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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438화 (438/1,497)

〈 438화 〉1부 18장 20

마암룡 각성 전은 아지다하카가 숨겨둔 마암룡을 찾는 것으로 1페이즈가 끝난다. 아무리 부정하더라고 하더라도 진정한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정령 마암룡을 찾아내는 주인공 일행에 아지다하카는 감동하게 된다.

-설령 내 어떤 존재라고 하더라도, 너희는 나를 나로 봐주는 구나.

아싸가 주인공을 위시한 대규모 인싸 집단에 의해 감동하여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게 된다.

-내가 만약 다른 존재가 되더라도…우리는 친구인 거지?

여왕벌과 새침데기로 무장한 아지다하카는 마암룡으로서의 자신을 주인공 일행들이 받아줄 것이라 믿으며 자신을 죽여달라 청한다. 공감하는 아싸도 감수성 짙은 인싸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 스토리.

"꺄하하! 죽어라, 피닉스!!"

는 이곳에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나체의 아지다하카 분신들이 불에 타고 맞아 죽는 지옥 뿐이다.

□□□□□□!!

TAT가 천둥소리를 내며 마탄을 날렸다. 소형화된 핵폭탄이 전방을 향해 날아가 폭발했다. 아지다하카들은 또다시 하반신을 어둠 속으로 숨기며 폭발을 피하려했지만, 창염을 머금은 핵폭발은 수 백의 아지다하카를 일거에 쓸어버리며 불태웠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군.]

"꺄하하하!"

나는 등허리에 손톱을 찌르려는 아지다하카의 안면에 덕배트를 후려쳤다. 면상을 얻어맞은 아지다하카는 목과 머리가 분리되었고, 비명을 내지를 새도 없이 타죽었다.

[한 번 죽는 고통이 아마 오르가슴 한 번 이던가?]

쇼크사하는게 아닐까 싶었지만 정령이니 버틸 수 있을 터. 아지다하카가 분신으로서 느끼는 모든 감각은 쾌락으로 치환되어 마암룡에게 넘어가지만, 그 감각의 정도는 확연히 줄어든다.

[아무렴 원작이 5년 뒤인데 좀 더 버틸 수 있겠지.]

내가 아는 마암룡처럼 정신력이 단단하기를. 나는 내 날개를 노리고 날아오는 검은 마력의 화살들에 날개를 펄럭여 전부 요격했다.

파바박!

검은 마력의 화살은 날개를 꿰뚫지도 못하고 맥없이 불에 타 바스라졌다. 전후좌우 사방에서 날아오는 모든 공격은 내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네 공격력으로는 내 보호막 못 뚫는다. 포기해라.]

"닥쳐, 이 쓰레기 새끼야!"

[너무 많이 들어서 지긋지긋하군. 레파토리가 다양하지를 못 해.]

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등에 펼쳐진 두 날개가 떨어지고, 푸른 깃털이 민들레 씨앗처럼 하늘하늘거리며 사방으로 펼쳐졌다.

[표절기술이기는 하지만 이것만큼 광역으로 쓸어버리기 좋은 기술이 없지.]

화륵!

깃털은 몸통보다 큰 날개를 가진 솔개가 되었다. 사방으로 흩어지던 솔개는 둘로 나뉘었고, 다시 넷으로 나뉘었고, 또다시 여덟로 나뉘었다. 아지다하카가 구형의 세계에서 넘쳐나는 것처럼, 나의 주변에도 불꽃의 새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활개쳐라.]

딱.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불꽃의 솔개들이 날개를 펼쳤다. 그들이 습격하는 대상은 단 하나, 아지다하카로 방향은 정할 필요가 없었다. 어느 곳을 목적지로 정하고 날아가든 그곳에는 아지다하카가 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봐라.]

방해 요소는 전부 제거되었다. 나는 이 기회에 남들 눈치를 보느라 쓰지 못했던 기술들을 마음껏 쓰기로 마음먹었다.

[맞으면 아픈 정도로 끝나지 않아. 한 마리 한 마리가 백린탄 정도는 되거든.]

