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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412화 (412/1,497)

〈 412화 〉1부 17장 20

히드라의 혀는 뱀처럼 나를 휘감아왔지만,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원작에서도 히카리의 도움으로 쇼타화 주인공이 되어 굳이 플레이를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 대부분이 히드라와의 데이트였다.

"하아, 하아."

히드라는 운전석을 뒤로 쭉 빼버리고 누워버렸다. 선루프를 통해 올려다보는 바깥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고, 나는 히드라를 위로하기 위해 팔을 토닥였다. 2차전도 내 승리였다.

"사람이 클라스라는게 있는 거야, 케레스 양."

"히드라라니까. 내가 히드라라고."

"그럼 케레스 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자화자찬 한 거네?"

"......."

내 공격에 히드라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침묵했다. 막상 나를 속일 때는 히드라가 여신이니 뭐니 떠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해댄 3인칭 자화자찬에 히드라는 침몰했다.

"시안. 너, 내가 히드라라니까? 안 믿어?"

"본인이 그렇게 말하니까 뭐 믿기야 하지. 어디 죽고 싶어서 안달난 괴인이 설마 자기 보스를 사기칠 리는 없으니까."

"...얘 진짜 건방지네. 너 내가 손가락 한 번만 까딱거리면 내 멋대로 조종하는 인형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히드라 누나."

고작 다섯 음절로 히드라를 입닥치게 만들었다. 나는 히드라를 향해 한 손을 쭉 뻗고 크레인 처럼 늘어뜨렸다.

"23, 34. 뭘로 해줄까?"

"......234?"

엄지와 소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이 허공에서 현란하게 춤을 췄다.

"그런데 만약 누나가 나를 강제로 조종하면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나의 모든 테크닉이 온전히 발휘될 거라고 생각해?"

"......와, 이걸로 협박하는 거니?"

나는 히드라의 밑가슴 한 곳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순간 차가 한 번 크게 들썩거릴 정도로 히드라는 야단법석을 떨었다. 내가 찌른 곳은 히드라의 핵심 성감대 중 하나였다.

"이런 거 과연 조종당하는 인형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흐으으…. 이거 진짜 미친 놈이네…. 피닉스는 너 이러고 다니는 거 알아?"

"히드라 누나."

나는 히드라의 가슴을 가볍게 비틀어잡았다.

"내가 우리 사장님 밑에서 이러고도 살아남는 이유가 뭐가 있겠어?"

"미친. 진짜야?"

"그럼."

정확히 어떤 방법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고로 히드라가 혼자 삽질을 해서 추측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창염에게 살아남은 이유가 섹스 테크닉이냐고 직접 물어봤다면 모를까.

"...걔 진짜 많이 변했네. 평생 남자 안 건드릴 줄 알았더니."

"내가 좀 잘나서. 우리 사장님이 나를 총애하는 이유가 있지."

"...그럼 안 되겠네. 지금부터 내가 그거 빼앗을 거거든."

"......흐흐, 히드라 누나."

나는 히드라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일부러 밑가슴, 지스팟 이상의 감도를 가진 곳을 한 번 더 때렸다.

"내 몸과 정신은 가질 수 있을지라도, 우리 사장님을 향한 나의 사랑을 가져갈 수는 없을 거야.

"그럴 수록 더 불타오르는 걸. 참을 수 없네. 그럼 어디 한 번 테스트해볼까?"

히드라는 의자를 올리고 벨트를 단단히 동여 맸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달려볼 기세 같았고, 나는 안전벨트를 꽉 붙들어 맸다. 히드라는 갓길에서 빠져나와 가드레일이 없는 곳을 향해 바퀴를 돌렸다.

"렌트카 사장님이 싫어하시겠는 걸. 이 길로 가면."

"걱정마.내가 가는 길이 곧 아우토반이야."

