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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416화 (416/1,497)

〈 416화 〉1부 17장 24

창염이 왜 히드라에게 하는 걸 허락해 준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히드라의 모성 위에서 마음껏 응석을 부리며 쌓여있던 욕구를 풀었다.

"......진짜 미쳤어."

히드라는 달뜬 얼굴로 숨을 헐떡였다. 그냥 키스만으로도 쉽게 가버리던 히드라는 내 손길에 마음껏 가버렸다. 가을이나 하랑에게 가끔 마사지 겸 만져주곤 하는 테크닉이 백청화의 손에서 펼쳐지니, 히드라의 수영복 아래에는 워터 파크가 펼쳐져 있었다.

"...밑에도 해드려요?"

"싫어. 시안으로 박을 거 아니면 입에도 꺼내지 마."

"...그렇다면야."

나는 히드라의 젖은 아래를 마력으로 깨끗하게 만들었다. 겸사겸사 히드라의 복장도 정숙한 원피스 타입의 잠옷으로 만들었다. 히드라는 여러모로 휴식이 필요해보였다.

"그런데 너 말이야, 진짜 괜찮겠어? 나를 아군으로 들여도."

"리얼 페도필리아 얀데레보다는 쇼타 취향의 똑똑한 상식인과 더 대화가 통하는 법이니까요."

소위 말하는 마망 플레이까지는 이해하지만, 몸이 어려졌으니 그곳도 작은 상태로 해야한다는 지륜의 의지는 너무나도 깊었다. 딱히 히드라를 선택한 건 아니지만 상황이 이리 되었다.

"뭐… 나야 안 죽었으니 다행이네. 이제 성주님을 쓰러뜨린다는 조건 하에서는 나나 지륜이나 같은 입장이 되어버렸지만."

"지륜은 뭐래요?"

"자기도 시안이랑 지륜마망 하고 싶다고 난리야. ...진짜 웃기지도 않아서. 정령이란 건 원래 이렇게 다들 음탕한 거야? 저게 원래 나였다고? 성주님이 세뇌한게 다 이유가 있었네. 개변태들을 그나마 상식인으로 만들어놓으신 거 아냐."

"......."

루살카 때문에 차마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나는 마침 생각 난 김에 스마트 워치를 풀어 오른손목에 채웠다.

"...아래에 또 하나가 있었네?"

"네. 마도 기어. 한국에서 개발하고있는 차세대 마도구예요."

나는 마도기어를 원래의 형태로 돌렸다. 지하 도시로 들어온 순간부터, 그리고 결계까지 친 순간부터 바깥과의 통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정령 네트워크마저도.

"잠깐만요. 결계 해제할게요."

"잠깐만."

히드라는 몸을 일으켜 나와 침대에서 마주앉았다. 지금은 백청화의 형태가 아니건만, 히드라는 내게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다.

"상당히 돌고 돌아서 이렇게 되었지만, 네가 나를 능욕하고 가지고 논 거였지만 고마웠어. 네가 남성체, 시안이 되어서 나를 가지고 논 시간은 분명 내게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진짜 뻔뻔하네. 정말 끔찍한 기억을 남겨줘서 고마워. 나는 오늘을 평생 잊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네게 복수할 거야."

히드라는 내 손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고개를 서서히 아래로 내리는 히드라는 갈색 머리칼 사이로 나를 올려다보며 내 네번째 손가락 위에 입술을 맞췄다.

"피닉스가 히드라 없이는 못살게 만들어 줄게. 그리고 언젠가 너는 시안으로 변해서 내 앞에 무릎을 꿇게 될 거야. 제발 한 번 만 하게 해달라고."

"그럴 일은 없으니까 안심해요."

"사람 일이라는게 모르지. 당장 나만 하더라도 사흘전까지는 성주님 오시기 전까지 여기서 숨어있으려 했던 걸. 인생에는 언제나 변곡점이 오기 마련이야. 난 그게 시안이었을 뿐이지."

"시안이 전데요?"

"너 지금이랑 시안이랑 완전 딴사람 수준인 거 알지? 나도 별개로 생각할 거야. 내 사랑 시안은 착하고 다정하고 섹시한 남자인 걸. 너 지금까지 남성체 밖에 꺼낸 적 없지?"

