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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374화 (374/1,497)

〈 374화 〉1부 16장 9

은유하와 가족이 된다.

그 의미는 은유하에게 단 하나밖에 없다. 돈을 초월하는 관계. 금전적 이득을 넘어, 자신이 버는 모든 재산을 나누어도 좋다고 생각이 들만한 존재.

그래서 은유하는 이상하게 인기가 많았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여자가 사랑에 빠져 주인공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스토리. 은유하는 여자가 가진 가장 강력하고도 확실한 무기를 자기 루트의 엔딩에서만 드러냈다.

"당신과 가족이 된다는 건, 그리고 허니문을 언급했다는 건 당신도 진심이라는 거죠?"

"네. 당연하죠. 고객님 앞에서 제가 진심을 얘기하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그럼 질문."

나는 유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침대로 밀쳤다. 그리고 바로 유하의 위에 올라타, 위에서 내려다봤다.

"박히고 싶어요, 박을래요?"

"그 말은…."

유하가 군침을 넘기는 소리가 내 귀에 훤히 들렸다. 나는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정돈해 고개를 숙였다.

"알면서 뭘 물어요?"

"...솔직히 둘 다 해보고 싶기는 한데."

유하는 솔직했다. 이미 경험만 따지면 나나 카르나에 필적할, 마스커레이드 이상가는 테크닉의 소유자다.

몸은 처녀를 간직하고 결혼할 상대를 위해 남겨두고 있지만, 정작 인형으로는 온갖 행위를 다해본 여자. 그 경험은 X로이드들을 높으신 분들의 음험한 행위를 위해 뇌물로 바친 것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선택해요. 안 그러면 안 해줄 거야."

"......가족이 되는 과정이라는 거죠? 좋아요."

유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마력을 일으켰다.

끼이이익.

안쪽 방의 문이 열리며 금발에 은빛 실크 네글리제를 입은 은유하가 저벅저벅 걸어와 침대에 걸터앉았다. 유하는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인형을 가리켰다.

"흠, 흠흠. 탐색전 해보시겠어요?"

"본체는 끝까지 남겨두시겠다?"

"아무렴 이걸 여기서 쓸 수는 없죠. 가지고 싶으세요? 그러면 인감내놔요. 그리고 혼인 신고서에 당장 서명하러 가죠."

유하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동시에 옆에 있던 인형 유하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미래에서는 인형이랑 해봤어요?"

"그거야 당연하죠."

"어느 인형이랑? 설마 은재민? 오빠 거기 엄청 작은데. 아니면 하유준? 그도 아니면 은하수 회장? 세상에, 노인 취향이셨어요?"

"아니거든요?"

나는 몸을 돌려 내 허리를 끌어안은 유하를 잡고 침대 위에 눕혔다. 두 명의 유하가 제각기 다른 옷차림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네글리제의 은유하. 인형이었고,

정장차림의 은유하. 본체였다.

언제부터인가 유하는 나를 대할 때는 본체로서 대하고, 자기 전에 인형에 입혀놓은 옷을 갈아입으며 잠들었다.

나는 잠옷을 입은 유하의 옆에 걸터앉았다.

"본체가 아니고 인형이면 얼마든지 해도 괜찮다?"

"물론이죠. 제 얼굴 본딴 X로이드를 불법으로 개조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그래서 해줬어요?"

"아뇨? 제가 미쳤다고. 그런데 그래도 제 관리 몰래 하는 사람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

"그런데 왜 가루다 일곱 대를 만드셨어요?"

유하는 침묵했다. 인형과 본체가 쌍둥이처럼 동시에 내게서 고개를 돌렸고, 나는 두 유하의 머리를 잡고 나와 눈을 마주했다.

"헤헤…."

"고객님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하면 비겁한 변명이겠죠?"

"잘 아네요. 나니까, 그리고 당신 성격 아니까 넘어가는 거예요. 초상권 침해 몰라요? 더군다나 그 용도 뻔히 아는데."

두 명의 유하는 동시에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그래도 제가 본딴 건 가루라 양의 얼굴과 몸이에요."

"네. 고객님과는 여기부터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잖아요. 가루라 양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어요."

"치킨 네 마리? 그거 전형적인 변태 사기꾼들이 사기칠 때 쓰는 수법인 거 알죠?"

유하는 내 반박에 다시 침묵했다. 치킨 네 마리에 자신의 신체 스캔을 허용한 가루라도 가루라지만, 그 신체 데이터를 이용해 자기 전용의 일곱 무지갯빛 메이드를 만든 유하도 가히 정상은 아니었다.

