 인류라는 종의 기원에 해당하는 남녀.
"이브."
자신이 아담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이브는 '그' 뿐이었다. 성주는 맨발로 천천히 걸어가 벽에 걸린 노란 로브를 움켜쥐었다.
"쓰읍, 쓰읍, 하아. 이브."
인간이라는 육체에 자신의 뇌를 담아서 그런 걸까.
"하아, 하아...."
성주는 생전 처음으로 '성욕'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