히드라는 뱀처럼 내 목 뒤로 팔을 걸며 입술을 핥았다.

"너 시안 다른 사람들 앞에서 꺼내면 죽어. 알겠어?"

"누가 원판이 지륜 아니랄까봐 집착하는 건 똑같네요."

"내 감인데 너 시안 꺼내면 또 다른 여자들한테 자상하게 대할 것 같단 말이야. 안 돼. 절대로. 나랑 있을 때만 꺼내."

"...이미 두 사람, 아니 두 정령 정도는 알고 있는데."

나는 마도기어를 가리켰다. 나와 창염의 관계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있는 둘에게 이번 작전의 지원을 받았고, 내 남성체의 모습은 둘에게 여지없이 걸리고 말았다.

"...세상에. 그럼 너랑 나랑 데이트 하는 거 다 들켰단 말이야?"

"24시간 라이브였죠. 당신 백청화 몸에다가 속옷만 입고 비비던 것도 다 들켰어요."

"정했어. 이제부터 지륜이랑 놀아. 나는 수치스러워서 시안이 있을 때만 나올게."

히드라는 시위를 벌이며 눈을 감았다. 잠시 눈을 감은 히드라가 다시 눈을 뜨니, 뚱한 얼굴의 지륜이 튀어나왔다. 둘은 눈동자의 색이 미묘하게 달랐다.

"...당신에게는 미안해요. 하지만 역시 히드라랑 대화를 하는게 제 정신건강에-"

"미안하면 쇼타세-"

"창염개진!"

나는 지륜의 아랫배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마력까지 실어서 지륜이 숨어있는 곳을 정확히 가격했고, 지륜은 온몸이 진탕되는 충격에 눈을 감았다.

"...이, 씨발 존나 아파…!"

다시 눈을 뜨니 히드라였다. 나는 시안으로 바로 변신해 히드라를 끌어안았다.

"미안해, 히드라 누나."

"쓰읍, 쓰읍, 흐으…. 내가 진짜…. 아으."

히드라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나는 병주고 약주는 셈이었지만, 히드라는 지륜이 강제로 안으로 들어가게 된 고통을 감내했다. 여성체의 급소를 가격당했으니 아플 수밖에.

"...내가 그냥 수치스러운게 낫겠다. 저게 나였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다니느니 차라리 왠 나쁜 놈한테 놀아난 순정녀가 되고 말지."

"순정녀?"

"너는 입을 좀 다물 필요가 있어. 혀를 마구잡이로 놀리는 건 키스할 때나 하라고."

히드라가 내 입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려했다. 나는 고통을 당하기 전에 히드라의 손을 입을 벌려 삼키는 걸로 공격을 막았다.

[미안하지만 쉽게 맞아주거나 하지 않아.]

"짜증나, 진짜."

히드라는 거칠게 내 입에서 손가락을 꺼냈다. 그러면서도 유심히 제 손가락과 고간을 번갈아보는 모습에 나는 불꽃을 피워 손가락의 침을 말려버렸다.

"씁."

"누나도 결국에는 정령에서 파생된 존재라 생각하는게 다 예상된다는 거지."

"...정말로 짜증나. 내가 진짜 너 지금은 시안이라서 봐줬다."

"그럼 이러면?"

나는 청화 페이스로 변신했다. 히드라는 바로 복수를 하듯 내 배를 걷어찼다. 마력 보호막 때문에 전혀 아프지는 않았지만, 히드라의 심정이 어떤지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시안이 좋아요?"

"잘생긴 쇼타랑 노는건 좋지만 그 얼굴로 노닥거리는 건 사양이야."

"...뭐, 그건 그렇다치고. 슬슬 결계 해제할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시 배신한다거나 뒷통수 친다거나 안 해. 물론 성주님을 쓰러뜨리고 난 뒤에 안 해준다면 바로 지구 전체에 지진을 일으키겠지만."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때 보도록 하죠."