"색깔별로 하나씩 모으려고 A급 코어 비싸게 사들인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죠. 히카리가 바이오로이드를 만드는데 이왕이면 이렇게 만들어보는게 어떻겠느냐 하는 제안에서 나온 연구 결과물인 걸요."

"아, 예."

나는 당당하게 제 범죄를 시인하는 유하의 위에서 불꽃을 튕겼다. 유하는 화들짝 놀랐고, 외형이 변한 내 모습에 두 번 놀랐다.

"그게 고객님 본체예요?"

"본체라니. 남성형이야."

"어머. 말투까지. 고객님 진짜 캐릭터 확고하게 잡으시네요."

"캐릭터가 아니라 몸의 형태에서 나오는 디폴트같은, 에이. 됐다. 입 닥치게 만들던가 해야지."

나는 인형 유하의 위에서 고개를 숙였다. 유하는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키더니, 곧 결심했다는 얼굴로 싱긋 미소지었다.

와락.

유하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아 입을 맞췄다. 정열적으로 내 입술을 물고 핥으며 나를 자극했고, 그 사이 무릎을 굽히며 내 고간에 허벅지를 비볐다.

시작부터 본격적으로 나오는 구나. 나는 질세라 유하의 손목을 붙잡으며 구속했다. 유하는 앙탈을 부리듯 이를 세워 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고객님. 리드 하는 거 좋아시는 구나?"

옆에 앉아있는 정장의 유하, 본체는 아주 신이난 듯 금빛의 눈을 반짝이며 혀를 내밀었다. 동시에 나와 입을 맞추고 있는 유하가 살포시 입을 열었다. 그 의미는 명백했다.

할짝.

나는 유하와 서로 혀를 탐했다. 설육이 얽히고 섥혀 서로의 온기가 전해졌다. 비록 인형이지만 유하의 마력이 담긴 인형은 본체와 거의 똑같았다.

쪽.

유하는 입술을 때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나를 올려다보는 얼굴에는 진한 홍조가 피어있었다.

"고객님."

"바로 본방으로."

"스테레오 울린다."

나는 본체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유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았다.

"음…. 싫으세요?"

"내가 너 모를 줄 알고? 인형에다가 집중해주시를 바라는 거잖아. 지금도 네 의식 여기다 몰아 넣었으면서."

유하는 샐쭉 웃으며 몸을 비틀었다. 속살이 살짝 비치는 네글리제가 사락사락 소리를 내었고, 네글리제의 끝자락이 접혀 말아올라갔다. 아래에는 진보라색 팬티가 자리잡고 있었다.

"유하야."

"......."

유하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왜 그래?"

"이름. 이름만으로 불러준 건 처음이에요."

"아. 은유하 아가씨? 그거야 공적 자리고."

"요즘은 사적 자리에서도 남들 눈 신경쓴다고 존댓말 하시잖아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말 편하게 하잖아."

나는 유하의 옆구리를 톡톡 건드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미 내 성기는 바지를 뚫을 기세로 부풀어올라 있었고, 유하는 흐트러진 자신의 금발을 정리하며 손을 내 허리에 올렸다.

지이이익.

유하는 너무나도 능숙한 손길로 내 바지를 벗기도 팬티까지 내려버렸다. 딱딱하게 발기한 성기가 유하의 얼굴 위에 놓였고, 유하는 내 물건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바지를 마저 내렸다.

"가슴 크다고 자랑하고 다니실 만 하셨네요?"

"아무렴."

유하는 키득거리며 천천히 내 성기를 손으로 말아쥐었다. 잡는 각도며 쥐는 힘까지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고객님. 미래의 저는 이런 거 해주던가요?"

"유하야. 나 너랑 애까지 낳았던 사람이다."

"...칫. 그거 진짠가보네."

가만히 있던 본체가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본체를 향해 한 번 비웃어 준 다음, 유하의 입술 앞에 귀두를 갖다대었다.

"윽. 이런 거 저 싫어하는데요."

"미래의 은유하는 잘만 해주던데."

"......."

유하는 도끼눈을 뜨며 나를 노려봤다. 나는 장난이 과했던 것을 금방 사과했다.

"미안. 농담이었어."

"그렇죠? 이런 걸 해줄리가 없죠."

"인형으로는 안 해주고 본체로 해줬거든."

"푸흡."

커피를 홀짝이던 본체가 커피를 뿜었다. 입가에 흐르는 커피는 원작에서 정액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본체를 향해 한 번 웃어주고는 유하의 겨드랑이를 잡고 일으켜세웠다.

"하려는 거 아니었어요?"

"싫어하는 걸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어."

나는 침대에 퍼질러 앉아 유하의 네글리제 끝을 살짝 들어올렸다. 나이에는 맞지 않지만 유하 답다면 유하 다운 디자인의 속옷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사락.

