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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413화 (413/1,497)

〈 413화 〉1부 17장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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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P밍아웃이 일어나기 직전.

바깥은 바깥대로 난리가 일어났다. 원탁의 우두머리 가웨인 경이 공식적으로 아돌프 빌헬름 추기경이 괴인이었음을 밝혔다.

[이미 암살자는 추기경의 심장을 정확히 쏘았고, 심장에 박힌 코어는 박살이 났음을 알렸다. 다른 사제 괴인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수법을 생각해 보건대, 심장을 저격을 하고 모종의 방법을 통해 시체를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범인은 2인 1조의 젊은 남녀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괴인의 약점이 코어인 동시에 추기경을 암살한 자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누가 다른 것도 아닌 코어를 깨뜨리는 걸로 괴인을 살해한다는 말인가.

-이름없는 히어로다! 의인이야!

-그럴 리 없다, 이건 헌터의 짓이다. 괴인 현상금 짭짤하지 않느냐.

-그냥 빌런이 세계 멸망 직전에 추기경 죽였더니 얻어걸린 거 아님?

저마다 자기 생각을 밝히는 가운데, 추기경이라는 명망있는 존재가 괴인으로 밝혀진 후폭풍은 고스란히 <뇌절> 유피테르에게로 넘어갔다.

왜 하필이면 뇌절이 로마의 공항을 진정시키러 온 날 추기경이 암살되었는가. 똑같은 논리가 가웨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가웨인은 당시 대중들의 앞에 서있었다.

유피테르의 행방이 묘연했다. 추기경이 암살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뇌절은 사람들의 앞에 서서 진실을 밝혀라!

-시민들의 앞에 나서서 괴인이 아님을 증명하라!

아직까지 괴인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피테르의 평소 행색을 의심하고 있었고, 그 인자한 추기경마저도 괴인이었는데 유피테르도 같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아니면 네가 추기경을 죽였다고 말하던가!!

사람들은 차라리 후자이기를 바랐다. 추기경이라는 존재를 대놓고 죽이기에는 어려우니 암살을 선택했다는 변명이라도 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유피테르는 두문불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이라도 하듯, 그는 자신의 임시 숙소인 협회의 객실에서 나오지를 않고 있었다.

왜 그는 대중의 앞에 나서지 못하는가.

간단한 이유였다.

그는 괴인이었기 때문이다.

아지다하카의 괴인.

***

콰앙!!

<뇌절> 유피테르는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 벽에 그의 주먹모양으로 홈이 생겼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추기경에 대한 암살. 그것은 자신의 임무였지만 누군가가 공을 가로채고 말았다.

'이래서는 주인님을 뵐 면목이 없다.'

주인은 유피테르에게 명령했다. 추기경을 암살하라고. 암살의 이유는 단 하나. 그를 죽이고 그를 매개체로 차원문을 열어 혼란을 일으키라는 의도였다.

그런데 암살 대상이 알고보니 일반인이 아니라 괴인이더라. 심지어 괴인인데 살해당했다. 유피테르는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주인님께서 말씀을 해주시기 전에는-"

"내가 뭐?"

허공에서 고운 미성이 들려왔다. 유피테르는 바로 오체투지하며 찬양을 시작했다.

"경배하라! 어둠의 여왕을! 다크 레기온의 진실된 주인을! <아지다하카>시여, 이곳에는 어쩐 일로…?"

"임무에 대하여 치하하러 왔지."

말의 내용과 달리 아지다하카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유피테르는 감히 고개를 들어올렸고, 언제나처럼 고풍스러운 검은 고딕 드레스 아래 시스루로 비치는 아지다하카의 흰 몸은 아름다웠다. 아지다하카는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추기경을 죽였구나. 그런데 그건 네가 아니야. 맞지?"

"......송구합니다!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으면!"

"싸는 건 빨리 찍 싸는 놈이 임무는 참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못하네."

"......."