성주와 이계신을 잡은 뒤라면 뭔들 못할까. 나는 손가락을 튕겨 결계를 거두었다. 그리고 결계를 해제하자마자.

삐비비비비비비비비비비비비빅!!

그간 쌓여있던 알람이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나 싶었고, 나는 등대가 보낸 메세지를 찾았다. 등대라면 내게 간략하게 상황을 전달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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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멕시코시티에 차원문 발생. 청화단이 암마룡, 아지다하카 레이드 중. 본체인지 분신인지는 파악 중.

이탈리아, 로마에 차원문 발생. 암마룡, 지마룡 동시 등장. 뇌절이 아지다하카 했음. 가웨인 경상. <프린세스> 아르엘 공주가 응전 중.

호주, 캔버라에 차원문 발생. 개천광이 가루라 타고 호주로 이동 중.

한국, 강원도에 차원문 발생. 설화령이 키워먹기 중.

현재까지 청화단에 사상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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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분 전까지 보내진 문자들이었다. 다른 이들이 당황하여 황급히 연락을 보낸 것과는 달리, 등대는 언제나 내가 알고 싶은 상황을 간결하고 신속하게 전달했다.

"무슨 상황이야?"

"전세계 네 군데에서 차원문이 열렸죠. 아지다하카가 직접 나선 곳도 있고."

인도 상공에서 이미 아지다하카는 한 번 청화단을 직접 습격했다. 그 때는 카르나가 철저히 요격했지만, 지금 멕시코에는 카르나가 없다. 하지만 그 때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본 이들도 있으니, 아지다하카가 직접 날뛰어도 어느정도 대처하고 있는듯 했다.

"그럼 히드라, 지금부터 당신은 케레스예요. 히드라라는 이름은 이미 원탁에게 까발려졌으니까. 지저에 모인 착한 괴인들의 여왕님이 되어주셔야겠어요."

"얘들이 착하지는 않은데."

"이거 앞에서는 다 착해질 걸요?"

나는 주먹을 들어올렸고, 히드라는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지륜 때문에 내게 얻어맞게 된 히드라는 내 주먹의 고통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어디 네 마음대로 해봐. ...윽."

히드라는 일어서며 배를 부여잡았다. 내가 때린 곳이 아직까지도 아픈 모양이었고, 나는 치료를 위해 다시 시안으로 변신했다.

"히드라 누나."

"응, 왜?"

히드라는 아픔을 참고 나를 향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참 속보이는 행태였지만, 히드라에게는 아직 고통이 남아있었다.

"일단 바깥은 안전한 것 같으니까 누워봐. 치료 좀 하고 가자."

"치료?"

나는 히드라의 원피스를 위로 들쳐올리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히드라는 과감한 내 행동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는 히드라를 올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시안이 손은 약손?"

"......어우. 못 참겠네."

히드라는 그대로 코피를 흘리며 침대 뒤로 발라당 넘어갔다. 나는 히드라의 머리를 내 허벅지에 이게 한 뒤, 히드라의 마력이 안정될 때까지 팔을 뻗어 배를 쓰다듬었다.

"...시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싶은게 말이야."

히드라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헤실거리는 입꼬리는 행복해서 주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 지금 성주님 배신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히드라 누나."

나는 다른 손으로 히드라의 머릿결을 정돈하며 낮게 속삭였다.

"나만 믿고 잘 따라와. 그러면 20년 간부인생 싹다 손해봤다고 외치게 만들어 줄게."

"......!!"

히드라는 결국 지려버렸다.

잠시 뒤.

나는 히드라를 안고 지저 세계를 빠져나왔다.

***

그 시각.

로마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뇌절> 유피테르가 협회의 개인실에서 '아지다하카'했음이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원탁의 히어로 가웨인이 큰 부상을 입었다.

암마룡이 가웨인의 허리를 잡아먹고 대가리를 빙빙 돌리며 협회 건물을 부수며 등장. 워낙에 등장하는 임팩트가 남달라서 가웨인도 차마 부상을 숨길 수는 없었다.

"경상입니다!"

"아니, 이빨이 배에 꽂혀서 피가 철철 나는데…."

"마력 좀 바르면 나을 겁니다! 경상입니다!"