히드라는 전방을 향해 마력을 방출했다. 막대한 마력이 들끓었고, 도로 아래에 지하로 통하는 터널이 생겼다. 히드라는 순식간에 본인 전용 고속도로를 만들어냈다.

"꽉 붙잡아. 누나 지금 아래에 불나서 주체할 수 없으니까."

"......."

뇌관을 건드리고 말았다. 나는 침을 꾹 삼키고 히드라의 운전에 몸을 맡겼다. 바퀴는 인간이 깔아놓은 비포장 도로 이상으로 매끄러운 길을 전속력으로 달렸다.

바티칸에서 그리스 아테네까지 이르는 약 1000km.

히드라는 지각 아래에 뚫어둔 지하도를 통해 고작 10분만에 주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히드라가 만들어낸 지하 제국. 현대 문명을 고스란히 재현해놓은 지저도시.

<아틀란티스>.

히드라가 지하에 숨겨두고 양산하던 온갖 괴인들의 아지트에 나는 여왕의 밤시중으로 초대를 받았다.

자, 그러면 여기를 어떻게 폭파시킬까.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 * *

쏴아아아.

히드라는 모처럼 직접 샤워를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물을 맞기는 싫지만, 본 게임에 들어가는데 샤워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

샤워는 싫지만 바디워시의 향기는 좋다. 일반 화학제품들과는 달리 코어를 갈아넣어만든 제품들이라 거부감도 덜했다. 히드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좋아. 꿀릴 거 없어."

오늘, 히드라는 피닉스의 딜도를 빼앗을 것이다. 피닉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기술로 시안을 빼앗으리라.

'근데 피닉스가 사실은 더럽게 잘하면 어쩌지?'

딱히 창염의 피닉스와는 접점이 없었다. 20년 전 잠들기 전에 찾아왔을 때도 횡설수설하며 땅이나 파라고 지시를 내리고 떠난 이후, 다시 본 피닉스는 분명히 다른 존재였다.

그러니 자신이 아는 혼전순결주의자같은 숫처녀와는 확연히 다른, 어쩌면 문란함을 넘어 막말로 걸레처럼 닳고 닳은 존재일 수도 있다.

'아냐. 그래도 질 수 없어.'

쪽팔리게 온갖 수작은 부려놓고 처녀인게 들키면 안 된다. 그러니 이번 전투는 히드라 자신이 리드를 해야한다. 모든 준비는 끝났지만, 히드라는 쉽사리 나가지 못했다. 아직 히드라는 시안에게 '어떤 형태'를 요구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너무 큰데.'

그것은 쇼타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대했다. 안그래도 성인 남성치고 거물이었는데, 몸이 어려지니 자연히 그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겠는가.

히드라는 급히 머릿속에서 아홉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졌다. 과연 사이즈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굵기와 두께 모두 거대한 원본 사이즈? 그도 아니면 굵기만 줄어들고 길이는 그대로인 막대 사이즈? 그도 아니면 부피 자체를 거의 1/4만큼 줄여버린 소형 사이즈? 히드라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히드라는 거울에 이마를 대고 상념에 빠졌다.

'그래도 역시 원본 그대로 하는게 낫겠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거울 속 히드라가 칼같이 반박했다. 히드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울 속 히드라는 알몸의 히드라와는 다른, 정숙한 정장 차림으로 히드라를 향해 경멸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진짜 그러고 할 거야?

'시끄러워. 직접 나오지도 못하는 패배자는 닥쳐.'

너는 나야. 나도 너지.

거울 속에서 히드라-지륜이 히드라를 비꼬았다. 거울 속의 환상은 언제나처럼 히드라를 차갑게 노려봤지만, 오늘만큼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한 적은 없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나한테 졌을 때 얌전히 입닥치고 가만히 있기로 했잖아.'

그랬지. 내가 아무리 너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패배했다고는 해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게 있어.

'패배자의 말 따위 듣지 않아. 흥, 잘난 정령님께서는 정숙해야하니 뭐니 떠들게 분명-'

쇼타거근이라니 미친 거 아니야? 당연히 쇼타는 실좆으로 즐겨야지.