그 솔개들의 수는 대충 헤아려도 족히 수 만. 아지다하카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숫자였지만 좁은 블랙 바이블의 세계를 전부 불붙이기에는 충분했다.

짝.

나는 두 손을 합장하듯 모았고, 솔개들이 쥐불놀이의 불꽃마냥 사방으로 흩날렸다. 나신의 몸이 흰 피부가 아니라 머리칼 처럼 검었다면 아마 온 세계가 검었을만큼 아지다하카는 많았다.

"꺄아아아아악!!"

"아흐, 흐아, 흐아아악!"

수많은 아지다하카들이 불에 타죽었다. 백린의 성질을 모티프로 한 푸른 불꽃은 쉽게 꺼지지 않으며, 목표를 전부 불태울 때 까지 그 불꽃이 잔불로 남는다. 설령 아지다하카의 분신들이 어둠속으로 도망쳤다고 해도, 다시 나오는 순간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리라.

[화상은 해제 불가능한 상태이상이란다.]

"아아악!!"

아지다하카 하나가 머리를 쥐어 뜯으며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방지기 짝이 없었지만 무슨 말을 지껄이려나 싶어 가만히 있었다.

"너, 진짜로 죽여버릴 거야! 농담하는 거 아니라고!"

[능력도 의지도 힘도 없군. 탈락.]

"꺄아아악!!"

첫 번째 참가자는 불꽃에 휩싸여 소멸했다. 곧 두 번째 참가자가 내 바로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가만히 안 놔둬! 죽여서 토막을 내버릴 거라고!!"

[아까보다는 독하지만 부족해. 탈락.]

나는 TAT를 거꾸로 잡고 총기 손잡이를 휘둘러 아지다하카의 검은 대검을 깨뜨렸다. 눈이 휘둥그레진 아지다하카가 놀란 사이, 나는 총기를 휘두른 방향과 똑같이 덕배트를 휘둘렀다.

퍼억!

[다음 참가자 모셔와.]

아지다하카는 허리가 분질러져 죽었다. 안개가 되어 흩어지기 무섭게, 세 번째 참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4인 그룹이었고, 동서남북 사방에서 나를 향해 검을 들고 찌르려했다.

[서커스하냐?]

""""죽어어어어!!""'"

아지다하카의 악다구니가 4중주로 울렸다. 나는 두 팔을 양옆으로 뻗으며 가만히 아지다하카의 공격을 기다렸다.

카앙, 카앙!

검은 칼날은 내 갑주에 부딪히자마자 미끄러졌다. 관절부의 푸른 불꽃을 찌른 칼날은 찌르기는 커녕 불꽃의 열기에 닿자마자 녹아 소멸했다.

[소울이 없군. 아, 마암룡 없이 간부의 힘만 있으니 그런가? 그런 거라면 이해하지.]

퍼억! 나는 좌우의 아지다하카의 뒷통수를 붙잡고 서로 얼굴이 부딪히도록 합장했다. 두 아지다하카는 코뼈와 목뼈가 동시에 우두둑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이, 이런-"

탕!

덕배트의 끝이 불을 뿜으며 푸른 레이져가 등 뒤에서 나를 노리던 아지다하카의 미간을 관통했다. 남은 전방의 아지다하카에게는 TAT를 투척했다.

퍼억.

두개골이 총기 모양으로 함몰되며 죽었다. 나는 TAT를 회수해 마력을 가다듬었다.

[슬슬 2페이즈 넘어가지? 귀찮은데.]

"으, 으으으!!"

잔불에 타들어가는 아지다하카들이 전부 제자리에 서서 나를 향해 얼굴을 똑바로 놓았다. 천장에 붙은 아지다하카는 나를 수직으로 내려다보며 침이라도 뱉을 것 마냥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너! 이런 식으로 깝치지! 언젠가 크게 혼쭐이 날 줄 알아!!"

[적어도 네게는 혼쭐이 날 일이 없다는 얘기군. 잠깐 중간 결산을 해볼까.]