가웨인의 피를 토하는 외침에 결국 대중들에게는 경상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SS급 이능력자라 하더라도 마룡의 이빨에 허리가 씹어먹힌 건 큰 데미지가 아닐 수 없었고, 결국 암마룡을 주로 상대하는 이는 <프린세스> 아르엘 이었다.

"하아아!!"

아르엘이 지팡이를 땅을 내려침과 동시에 땅에서 가시창이 사출되었다. 종유석을 닮은 듯한 가시창은 개틀링건마냥 연발로 암마룡을 습격했다.

캬오오오!

하지만 그 공격은 맥없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암마룡의 몸에 빙빙 휘감겨있는 갈색의 토룡, 지마룡은 세 개의 머리에서 브레스를 뿜어 아르엘이 쏜 종유석을 요격했다.

고오오오---

암마룡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아르엘은 곧장 지팡이를 땅에 꽂고 마력을 일으켰다.

"모두 이리로!!"

아르엘은 바닥의 콘크리트를 긁어모아 접시 모양의 넓은 방패를 만들어냈다. 그 너비는 족히 도시 하나를 막아낼만큼 넓었고, 미처 피하지 못한 히어로들은 황급히 아르엘의 방패 속으로 들어왔다.

■■■■■■■!!

암마룡이 브레스를 뿜었다. 정면에서 힘겨루기를 하겠다는 듯, 아르엘의 콘크리트 방패 정면으로 브레스가 날아갔다.

"......!!"

아르엘은 이를 악물고 마력을 쥐어 짜냈다. 브레스가 도시를 덮치지 않도록, 하늘로 퍼져나가도록 방패의 각도를 조정하면서 깨지지 않도록 해야만 했다.

막대한 양의 마력을 섬세하게 조종해야만 했다. 그건 기존에 알려진 A급 히어로로서는 불가능한 수준.

"프린세스가 S급…?"

사람들의 얼굴에 희망이 스쳤다. 신성검과 프린세스, 두 명이 있다면 분명 승리를 점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성검 가웨인은 마룡들을 요격하는데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앙, 카앙!

가웨인의 검이 어둠을 베어갈랐다. 상대는 어둠속으로 도망쳐 가웨인의 뒤를 점하며 손톱을 휘둘렀다. 가웨인은 급히 검을 회수하여 공격을 막았다.

"꺄하하!"

어둠 속에서 검은 여인은 가웨인을 깔보며 광소했다. 마암룡 아지다하카는 가웨인을 말그대로 가지고 놀고 있었다.

"크윽…!"

가웨인은 배를 부여잡으며 뒷걸음질 쳤다. 마룡에게 씹어먹힌 상처가 없었으면 전투에 큰 지장없이 호각으로 싸울 수 있을테지만, 마룡의 이빨에 묻은 독은 상처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있었다.

"오호호호! 원탁 최강이라고 불리우던 존재가 고작 이 정도라니, 이래서야 그분께서 도착하기도 전에 내가 먼저 세계를 점령하겠는걸?"

"미안하지만 원탁 최강은 진작에 반납했다…!"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적에게 경어는 필요없다. 가웨인은 숨을 고르며 클레이모어를 아지다하카에게 겨눴다.

"하지만 내가 너는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분신인 걸? 후후, 나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라서 말이지."

아지다하카는 어깨를 으쓱이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었다. 대놓고 가웨인을 유혹하는 행동이었고, 가웨인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후후. 왜? 놀랐어?"

아지다하카의 모습은 자신이 잘 아는 누군가로 변해있었다. 어둠으로 빚어낸 환각같은 형태였지만, 자신이 사랑하고 충성을 다바치는 여왕이 창녀같은 복장으로 자신을 향해 가슴골을 내비치고 있었다.

"후훗. 솔직히 여왕이랑 하고 싶지? 내 아래에 무릎을 꿇어. 그러면 하게 해줄게."

"용서 못한다!"

가웨인은 굳은 얼굴로 클레이모어를 높이 치켜들었다. 잔뜩 굳은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아지다하카를 베어버릴 것처럼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

구구구구!

지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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