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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385화 (385/1,497)

〈 385화 〉1부 16장 20

나는 갑자기 나타난 창염과 백영도의 백사장을 산책했다. 창염이 어떻게 나타났는가에 대한 생각은 차치하고, 나는 뒷짐을 진 채 앞서 걸어가는 창염의 뒷모습을 만끽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을 한쪽으로 밀어올린 사이드 포니테일은 목덜미가 훤히 드러나도록 어깨 옆에서 나풀거렸다. 청록의 베일을 카디건처럼 입고있지만, 그 아래에 받쳐입은 수영복은 흰색의 얇은 끈이었다. 나는 그 아래로 서서히 시선을 내렸다.

"상당히 과감하게 입었는데."

"왜요? 꼴려요?"

"엄청."

"그럼 선정한 보람이 있네요. 푸흐흐."

뒤에서 보니 혹시나 입지 않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엉덩이가 훤히 보였다. 골반에 걸쳐진 백색의 얇은 끈이 아니었다면, 아마 아래는 벗고 있는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사락.

창염은 베일을 아래로 내리며 뒤를 가렸다. 엉덩이를 반쯤 가리는 반투명한 베일의 끝자락에 내 시선은 자연히 위로 올라갔다. 창염은 어깨를 드러내며 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왜요?"

"그냥 그대로 둬도 되었을 것 같은데."

"푸흐흐. 그렇게 보고싶어요?"

"음. 직접 벗겨보고 싶군."

"하여튼 24시간 발정나가지고."

창염은 나를 매도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이런 옷으로 직접 나타난 창염이 문제였다. 사람의 마음을 혹하게 만들기 위해 입고 나온 옷이 아닌가.

"지난 번이랑 디자인은 똑같나?"

"지난 번?"

"그, 왜. 백희아의 비행선 있지 않나."

"아...아뇨, 달라요. 좀 다르게 해뒀답니다."

"그런데 안 보여주냐?"

"네. 부끄러우니까. 푸흐흐."

부끄럽다면서 끝까지 앞모습을 보여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창염은 뒷태만으로도 나를 발깃하게 만들었다. 상스러운 말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백청화의 몸을 가진 내 아랫도리는 검은 비치웨어 아래에서 고개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일단 눈요기는 한 번 했으니까 질문하지. 여기는 네 정신세계인가?"

"네. 맞아요. 정답. 바로 맞추시네요?"

"큐브는 없었으니까. 네가 초대하는게 아니면 내가 여기에 들어올 수 없지. 이곳이 실제 백영도도 아니고."

나는 두 팔을 벌려 주변을 가리켰다. 백희아의 별장이지만 실제 백영도와는 확연히 다른 환경이었다. 오후에 그렇게 떠들썩하게 바캉스를 즐겼던 사람들의 흔적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고, 파도만 고요하고 잔잔히 앞뒤로 백사장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나를 부른 이유는 뭐야? 석하랑의 싱크로 때문인가?"

"보고 싶어서 불렀다고 하면 안 되나요?"

"그렇다면 대환영이지."

"여전히 솔직하시네요. 겸사겸사예요. 안그래도 골치아파하시는 것 같은데, 설야에 대한 문제로 너무 신경을 쓰시지 않을까 싶어서."

창염은 제자리에 멈춰섰다. 나는 저벅저벅 걸어가 창염의 앞을 제치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듯 나는 창염의 발뒷꿈치 너머로 나아갈 수는 없었다.

그러니 뒤에서 내려다보기라도 해야했다. 청록의 베일 아래, 창염은 중요 부위를 가리는 부분까지 흰 끈으로 이어져있었다. 창염은 카티건을 앞으로 여미며 내게 눈을 흘겼다.

"누구는 지금 당신 걱정 덜어주려고 하는데, 지금 제가 뭘 입고 있는지 알아보려는게 그렇게 중요해요?"

