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4화 〉1부 19장 20
D-1003
"롸하!"
"피하."
나는 그의 인사법에 따라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내가 누워있는 흔들의자로 다가왔고, 나는 그에게 자리를 비켜준 다음 흔들의자에 앉은 그의 위에 걸터앉았다. 그는 나를 끌어안으며 천천히 앞뒤로 몸을 흔들기 시작했고, 나는 그 위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흔들의자 플레이?'
일단 생각난 아이디어를 이유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바로 커트 가능했다. 흔들의자 플레이는...각하. 둘은 이미 흔들의자는 커녕 놀이공원 로데오 플레이를 했다. 전혀 자극이 없을게 분명했다. 첫날밤이라는 건 상당히 중요했다. 이왕 그와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냥 하기에는 섭섭했다.
'그냥 했다가 괜히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
틈만나면 하고 싶다며 난리부르스를 추고 있는데, 막상 하게 되었을 때 실망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아직 한 번도 해본적이 없기에, 내 신체 구조와 그의 신체 구조를 대입해볼 수 없었다.
'누리처럼 좁아서 못하겠다고 소리지를 수도 있잖아. 아니면 하다가 슈리처럼 내가 무서워서 명치 때릴 수도 있는 거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접근하는 것은 여러모로 사람을 무섭게 만들었다. 괜히 행위를 하기로 마음먹었나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한 번 허락을 해주면 적어도 그는 한 번 나를 취했다고 끝낼 사람은 아니었다. 한 번 나를 먹고 버릴 인간은 아니었다. 한 번 취하면 다른 이에게 주지 못하도록 더 옥죈다면 모를까.
'그러니까 내게 더욱 빠지게 만들어야해.'
딸기 쇼트케이크의 딸기를 다른 이에게 양보할 수 없듯, 그를 다른 이들에게 주기는 여러모로 아까웠다.
테라에서의 전투에서 끝까지 버티지도 못하고 성주에게 '흐아앙'거린 정령들은 두 말 할 나위도 없고, 아홉 명의 인간들에게 주기에는 신-라적으로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았다. 최종전에서 버틴 가루라, 샐러맨더, 반딧불이 같은 정도는 되어야 적어도 그와 하룻밤 정도는 치르게 해줄 용의는 있었다. 걔들은 그래도 끝까지 제 밥값은 했으니까.
'이색 플레이를 위해 원나잇 정도라면 모를까, 완전히 넘겨주기에는 아깝지.'
그나마 격으로나 능력으로나 심성으로나 매력으로나 나와 비견될 존재가 있다고 한다면 이유나가 되겠지만....
'걔는 나도 무서워.'
행여나 이유나를 만나게 되었다가 내가 반하지는 않을까. 이유나를 만나게 했다가 그가 이유나에게 마음이 돌아가지 않을까. 이유나라는 여신은 나-이른바 창염에게도 피닉스에게도 마성의 존재였고,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다. 동시에 두 존재를 지레 겁먹게 만드는 존재라니, 역시 여신은 여신이었다.
'하지만 여신 타락 플레이라면?'
"저기요."
"응."
"유나랑 저랑 백합 플레이하다가 당신 들어오게 해준다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랑 유나랑 서로 끌어안은 상태에서, 당신이 그 사이에 끼우는 거."
"......."
내 엉덩이를 두드리고 있던 그의 피닉스가 천장을 향해 비상했다. 그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듯 뜨겁게 물건이 달아올랐고, 내 하얀 호텔 가운 아래를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내기를 통해 내 은밀한 부위를 직접 만지는 건 허락하지 않았지만, 옷 위로는 건드려도 된다고 허락해주고 말았다.
"쓰읍, 흐아. ......어우, 그거 진짜...."
