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1화 〉1부 16장 5
가을에게는 여러모로 죄를 지은게 많았다.
거기에 자꾸만 가을에게서 피해다니는 바람에, 가을은 거의 체념하다시피 하며 결국 가루라를 취했다. 가루라가 이승형과 가을에게 먹혔던 이유를 따지고 보면 결국 내 책임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가을의 허그에 저항하지 않았다. 이미 허그를 하는 순간부터 몸에 두른 얇은 보호막은 해제를 하였고, 가을은 내 몸을 잡으며 흠칫 놀랐다.
"너…?"
"좋아요. 원하는 대로 해드리죠."
나는 몸을 돌려 가을을 침대로 밀쳤다. 가을은 힘없이 뒤로 쓰러졌고, 나는 가을의 위로 올라타며 가을을 내려다봤다.
"천가을."
"......."
가을은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심장에 자리잡은 코어가 더할 나위없이 빠르게 박동하고 있었다.
"준비 됐어요?"
"......얼마든지."
가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나는 가장 먼저 가을의 얼굴을 붙잡았다.
쪽.
짧은 버드키스. 가을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새가 모이를 쪼듯 입술을 붙였다가 떼기를 반복했다.
쪽, 쪼옥.
가을의 입술은 마시멜로우처럼 말랑했다. 붉은 립스틱이 내 입술에까지 묻었고, 나는 가을의 목덜미로 고개를 숙여 입술 도장을 꾹 찍었다.
"아…."
"이제 시작이에요."
나는 상체를 살짝 들어 가을의 흰 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 둘 풀어내렸다. 터질 것 같은 가슴을 특수 제작한 브래지어로 감싸고 있었고, 나는 가을의 등 뒤로 손을 집어넣어 후크를 풀었다.
"아, 자, 잠깐…!"
"이거 영 거슬리네요."
나는 브래지어를 태워 없애버렸다. 가을은 흰 반팔 셔츠만 입고 있었고, 창백하고 살짝 핏기 없는 하얀 피부가 훤히 드러났다.
"야…. 브라 비싼 거였어."
"원하면 제가 얼마든지 만들어 드릴게요. 제 마력으로."
나는 풀어내리던 가을의 단추를 세 개 정도 남겨두었다. 가을의 가슴은 와이셔츠 아래에서 유두가 딱딱하게 서기 시작했고, 나는 셔츠를 살짝 젖히고 가을의 가슴을 꺼내며 가운데로 모았다.
"하아."
가을의 크기는 압도적이었다. 거유 3대장 중 유일하게 인간 멤버는 가을이었고, 크기나 형태나 촉감으로 보나 가을이 제일 탐스럽게 여물어있었다. 만지는 건 이미 너무 많이 만져봐서 굳이 만질 필요가 없었다.
화륵.
대신 나는 오늘 철저히 가을을 위해 봉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불꽃으로 내 사제복을 태웠고, 가을의 위에서 바로 나신이 되었다.
"......."
"왜요?"
"내가 벗기고 싶었는데."
가을은 내 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상체를 숙여 가을의 위에 몸을 포개었다.
"너...!"
"어때요? 이쪽도 나름 크기가 제법인데."
가슴과 가슴이 비벼졌다. 나는 서로의 유두를 스치듯 비비적거렸고, 살짝 가슴째로 눌러 밀착했다. 이 몸이 작은 가슴이었다면 분명 가을의 안에 파고들어갔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가슴은 가을의 위에 살포시 올려졌다.
스윽, 스윽.
나는 가슴을 가을의 유두에 비볐다. 유두끼리 키스를 하듯 시계방향으로 상체를 움직였고, 가을은 이런 것에는 내성이 없는지 침을 꼴깍 삼키고 있었다.
"음...."
나는 고개를 기울이려다가 이 자세의 불편 점을 깨달았다.
"이거 이러면서 키스는 안 되네요."
"키스하려고 했어?"
"네."
"...그럼 진짜 끝까지 하려고 하는 거야?"
"물론이죠."
나는 몸을 일으켰다. 짧은 버드 키스와 가슴 비비기로도 가을은 내가 하는 행위가 낚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손을 아래로 뻗어 가을의 팬티에 손을 집어넣었다.
"헉."
이미 가을의 속옷은 질척거리고 있었다. 나는 가을의 골반에 손을 집어넣어 가을의 팬티를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가을도 골반을 들어올리며 내 움직임을 도왔다. 나는 가을의 아래로 내려갔다.
회색으로 변한 음모 아래, 망가지지 않은 음부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미래의 가을은 이미 닳아있을대로 닳아있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가을."
"응...."
"원래는 이렇게 예쁜 모양이었네요."
나는 진심으로 내 감상을 말했고, 가을이 뭐라 답하기 전에 고개를 숙였다. 손으로 허벅지 위를 꽉 붙잡았고, 혀를 음부 속으로 집어넣었다.
할짝, 할짝.
가을이 허벅지로 내 머리를 옥죄여왔다. 행여나 내가 머리를 빼지 못하도록 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나는 혀를 계속 할짝이며 가을을 자극했다. 처녀인 가을은 생각보다 감도가 떨어졌고, 나는 가을이 아프지 않도록 혀로 자극을 이어나갔다.