나는 그걸 바로 내렸다. 늘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내렸고, 유하는 속옷이 벗겨지는 와중에도 가만히 있었다. 유하는 행위 중에 옷이 늘어지는 걸 몹시 싫어했다. 속옷과 국부에는 끈적한 액으로 질척거리고 있었다.

"이미 인형은 준비끝났네."

성행위를 가정하고 만든 인형인 만큼, 그 속에는 성적 자극을 활성화하는 특수한 용액이 들어있었다. 인간의 애액과 비슷한 용액은 수액처럼 유하의 허벅지로 흘러내렸다.

"저야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있죠, 고객님."

"그래. 그럼 그대로 앉자."

"...네?"

유하는 내가 제안하는 체위에 당황했다. 나는 유하의 골반을 잡고 아래로 잡아당겼다.

"자, 잠시만요. 앉는다는게 무슨 의미예요?"

"말 그대로야. 대면좌위 몰라?"

"아니, 아는데, 그걸 하시겠다고요?"

"당연하지."

나는 인형의 허리를 꼬집었다. 네글리제 아래에 여성기를 본딴 구멍이 진동하고 있었지만, 나는 본체에게서 들려오는 심장박동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진짜로 저랑 하셨나보네...."

"이거 말고는 너 안좋아하는 거 다 아는데 뭐."

정상위나 후배위는 남자가 찍어내리는 것 같아서 싫다. 기승위는 자신이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야 하는게 귀찮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1:1로 서로 마주보는 것이 좋다.

그래서 유하가 가장 좋아하는 체위는 서로 마주앉는 대면좌위다. 신체구조상 유하가 내 몸 위에 걸터앉을 수 밖에 없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끌어안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윽...."

약점을 찔린 유하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순순히 내 앞에 주저앉았다. 발을 내 좌우로 둔 채 귀두에 음부 끝을 넣으려는 행동은 인형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과감함이었다.

"이걸로 여유를 부리시기에는 이르실텐데."

유하는 바로 내 성기를 자신의 질속에 끼워넣었다. 유하가 성행위를 위해 직접 만들어낸 망나니 인형 답게, 질근육을 모사한 인공근육은 내 성기 사이즈에 맞춰 적절하게 변했다.

"흐흥, 고객님, 이 좋은 몸을 두고 왜 여성형으로 지내셨대요?"

유하는 시작부터 위아래로 물레방아를 돌리며 내 어깨에 팔을 감았다. 인형으로는 요녀스러운 행동을 하면서, 본체로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구경하는 그 모습이 가증스러웠다.

"안 그러면 다 반하고 다녔을테니까."

"어머, 엄청 재수없는, 흐응, 말이네요."

"아무렴 망나니 갑질하는 것만 할까."

나는 다리를 안으로 모아 유하의 엉덩이를 받쳐들었다. 유하는 가슴은 작아도 벌어진 골반과 엉덩이 라인 만큼은 환상적이었다. 낳았다 하면 기본 쌍둥이를 낳아, 2-2-3으로 구성된 자녀 일곱을 낳을 여자 다웠다.

"하아."

유하는 이제 허리의 움직임을 바꾸었다. 팔 한쪽을 침대 옆으로 짚더니, 위아래로 돌리던 허리를 좌우로 빙그르르 돌렸다.

찌걱, 찌걱.

시계방향으로 돌리다가 반시계방향으로, 그러다가 위성이 행성궤도를 돌 듯 타원형 궤적으로. 온갖 방향으로 허리를 돌려댐과 동시에 질은 내 성기를 잘근잘근 조이며 사정을 재촉했다.

"흐응, 고객님, 제 인형은 말이죠...."

유하가 하반신을 내 몸에 딱 붙였다. 나 또한 유하의 등을 끌어안으며 꽉 붙잡았다. 유하가 살짝 나를 내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안에 사정한 정액을 모을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있답니다?"

"...그래서 미안한데."

나는 유하가 돌리던 방향의 반대로 허리를 살짝 돌렸다. 내 귀두가 질벽을 긁었고, 유하는 말을 잇지 못하며 내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딱 지스팟으로 조정된 부분을 긁었다.

"하아...."

본체는 커피를 마시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장만 아니었으면 손을 아래로 내렸을게 분명했다. 나는 내 위에서 부르르 몸을 떠는 유하를 잡고 본체를 향해 몸을 돌렸다.

"참기 힘들지?"

"그, 그만.... 말하지 말고요...."

본체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의자에 몸을 뉘였다. 오르가슴을 본격적으로 누워서 느끼려는 듯 했고, 나는 인형의 엉덩이를 꽉 잡고 성기를 찔러넣었다.