아지다하카의 모멸에 유피테르는 분이 치밀어 올랐지만 화를 삭혔다. 자신은 아지다하카의 괴인이며, 화를 내봐야 저 미려한 여체를 맛볼 수 없었다. 설령 그것이 분신이라고 하더라도, 아지다하카가 싫다고 하면 분신은 금방 사라지기 마련.

"...죄송합니다. 여왕이시여, 그런데 지금 멕시코에 가계셨던게 아닙니까?"

"맞아. 방금 전까지는 그랬지. 어떤 무능한 조루가 가만히 처박혀있지만 않았으면."

아지다하카는 맨발로 유피테르의 이마를 톡톡 밀었다. 유피테르는 잡티하나 굳은살 하나 없는 뽀얀 발바닥에 혀를 대고 싶었지만, 자신에게는 아직 그 어떤 허락도 주어지지 않았다.

"나서서 네가 죽인 척이라도 했어야지. 그래야 의심을 안 받을 거 아니야. 안 그래도 지금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있는데 네가 이러면 내가 어떻게 되겠어? 얘, 피닉스 네 간부들은 지들이 알아서 다 처신하더라. 어휴, 나는 부하들 복이 왜 이리 없지? "

"......면목이 없습니다."

"당연히 면목이 없어야지. 하나같이 발정나서 주인 몸이나 따먹으려 드는 변태들인데. 내가 사람보는 눈이 이렇게 없을까싶어. 착하고 순하다고 평판이 자자한 애들이 조금 타락하니까 아주 상변태들인 걸."

"......."

유피테르는 변명하고 싶었다. 애초에 그러면 사람을 꼴리게 만들어서 유혹이나 하지 말던가. 하지만 그 속내를 밝힐 수는 없었다. 범죄자의 사고방식이었지만, 생각을 들켰다가는 아지다하카가 다리를 안 벌려줄게 뻔했으므로.

"그래서."

아지다하카가 맨발로 유피테르를 지긋이 짓밟았다. 그는 아지다하카의 인도에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 뒷통수가 닿았다.

"이용가치가 떨어진 녀석은 처분을 하러 온 거야. 내가 직접."

".....? ……헉?!"

유피테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자신에게도 이런 은총이 내려올 줄이야. 자신의 얼굴을 짓밟는 아지다하카는 분신이 아닌 진신, 본체였다.

"허억, 허억!"

"너는 지금부터 게이트의 초석이 되어줘야겠어."

아지다하카가 흘려보낸 어둠이 유피테르의 얼굴을 뒤덮었다. 유피테르는 아지다하카의 명령에 따라 바지를 벗고, 물건을 꺼내 격하게 자위를 해대기 시작했다.

"헉, 헉헉, 씨발년 존나, 헉헉!"

"...하여튼 죄다 환각만 봐도 헤벌레 정신 못차리고 말이야."

아지다하카는 유피테르의 심장에 있는 코어를 향해 마력을 흘려넣었다. 이제 발사 스위치가 눌려지는 순간, 로마 한 복판에 차원문이 열리고 암마룡이 튀어나오리라.

"쯧."

아지다하카는 환각 속 아지다하카를 상대로 마구 허리를 흔드는 유피테르의 가슴에 침을 뱉고 사라졌다. 유피테르는 침을 질질 흘리며 허공을 향해 허리를 튕겨올렸다. 자신의 몸이 서서히 보랏빛으로 물드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것이 현재.

뇌절의 방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

그리고 뇌절이 잠적함에 따라 민심은 심각해졌다. 당장 그리스-로마 인근에서 협회를 대표하던 히어로가 추기경이 암살되자마자 밖으로 나오지 않으니, 사람들은 두려움에 빠질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뇌절이 괴인인 거 아니야?

-괴인인게 들킬까봐 못 나오고 있는 거임

-님들 뭐함ㅋㅋㅋ 저 지금 로마에서 탈출하는 길인데ㅋㅋㅋ

온갖 소요가 일어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크게 소란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한 남자가 굳건히 로마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

<신성검> 가웨인. SS급으로 오르며 새롭게 이명을 부여받은 그는 기존의 이명이 본명이 되었다. 가웨인은 이전의 우유부단함은 사라지고 적극적으로 로마의 소요를 잠재우고 다녔다.