할짝, 할짝.
침으로 적시듯이 조갯살을 혀로 위아래로 쓸었다. 둔덕에는 내 침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나는 혀를 위로 쓸어올리며 가을의 콩알같은 음핵을 좌우로 핥았다.
"아흑...."
가을은 공격에 약했다. 그래서 이런 봉사를 받는 것에 상당히 어색해했다. 콧잔등에 가지런히 정리한 음모가 닿았지만, 까슬까슬하지 않고 오히려 보드라웠다.
쪽.
나는 가을의 음부 위에 입술을 대고 키스했다. 상체를 들어 가을과 얼굴을 마주하니, 가을은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시선을 마주하기를 거부했다.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듯 했다.
"맨날 이짓 하려고 벼르고 있었으면서."
"그, 그래도! 막상 하니까 어색한 걸.... 네가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하아, 몰랐어."
"당신이니까요."
나는 가을의 한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옆으로 놓아진 허벅지에 다리를 넘기며 걸터앉았다. 이쪽으로는 한 번도 해본적은 없지만, 슈리가 다른 히로인들과 3P를 할 때 어떻게 하는지 곁눈질로 봐온 경험을 살렸다.
찌걱.
"......후우."
나는 가을의 허벅지에 걸터앉았다. 음부가 허벅지 바로 위에 놓였고, 달팽이가 앞으로 기어가듯 서서히 몸을 앞으로 옮겼다. 두근거리는 이 맥박이 내 것인지 가을의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자, 잠깐만."
내가 가을의 다리를 내 가슴사이에 끼우고 교차하기 직전, 가을이 나를 막아세웠다.
"왜요?"
"...그, 처음은 그냥 정상적으로 하면 안 돼?"
"이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가을은 우물쭈물하면서 입술을 뻐끔거렸다. 침대 위에서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가을은 난생 처음이었다. 마스커레이드는 침대 위에서 나를 맞상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백전노장이었지만, 팬텀은 말그대로 숫처녀같은 반응을 보여 신기했다.
마치, 수 년 가까이 사귀었던 여자친구와의 첫날밤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닳고 닳았던 순간도 매력적이었지만, 남의 손을 타지 않은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
가을은 손을 X자로 교차하며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맨날 온갖 어필은 하면서 정작 이렇게 직접 내가 보고 있으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이미 내가 가을의 음부를 핥았음에도 불구하고.
"...나, 너랑 제대로 하고 싶어."
"제대로? 확실하게 말해요."
나는 가을이 머뭇거리는 동안 서서히 하반신을 앞으로 밀었다. 고개를 살짝 뒤로 돌리니, 가을의 허벅지에는 달팽이가 기어간듯 축축한 길이 나있었다.
'나도 달아올랐네.'
가을이 흥분하고 있듯, 나도 흥분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상체를 숙였고, 딱 서로의 음부가 닿지 직전까지 나아갔다.
"뭘 어떻게 제대로 하고 싶다는 거예요?"
"......나, 남자랑 여자로 한 번만 딱 하자. 처음이잖아, 응?"
"......."
가을은 예상외의 정석을 내놓았다.
"의외네요."
"처, 처음이잖아! 그리고 그런 건 다음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아하."
나는 가을의 유두를 장난치듯 살살 문질렀다. 큼지막하지만 의외로 가을은 모든 성감대가 가슴에 집중되어 있었고, 유두만 만지작거려도 가볍게 절정에 달할 정도였다.
"정확히 말해봐요. 어떻게 해줄까?"
"......이게 진짜."
가을이 갑자기 내 얼굴을 붙잡고 자신의 얼굴 앞에 놓았다. 흥분과 분노와 수치심으로 시뻘게졌지만, 가을은 당당하게 내게 요구했다.
"빨리 좆 세워서 당장 내 보지에 박으라고!"
"어우, 너무 노골적이시다."
"정확히 말하라며!"
"내 안에 네 그것을 넣어달라고만 해도 해주려고 했는데. 푸흐흐."
화륵.
나는 가을에게 잡힌 상태 그대로 변신했다. 내려다보는 시선과 위치는 크게 달라졌지만, 내가 가을과 마주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
가을은 나를 보자마자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하체를 움직여 가을의 음부에 귀두를 갖다대었다. 가을의 몸이 움찔거렸다.
"가을."
"너, 이게 네 진짜 모습이야?"
"엄밀히 따지면 다르지. 이건 남성형. 언젠가 만나게 될 사람을 위해 아껴둔 거."
"...그렇네. 그렇겠네."
가을은 쓰게 웃으며 내 목 뒤로 팔을 감았다. 처음이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가을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어. 이대로 해줘...."
"잠깐. 나도 하나 부탁해도 돼?"
"뭔데?"
내가 부탁이라는 말을 꺼내자 가을은 눈을 빛냈다. 나는 손가락을 빙그르르 돌렸다.
"뒤에서 박고 싶어."