그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나와 유나와 자신의 3P에 제대로 꽂힌 듯 했다. 그건 나도 상당히 마음이 혹하는-막말로 꼴리는 상황이었지만, 그랬다가는 나와 그의 관계에 유나가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될 지도 모른다. 유나는 여러모로 위험했다. 막상 내가 제안했지만 위험했다. 당장 말을 철회하고 싶었다.
"...지금 유나는 미성년자니까 패스."
"그렇죠? 그건 역시 아니죠. 적어도 25년이 되면 모를까. 그나마 가장 나이 많은 천가을도 지금 초등학생일텐데, 지금 당신 테크닉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너. 그리고 25유나."
"그렇죠? 푸흐흐."
무엇보다도 이런 미친 놈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나말고 또 누가 있으랴. 16명의 여인을 상대로 한 번씩 결혼까지 이르는 경험을 해봤고, 1명의 여인을 상대로 수백 수천번의 각종 변태 플레이를 섭렵한 이가 지금 나를 노리고 있는 자였다. 심지어 유나를 상대로 한 플레이가 모두 내 취향에 맞춰주기 위함이라면서.
"생각해보니 당신 진짜 유나한테 나쁜 짓 많이했네요. 유나는 그거 분명 알았을텐데. 자기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사람이 알고보니 자기로 연습했다는 거 알게된다면 말이에요."
"그래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현실 유나한테는 절대 안 그럴 거야. 그 때는 게임인 줄 알았다니까?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정상참작을 해주면 안 될까?"
"네. 현실에서 그러고 회귀했으면 구제불능의 쓰레기지만, 게임이니까 그러려니 할게요. 나중에 여신님 만나면 꼭 잘해주세요. 알겠죠?"
"그래."
그가 이렇게 쓰레기같은 마인드로 유나와 사랑을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걸 받아준 유나는 진정으로 여신이 아닐까. ...아니면 자신이 도구처럼 사용되는 것 자체에도 사랑을 느끼며 예속감을 느끼는 희대의 변태거나.
'그래도 내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아무리 유나가 그와 한 횟수가 많다고 해도, 이제는 내가 유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아니, 내가 더 우위에 있다.
유나는 25년부터 시작하여 고작 1년을 만나게 될 테지만, 나는 그와 25년 동안 이곳에서 이렇게 지낼테니까. 유나가 이미 10000을 채웠다면, 나는 그 만큼 여기서 횟수를 채우면 그만이었다.
"음...그러고보니 저랑 유나는 싱크로를 안 했네요? 유나랑 싱크로한 저를 동시에 먹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순간 진짜로 혹할 뻔 했어. 그, 그 이야기는 앞으로 하지 말아줄래?"
"흐흥. 그러시구나. 다른 애들 14P로도 혹하지 않으시면서, 유나랑 저랑 3P 하는 건 어떻든 간에 꼴린다 이거죠?"
"너는 안 꼴려? 예를 들어서, 나랑 유나랑 하는 도중에 나를 밀치고 유나랑 비비는 거지."
"그거 더럽게 꼴리네요. 미안해요. 잘못했네요 제가."
나는 순순히 사과하고 그의 허벅지를 토닥였다. 그는 나를 꼭 끌어안으며 내 뒷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그의 취향에 따라 뒷덜미의 모든 잔털을 정리했기에, 그는 맨살이나 다름없는 내 뒷덜미에 코를 묻고 얼굴을 비볐다.
"후우. 하아. 쓰읍."
"......."
역시 그냥 이대로 내보냈다가는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르겠다. 내가 거두고 있는 동안은 적어도 밖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사람을 만들어 보내야했다. 나의 피닉스.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피닉스로 만들어야했다.
'조금 말투를 바꾸게 만들어볼까?'
위압적이면서도 진중하게. 튀어나오는 말은 또라이같지만 하는 말투는 나긋나긋하고 상냥하여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에는 충분했고, 그게 얼굴과 몸이라는 외형과 합쳐지니 여러모로 끝장이었다. 유나가 공항에서 보자마자 한눈에 반한게 이해가 갈 정도였다.