나는 덕배트를 들어 아래로 크게 휘둘렀다. 초승달 모양의 참격이 배트를 통해 아래로 날아가 수많은 아지다하카들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 옆으로 도망가는 아지다하카들에게는 TAT의 마탄이 불을 뿜었고, 폭발에 휩쓸린 아지다하카들의 머리칼에 잔불이 옮겨붙었다.

[전투 시간, 1시간. 죽은 아지다하카의 수가 거의 백만. 그에 비해 나의 데미지는...일절 없음. 더욱이.]

나는 덕배트를 들어올렸다. 처음 형태와는 확연히 다른, 조금 더 날카롭게 각지고 흉층하게 뒤틀렸다.

[네가 들고온 무기는 온전한 A급이 되었다. 어쩌면 이 모든 분신들을 때려잡으면 S급으로도 성장할지도 모르지. 경험치 파밍하게 해줘서 고맙군, 아지다하카.]

"사람을 뭘로 취급하고 있어!!"

[사람이라니. 다크 레기온의 총수가 아니던가?]

"말장난을!!"

아지다하카가 양손에 묵빛 검을 들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쌍검술이라도 배웠는 지 제법 그럴싸해보였지만, 나는 하늘 위로 높이 치켜든 쌍검에 두 팔을 벌렸다.

카앙-!!

아지다하카가 내 어깨를 검으로 내려쳤다. 하지만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았고, 나는 덕배트를 들어 아지다하카의 턱 아래에 놓았다.

[다음 참가자.]

화르륵!

덕배트 끝에서 불꽃이 튀어 아지다하카를 또다시 태워버렸다. 아지다하카는 뼈째 바스라져서 안개로 흩어졌다. 약 1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아지다하카를 때리고 부수고 폭발시키고 불태웠음에도, 아지다하카는 아직 차고 넘친다.

[코어가 나왔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넌 뭘 믿고 그렇게 여유가 넘치는 거야?"

등 뒤의 아지다하카가 손톱으로 내 등을 긁었다. 본인은 상처를 입히려고 손톱이 깨지면서도 내 등을 긁어댔지만, 차라리 길고양이가 할퀴는게 더 따가울 지경이었다.

[분신 하나하나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

"흥, 이건 어디까지나 시간벌이라고...!"

[시간벌이?]

"그래! 후훗, 이 멍청한 녀석. 네가 여기서 나랑 이러고 있는 사이에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 깔깔깔."

아지다하카들이 배를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열린 차원문만 무려 300개가 넘어! 그리고 그 중에 마룡이 튀어나오는 차원문만 무려 50개지! 깔깔, 그 원천이 뭐였는지 알아? 다 네 부하들, 네 세력이 흑사갈 소동을 일으켜준 덕분에 암속성 S급 코어가 넘쳐났다 이 말이야!"

[그거 내가 일으킨 건데.]

"...뭐?"

아지다하카들의 웃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는 이 순간 만큼은 직접 전해주고자, 잠시 청화의 모습으로 몸을 바꾸었다.

"제가 그 정도의 나비효과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괴인의 원천이 되는 코어. 그리고 중국의 암시장을 통해 전세계로 뻗어나가게 한 흑전갈 코어. 그게 많으면 많을 수록 괴인들이 늘어나겠죠."

"...너 대체 무슨 말을."

"당신이든, 히드라든, 펜릴이든, 카르나든. 그 코어를 이용해 괴인들을 불려나가면, 그 끄나풀들을 잡아다가 역추적해서 간부들을 조지려고 했죠. 결국 걸려든 간부는 당신 한 명 뿐이었지만."

나는 두 무기를 다시 마도기어로 집어넣고 두 손을 합장했다. 감사의 기도를 올림과 동시에, 양손에 모아둔 마력을 작은 구체로 만들었다.

"원탁인 살라딘이 괴인인 것 까지는 설마했지만, 딱히 문제는 아니네요. 애초에 우리 전력이 원탁 전체를 상대할 만큼 강해진 것도 있고, 원탁 중 일부와도 동맹을 맺고 있으니까요. 후후, 당신, 그거 알아요?"