"왜? 솔직한 이유를 얘기해봐."
"진짜 솔직히 얘기해도 돼?"
"응."
"미래의 너는 한 번도 내가 리드하지 못하게 했거든"
"푸하하!"
가을은 빵 터지고 말았다. 거의 절정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몸을 떨며 웃었다.
"아핳, 흐하아, 너, 너, 푸흡...! 마스커레이드랑 할 때는 얼마나 저자세였던 거야?!"
"거의 내가 종이었지. 구로의 여왕님 상대로 종마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어? 맨날 위에서 올라타기만 하셨지. 난 딜도였고."
"와.... 걔도 대단하네. 음, 대단해. 왠지 하고 싶어지기는 하지만 그건 다음에 해보기로 하고."
가을은 냉큼 몸을 움직여 네 발로 엎드렸다. 수박같은 가슴이 아래로 툭툭 떨어졌고, 가을은 고개를 뒤로 돌리며 입술을 뻐끔거렸다.
"그럼 이제 해도 돼."
"...미안. 생각해보니 너 처음인데 이 자세로 하는 건 좀 그렇겠다."
"아냐, 상관없어. 이대로 해. 오히려 나도 바라는 걸."
가을은 굳이 마력으로 가면을 만들어 자신의 얼굴을 반쯤 가렸다.
"마스커레이드는 너한테 이렇게 안 해줬다며? 후후, 나는 달라. 팬텀이잖아? 팬텀은...."
가을은 앞으로 엎드리며 하반신을 치켜올렸다.
"아직 등대한테 처녀한테 안 따인 몸이라고. 어떻게, 처녀 먹을래?"
"처녀가 무슨 초콜렛이야?"
"먹는다는 의미에서는 다르지 않나? 내가 네 동정 먹지는 못해도, 내 처녀를 너한테 먹여줄 수는 없잖아."
"......."
가을은 참 여러모로 대단했다. 동시에 씁쓸했다. 이런 여자가 그 악독한 인간이 되다니.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접어두고, 가을의 음부에 귀두를 끼워넣었다.
"흐윽."
가을은 고개를 앞으로 묻고 흐느꼈다. 입구부터 귀두를 물어오는 질의 조임이 예사 조임이 아니었다. 미래의 가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생생함에 나는 금방 정욕이 차올랐다.
"하아.... 가슴만져줘."
가을은 애달픈 목소리로 내게 부탁했다. 나는 상체를 숙여 가을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남성형으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을 만큼, 가을의 가슴은 압도적이었다.
찌걱.
드디어 귀두가 막에 닿았다. 가을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고, 나는 가을의 가슴을 움켜쥐며 속삭였다.
"사ㄹ-
* * *
"허억!"
오라클은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고, 아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축축했다.
삐비비비, 삐비비비.
스마트 워치가 울려대고 있었다. 왠지 모를 비상 연락같기는 했지만, 오라클은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야!"
[야, 오라클아! 나 오늘 미국간다! 뿅!]
질풍객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오라클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허공에 주먹을 내질렀다.
"아오, 이 개새끼 진짜...!"
오라클은 가슴을 두드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 테이블 옆에 있는 수면제를 한움큼 입에 털어넣었다.
"제일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오라클은 잠에 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한 번 깨버린 잠은 쉽게 오지 않았고, 오라클은 씩씩거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새근, 새근.
약효가 돌기 시작하며, 오라클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나는 다시 남성형의 상태로 가을을 내 옆에 꼭 끌어안았다. 나는 가을의 성적 판타지를 채워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고, 가을은 자신이 바라던 행위를 모두 행했다.
"얘."
"어."
"내가 청화로 변신해서 하는 건 좀 그래?"
유일하게 내가 거부했던 플레이. 가을이 청화, 로 변신해서 내가 박는다는 것은 나로서는 허용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응."
"왜?"
"그걸 할 당사자는 따로 있거든."
나는 가을의 이마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입술을 맞췄다. 마지막에 다시 후배위로 했던 덕분인지, 가을은 기승위로 미쳐 날뛰던 때와 달리 고분고분해져 있었다.
"하아, 아쉽네. 다음에는 그럼 걔까지 끼워서 해볼래?"
"다음을 노리는 거 봐라."
"흐흥, 나쁘지 않잖아. 그리고 나한테도 좋은 찬스고."
가을은 은근슬쩍 손을 내 치골 위로 올리며 속삭였다.
"혹시 알아? 몸정이 마음정으로 갈 지."
"이게 8시간 전에 처녀였던 사람이 할 말인가?"
"후후, 8시간 동안 실전 압축인 거지."
가을은 내 옆구리에 가슴을 비비며 얼굴을 붙였다.
"고마워. 나를 구해줘서."
"...별말씀을."
정말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지만, 나는 가을의 눈꺼풀이 서서히 닫히는 걸 가만히 내버려뒀다.
새근, 새근.
가을은 내 품에서 잠들었고, 나는 고요한 새벽아침에 눈을 감았다.
* * *
"으아아아아! 8시간! 8시간 어디갔어!!!"
오라클은 절규했다.