"네가 연습을 하듯, 나도 얼마든지 네 몸으로 연습을 하마. 우리의 첫날밤을 위해서."

"하하, 그럼 이게 체험판이네요...?"

본체는 나를향해 풀어진 얼굴로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인형은 연달아 절정에 취해있으면서 나를 꼭 끌어안았다.

"본편은 언제냐?"

"당연히 결혼하고 나서죠. 첫날밤, 허니문, 처녀, 임신. 완벽하죠? 그러니까 고객님께서는 체험판 열심히 즐겨주세요. 음...."

유하는 정장 셔츠를 풀어헤치며 자신의 몸 안을 가리켰다.

"그러니까 지금은 시승식이에요. 계약서 사인하기 전까지는 안 된답니다!"

"그래. 그래. 일단 여기다가 도장부터 찍으마."

나는 인형의 쇄골을 물어 진한 키스자국을 남겼다. 본체는 자신이 당한 것도 아니면서 손으로 쇄골을 쓸었다.

"...집중해야겠네요."

본체가 의자에 철푸덕 쓰러졌다. 곧 인형의 질이 더욱 강하게 조여옴과 동시에, 허리 를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후후, 고객님. 어쩌시나...."

유하는 다시 내 얼굴을 붙잡으며 고개를 비틀었다.

"지금 동원할 수 있는 유하는 넷이에요. 이기실 수 있겠어요?"

유하의 눈동자 속 별은 각각 네 개씩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유하의 반대쪽 쇄골에 키스마크를 남기고 눈을 마주했다.

"말은 바로해야지. 이길 수 있어? 아니지, 아니야."

나는 유하의 골반을 잡고 유하를 들어올렸다가 아래까지 놓았다. 유하는 내 리듬에 맞춰 함께 허리를 움직였다.

"4명이니까 딱 4시간 정도 버틸 수 있겠네."

"어머, 저 그래도 이쪽으로 잘 하는데...."

"너 그래봐야 인간 중에서는 3순위야."

"헐."

유하는 답지 않은 소리까지내며 당황했다. 똑똑한 머리는 금방 맥락을 캐치했고, 자신이 고작 3등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 당황했다. 그리고 허리를 급히 움직이며 요염하게 웃었다.

"제가 이렇게 잘 하는데 3등이라고요?"

"어."

나는 유하의 리듬에 맞춰 하반신을 움직였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 우리는 잠시간 서로 비슷한 리듬으로 움직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건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지금은 서로한테 집중하는 거로 해요."

"그래. 지금 이렇게 연습해둬야."

톡톡.

나는 유하의 심장을 두드렸다. 나의 진심이 인형을 통해 전달되기를 바라며, 나는 유하의 허리를 꽉 잡아당겼다.

뷰르르륵.

나는 처음을 가볍게 사정했다. 유하의 말마따나 인형에는 나의 정액을 저장하는 공간이 있었다.

"......훗."

본체는 여유롭게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그건 허세 가득한 남자가 조루임을 깨달았을 때 비웃는 표정같기도 했다.

"유하야."

"윽, 이름으로 부르는 건 치사한데요."

"정액은 내 마력이야."

"......어."

"그리고 내 마력은 무한히 넘치지."

나는 정신을 못차리는 인형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꽉 끌어안았다.

"과연 네 인형이 어디까지 저장할 수 있는지 실험해볼까?"

"......."

네 시간.

나는 유하의 안에 내 정액을 가득채웠다.

인형은 말할 것도 없었고, 본체는 얼굴을 테이블에 묻은 채 배를 끌어안고있었다.

"...배 터질 것 같아요."

유하는 울면서 내게 샐쭉였다.

"다음에 본편에서 만나요...."

유하는 그 말을 끝으로 기절했다.

* * *

"아."

오라클은 잠에서 깨어났다. 역시 기저귀는 정답이었....

"아이 씨발, 샤워 또 해야하잖아...."

오라클은 정액이 덕지덕지 묻은 자신의 하반신에 한탄했다.

"그나저나 그 여자...."

오라클은 상대가 누군지 안다. 자신의 귀에도 들려올 정도로 인성이 파탄난 개망나니 부호.

은유하가 사실 유성 그룹의 회장이었다거나, 피닉스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거나, X로이드들이 사실은 은유하가 전세계에 뿌린 스파이라거나 하는 것은 오라클에게 중요치 않았다.

"둘 다 겁나 잘하네...."

오라클은 둘에게 존경심이 생겼다.

"잊기 전에 따라해봐야지."

오라클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며, 플레이보이 잡지의 모델의 프로필을 찾아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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