나는 구체를 더 키워나가며 날개를 펼쳤다. 쌔하다 싶었는지 아지다하카가 전방위에서 포격을 날렸지만, 날개를 접어 보호막처럼 감싼 덕분에 나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가웨인, 질풍객, 군신, 루살카, 오라클. 핵심 멤버들은 다 제 우군인 걸요. 제로니모? 칸가루? 노스페라투? 렉바 로아? 그 외 나머지 싹다 괴인이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우리쪽 전력이 더 위니까. 설령 걔들 전부가 괴인이라고 할지라도, 이쪽에는 '신'들이 있다고요, 신. 갓. 마력량만큼은 저보다 더 많은 존재들이 무려 셋이나. 푸흐흐."

아지다하카들의 표정이 굳었다. 큐브의 힘으로 무한 증식하는 수 억 단위의 아지다하카를 상대하고 있어도 내 마력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지다하카는 그런 나보다 강하다-고 오해할 법한 존재가 셋이나 있다는 것에 제대로 당황했다.

"거짓말 하지마!"

"거짓말을 왜 해요?"

물론 그들이 당장 나와 싸우면 경험 차이 때문에 나보다 약한 건 사실이지만, 아지다하카가 오해를 하게 만든다면 얼마든지 정보를 왜곡할 수 있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니까.

"이미 장소는 알려놓았어요. 적어도 3시간 내. 아무리 늦어도 3시간 안으로 모든 차원문은 닫히고 바깥의 괴인들은 전부 죽을 거예요. 그래요, 이 공간을 탈출해야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라고요."

나는 한 손을 가슴앞에 놓아 엄지를 내 명치에 두드리고, 아지다하카에게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펼쳤다.

"이제 3시간 뒤면 1:1이 아니라 1:5가 될텐데, 어쩌실래요? 풍속성 제외 나머지 정령들이랑 1:5로 붙어서 이길 자신 있으시려나? 지금 개천광이 당신 모가지 직접 뽑아버리려고 벼르고 있을텐데."

"......흐흐, 흐흐흐, 꺄하하하하!!!"

드디어 실성했다. 나는 손가락을 튕겨 괴인형으로 바꾸었다.

[쫄았나?]

"아하하! 그래, 어차피 인생은 혼자지! 결국 내 편은 아무도 없어! 이 쓰레기같이 무능한 인간 놈들!"

아지다하카는 눈에 핏발이 선 채 하늘 높이 손을 들어올렸다. 손톱을 날카롭게 세워, 자신의 목을 양손으로 졸랐다.

"나도 이제 몰라! 성주 님이 오시든 말든, 내가 다 죽여버리고 멸망시켜버릴 거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벌레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다 죽여버릴 거라고!!"

[급발진 하는 거 보니 제대로 미쳤군. 좋아, 그럼 굳이 말해주마.]

언제나 나는 너의 편이 되어줄게. 주인공이, 이유나가, 수많은 동료들이 아지다하카에게 손을 내밀었던 때처럼, 나는 아지다하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세상에 네 편은 없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아지다하카들이 검은 안개가 되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한 번 털고 마력을 가다듬었다.

[2페이즈. ...그래도 불쌍하니 합체는 기다려줄까.]

아무리 빌런이라도 합체 도중에 공격하면 너무 불쌍하니까. 나는 아지다하카의 2페이즈가 시작되기를 학수고대했다. 블랙 바이블의 분신들이 2페이즈로 들어갔으니, 아마 바깥도 슬슬 마룡들이 합체를 시작할 터.

[그러면 내쪽은 몇 마리나 합체하려나?]

■■■■■■■■!!!

검은 성지에 거대한 차원문 일곱 개가 동시에 열렸다. 차원문에는 제각기 다른 형태의 마룡들이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최고 난이도가 걸렸군.]

캬아아아아아악!!

화, 수, 풍, 지, 광, 암, 환. 일곱 속성의 마룡들이 전부다 튀어나와, 단 한 명 남은 아지다하카에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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