"......시발?"

히드라는 육성으로 욕을 뿜어냈다. 행여나 시안이 들었을까봐 호흡을 골랐다. 거울 속 지륜은 손으로 고리를 만들어 검지로 고리 안을 쑤셨다.

시안이 거근인 건 인정해. 내가 직접 나가서 핥아주고 싶을 만큼. 하지만 구멍에 그런 거근이 들어오면 왜소증 걸린 어른이랑 하는 거지 쇼타랑 하는게 아니잖아.

논리적인 지륜의 말에 히드라는 입이 턱 막혔다. 쇼타거근이 왜소증 걸린 어른이라니. 맞는 말이지만 시안에게 그런 말을 하니 살짝 기분이 언짢아졌다.

'여태까지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가만히 닥치고 있다가 이제와서 왜 몽니야?'

취향저격에 잘생긴 쇼타의 물건은 중대사항이다!

'진짜 미친년.'

시안이 또라이인 건 그래도 괜찮지만 지륜이 이러는 건 여러모로 보기 흉했다. 또 시안이 골라준 옷이 마음에 든 건지, 지륜은 블라우스에 치마 차림으로 헉헉대고 있었다.

'그렇게 작은 거랑 하면 무슨 재미가 있어?'

작아서 좋은 건데?

'그럼 빌헬름은?'

못 생겨서 싫어. 쇼타라도 귀엽고 잘생긴 쇼타여야지.

지륜은 얼빠였다. 히드라가 아래로 하고자 마음을 먹은 계기도 지륜이 유일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이 하필이면 그곳이었고, 결국 히드라는 20년만에 지륜의 협조 아닌 협조를 구할 수 있었다.

'이왕 처녀 뚫는 거 거대한 거에 꿰뚫리면 좋잖아.'

시안이 작은 걸로 열심히 움직이면서 뚫어보려고 애쓰는게 보고싶지 않아?

혹했다. 히드라는 순간 지륜의 제안에 넘어갈 뻔 했다. 하지만 거근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지륜을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하면 본방은 또 끝이 될 것이다.

거근을 포기할 수는 없는데 지륜의 협조는 구해야한다. 히드라는 아홉 머리를 맞대어 뇌내 단지성을 발휘했다.

'시안의 몸은 괴인체잖아.'

응.

'그럼 거기 사이즈도 자유롭게 할 수 있잖아. 그럼 큰 것도 먹고 작은 것도 먹고 중간 사이즈도 먹으면 되지 않을까?'

역시 너는 나야. 천재같아.

뇌내 회의는 끝났다.

지륜과 히드라는 크든 작든 일단 먹고 보자는 합의점을 도출해냈다. 정령이든 간부든 세계 멸망의 앞에서 서로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 당장 히드라가 밖에 있으니 히드라의 안건을 먼저 수행하기로 했다. 히드라는 거울에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역시 큰게 최고야.'

작은 걸 그대로 한다? 히드라는 정신세계에 봉인한 정령의 음란성에 절로 오한이 들었다.

체형은 작아도 물건이 어른이어야 하는 맛이 있지, 실제로 작기라도 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둘 다 작으면 범죄다.

'시안은 어떤 걸 좋아하려나.'

어느쪽이든 가능할 것이다. 결국 코어를 중심으로 인체를 구성하는 것은 마력이니, 마력을 통해 사이즈를 조금만 줄여달라고 요청하면 뇌내의 지륜도 기뻐서 자지러질 것이다. 시안이 괴인이라서 다행이었다.

"후우, 후우."

히드라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몸의 물기를 완전히 닦아냈다. 준비는 만전. 이제 본격적인 약탈에 들어갈 때.