"저기요."
"응."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저랑 하게되면요. 어떤 플레이로 해보고 싶어요?"
나는 순수하게 물었다. 16명과 했던 모든 플레이, 특히 유나와 했던 플레이들을 소거법으로 제거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내가 이런 쪽으로는 생각을 평소에 해본 적이 없으니, 그라면 뭔가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왜 대답이 없어요?"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그는 만지작거리던 행동조차 멈췄고, 내가 생전 처음 보는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멈춰있었다.
"...뭐지?"
나는 그의 심장에 손을 올렸다. 심장이 더이상 뛰지 않았다. 심장마비라도 온 듯 그는 앉은 채로 죽었다.
"......오호라?"
그는 죽었지만, 아직 그의 물건은 죽지 않았다. 내 치마 안쪽을 쿡쿡 찌르는 물건의 첨단은 사후경직 이상으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음...."
나는 그가 돌아올 때 까지 기다렸다. 신전으로 바꾸어 옥좌에 그를 앉힌 채, 그가 다시 '롸하'라던가 '롸섹하왔' 등을 외치며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1분, 10분, 1시간, 1일.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그의 육체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그의 몸에 활력이 돌도록 상태를 유지시켰다.
"흐흠, 흠~"
연습정도는...해도 되겠지?
"시, 실례합니다?"
그는 듣지 못하겠지만, 나는 옷 단추를 하나하나 벗겨내려갔다. 그리고 바지 앞섶을 풀어헤친 순간.
롸-하
"......."
피닉스가 날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유나가 그와 처음 했던 기억을 되살려, 입을 살포시 벌렸다.
"아앙."
* * *
D-1004
"롸 양, 왜 그래?"
"당신은 왜 거기서 그러고 있죠?"
우리는 기묘한 대치를 이루며 서로를 노려봤다. 나는 옥좌 위에서 스태프를 들고 그를 겨누고 있었고, 그는 들어오자마자 신전의 입구 바로 옆에 붙어버렸다. 나도 그를 경계했고, 그도 나를 경계했다.
"우리 이제 서로에 대해 파악 끝났잖아요? 서로 솔직하게 얘기해야만 대화가 이루어지는 거."
"심쿵사당했어."
"네?"
"우리 롸양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말을 해주셔서 심장이 멎었습니다. 왜, 썰로 보면 로또 1등 걸린 사람이 너무 기뻐서 엔돌핀 과다로 심장마비나 뇌출혈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잖아. 뭐, 그런 거지."
"......제가 그런 말을 하는게 로또 1등보다 더 기뻤어요?"
"네."
"솔직하시네요. 그럼 당신에게 저도 하나 고백할 거 있어요."
나는 그에게 내 입을 가리켰다.
"잘 먹었습니다."
"......."
그는 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좌절했다. 나는 그의 앞에 푸른 색의 구슬을 흔들었다.
"푸흐흐. 당신이 분명히 말했잖아요? 당신은 제 것이라고. 그럼 당신의 기억도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죠? 이제 이 기억은 제 겁니다."
"그걸로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
"저는 완벽주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완벽에 가깝게 하려고 하는 사람이어서요. 리플레이 하면서 다시 복습하고 반성하는 거죠. 아, 여기 이럴 때 서툴렀다. 뭐 그렇게?"
나는 혀를 내밀고 한 번 크게 쓸어올렸다. 그는 침을 꼴깍 삼키며 내게로 단번에 달려왔다.
"내기하자. 내가 이기면 그거 넘겨주는 걸로. 종목은 네가 정해."
"...훗, 그럼 바로 갈게요."
나는 한 손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안 내면 진다, 가위 바위 보!"
그는 주먹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는 혼란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왜 안 내?"
"졌어요. 잠시."
나는 구슬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그의 목을 잡아당겼다.
"아-앙."
나는 그의 입속으로 구슬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입술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