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449화 (449/1,497)

〈 449화 〉1부 19장 5

11월 9일.

누리와 친구를 먹은 앙그는 이번에는 집행관 백희아와 만나게 되었다. 그들 사이의 만남은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비밀 장소가 되어야 했고, 그 장소로 가장 적절한 곳은 역시 백희아의 개인 사유지인 백영도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앙그 님. 저는 백가의 차기 가주이자 , 백희아라 하옵니다."

백희아는 검은색 일색의 한복으로 고개를 숙였다. 내가 아침부터 앙그를 데려간다는 소식에 전날부터 백영도에서 준비를 하고 있던 백희아는 나조차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차려입고 있었다.

"식사는 하셨는지요. 미리 식사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언제까지 그렇게 진지하고 딱딱하게 대할 거예요? 지금 애가 완전 겁을 먹었잖아요."

앙그는 딱딱하게 격식을 갖춘 백희아에게 겁을 먹고 내 뒤에 숨어 나올 생각을 못했다. 졸지에 앙그를 겁먹게 만든 백희아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제, 제가 너무 부담을 드렸습니까?"

"평소대로 하세요, 평소대로."

"...알겠습니다. 후우."

백희아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긴장한 모습은 앙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누리가 사교성은 좋지만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톨이가 되었다면, 백희아는 가문의 후계자라는 책임감과 선의철이라는 존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숨겨야 했다.

"어...음...."

즉, 백희아도 친한 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 그래도 청화단과 금방 친해진 누리와 달리, 백희아는 위치 때문이라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존재가 그리 많지 않았다.

"마, 만나서 반가워요. 앙그. 저는 백희아라고 해요. 그, 피닉스에게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저, 저도...."

그 뒤로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둘 다 내 눈치를 보며 입을 뻐끔거리는게 무슨 주제로 대화를 해야할 지 막막한 눈치였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속이 얹혀왔지만, 그래도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우선 보시다시피, 오늘은 앙그가 본체로 왔어요. 바이오로이드 사진은 제가 따로 보내드렸죠?"

"예. 흑사갈과 비슷한 소체...는 오늘 확실히 아니군요."

백희아의 시선이 앙그의 몸을 훑었다. 전체적으로 슬랜더에 가까운 몸이지만 나올 곳은 확실히 튀어나온 서양계 모델 체형이었다.

"피닉스 님. 정말로 앙그 님의 도움을 받으면 제가 S급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까?"

"가능성은 열리는 거죠. 히카리 표현을 빌리자면 최대 레벨 상승. 겸사겸사 신체적으로도 더 성장 가능성이 열리고."

내가 엄지로 내 명치를 가리키자 백희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누리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존재인 만큼, 모성의 부재에 백희아는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당신이 S급으로 성장하면 딱 앙그 정도 되겠네요."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아니, 신체적 성장은 부수적인 겁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저의 마력 성장. 제 이능력의 경지가 S급으로 올라가면 제 이능력을 더욱 잘 다룰 수 있게되겠죠."

열심히 변명하지만 눈빛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앙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 단순히 마력 활성화시키는 거라면...!"

"그거 못하면 정령 실격이에요."

"아, 알아...!"

앙그는 조심스레 백희아의 앞에 섰다.

"손 좀...."

"네."

백희아는 앙그의 앞에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햇빛을 잘 보지 않은 하얀 손길은 앙그의 피부와 비슷할 정도로 희었다. 앙그는 백희아의 손을 살포시 들어올리며 자신의 볼을 감싸쥐도록 만들었다.

"......실례할게."

앙그는 눈을 감고 천천히 무언가를 읊기 시작했다. 그냥 마력을 넘겨줘도 될 법 하지만, 간부든 정령이든 영창을 읊는 것으로 자신의 이능이 더욱 잘 구현할 수 있었다. 앙그는 영창을 통해 자신의 마력을 백희아의 손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우우웅.

묵빛의 마력이 백희아의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손이 흑사병에 걸린 환자마냥 새까맣게 물들었지만, 백희아는 조용히 눈을 감고 앙그가 불어넣어 주는 마력을 자신의 안으로 받아들였다.

사아아악.

앙그의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검은 마력이 백희아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검은 한복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는 마력은 백희아의 전신을 검게 물들였다. 전신에 먹칠을 한 것 같았다.

"......앞으로 잘 부탁해."

앙그는 자신의 볼에 붙인 백희아의 손을 조심스레 떼내었다. 그러자 전신에 퍼져있던 검은 마력이 급격한 속도로 백희아의 눈동자로 스며들어갔다. 백희아는 서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사아아아---

백희아의 눈동자는 마치 블랙홀처럼 전신에 퍼져있던 검은 어둠을 흡수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피부는 백자처럼 고왔지만, 한국인 특유의 갈색 눈동자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한 명 더,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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