시안이 히드라의 몸에 홀려 피닉스를 배신하게 만든다. 그것만큼 짜릿한게 어디에 있을까. 시안이 맛있고 진심으로 히드라를 따른다면, 히드라는 성주가 도착할 때 까지 시안을 데리고 맨틀까지 숨어들 생각도 있었다.

"......훗."

그만큼 시안과의 시간은 흥미진진하고 짜릿했다. 세상 그 어떤 기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추억을 남겨주겠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히드라는 지금까지 가지고 논 수많은 남자들을 떠올려봤지만, 시안같은 남자는 처음이었다.

'첫날에 괴인이라고 했으면 바로 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냥 인간인 줄 알았기에, 그냥 이능력자인 줄 알았기에 직접 하는 걸 포기했을 것이다. 이능력자라 몸은 받아내도 괴인과 배를 맞췄다는 걸 알게되면 여자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풉."

실제로 시안이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히드라는 시안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시안을 위해 변명거리를 찾고 있었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히드라는 시안에게 푹 빠져버렸다.

취향저격.

한 때 추기경을 어린 아이로 바꾸어보기도 했지만 그건 실패였다. 히드라는 비로소 남은 시간을 광란으로 보낼 영혼의 파트너를 만난 것이다.

펄럭!

히드라는 수납함에 고이 접어둔 옷을 들어올렸다. 시안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쇼타가 되어준 만큼, 자신도 시안을 위해서 이정도 옷 정도는 입어줄 수 있다.

"......."

하얀 레오타드 수영복의 곳곳이 반투명하게 변했다. 가슴골이라던가, 배꼽부위라던가. 거기에 허리에는 하얀 베일이 치마처럼 둘러져있었다. 히드라는 머리에 면사포가 씌워진 걸 상상했다.

'이거 혹시.'

섹스 어필 웨딩 드레스 아닌가…?

짝! 히드라는 뺨을 손으로 때렸다. 결혼은 무슨 결혼인가, 세계는 어차피 멸망하게 될 건데. 세계 멸망의 날까지 즐기다가 죽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남은 3개월이라도 신혼 생활을 한다면-'

쾅!

히드라는 유리에 머리를 찧었다. 정신이 또렷해졌고, 머릿속에는 시안을 어떻게 벗길까하는 욕망이 솟구쳤다. 그래, 다크 레기온의 간부답게, 악의 조직 일원답게 행동하면 그만이리라.

시안이 자신을 상대로 웨딩 드레스 코스프레를 시킨 의도야 직접 겪어보면 알게 될 일. 히드라는 빠르게 옷을 입었고, 타월을 몸에 둘렀다. 새삼스레 부끄러워하는 척 연기하기 위해.

끼이익.

오늘따라 화장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히드라는 조심스레 방문을 열어젖혔다. 자신의 아지트, 자신의 침실임에도 왠지 모르게 들어가기가 부끄러웠다.

"시안?"

"......."

시안은 자신의 요구에 따라 박스티와 반바지만 입은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드라는 비장한 뒷모습에 침을 꼴깍 삼키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타월부터 베일, 심지어 슈트까지. 히드라는 시안이 직접 벗겨주기를 바랐다.

"드디어."

시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백청화의 모습은 이제 질렸어."

시안이 히드라에게 몸을 돌리며 활짝 웃었다.

"반가워, 지륜. 거기 있어?"

"......?"

"나야, 네 정령 친구."

딱.

시안이 손가락을 튕겼다. 시안의 전신이 불타오르고, 불꽃속에서 시안은 푸른 사제복을 입은 여인으로 변했다.

"창염의 피닉스."

"......뭐?"

그리고 여인, 창염의 피닉스는 히드라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었다.

"선빵필승! 창염개진!"

"이런 ㅆ-"

푸른 불꽃이 히드라의 시야를 덮었다.

* * *

창염은 생각했다.

"...그래도 애무하다가 삽입 직전에 P밍아웃 하는건 너무한거겠죠?"

차마 창염도 거기까지는 생각만 했지 시도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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