"네 수영복 스킨은 중대 사안이니까. 뭐냐? 마이크로 비키니? 아니면 프릴? 그것도 아니면 줄무늬?"

"자꾸 그러면 래쉬가드로 바꿔버릴 거예요."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이지. 미안하다. 사과하마."

창염은 진심이었고, 나는 두 손을 들어올리며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덕분에 베일 아래 하반신의 라인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하아. 정말. 모처럼 불렀더니 사람을 시간하기나 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 눈에 담으려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니 이해해라."

"알긴 아네요. 그럼 계속 보세요. 앞은 보여줄 생각 없지만. 그래서 석하랑에 대한 문제라면 신경쓰지 말라는 거예요."

창염은 이상한 말을 했다. 내가 어떻게 그걸 신경쓰지 않을 수 있을까.

"석하랑이 신화에 이르러서 나 강간하려고 들면 어쩌지? 네 몸으로 석하랑도 그렇고 다른 애들한테 범해질 수는 없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만약 '진심으로' 상대를 거부하는 거라면, 상대가 신화에 이르렀다고 해도 어떻게든 저항할 수단이 있어요."

"...만약에 내가 진심이 아니라, 상대방한테 혹하게 된다면?"

"그럼 강간 플레이 하시는 거고, 저랑은 이제 영원히 쫑이죠."

"싸움에서는 질 수 있더라도 마음은 지지 않도록 잘 다잡으라는 얘기인 건가. 좋아.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지."

그 숱한 유혹속에서도 견뎌낸게 나다. 하지만 창염은 나를 한참동안 노려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검은 삼선 슬리퍼가 어색하기는 했지만, 그 검은색 때문에 하얀 발이 더 도드라졌다.

"그런데 정말로 그 말을 하려고 부른 거냐?"

"음, 글쎄요. 왜 불렀을까~"

"보고 싶어서 부른 건 아닐텐데."

나는 직감했다. 창염의 저 짓궂은 웃음은 분명 뭔가 나를 상대로 장난을 치려고 하는게 분명했다. 마침 딱 우리의 산책은 백사장 끝, 바위 벽 앞에서 멈췄다. 이제 창염은 뒤를 돌아야 했다.

"보고 싶어서 부른 건 아닌데...."

턱.

창염은 바위에 손을 올렸다.

"하고 싶어서 부른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바캉스 온 보람이 있군. 그래, 이번에는 또 어떻게 나를 놀리려고 하냐?"

나는 일부러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창염은 피식 웃으며 나를 향해 검지손가락을 흔들었다. 검지는 바위에서 손을 떼내어 그 반대편 겨드랑이 바로 밑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창염의 보름달처럼 탐스러운 옆가슴이 눈에 살짝 비쳤다.

"어머, 진짜로 하고 싶어서 부른 건데. 그런 말 하니까 역시 안 할래요."

"미안하다."

"또 이럴 때는 사과가 칼 같다니까."

"또?"

창염은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창염은 순간적으로 굳은 얼굴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또 지우게 생겼네."

"지우다니? 무슨 말이냐? 너 혹시 나랑 하고 기억 지우냐?"

"푸흐흐, 푸흐흐, 흐흐흥!"

창염은 벽에 이마를 짚고 숨이 넘어갈 듯 웃었다. 나는 그 웃음에서 기시감을 느꼈고, 동시에 절망과 불안감을 느꼈다.

"야 이 망할 년아. 너 혹시 나랑 해놓고 일방적으로 기억 지우는 중이냐?"

그리고 동시에 입에서 창염에게 했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험한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창염은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참지 않는다.

"푸흐흐, 이번에는 약하네요. 지난 번에는 씨발년 거리더니."

"......."

아마도, 솔직히, 턱밑까지 차오르기는 했다.

"씨발년 진짜. 너 나 몇 번이나 따먹었냐?"