그 뒤에는 <프린세스> 아르엘이 있었다. 어딘가 닮은 듯한 공주와 기사는 추기경 암살 사태를 빠르게 정리하고, 결국 유피테르의 방문 앞에까지 이르렀다.

"공주님. 혹시나 모르니 대피하심이…."

"걱정마세요. 그보다 아직도 열리지 않나요?"

아르엘은 굳게 닫힌 철문을 가리켰다. 실내의 본인이 직접 열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철문 앞에 사람들이 열심히 유피테르를 어르고 달래고 있었다.

"그…. 아까부터 전혀 대답이 없으셨던지라."

"비켜봐요. 제가 말씀드려볼게요."

아르엘이 히어로들을 좌우로 물렸다. 이미 사람들은 아르엘이 돌아다니며 소요를 진정시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어쩌면 유피테르 또한 설득해서 꺼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들이 물러난 가운데, 아르엘은 숨을 크게 고르고 소리쳤다.

"가웨인 경!!"

아르엘은 옆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철문을 향해 가웨인이 빛처럼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어깨 너머로 뻗은 클레이모어가 은은한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하----앗!"

누군가 말릴 틈도 없이, 가웨인은 양손으로 클레이모어를 사선으로 그어내렸다. 문은 사선으로 갈렸고, 아르엘이 바로 발을 들어올려 잘려진 문을 걷어찼다.

"뇌절! 이야기를 하러 왔-"

철문을 걷어차고 들어간 아르엘은 그대로 굳었다. 무릎을 꿇고 뒤로 누워 허공을 향해 자위하는 남자는 분명 뇌절이었다. 그리고 아르엘은 이런 상황에 대하여 내성이 없었다.

"......."

뒤에있던 가웨인이 황급히 아르엘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하필 유피테르의 손이 빛처럼 빨라졌다. 그의 시뻘게진 전신에서 전류가 튀었다.

"흐아아아지다카하카아아!!"

괴상한 기함과 함께 유피테르가 천장을 향해 허리를 끝까지 치켜들었다. 솟대처럼 선 그의 물건은 벼락을 뿌리는 뇌신의 창마냥 끈적하고 허연 액을 뿌렸다. 어찌나 그 힘이 강한지 천장에 맞아 사방으로 튈 정도였다.

"아-"

아르엘은 피할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그 하얀 것을 응시했다. 피하려고 해도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와락.

가웨인이 아르엘을 붙잡고 몸을 돌렸다. 아무리 원탁의 기사라도 감히 왕가의 일원을 끌어안는 것은 예에 어긋났지만, 가웨인은 살신성인이었다.

"가, 가웨인 경…?"

"괜찮습니다. 아르엘."

가웨인은 손을 뒷통수에 올렸다. 찰팍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웨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르엘은 살아 생전 가웨인의 표정이 이리도 무서워질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가웨인 경!!!"

문 밖에 있던 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가웨인은 손에 묻은 찝찝함 때문에 반응이 늦었다.

"......!!"

가웨인은 아르엘을 팔꿈치로 밀쳤다. 그 힘이 워낙 강해 아르엘이 뒤로 나자빠질 정도였다.

"가웨인 경!!"

덥썩.

뇌절의 몸속에서 검은 드래곤이 머리를 뻗어 가웨인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순간.

에에에에에에엥-----

모두의 스마트 워치에서 차원문 발생 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뇌절의 몸에서 검은 드래곤-암마룡이 건물을 부수며 하늘로 솟구쳤다.

로마에 차원문이 열렸다.

공교롭게도 그 시각은 피닉스가 정체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

공포의 P밍아웃 이후. 히드라는 아무 말 없이 멀뚱멀뚱 나를 올려다봤다. 내가 히드라의 손목을 붙잡고 내려다보고 있음에도 히드라는 아직도 정신이 빠진 듯 했다.

"뭐해요? 나라고요. 나. 피닉스. 만나서 반가워요."

"아.... 거짓말. 너 가짜지? 진짜 시안 씨는 어디있어?"

"진짜아? 그게 누군데요? 저 피닉스예요. 푸흐흐."

나는 히드라가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히드라의 골반위에 올라탔다. 허벅지와 허벅지가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부딪혔고, 히드라의 얼굴은 금방 붉어졌다.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 모양이네요. 제가 바로 시안인 것이에요!"

"거짓말!"

히드라는 울먹거리며 분노를 터뜨렸다. 어떻게 골려줄까. 나는 목을 가다듬고 히드라의 귀에 속삭였다.

"이렇게 말해도 모르겠어?"

"흐끅!"

히드라는 딸꾹질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나는 백청화의 목소리 그대로 히드라의 귀에 속삭였다.

"어제 당신과 한 침대에서 잔 것도, 오늘 당신과 동침을 하려던 것도, 전부 내 남성체였다고요. 푸흐흐. 러시아에서 로마로 온 순간부터, 진짜 저는 당신이 홀린 시안 행세를 하고 있었다 이거에요."

나는 히드라의 손목을 붙잡은 손을 머리 옆으로 놓았다. 고개를 정면으로 놓고, 나는 히드라와 시선을 마주했다.

"짠짜잔! 이제서야 밝혀진 충격적인 진실! 푸흐흐, 재밌었다고요! 당신과 함께한 이틀간의 로마 데이트!"

"정말로 당신이 시안...이라고?"

"왜요. 이렇게 직접 보여줘야 믿을려나?"

나는 내 몸을 불살랐다. 나는 다시 백청화(어른)이 되어 히드라의 위를 짓눌렀다. 히드라는 앙탈을 부렸지만, 본색을 드러낸 내 힘에 의해 아무런 저항도 못했다.

"어떻게? 난 분명 네 몸을 스캔했는데?"

"남의 빤스는 벗겼어도 껍질까지 완전히 까봤어야지."

나는 내 가슴부근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히드라의 시선이 코트와 셔츠 안으로 들어갔고, 내 코어를 감싼 콘크리트 같은 덩어리가 껍질로 떨어져나왔다. 내 코어인 척 위장되어있던 조덕배의 코어(껍질형)는 힘없이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소개하마. 내 부하 2호. 네가 느낀 마력은 내가 아니라 이 괴인의 것이었다 이거지."

"......잠깐만, 잠깐만."

히드라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럼 이 괴인이 시안이라는 거야? 시안 씨로 돌려줘!"

"바보냐? 너 지금 당황해서 생각이 잘 안 되지? 쟤가 떨어져 나갔는데 내 모습은 그대로잖냐. 이건 내 남성체가 맞아. 저건 대머리 조폭 양아치다. 흐흐,"

"......."

히드라는 얼척없는 얼굴로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온갖 상념이 스쳐지나가는 듯 했고, 나는 다시 청화 페이스로 변신하여 히드라와 얼굴을 맞댔다.

"멕시코에 있는 건 나로 변신한 환영술사. 석하랑은 당신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내 동료. 여기서 유로화로 결제했던 모든 돈은 이런 일이 있기 전부터 유로화를 가지고 있던 계좌. 카르나는 일부러 네 눈을 돌리기 위해 한국에서 대기. 후후, 너를 공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른다."

"나를 공략...."

"그래. 다른 누구보다도 너를 공략하는 것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어. 너는 그만큼 용의주도 하니까."

나는 다시 청화 페이스로 바꾸었다. 창염이 오더를 내린 승리 선언을 하기위해."

"남자에 홀려서 저를 아지트까지 데리고 온게 패인이에요. 푸흐흐."

"...그래, 내 패배네. 하나만 해주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겠어. 괴인화도 괴수화도 안 하고."

의외. 히드라는 저항하지 않았다. 나는 히드라가 무슨 부탁을 할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뭔데요?"

"나를 섹스로 공략해봐. 시안으로 변해서. 신체 사이즈 줄여서."

"......뭐, 라고."

히드라는 담배라도 있었으면 한 대 필 정도로 씁쓸한 얼굴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쇼타랑 섹스 한 번 정도는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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