"바로 내뱉으시네. 네, 맞아요. 저 당신이랑 맘껏 큥큥하고 기억 지우는 중. 푸흐흐, 이 기억도 혹시 사라질 지 모르죠."

"와, 너 진짜 너무한다."

나는 배신감에 치가 떨렸다.

"내가 그렇게 너랑 하고 싶어하는 거 잘 알면서, 정작 너는 즐길 거 다 즐겨놓고 기억 지우고 다닌다 이거지?"

"당연하죠. 제가 부끄러워서 당신 얼굴 어떻게 보겠어요? 기억 지울 때마다 당신이 기시감 느껴대는게 얼마나 보기 재미있는데."

"야, 그 기억 하나만 돌려줘라. 그거로 꿈이라도 꾸게."

"글쎄요, 워낙에 많아서 뭘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창염은 깔깔 웃으며 바위에 고개를 묻었다. 팔짱을 끼며 가슴 아래를 떠받치는 덕분에 끈의 아래에 삼각형으로 내려가는 흰 천이 눈에 띄었다. 창염은 한 번 눈을 크게 감았다 뜨며 말했다.

"사실 거짓말이예요."

"아닌 것 같은데."

"맞아요. 거짓말이에요."

"잠깐. 이거 뭐가 맞다는 거야. 기억을 지운게 맞다는 거냐, 아니면 기억을 안 지운게 맞다는 거냐?"

"그건 당신 좋을대로 생각하시고.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는데, 정령을 싱크로까지 시켰는데 그냥 가만히 두기에는 그렇잖아요? 그래서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걸 해주기로 했어요. 체험판만."

창염은 다리를 살짝 움직이며 자세를 조정했다. 마치 뒤에서 박으라고 하는 듯 엉덩이를 쭉 뒤로 뺀 채, 허벅지부터 오금까지 다리를 붙였다. 덕분에 창염의 아래가 훤히 드러났다. 창염은 피부와 착 달라붙는 스판같은 재질의 수영복을 아래에 입고 있었다.

명백히 화제를 돌렸지만, 나는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여기, 보이시나요?"

창염은 손을 아래로 내리며 내게 흔들었다. 고간과 두 허벅지 사이에 완벽힌 비를 이루는 삼각 라인 사이, 창염의 손이 나를 향해 인사하고 있었다.

"당신 설야 허벅지라면 껌뻑 죽죠? 푸흐흐, 설야를 싱크로시키는데 성공했으니까, 이쪽으로는 허락해줄게요."

"......광검 부부한테 그렇게 시달린 보람이 있군."

나는 바로 창염의 뒤에 붙어 비치웨어를 내렸다. 이미 나의 물건은 뜨겁게 달아올라있었고, 창염은 삼각형의 구멍 사이로 나를 향해 들어오라는 양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잡아당겨 드려요?"

"필요없다."

직접 삽입을 하지 않는 행위, 스마타라도 이미 그건 유나와 몇 번을 해본 체위다. 나는 창염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좌우로 꽉 붙잡았다. 피부 바로 위에 흐르는 마력의 보호막까지 해재하여, 나는 창염의 피부 중 가장 먼저 엉덩이부터 붙잡았다. 탱글탱글한 감촉은 역시 내가 만져볼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나는 엉덩이골 사이로 들어가는 흰 끈을 살짝 들어올렸다.

"아까 뒤에서 오면서부터 생각한건데, 이런 면적이면 구멍이 보이지 않을까?"

"보이면 어때요? 당신뿐인데."

"그건 그렇군. 하지만 다음에는 주의해달라는 얘기다. 수영복 스킨 이것 말고도 여러개 있을 거 아니야?"

"공용 스킨 말고 제 디폴트는 이거던데요? 후훗, 그런거 신경쓰지말고 어서 하세요. ...저 부끄럽게 만드실 거예요?"

"아니."

나는 손을 내 기둥의 중간을 잡고 구멍을 향해 조준했다. 구멍 바로 위에 창염의 음부가 딱 달라붙는 수영복을 통해 둔덕을 과시하고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창염이 지금 허락해주는 건 허벅지 사이의 빈 공간 뿐이었다. 나는 그 공간 사이로 귀두를 밀어넣었다.

"흐흥."

창염은 검지와 중지를 집게발처럼 내 귀두를 붙잡았고, 살짝 강하게 잡아당겼다. 나는 창염의 허벅지 사이를 어떻게 천천히 느껴볼 새도 없이, 창염이 손가락으로 귀두를 비벼대는 통에 시작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푸흐흐, 질척거리는 거봐. 벌써부터 발정했어요?"

"이 공간에 들어올 순간부터, 크읏, 발정했다."

"후후, 그러면 좋을대로 한 번 사용해봐요."

창염은 내 귀두를 잡은 손을 놓고 다시 벽을 짚었다. 창염의 허가가 떨어졌고, 나는 자세를 조정한 뒤 아주 천천히 물건을 허벅지 사이에서 비볐다.

말캉하면서도 탄력있는 허벅지는 가슴으로 내 기둥 아래를 받쳐 올리는 듯 했고, 창염이 허벅지를 살짝 비비며 내 물건을 밀어올리는 덕분에 수영복의 끈 너머에 있는 창염의 치골에 내 귀두가 닿았다.

"흐응...."

창염은 일부러 고개를 내 쪽으로 놓고 신음을 흘렸다. 눈까지 감고 자세를 잡는게 꼭 내 물건을 음미하는 듯 했다. 나는 파도가 밀고쓰는 속도에 맞춰, 잔잔한 리듬으로 창염의 허벅지 사이를 비볐다. 내가 아니라 창염이 다 애가 탈 정도로 천천히 움직였다.

"......흥."

창염은 그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을 흘겼다. 나는 상체를 숙여 뒤에서 창염을 끌어안았다. 허벅지 사이를 찌르는 통에 완전히 숙이기는 힘들었지만, 창염은 유나도 하지 않았던 행동을 스스로 했다.

"이렇게 하면 좀 편해요?"

창염은 내 발등 위를 디디고 서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창염의 어깨가 내 가슴에 닿았고, 살랑거리는 머리칼이 내 바로 밑에서 흔들렸다. 창염은 엉덩이를 잡고 있던 내 손을 자신의 앞으로 가지런히 모았다. 나는 창염을 백허그하듯 배를 감싸쥐었다.

"이러고 천천히 다시 걸어볼까요? 푸흐흐."

"너 정말...."

나는 창염의 배에 올려진 오른손을 살짝 눌렀다. 그와 동시에 나는 오른발을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고, 창염도 오른발을 떼어 다시 내 발등 위를 디뎠다.

스윽, 스윽.

창염의 허벅지 사이에 끼워져있던 물건이 절로 앞뒤로 창염의 고간을 스쳤다. 기둥의 바로 위에 창염의 둔덕이 내려앉아 좌우로 벌어졌다. 하지만 그 얇고 탄력감넘치는 천은 결계마냥 찢어질 생각이 없었다.

나는 다시 왼쪽 손으로 창염의 배를 살짝 쥐었다. 잘록한 허리 라인에 아랫배에 딱 잡기 좋은 정도의 살집이 있어, 어떤 발을 걸으면 좋을 지 신호를 보내기에 딱 적당했다. 여기서 조금더 빠졌으면 아마 복근밖에 없어 배 위를 살살 쓸기만 해야했을 것이다.

"후후, 딱 좋네요. 그러면 우리 이제 저 앞까지 산책할까요?"

"...왜 올 때보다 더 길어진 것 같지?"

"착각이에요. 후후."

과연 착각일까. 어느쪽이든 나야 좋은 일이었다. 나는 창염의 고간과 허벅지 사이에 물건을 비비며, 창염을 내 위에 올린 채 밤의 백사장을 아주 천천히 거닐며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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